스타 프로듀서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히트곡'과 '협업 메이트'의 유무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이미 그 자리에 오른 코드쿤스트(CODE KUNST), 250, 릴 모쉬핏(Lil Moshpit) 등에게서 힌트를 얻자면 '솔로 앨범'도 이를 결정짓는 요소이지 않을까 싶다. 그러던 와중 세 명의 신예 프로듀서들이 11월과 12월에 연달아 걸출한 앨범을 발표했다. 훗날 거물이 될 가능성을 갖춘 이들이 제출한 이력서에 관심을 기울여보자.
혜민송(hyeminsong)
스윙스(Swings)가 야심 차게 선보인 AP 알케미(AP Alchemy)는 나름의 '유종의 미'를 거두며 한 해를 마무리했다. 이는 정규 2집 [REBORN]으로 '비밀병기 역할'을 증명한 혜민송의 공로다. 해당 앨범은 그냥노창, 칠린호미(Chillin Homie), 다민이(DAMINI) 등의 회사 식구부터 라드 뮤지엄(Rad Museum), 더 콰이엇(The Quiett) 등 외부 대형 아티스트, 모도(MODO), 쟈드(Jade), 우비소년(OBSN) 등 신예들의 이름까지 아우르는 포용력을 특징으로 한다. 흡사 뷔페와 같은 다양성은 힙합 프로듀서의 앨범에서 기대하는 바와 일치한다. 동시에 혜민송은 작품 내내 일관성을 갖춘 소스 운용과 연출된 무드로 프로듀서 자신의 존재감도 놓치지 않는다.
시각 콘텐츠의 경우도 저스디스(JUSTHIS)가 참여한 "Wedding Dress"의 라이브 클립을 제외하면 오직 작업기가 담긴 다큐멘터리들이 공개되는 중이다. 자연히 작품의 목적은 철저히 혜민송의 존재를 내비치는 것에 있음을 짐작케 한다. 더불어 커버 아트 속 연단에는 다시 태어날 때가 됐다는 문구가 적혀있다. 즉, [REBORN]은 정규 1집 [CATHARSIS], 밤샘(Bamsem)과의 합작 앨범 [약보단강] 등으로 경험치를 쌓아 온 그녀가 대중 앞에 본격적으로 나설 때가 되었다는 선언과도 같다.
Title: REBORN
Released: 2023년 12월 5일
Feature: 그냥노창, 신지항(shinjihang), 라드 뮤지엄(Rad Museum), 더 콰이엇(The Quiett), 저스디스(JUSTHIS), 모도(MODO), 쟈드(Jade), 오디(ODEE), 다민이(DAMINI), 최엘비(CHOILB), DJ 레데프(DJ Redef), 예스코바(Yescoba), 렌코(renko), 넉살(Nucksal), 쿤디판다(Khundi Panda), 듀티(DUT2), 던말릭(DON MALIK), 허성현(Huh), 칠린호미(Chillin Homie), 우비소년(OBSN)
https://www.youtube.com/watch?v=fCFQQPYqjWQ
https://www.youtube.com/watch?v=aE3dWL093HY
오프더커프(offthecuff)
'오프더커프'라는 이름이 익숙한 사람은 많지 않을 거다. 아카시(ACACY), 그리즐리(Grizzly), 메사니(Mesani) 등과의 협업과 소녀시대 태연(TAEYEON)의 콘서트 편곡을 맡았던 전적이 엿볼 수 있는 전부다. 그런데 리스너들의 레이더망에 전혀 포착되지 않던 그가 난데없이 화려한 피처링진과 높은 퀄리티를 갖춘 앨범을 발표했다. 제목은 [Mcguffin], 오프더커프의 데뷔작이자 첫 번째 정규 앨범이다.
사전에 맥거핀을 찾아보면 '중요한 것처럼 등장하지만, 실제로는 줄거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극적 장치'라고 적혀있다. <미션 임파서블 3> 속 '토끼발'이나 칸예 웨스트(Kanye West)의 [Yandhi] 등 미회수 된 떡밥을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그럼 오프더커프가 회수하지 못한 떡밥은 무엇일까? 앨범 전반부에 적힌 가사를 통해 '공허를 채우기 위한 물질주의'임을 유추할 수 있다. 하지만 5번 트랙 "But"을 기점으로 시선은 내면을 향한다. 결과적으로 아티스트가 전하고자 하는 바는 '사랑'이라는 본원적 감정이 더욱 중요하다에 다다른다. 오프더커프는 이를 장면적으로 풀어내고, 게스트들에게 자신의 말을 대변할 최적의 무대를 제공했다. [Mcguffin]은 제목과 달리 음악 시장의 맥거핀으로 남기 아까운 2023년 하반기의 걸작이다.
Title: Mcguffin
Released: 2023년 11월 27일
Feature: 김아일(Qim Isle), 가르종 로비에(Garzón Robie), 더 비치 보이스(The Beach Voice), 공공구(GongGongGoo009), 메사니(Mesnai), 으네(UNE), 타이브(Tive), 쿤디판다(Khundi Panda), 화이트(White)
https://www.youtube.com/watch?v=rfjO-2TF_n0&list=PLkM4YJWzn5K_hZvlI7kjVIr5_zllbNoBk&index=2
https://www.youtube.com/watch?v=m06H2zpHuBc&list=PLkM4YJWzn5K_hZvlI7kjVIr5_zllbNoBk&index=8
지넥스(JINex)
프로듀서 지넥스는 늦은 나이에 음악을 시작했다. 폰트 디자이너로 활동해 왔으나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퇴사를 결정했다는 그의 배경은 꽤나 낭만적으로 들린다. 그러나 그 과정에는 피나는 노력과 인고의 시간이 도사리고 있었을 것이다. 삼십 줄에 가까워 음악 커리어에 발 들였음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지넥스의 첫 번째 정규 앨범 [Butterfly]는 그러한 고민과 시간이 담긴 작품이다.
사운드적으로는 처음 음악을 접할 때 들었다는 S.E.S, H.O.T 등의 가요와 뉴잭스윙, 보사노바, AOR 등 레트로 장르들을 포괄한다. 참여진 역시 가장 먼저 음악을 함께 한 그레이센트(GRAYSCENT), 리믹스 컴피티션 우승으로 만난 기린(KIRIN), 그리고 주애(Jue)와 이수정(CHAI) 등 이후의 협업 메이트들로 배치했다. 애벌레가 고치를 틀고 탈피해 날아가는 과정이 곳곳에 서려 있다고 볼 수 있다. '90년대 알앤비를 꿈꾸게 하는 호접지몽의 선율'이라는 이즘(IZM)의 한 줄 평처럼 지넥스의 시간이 응축된 한 마리의 나비는 청자들에게 천천히 다가가는 중이다.
Title: Butterfly
Released: 2023년 11월 13일
Feature: 샴마(Shammah), 노디시카(Nody Cika), 썸머소울(Summer Soul), 마샬(MRSHLL), 이수정(CHAI), 쟈드(Jade), 기린(KIRIN), 준(JUNE), 그레이센트(GRAYSCENT), 노브(nov), 에이민(amin), 주애(Jue)
https://www.youtube.com/watch?v=a6T-C1HHYD4
https://www.youtube.com/watch?v=TPvbmlTvggc
Editor
Destin
프로듀셔들 앨범 조명해주는거 넘나 굳굳....!!
좋은 글 감사합니다
오프터커프 미쳤네요 진짜.. 이 컨텐츠 너무 좋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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