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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CD: 창동의 공간에서 씬을 모색하다

title: [회원구입불가]Beasel2021.11.05 11:48추천수 5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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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더콰이엇(The Queitt)은 힙합 아티스트가 돌아갈 땅과 터전을 ‘홍대’에 빗대었다. 그가 언급한 마포구 지역은 수많은 힙합 이벤트가 열리고, 음악가들에게 활동과 기회를 제공한 ‘공간’이었다. 하지만, 2021년 모두가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여파로 인해 브이홀, 무브홀, 에반스라운지와 같은 음악가들의 활동 공간이 하나둘씩 없어지고 있다는 것. 그렇다면 우리의 씬을 만들었던 공간이 없어진 요즘, 우리는 대체 어디로 돌아가야 할 것인가?

 

그런데 이런 와중에 재미있는 실험을 통해 하나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공간이 하나 있다. 바로 서울시 창동에 위치한 OPCD다. 이들은 현재 창작을 위한 오프라인 공간을 창작자들에게 제공하고, 송 캠프와 같은 프로젝트를 통해 음악가를 한데 모을 터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힙합엘이는 OPCD 프로젝트 매니저들의 여러 이야기, 그리고 그들이 그려 나가고 있는 비전을 직접 듣고자 창동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81tiDJ7jJX4


LE: 먼저 OPCD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안균빈(이하 A): OPCD는 도봉구와 서울시의 재정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 창작지원 사업단입니다. 공유 음악 스튜디오인 '이음 스튜디오'와 영상 제작 스튜디오인 '공음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건강한 음악 창작문화를 보급하기 위한 여러 일을 기획하고 있어요.

 

 

 

 


LE: 그럼 세 분은 OPCD에서 어떤 일을 하고 계신 건가요?

 

하곤(이하 H): 저는 기획 아이디어를 내고, 전체적인 행사 진행 역할을 맡아서 아티스트 분들과 직접적으로 스킨십을 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최영우(이하 C): 저는 하곤 님과 비슷한 역할을 좀 많이 했어요. 하곤 님이 세션 진행을 할 때 주로 대본을 짜고, 전반적인 진행을 도왔어요. 또, 아티스트의 속마음을 듣는 콘텐츠, 행복 라디오의 진행자이자 작가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A: 저 같은 경우는 기획 단계의 아이디어를 정리했고요. OPCD가 구청의 재정 지원을 받다 보니 저는 백그라운드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주로 담당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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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세 분 다 OPCD와의 인연이 깊은 거로 알고 있어요.

 

 

A: 예전에 저랑 같이 동고동락하던 친구들이 OPCD에서 일을 해서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러다 2018년 네트워킹 파티에 참석한 이후 꾸준히 OPCD 행사들에 참여했고, 작년부터 일하기 시작했어요.

 

C: 저는 2018년 OPCD에서 진행한 진보(JINBO), 쿤디판다(Khundi Panda), 조디악(Zodiac)의 세미나 겸 네트워킹 파티에 참여했어요.

 

H: 저는 2019년 OPCD에서 진행했던 화지(HWAJI) 송 캠프의 핵심 멤버였어요.

 

 

 

 


LE: 세 분 다 OPCD 참여자이셨군요. 그렇다면 각자 어떤 계기로 OPCD에서 일하게 된 건가요?

 

C: OPCD의 네트워킹 파티에는 세미나, 토크 세션 등 여러 카테고리가 섞여 있었어요. 그 과정에서 아티스트끼리 만나게 되면 서로의 작업물을 들려주고, 같이 작업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하게 되잖아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송 캠프로 넘어가게 됐죠. 그러다 OPCD 관계자분이 행복 라디오와 같은 콘텐츠를 제대로 기획해보자는 이야기를 해 주셔서 지금까지 기획자 겸 진행자로 일하게 되었어요.

 

A: 무언가를 만들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에너지가 되게 좋았던 거 같아요. 특히, 저는 창작이라는 삶 자체에 대한 가치를 같이 고민해볼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에 큰 힘을 얻었어요. 그래서 저도 이런 베이스를 단단하게 만드는 OPCD에 보탬이 되고 싶어서 일하게 되었어요.

 

H: 저는 OPCD에서 같이 일하고 있는 친구가 저에게 "무슨 일을 해서 돈을 벌든, 누군가에게 자신을 소개할 때는 아티스트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란 이야기를 해줬어요. 제가 음악을 바라보던 관점과 잘 맞았고, 실제로 저도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결국 OPCD 분들과 함께 저의 가치관과 경험을 공유하면서 일하고 있어요.

 

 

 

 


LE: 기존 네트워킹 파티의 형식에서 작업 세션이 추가된 것이 송 캠프의 형태로 발전된 걸로 알고 있는데, 송 캠프는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요?

