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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시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 - 원썬

title: [회원구입불가]HiphopLE2011.08.19 04:13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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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 from 원썬(Onesun)

 

‘푸른굴 양식장’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음감회장 및 라이브 공연장에서 이어진 마스터플랜(Master Plan)은 98년부터 본격적인 힙합 라이브를 시작함으로써 한국 언더힙합의 기틀을 마련하고 현재 활동하고 있는 대표적인 힙합 스타들이 한번쯤은 거쳐 간 한국힙합의 대표적인 근원지의 하나였다.

 

인터넷 인프라가 구축되기 전인 90년대 중, 후반 통신동호회를 통해 결성된 여러 흑인음악 동호회에서 한국말로 랩을 시작한 랩퍼들이 우후죽순으로 활동하다가 결국 하나로 모인 곳 역시 마스터플랜이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랩퍼들의 상당수가 당시 마스터플랜에서 ‘관객’역할을 하고 있었으니, 한국 힙합의 기틀을 마련한 곳이 엠피였음을 누구도 부정하지 못하리라. 심지어 국내 최대의 힙합 사이트 ‘힙합플레이야’의 사장도 무대 밑에서 우리를 응원해 주었다. 나는 그 엠피라는 두 글자에 오랜 기억과 추억, 나름 지켜야할 의리가 있었기에 엠피에 끝까지 남았던 마지막 랩퍼였다.

 

활동을 시작한지 수년이 안 된 랩퍼들은 운 좋게도 한국힙합을 듣고 꿈과 실력을 쌓아왔는지 모르지만 나와 시작을 같이한 이들은 미국 본토힙합이 가장 좋은 레퍼런스였으며, 랩스킬이나 메시지와 함께 힙합이 가지고 있는 음악적인 요소와 특유의 정서에 빠져 힙합의 오리지널리티를 ‘복제’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물론 근원이 되는 요소이니 지금까지도 이러한 ‘복제’는 유효하다. 다만 10년 이상 힙합음악에 몸담고 우리나라 대중들과 정서를 경험해본 결과 이제야 그 유효성이 예전보다 배가 됐음을 실감한다.

 

현재 한국의 음악시장은 과도기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 음반으로 대변되던 소비시장이 디지털매체의 발달로 5메가짜리 mp3파일판매로 대체되어 뮤지션들도 LP(full-album) 제작과 발매를 기피하고 있고, 소비자들도 mp3파일을 구하는데 있어 구매보단 어둠의 경로를 택하고 있다. 단적인 예를 들어 내 경우, 싱글음반, EP, 디지털 싱글 하나, LP(full-album) 두 장, 각종 컴필과 영화음악 등 참여 음반이 이십 여장을 넘기는데, 아무리 히트곡이 없다고는 해도 한 달에 벌어들이는 저작권료가 10만 원 정도다. 대부분의 곡에서 작사, 작, 편곡을 했으니 그나마 이 정도일 것이다. 더군다나 앨범 판매도 많지 않았으니, 앨범 판매 수익금도 저작권료와 비슷하게 몇 번 받은 적 있는 걸로 기억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음악을 계속하기 위해서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다. 중학교 시절부터 조간 신문을 돌리며 살아왔지만 음악을 하게 되면서 외국어 과외부터 학원강사, 건축 현장 시멘트 조합 및 노동, 대리운전 등 수많은 일터를 전전하며 살았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은 단순히 '인기 없는 언더랩퍼 원썬'만의 경우가 아닐 것이다.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비주류 음악을 하는 대부분의 뮤지션들이 나와 사정이 비슷할 것으로 사료된다. 또한 수많은 뮤지션 동료들이 현실의 무게에 대한 압박으로 창작활동을 그만두는 것을 너무나 많이 보아 왔다. 현재 음반 발매와 활동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뮤지션들의 기를 꺾는 결과를 낳을지 모르지만, 후배들에게 더욱 각오를 다지고 꿋꿋하게 걷기를 종용할 때 얘기해주곤 하는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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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현 상황에 대한 해결책은 없는 것인가. 물론 시간이 해결해 주긴 한다.


