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HYPED:
‘UNHYPED’는 힙합엘이의 언더그라운드 큐레이션 시리즈로, 이 씬 안에서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내고 있는 아티스트들을 소개한다. 자신만의 위치에서 힘껏 소리를 내고 있지만, 아직 많은 이들에게 음악을 들려줄 기회가 없는 그들. 장르, 경력에 상관없이 자신만의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있는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소개한다.
본 시리즈를 통해 소개될 아티스트들은 몇 년 안에 더욱 큰 주목받을 재능과 가능성을 지녔다. 그런 그들을 미리 발견하고, ‘하이프’ 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험해보는 건 어떨까. 어쩌면 ‘언하이프’의 상태의 그들이 만들어낸 솔직하고, 대담한 음악이 더욱 큰 울림을 줄지도 모른다.
UNHYPED: Lil Kirby & Yaon
‘UNHYPED’에서 열여덟 번째로 소개할 아티스트들은 릴 커비와 야온. 첫 합작 EP [ISEKAI POP: SAVE THE WORLD]를 공개한 두 뮤지션은 각자의 영역에서 끌어온 총천연색의 재료를 배합해 ‘이세카이 팝’이라는 새로운 흐름을 시도했다. ‘하이퍼팝’으로 일컬어지는 첨단의 장르로도 소개될 수 있는 동시에, 이미 바다 건너에서 울려 퍼지고 있을 법한 모 애니메이션 OST의 장면을 펼쳐지게 하는 음악은 세상에 많지 않다.
LE: 일단 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드릴게요.
릴 커비(Lil Kirby, 이하 L): 안녕하세요, 저는 릴 커비라고 합니다. ‘하이퍼팝’이라는 장르를 하고 있어요.
야온(Yaon, 이하 Y): 저는 야온이라고 하고요, 여러 가지 장르를 시도하다가 최근엔 커비 형이랑 같이 하이퍼팝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LE: 힙합엘이의 콘텐츠나 커뮤니티를 확인하는 편인가요?
L: 저는 소셜 미디어 채널을 팔로우하고 있어서, 흥미로운 기사를 위주로 읽고 있고요. 사실 이 언하입드 시리즈도 챙겨 보고 있었어요.
Y: 저는 작년부터 사이트 자체를 자주 들렀어요. 국내 게시판도 많이 보고, 국외 게시판도 많이 보고... 제 지인들에 대한 피드백이나, 제 음악에 대한 피드백도 가끔 올라오니까 그런 걸 확인하는 게 재밌더라고요.
LE: 두 분의 활동명은 어떻게 지어지게 되었나요? 야온 님은 타 콘텐츠에서 상세하게 설명해주셨던 바 있긴 한데요.
L: 전 녹음을 시작했던 게 2020년 6월쯤이었어요. 아직 1년이 안 된 건데, 그중에서도 반년 동안은 곡을 올릴 수가 없었어요. 이름이 없어서요. (웃음) 너무 고민이 됐던 거죠. 제 캐릭터성을 가져갈 수 없는 캐치한 이름이 안 떠오르니까.
그러다가 릴 턱스(Lil Tux)라는 친구를 만났는데, 그 친구가 저한테 이 이름을 줬어요. 예전에 쓰려던 이름 중에 ‘릴 커비’가 있다고. (LE: 그럼 자의로 지은 이름이 아니었던 거네요?) 네. 하사를 받은 거죠. (전원 웃음)
Y: 저는 다른 이름으로 2~3년 정도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제가 키우는 고양이가 있어요. 그 고양이랑 저랑 같이 셀카를 찍어서 올리면 닮았다는 댓글이 많았거든요. 그때부터 이름을 고양이와 관련된 거로 새로 지으라는 제안이 있었어요.
그때 릴 캣(Lil Cat), 릴 먀우(Lil Meow)... 이런 이름들이 나오다가, 키드 키(Kid Kki)라는 분이 야온(Yaon)이라는 이름을 장난식으로 제안했죠. 근데 그걸 사람들이 너무 마음에 들어 하면서 그렇게 ‘릴 야온’이 됐고, 나중엔 트랩을 벗어난 음악을 자주 시도하게 되면서 ‘릴’을 떼고 야온이 됐어요.
https://youtu.be/pqiO8wV4-wc
LE: 힙합 음악을 처음 접하게 된 계기, 그리고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나요?