 

H: OPCD 웹사이트를 통해 행사에 참여하고 싶은 창작자를 모집해요. 그리고 최종 참가자 선정은 호스트가 맡게 되고요. 제가 참여했던 송 캠프의 경우에는 '화지'님이 호스트를 맡아 주셨죠. 송 캠프에서는 우선 참가자들이 서로의 음악을 들어보며 긴밀한 네트워킹을 하고, 송 캠프의 주제나 목표에 맞게 자유로운 곡 작업이 진행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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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이전에도 OPCD에서 많은 송 캠프를 진행한 거로 알고 있는데요. 특히 이주민(Yizumin) 송 캠프가 본인의 기억에 남았던 이유가 있을까요?

 

H: 송 캠프를 참여할 당시에 매너리즘에 빠져 있었고, 전공을 살려서 취직해버릴까 생각하던 시기였거든요. 그러다 송 캠프에서 화지 형과 새로운 음악 동료들을 만났는데, 마치 삶의 든든한 동반자가 생긴 느낌이었어요. 저한테는 이주민 송 캠프가 지금처럼 일하고, 꾸준히 친구들과 음악을 함께 하게 만들어 준 터닝포인트였어요.

 

 

 

 


LE: 그럼 화지 님은 호스트로서 어떤 역할을 하신 건가요?

 

H: 제가 느낀 화지 님은 자유분방하고, 정말 형 같이 믿고 의지할 수 있고, 결단력도 확실하게 할 수 있는 분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니 행사에서 위계질서를 잡는 게 아니라, 정말 사람으로서 우리 참여자를 대해줬어요. 또, 화지 형은 OPCD에 함께 모여서 우리가 계속 음악을 만들고, 상호 작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잡아 주셨거든요. 그러다 보니 음악도 재미있게 잘 나왔어요.

 

저와 이주민 친구들은 이 행사를 통해서 우리 음악이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를 알게 되었어요. 이전에는 그런 피드백을 들을 수도 없었고, 피드백을 받더라도 간단한 댓글이 끝이었거든요. 그런데 화지형은 진짜 자기가 좋아서 우리를 모은 거 같다고 느끼게 했고, 이주민 사람들끼리 앞으로도 계속 작업을 할 수 있을 만큼 친해지게 되었어요.

 

 

 

 


LE: 최근에도 형선(HYNGSN) 님, 조이(Zoey) 님과 함께 이주민 송 캠프를 다시 진행한 걸로 알고 있는데요. 이전의 송 캠프하고는 또 어떤 차이점을 느끼셨나요?

 

H: 이주민 송 캠프를 지금까지 총 세 번 진행했거든요. 첫 번째는 화지 형이 호스트를 맡아 진행한 송 캠프였고요. 두 번째는 A&R 분들이 본인들의 프로젝트와 이주민 송 캠프를 연결해서 저희 앨범의 프로모션을 도와주는 식으로 진행했어요. 이번에 진행한 세 번째는 이주민이 호스트를 맡아 게스트를 초대하는 느낌의 송 캠프였어요. 이번에는 이주민이 다시 뭉친다는 의의도 있지만, 리스펙하던 아티스트와 같이 음악을 만들면 좋을 거 같다는 요청을 받아서 진행하게 됐죠. 결과적으로 가족같이 함께 작업해서 보람을 많이 느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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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그럼 최초에 창작자와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A: 코로나바이러스가 진짜 컸죠. 저희가 작년 8월에 스튜디오를 개관했는데요. 그때 집합 금지가 시작되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일단 샘플팩을 제작해서 배포하자는 포인트를 넣고, 한 방을 크게 날리자는 의미에서 <WMM 2020>을 진행하게 됐죠. 참가자들한테 단순히 상금을 주는 게 아니라 싱글을 제작해 주고, 프로모션 비디오를 제작해 줬어요.

 

그러다 올해 초부터는 오프라인 공간에 포커싱을 맞추게 되었어요. 지금은 현재 저희 공간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조금 더 부각하는 방향으로 여러 행사를 만들어가고 있어요. 명확히 저희의 움직임이 정의되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리겠지만, 지금은 여러 관계자와 상호작용하고 있는 과정이에요.

 

 

 

 

 

LE: 안 그래도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이전에 있던 많은 공간이 없어졌잖아요? 한 콘텐츠에서 더 콰이엇 님이 ‘우리는 홍대로 돌아갈 것이다’라며 씬의 의미를 언급하셨지만, 점차 홍대의 공연장도 하나둘씩 문을 닫고 있는 현실이고요. 그런 면에서 창동의 역할이 큰 거 같아요.

 

A: 이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는 아닌 거 같아요. 사람의 필요로 인해 공간이 만들어지고, 또 공간이 만들어짐에 따라서 사람의 행동 양식이 결정되잖아요. 결국 공간과 삶은 상호작용할 수밖에 없는 거죠. 그런 면에서 한국의 진짜 아쉬운 점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실제 삶의 양식이 공간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인 거 같아요. 경부선만 봐도 그렇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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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그렇다면 기획자분들이 창동에서 새로운 씬을 만들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행사는 무엇인가요?