부족한 관련법의 보수와 적용, 생산자들에게 불리한 소득 분배 체계의 조정 등에 대한 건의가 현재에도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고 멀지 않은 시간 내에 체계화될 것이다.  지금이 비단 생산자들에게만 불리한 때는 아니다. 소비자들도 검증되지 않은 뮤지션들의 난립과 과정 없이 결과로만 마주하게 되는 음악들에 객관적 판단을 하기 어려워지고, 소리로 즐거움을 주는 음악에 종합예술적인 즐거움을 같이 주는 것들에만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이는 트렌드라는 이름으로 합리화되지만, 여러 음악 장르에 깊이 있는 매니아들이 점점 사라져가는 현 상황에 대한 변명이 되진 못한다.

 

올해 초 작지 않은 사고를 당해 몸을 추스르면서 생각할 시간이 많았다. 많은 생각을 했지만 결과적으로얘기하자면 ‘지금 이 씬에 필요한 일을 해보자.’ 였다.  제작과 발표는 그렇다 치지만 발붙일 바닥이 없어진 지금, 과연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씬이 존재한다고 말 할 수 있는가. 초등학생일 때부터 봐온 도끼(Dok2)를 한국 힙합의 미래라고 평가했던 나 같은 형들이 과연 그와 같은 녀석들을 위해 한 일이 뭐가 있는가. 굳이 없어도 잘 해나가고 있지만 말이다.  나 같은 녀석들의 시작과 과정을 함께할 수 있었던 그 ‘바닥’이 다시 필요할 때라고 절실히 느꼈다. 그 ‘바닥’은 듣는 이와 하는 이를 하나로 엮고, 얄팍한 컴퓨터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소리 이상의 감동을 전해주며, 땀 한 방울도 공유할 수 있고, 하는 이들에게는 끊임없는 모티베이션의 역할을 한다. 바로 라이브다.

 

현 힙합 공연은 힘이 있는 뮤지션들이 공연장을 대관하여 콘서트 형식으로 진행하거나 한두 달에 한 번씩 있는 기획 공연이 전부다. 우리의 ‘바닥’이라고 하기엔 조금 거리감이 있다. 마스터플랜에는 우리가 아는 수많은 랩퍼들의 공연 이외에 현도(D.O)형님이 와 계셨고, 드렁큰 타이거(Drunekn Tiger)가 우리의 공연을 보고 손을 흔들어줬으며, 진표 형님의 발걸음도 있었다. 해외 유명 뮤지션들의 공연장 및 쇼케이스 장소로 우리와 함께 했으며 자타공인 한국 언더 힙합의 ‘바닥’이었다. 물론 그 ‘바닥’이 처음부터 제 역할을 한 것은 아니다. 관객석에 있는 7명을 위해 공연을 진행했던 적도 있고, 그 좁은 공간에 들어오지 못한 수백 명이 밖에서 귀를 기울이고 라이브를 들은 적도 있다. 그야말로 바닥 맛부터 하늘을 나는 맛까지 전부 보여줬던 곳이다.

 

시작은 일주일에 한번이다. 기존의 뮤지션들에게는 관중과 끊임없이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될 것이며, 신인들에게는 등용문이 될 것이고 관객들에게는 음악 생활로 다가올 것이다.  다행히도 이러한 뜻을 전달받은 여러 뮤지션들이 함께 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고마운 일이다. 우리의 바닥, 다시 빛내리라는 의지를 표명하고자 ‘Shining Ground'라는 이름을 지었다. 누구도 실망하지 않을만한 빛을 바닥으로부터 비추어보리라.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변한다 해도 ‘음악’의 본질은 사람이 내는 소리를 귀로 즐기는 즐거움 아니겠는가. 이 작은 움직임이 그 즐거움을 되찾는데 일조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 | 원썬(onesun111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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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 8.21 18:13

    히맨님이 트위터에서 했던 말대로 이런 얘기들은 언제나 재밌습니다ㅋ 자신의 이야기 직접 들려주는 것만큼 실감(?)나는 것도 없으니까.. 샤이닝 그라운드라는게 찾아보니까 매주?하는 거 같던데 진짜 언제 기회되면 꼭 가봐야겠어요 글 잘 읽었습니다

  • 8.23 01:02

    흥미진진하네요 이런 얘기 좋음요!

  • 8.28 04:51

    이런 공연을 하고 계셨군요 근황이 궁금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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