L: 중학교 때 접하게 된 에픽하이(EPIK HIGH)가 시작이었어요. 사실 그 이후로는 힙합 음악과 멀어지게 된 게, 국내 인디 밴드 씬에 빠져버렸거든요. 그땐 홍대에서 활동하는 모든 밴드를 다 꿰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다음에는 사실 또 일렉트로닉 음악에 빠졌었고요. (웃음) 다시 힙합 음악으로 돌아오게 된 건 필라델피아에 있는 대학교를 졸업할 때쯤이었는데, 그때 릴 우지 버트(Lil Uzi Vert), 주스 월드(Juice WRLD), 이안 디올(iann dior) 같은 뮤지션들을 접했어요.
그러던 중 친구의 제안으로 힙합 음악 비트메이킹을 시작한 거죠. 원래 일렉트로닉 음악을 만들고 있었어서 그런지, 비교적 쉽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러다가 한국에 돌아와서 처음으로 공개한 곡이 “Kyra!”에요.
Y: 저는 10년 전쯤이었던 것 같아요. 중학교 때 국내 언더그라운드 힙합을 듣는 반 친구들이 있었거든요. 그중 한 명이 갑자기 저한테 핸드폰을 들이밀면서, “야, 이거 봐라, 개 쩐다” 이러더라고요. 그게 제이통(J-Tong) 님의 “똥” 뮤직비디오였어요.
전 당시에 음악 자체를 잘 안 들었었거든요. 그래서인지 ‘어, 이거 되게 사악한(?)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면서 힙합 근처에도 안 가게 됐었어요. 위험한 음악 같아서. (전원 웃음)
근데 왜, 하지 말라는 건 자꾸 하고 싶은 법이잖아요. 결국 힙합을 본격적으로 듣기 시작했고, 몇 년 뒤에 비 젼(B JYUN.)이나 히이즈낫코리안(Heisnotkorean) 같은 친구를 만나게 돼서 자연스럽게 랩을 시작하게 됐어요.
LE: 각자 영향을 받은 아티스트로는 누가 있을까요? 아무래도 완전 힙합 씬의 뮤지션은 아닐 수도 있겠는데요.
L: 지금 제가 하는 음악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건 릴 소다 보이(lil soda boi)라는 미국 국적의 뮤지션이에요. 한국에도 잠깐 와서 GGM 분들, 유시온(Yuzion), 릴 유(Lil yu) 같은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던 분인데요. 전 아예 이 사람을 듣고 이쪽 장르에 진입하게 됐어요.
또, 일본 국적의 걸그룹 퍼퓸(Perfume), 피어 앤 로딩 인 라스 베가스(Fear, and Loathing in Las Vegas), 국내 인디 밴드 아침(achime)의 음악을 정말 좋아했었어요. 이 팀들이 쓰는 가사나 멜로디 같은 게 지금도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고요.
Y: 최근 스타일은 마후마후(まふまふ), 구루타밍(ぐるたみん), 월피스 카터(ウォルピスカーター) 같은 우타이테 보컬들에게서 영향을 받았어요. 특히 창법이나 탑 라인을 짜는 방식 같은 걸요. 국내 보컬 중에서는 체리필터(Cherry Filter)의 조유진 님의 영향이 있는 것 같아요.
LE: 현재 각자의 플레이리스트에는 어떤 곡들이 있나요?
L: 요즘은 포터 로빈슨(Porter Robinson)의 새 앨범을 많이 듣고 있어요. “Get Your Wish”, “Musician” 같은 곡들이요. 원래는 잘 알고 있던 뮤지션이 아니었는데, 최근에 제대로 접하고 나니까 제가 표현하고자 했던 감성의 궁극체더라고요.
Y: 최근엔 요아소비(YOASOBI)의 “怪物 (괴물)”, 마후마후의 “sacrifice”, 즈토마요(ZUTOMAYO)의 “STUDY ME” 같은 곡들을 계속 듣고 있어요.