 

H: 모든 창작자한테는 영감이 되는 원천이 있잖아요? 그것을 저희가 나름대로 여섯 가지를 분류하고 이들을 트리뷰트(Tribute)할 수 있는 송 캠프를 만들려고 해요. 또, 저희는 송 캠프에 참여하는 창작자들이 마치 여행을 온 것 같은 느낌이 들게끔 하려고 해요. 그러면서 창작자분들이 새로운 감정과 경험을 많이 느끼고 도우려 하고 있습니다.

 

 

 

 


LE: 그렇다면 이번 송 캠프는 이전과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요?

 

H: 이전까지는 호스트가 먼저 결정되고, 호스트에 맞는 기획을 짜는 방식으로 진행되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저희가 테마를 먼저 정하고, 테마에 맞는 호스트를 선정하고 있어요. 첫 번째는 다프트 펑크(Daft Punk) 트리뷰트 송 캠프인데, 브릴리언트(BRLLNT) 님이 호스트로 참여하시게 되었어요.

 

이렇게 다프트 펑크를 진짜 사랑하는 아티스트들이 함께 모여서 얘기를 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이 되는 거죠. 그러면서 곡 작업만 하는 게 아니라 다프트 펑크라는 주제로 네트워킹이 또 생길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처음 보는 사람들이 자기가 진짜 좋아하는 것에 관한 얘기를 이곳에서 나누면서 서로 얼마나 가까워질 수 있을지 기대도 하고 있어요.

 

 

 

 


LE: 흥미로운 행사를 많이 기획하시는 거 같아요. 그렇다면 OPCD가 나아가고자 하는 앞으로의 방향이 궁금합니다.

 

A: 우선 이음 스튜디오를 음악 창작자들이 편하게 와서 음악 만들고, 놀다 갈 수 있는 '창작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에요. 우리의 업무는 창작자에게 존중과 믿음을 가지고, 이들의 이야기에 신중하게 귀 기울이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동시에 이 공간의 존재가치가 사회에도 통한다는 걸 증명해야 하고, 시와 구의 재정지원을 받는다는 측면에서 공공의 영역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고요. 아직 멀었지만, 우리가 지금 하는 일들이 위의 조건과 경험을 조합한 가장 발전된 형태라고 생각해요. 유형의 공간에서 시작해서 길게는 무형의 문화까지 발전시키고 싶어요.

 

 

 

 


LE: 거대한 그림을 그리고 계시는군요.

 

A: 저는 이 사업의 가치를 매우 크게 보고 있어요. 음악뿐만 아니라 철학, 과학, 건축 등 여러 분야에 계신 분들이 함께 모여 미래를 그려가면 좋을 것 같아요. 창작은 멋진 거라는 화두를 지속해서 던지고 싶고, 반작용을 관찰하려고 해요. 

 

 

 


LE: 마지막으로 이번 행사의 최종 목표를 이야기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C: 이미 저는 만남이 좋은 결과물로 연결되는 경험을 했잖아요? 그러다 보니 저와 하곤이도 다른 베드룸 프로듀서분들을 많이 도와주고 싶어요. 그리고 그분들에게 이음 스튜디오와 창동이라는 지역이 행복한 공간으로 인식되었으면 좋겠어요. 이음 스튜디오라는 공간이 되게 행복한 곳이라는 생각과 함께 추억이 되면 좋을 것 같아요.

 

H: 저는 행사가 있을 때마다 이주민 같은 친구들이 한 팀씩 생기면 최고라고 생각해요. 제가 이주민에 속해 있는 사람인 만큼, 동료만큼 좋은 게 없다고 생각해요. 앞서 말했듯이 저희 행사의 테마가 여행이잖아요? 그런 만큼 여행에서 봤던 풍경도 좋지만, 여행에서 처음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앞으로도 그 사람과 교류하는 것처럼 말이죠. 그렇게 이번 행사를 통해 창동에서 만났지만, 각자 자기 방에서 음악을 하더라도 여정을 함께 떠날 수 있는 친구들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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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OPCD의 기획자들은 하나의 씬이 생성되는 공간을 창동에 마련해 놓고 창작자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오늘도 머리를 싸매고 있다. OPCD의 송 캠프에서 결실을 본 이주민의 행보를 놓고 본다면, 이들의 바람은 마냥 헛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확실히 OPCD의 이번 프로젝트는 창작자들의 피드백에 대한 갈망을 채워주고 다른 뮤지션과 교류의 장이 되어 줄 좋은 자리임이 분명하다. 현재 WMM 2021은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는 만큼, 창작자와 소비자 구분 없이 많은 이들이 [OPCD의 이번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해 씬의 구성원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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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 11.5 13:20

    🔥🔥🔥

  • 1 11.7 14:41

    요즘과 같은 상황에서 씬에 정말 필요한 움직임이라고 생각해요

    응원합니다!!!

  • 11.9 01:03

    OPCD는 서울에서 가장 보물같은 공간입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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