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RZA - Only One Place To Get It

title: [회원구입불가] soulitude2014.05.29 22:14추천수 1댓글 2

RZA - Only One Place To Get It

01. Makin Moves (Feat. Rockie Fresh)
02. Doctor (Feat. Tinashe)
03. Cruisin (Feat. RAC)
04. Egotist Enlightenment (Feat. Robert DeLong)

우탱 클랜(Wu-Tang Clan)의 신보 [A Better Tomorrow], 그리고 또 다른 신보 [Once Upon A Time In Shaolin], 그리고 르자(RZA)와 래퀀(Raekwon) 사이의 갈등. 우탱 팬들은 지난 몇 달간 이 몇 가지 키워드의 소식만을 반복해 들으며 걱정과 기다림에 지쳤다. 갈등과 분열에 대한 우려와 50억짜리 신보 소식에 대한 경탄과 한숨이 번갈아 이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래퀀이 신보 작업에 참여할 것이라는 소식과 함께 어느 정도 상황이 진정될 무렵, 르자는 난데없는 네 곡짜리 EP를 발매했다.

이 깜짝 EP는 탄산음료 닥터 페퍼(Dr Pepper) 회사에서 진행하는 'One Of A Kind Studio Sessions' 캠페인의 일환으로 발매되는 것인데, 르자를 필두로, TV 온 더 라디오(TV On The Radio)의 데이브 시텍(Dave Sitek)과 시카고(Chicago) 출신 리믹스 팀인 더 후드 인터넷(The Hood Internet) 이렇게 세 팀이 각각 네 곡짜리 EP를 만들어 공개하는 프로젝트라고 한다.

이번 EP는 그간 (사운드트랙을 제외하고) '르자'라는 이름을 걸고 발표하는 솔로 결과물로 치면 2008년의 [Digi Snacks] 이후 6년 만의 작품이라고도 볼 수 있다. 잘 알다시피 르자는 영화 감독 및 배우로서의 활동을 비롯해 각종 외부 활동들을 하며 꽤 오랫동안 힙합 신(scene)의 중심에서 멀어져 있었고, 실제로 우탱 클랜의 신보 [A Better Tomorrow]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 역시 이에 많은 부분 기반을 두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르자가 감을 잃지 않았을까'라는 우려 말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이번 EP는 비록 네 곡밖에 수록되어 있지 않지만, '지금 현재의' 르자의 음악 감각을 잠시나마 엿볼 수 있는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을 들어보면, 일단은 당연하다고 받아들여야 할지 아쉽게 생각해야 할지 모르겠으나, '전통적 우탱 스타일의 르자 비트'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뭐 많은 분들이 예상을 했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더군다나 이 앨범은 르자의 랩이 담긴 것이 아니고, 약간의 게스트 보컬이 가미된 인스트루멘틀 프로젝트에 더 가깝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자. 그나마 '전통적'인 느낌의 비트라면 첫 트랙 "Makin Moves"가 유일하다. MMG 소속의 라키 프레시(Rockie Fresh)의 안정된 라임이 곁들여진 이 곡은 [빈티지 샘플 + 반복 베이스 루핑 + 스네어가 강조된 정박 드럼 = 르자]라는 전형적인 공식을 따르고 있는데, 그 각각의 요소들이 현대적 감각에 잘 맞는 세련된 질감을 내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이어지는 "Doctor"부터 본격적인 르자의 실험이 시작되는데, 피비알앤비(PBR&B)적 전개를 따르고 있으면서도 초중반부부터 등장하는 뇌쇄적인 신디사이저 루핑은 칠 아웃(Chill Out)의 느낌마저 준다. 신디사이저를 이용해 마치 솔로 즉흥 연주를 하는 듯한 사운드는 특히나 무척 인상적이며, 비트 면에서는 덥(Dub)의 영향까지 느껴지기도 한다.

그 다음부터는 힙합은커녕 '흑인음악'이기를 포기한 음악들이 등장한다. 도저히 르자의 비트라고는 상상이 되지 않는 "Cruisin"은 아예 업템포의 신스-팝(Synth-Pop)으로 가버리는데, 짧은 기타 샘플과 마치 새싹이 돋아나는 듯 약동하는 느낌의 건반음을 반복시켜, 경쾌하고 앙증맞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마지막 곡 "Egotist Enlightenment" 역시 마찬가지다. EDM 드러머이기도 한 로버트 들롱(Robert DeLong)이 보컬로 참여한 이 곡은 딱 백인 클러버들이 좋아할 만한 곡이다. 로큰롤적 전개에 EDM을 잡종 교배시킨 클럽 넘버로, 특히 중반부에 등장하는 노이지(noisy)한 신디사이저 간주가 주목할 만하다. 물론 이 곡들이 이런 느낌을 갖게 된 데에는 게스트인 RAC(Remix Artist Collective)나 로버트 들롱의 손길을 완전히 배제시킬 수는 없을 것 같다.

앨범은 전반적으로 신디사이저를 이용한 기교들이 많이 느껴지며, 이는 아마도 오랜 기간의 영화음악 작업이 미친 영향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주지했듯이 이 EP는 첫 곡을 제외하고는 과거의 르자가 들려주던 프로덕션 스타일과는 매우 상이한 색깔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듣는 이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많이 갈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90년대 이름을 날리던 여러 레전드 프로듀서들이 요즘의 힙합 팬들의 귀를 만족시켜줄 수 있는 신선한 결과물들을 내놓지 못한다는 현실에 비추어보면, 차라리 호불호가 갈릴지언정 르자처럼 계속 실험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오랜 기간 동안 여전히 "coming soon"의 상태에 갇혀 있는 우탱 클랜의 신보 [A Better Tomorrow]가 그래서 여전히 '기대 반 우려 반'이긴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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