Lil Kirby & Yaon: 현재
“아직까진 한국에서 저희 같은 음악을 하는 팀은 없다고 생각해요.”
LE: 음악을 시작하기 전에 가장 큰 열정을 가지고 있던 분야는 무엇인가요?
L: 저는 처음부터 음악에 열정이 있었던 것 같아요. 맨 처음엔 드럼을 쳤었고, 드럼에서 퍼커션으로 넘어갔고, 이후에는 디저리두라는 호주 전통 악기를 불었었어요. 이후에 디제잉과 프로듀싱, 비트메이킹을 배우게 됐고요. 그러다가 결국엔 플레이어가 된 거죠.
Y: 전 보컬을 시작하기 전엔 그림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어렸을 때는 미대에 가고 싶었는데, 갖가지 반대에 부딪혀서 포기를 했고요. 그러던 중 중학생 때 힙합을 접하게 된 이후엔 계속 음악을 하고 싶었어요.
LE: 그렇다면, 이번 앨범의 커버 아트 같은 부분에도 관여하셨나요?
Y: 구체적으로 방향을 잡은 건 아니었지만, 초안이 나왔을 때 좋은 결과물인지 아닌지에 관한 판별력은 발휘했던 것 같아요.
L: 아트워크와 관련한 의사 결정에 대해 야온이가 큰 역할을 했어요. 사실 제 개인 싱글인 “Kyra!” 커버 아트도 세 번 정도 갈아엎었는데, 첫 번째와 두 번째 후보를 야온이가 뜯어말렸거든요. 결국 덕분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세 번째 버전을 완성할 수 있게 됐고요.
LE: 보통 아티스트의 가상 캐릭터화는 철저하게 계획적이잖아요. 그런데 릴 커비 님은 가상의 캐릭터를 외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동시에, 실제 얼굴을 드러내는 데에도 딱히 거리낌은 없으신 것 같더라고요.
L: 저도 질문을 받고 나서, ‘어, 그러게? 잘못 해왔던 건가?’ 싶었어요. (전원 웃음)
Y: 같이 통화하면서 질문지를 미리 보는데, “어떡하지...?” 이러더라고요. (웃음)
L: 근데 저도 나름 노린 게 있는 게, 오히려 그게 더 멋있을 거라는 생각도 했어요. 목소리가 안 그렇게 생긴 애가 (화면으로) 나와서, 그런 음악을 하고 있으면 특이점으로 작용할 것 같았던 거죠.
LE: 오히려 그런 간극이 더 매력으로 다가올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신 거네요.
L: 네. 그래서 뮤직비디오도 일부러 직접 출연하고, 그렇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LE: 야온 님은 지난 2020년 공개한 믹스테입 [MEOWORLD], 싱글 “소리쳐줘”를 통해 주목을 받기도 했는데요. 아무래도 자신의 사운드에 대한 확신을 더욱 갖는 계기가 되었을까요?
Y: 사실 확신은 그 이전부터 생겼는데요. 음악을 시작하고, 한 3년 동안은 후진 장비랑 시퀀서로 작업을 했었어요. USB 마이크랑 쿨에딧(Cool Edit)으로요. 그러다 보니 계속 (더 나은 퀄리티에 대한) 갈증이 있었죠.
근데 2019년도에 돈을 모아서 장비를 제대로 갖추고 나니까 훨씬 나은 퀄리티가 나오는 거죠. 그때부터 자신감이 생겼던 것 같아요. 그렇게 만든 트랙이 “뚯 뚜 루”였고, ”엡 벱 베”였죠. “소리쳐줘”를 낼 때쯤엔 아예 제 사운드에 대한 확신이 생겼어요.
L: 아직도 엄청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데, 장비를 다루는 법이나 녹음을 제대로 하는 법을 몰라서 움츠러든 인재들이 많은 것 같아요.
LE: 두 분이 음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뭘까요?
L: 저는 멜로디와 감성만 제대로 녹아들었다면 좋은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Y: 저도 탑 라인과, 그걸 듣기 좋게 부를 수 있는 보컬 퍼포먼스를 최우선으로 치는 것 같아요.
LE: 반대로 어느 정도 배제하는 요소는요?
L: 저는 가사요. 릴 소다 보이의 음악 중에서도 가사가 하나도 안 들리는 트랙이 있는데, 전 멜로디만 듣고 울어본 적도 있어요.
Y: 저는 음악적인 설득력 없이, 주관적인 의견으로 리스너들을 돌려세우려는 태도요.
LE: 지난 29일에는 첫 합작 프로젝트 [ISEKAI POP: SAVE THE WORLD]를 공개하셨는데, 우선 앨범에 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Y: 저희 앨범은, 소개에도 쓰여 있듯 게임스러움과 애니메이션스러운 감성이 두드러지는 테마의 음악이고요. 커비 형의 강점과 제 강점이 많이 다르거든요. 그 사이에서 서로 양보하고, 끄집어내면서 만든 저희만의 앨범이에요.
L: 저는 처음엔 완전히 외국스러운(?) 사운드를 만들고자 했었어요. 근데 야온이가 합류하게 되면서, 이 친구만의 한국적인 요소가 녹아들면서 아예 새로운 무언가가 탄생한 것 같아요. 사실 ‘하이퍼팝’ 씬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는데, 아직까진 한국에서 저희 같은 음악을 하는 팀은 없다고 생각해요.
https://youtu.be/z97qLNXeAMQ
LE: 실제로, 힙합 장르에 묶이기에는 워낙 다양한 사운드의 영향을 받은 듯했어요. 현 시류에 기대자면 말하신 대로 ‘하이퍼팝’에 가까운 음악으로 비칠 듯한데, 두 분은 본작을 어떤 장르의 음악이라고 생각하시나요?
Y: 확실히 요즘은 장르 구분의 의미가 없어지고 있긴 하죠. 그래도 저희의 음악을 분류하자면 하이퍼팝이 맞는 것 같아요. 이 앨범을 만들 수 있게 한 뿌리가 맞으니까요.
L: 아직 인지도가 적긴 하지만, 하이퍼팝도 꽤 다양한 하위 장르로 나뉘고 있거든요. 드레인 갱(Drain Gang) 쪽이 만드는 흐름이 있고, 예스 주니어 24(Yes Junior 24) 네가 하고 있는 ‘글리치코어’가 있고, 100 겍스(100 Gecs)는 메탈과 결합을 시도하기도 했고요. 이런 수많은 흐름을 뭉뚱그려서 하이퍼팝으로 묶는 거기 때문에, 저희도 저희만의 개성이 있지만 하이퍼팝을 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도 당연한 거죠.
LE: 슬슬 저희와의 접점이 크게 없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기 시작했는데요. (전원 웃음) 음원 플랫폼에는 힙합/랩으로 분류되는 걸 선택하셨지만, 만약 하이퍼팝이 선택지에 있었다면, 하이퍼팝을 선택하셨을 것 같아서요.
L: 그래도 저희의 활동 무대가 힙합 씬이라고 생각하긴 해요. (웃음)
Y: 아마 하이퍼팝과 힙합/랩을 함께 표시했을 것 같아요. 랩 벌스도 분명히 있으니까요.
LE: 야온 님은 뚜렷한 음색을 보유하고 계심에도, 본작에서는 사운드에 섞이는 듯한 보컬을 시도하셨는데요. [ISEKAI POP: SAVE THE WORLD]는 릴 커비 님의 스타일이 조금 더 대두된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을까요?
Y: 전체적인 사운드 디렉팅은 커비 형이 한 게 맞아요. 저로서는 하이퍼팝을 처음으로 시도하는 거기도 했고요. 의도적으로‘보컬 퍼포먼스를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임했던 건 아니고, 모니터링하면서 알맞은 톤을 찾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이렇게 만들어진 것 같아요.
L: 앞으로도 같이 나올 작업물들이 있는데, 그중에는 야온이의 스타일이 주가 되는 곡들도 있어요. 조금 더 가창력이 두드러지고, 내지르는 부분도 있고요.
https://youtu.be/rDiYidkWG3w
LE: 확실히, 야온 님의 보컬이 돋보인 “소리쳐줘” 같은 트랙이 이번 앨범에 수록되었어도 그림이 괜찮았을 것 같더라고요.
Y: “소리쳐줘”와 비슷한 색을 지닌 트랙들이 꽤 쌓여 있어요. 조만간 들려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LE: 다음 앨범을 벌써 준비 중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네요.) 그렇죠.
L: 그 트랙들이 저희 앨범을 거의 완성했을 때 만들어졌거든요. 말씀하신 대로 곡을 듣고 나니까, 다음 합작 앨범에는 이런 스타일의 곡들도 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LE: 본작은 애니메이션, CD 게임 등 서브컬처적 요소를 녹여낸 프로젝트로 소개되고 있어요. 두 분의 음악적 세계관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콘텐츠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L: 저는 이걸 말하면 한국 사람들이 막 달려들지 않을까 고민을 했는데, 부정할 수 없이 <언더테일>이라는 게임이에요. 저는 그렇게 한국에서 팬덤이 극성인 줄도 몰랐고, 미국에서 처음 접했었는데요. 그 안에 담긴 스토리, 음악 같은 요소들이 저한테 큰 영향을 준 것 같아요.
또, <마크로스>라는 일본 애니메이션 시리즈가 있어요. 사실 “Kyra!”에서 가리키는 여성도 <마크로스> 시리즈의 여주인공이고요. 실제로 진짜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에 대해 가사를 쓰다 보니까, 한 15분 만에 완성되더라고요. (LE: 커비 이야기는 안 하셔도 되는 건가요...?) 커비는... <대난투 스매시 브라더스> 시리즈를 할 때만큼은 정말 좋아하고요. (전원 웃음) 음악적으로는 큰 상관이 없는 걸 부정할 수 없네요.
Y: 저도 애니메이션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요. <슈타인즈 게이트>라는 애니메이션/게임 시리즈와, <그날 본 꽃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라는 애니메이션이 있어요. 제가 랩 위주로 음악을 할 때는 감성이 철저히 배제된 음악을 했었는데요. 이 애니메이션들을 보고, 이후 J-팝을 접하게 되면서 음악 안에 제 감정을 담아 보기 시작한 것 같아요.
LE: ‘이세카이 팝’의 감성이 확실히 묻어나는 커버 아트 역시 눈에 띄는데요. 팀에 합류하신 일러스트레이터 홍라(hongla) 님이 완성하신 거로 알고 있는데, 작업 과정이 궁금했어요.
Y: 사실 지금 보고 계시는 커버 아트가 두 번째 버전인데요. 처음에는 문신웅이라는 분께 연락을 드린 뒤에 다 완성을 했는데, 며칠 뒤에 바밍 타이거(Balming Tiger)의 더블 싱글이 너무 비슷한 커버 아트와 함께 발매되더라고요.
L: 너무 비슷해서... (웃음) 그래서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Y: 저희가 구도 같은 디렉션을 너무 추상적으로 드린 게 문제였죠. 너무 잘 그려 주셨는데. 아무튼 그래서 구상을 뒤엎게 됐고, 필요한 작화가 달라지게 돼버려서 온갖 소셜 미디어를 뒤져가며 새로운 일러스트레이터를 수소문하기 시작했죠.
L: 앨범이 발매되기 3주 전까지도 아무런 준비가 안 된 상태였어요.
Y: ‘큰일났다’ 싶어서 계속 찾다가, 너무 잘 맞을 것 같은 분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그게 홍라 님이었죠. 바로 연락을 드렸고 추가적으로 인디고 에이드(IndEgo Aid)란 친구에게 디자인 디렉팅까지 받아서 발매 일주일 전에 겨우 작업을 마쳤는데, 너무 (커버 아트가) 잘 나왔어요. 심지어 앨범의 발매 이후에, 이 분에게 더 많은 요청이 들어올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더라고요. 결국엔 아예 팀으로 함께하자는 제안까지 하게 됐어요.
LE: 조금 전에 간단하게 답변을 듣긴 했는데요. 두 분은 결국엔 국내 힙합 씬을 주 무대로 생각하고 활동하시는 건가요?
Y: 그럼요. 저희의 주 무대는 국내 힙합 씬인데, 다만 그 안에 국한된 게 아닐 뿐이라고 생각해요. 커비 형은 국외 하이퍼팝 씬을 노리고 있기도 하고, 저 역시 나중에 록에 가까운 음악을 선보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L: 저희가 힙합 아티스트가 아닌 아티스트들에게 영감을 받았다고 계속 이야기하는 이유는, 감성을 가장 중요시하는 음악을 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음악적 구조만 놓고 보면,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장르는 힙합이 맞아요.
Y: 맞아요. 기본적인 구성, 드럼도 그렇고요. 물론 모두 생각하는 정의가 다르기 때문에 누군가에겐 저희가 힙합이 아닐 수 있겠지만요.
LE: 비슷한 사운드를 시도하는 다른 국내 뮤지션들과도 활발하게 소통하거나 협업하는 편인가요?
L: 네. 저는 얼마 전에 실제로 만난 친구들도 있는데, 다 좋은 친구들이에요. 어젠 칠라우드(chilloud)라는 친구랑 통화를 5시간 정도 한 것 같아요.
Y: 저도 예스 주니어 24랑은 1~2년 정도 알고 지낸 사이이기도 하고요. 사실 그 친구 이름을 제가 지어줬어요 (웃음)
L: 사실 다른 국내 하이퍼팝 뮤지션들과는 제대로 준비해서 협업물을 내고 싶어요. 아예 팀끼리 뭉쳐보는 거죠. 크게.
https://youtu.be/KKlH-4xAMYI
LE: 하이퍼팝은 아직까지는 언더그라운드의 한 흐름으로 여겨지고 있는데요. 릴 커비, 야온 님의 음악적 스타일이 언젠가는 메인스트림으로 여겨지게 될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L: 장르 특성 상 조금 힘들 것 같긴 해요. 다만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그림이 있다면, 저희가 하는 음악이 꾸준히 팬층을 늘리고 어느 정도의 수요를 보장받게 되는 거죠. 그 정도만 되더라도 메이저 씬이 크게 부럽지 않을 거라 생각해요. 사실 퓨처리스틱 스웨버(Futuristic Swaver) 님이 그렇잖아요. 트랩이 아예 비주류일 때부터 시작해서, 이제는 남 부럽지 않은 팬층을 보유하고 계시고요.
Y: 어렵겠지만, 계속해서 발전하고, 입지를 키운다면 차트에 몇 곡 정도는 올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LE: 하이퍼팝에 먼 훗날까지도 지속할 수 있는 생명력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L: 씬 전체가 의지할 수 있는 핵심적인 인물들만 계속 존재한다면, 충분히 그렇다고 생각해요.
Y: 듣는 이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의 문제도 있지만, 이끄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따라오는 사람들이 있는 거니까요. 저희가 계속 연구하고, 어떻게 발전시키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 같아요.
L: 또, 사람들이 점점 새로운 사운드를 찾고 있어요. 게다가 아까 말씀 드렸듯이, 하이퍼팝은 엄청나게 다양한 하위 사운드들을 품고 있거든요. 맨 위에는 릴 우지 버트가 있을 거고, 찰리 XCX(Charli XCX), 100 겍스, 드레인 갱, 이렇게 뻗어나가잖아요. 한 명이 없어진다고 해서 씬이 완전히 무너질 것 같진 않아요.
Y: 또, 내용이 아닌 사운드로서 분류되는 장르이다 보니까 다룰 수 있는 주제가 되게 많아요. 그러다 보니 타 장르에서의 유입도 가능할 거고, 결국에는 지속 가능한 반열에 오를 거라는 믿음이 있어요.
LE: 언젠가는 시대/취향 등의 변화에 따라 두 분의 음악 스타일이 급진적으로 변화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계시는지도 궁금해요.
L: 네. 저는 대중가요도 시도하고 싶고, 아예 더 힙합스러운 음악을 할 의지가 있기도 해요.
Y: 저도 여러 번 스타일을 바꿔왔고, 좋아하는 장르도 많다 보니까. 제 능력이 따라 준다면 최대한 다양한 음악을 시도하고 싶어요.
Next Chapter: Lil Kirby & Yaon
“다른 뮤지션들과도 함께 제대로 준비해보고 싶어요.”
LE: 아직 두 분의 음악을 못 들어본 유저에게 자신들의 음악을 추천할 수 있다면, 어떤 곡들을 추천해주고 싶으신가요?
Y: 우선은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 “이 세계가 게임이란 사실은 나만이 알고있다”를 추천하면 될 것 같아요. 사운드를 봐도, 주제를 봐도 저희가 의도했던 테마가 그대로 담겼거든요.
L: 개인 작업물로는 제 사운드클라우드 계정에 있는 “raccoon city”라는 트랙, 정식 발매된 “ㅠㅠ”를 추천해요. 특히 “ㅠㅠ”는 한국어로만 가사를 쓴 곡인데, 제가 한국어로만 가사를 쓰다 보면 한국사람 님 같은 바이브가 나오더라고요.
Y: 전 예리(Yeri)와 함께한 “Arcade +_+”를 추천해요. 하이퍼팝을 본격적으로 시도하기 직전의 사운드가 담긴 곡이에요. 커비 형과 같이한 “topoki”도 추천하고 싶은데, 재밌게 들으실 거라고 생각해요.
LE: 본인 외에, 또 많은 리스너들이 들어줬으면 하는 아티스트가 있을까요?
L: 저는 릴 유와 이세카이 팝 소속의 벤 야찌(BEN YAXVY)를 추천합니다. 릴 유는 이미 해외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을 정도로 음악을 잘 하는 뮤지션이고요. 벤 야찌는 같이 작업을 할 때마다 깜짝 깜짝 놀라는 친구에요.
Y: 저는 이세카이 팝 소속의 주(JOo)를 추천하고 싶어요. 플레이보이 카티(Playboi Carti) 같은 멈블 랩을 하는 여성 래퍼인데, 그루브를 타고난 것 같아요. 또 한 명 추천할 수 있다면 제이 킴(Jay Kim)을 추천하는데요. 제가 가창력을 굉장히 중요시하는데, 제 취향과 기준에서 비판할 여지가 없는 창법을 구사하거든요. 여러 사운드를 시도하시는 분이라 분명 좋아하실 것 같아요.
LE: 언젠가는 꼭 같이 작업해보고 싶은 아티스트가 있을까요?
L: 저는 릴 소다 보이였는데, 이미 작업 중에 있습니다.
Y: 저는 가장 많이 듣고 있고, 음악적으로도 많이 참고한 마후마후 님과 함께 작업해 보고 싶어요. 국내에서는 체리필터 분들과 곡 작업이 아니라도, 꼭 한 번 만나뵙고 싶네요.
LE: 남은 2021년의 계획도 궁금해요.
L: 우선 타이틀곡의 뮤직비디오를 준비하고 있고요. 가능하다면 새 프로젝트도 2021년이 가기 전에 공개하고 싶어요.
Y: 정식 발매로는 한 장 정도 더 발매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 외에도 사운드클라우드, 유튜브 등을 통해 활발하게 활동할 예정입니다.
LE: 릴 커비, 야온을 정의할 수 있는 키워드가 있다면? 자신들을 한 문장으로 정의하자면 어떤 문장이 어울릴까요?
L & Y: ISEKAI POP.
LE: 지금으로부터 5년 뒤의 자신에게, 2021년 5월의 두 분이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요?
Y: 만들어둔 곡 좀 있으면 보내줘.
L: 음악 계속 하고 있으면 좋을 것 같아.
LE: 마지막으로, 힙합엘이 유저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릴게요.
Y: 익숙하지 않은 장르의 사람들일 수도 있고, 낯설으셨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L: 더 많은 분과 소통하고 싶어요. 앞으로도 좋은 음악 많이 들려드릴게요.
Y: 또, 작년부터 저희를 꾸준히 지켜봐 주시고 언급해 주셨던 유저 분들께도 정말 감사드려요. 정말 큰 힘이 됐거든요.
LE: 오늘 인터뷰 고생하셨습니다.
Editor
snobbi
LOVE
이제 막 앨범 듣고 있는데 너무 좋네요ㄷㄷㄷ
진짜 요즘은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이 나오네요
Aoi alert 진짜 띵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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