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도있는 질문을 던지지만, 그 질문의 뼈대는 미약하다.
https://youtu.be/XqKCrcQmV88?si=krC8yWyhlqgrDrmJ
PremRock은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래퍼이다. 미국 언더그라운드 힙합 씬에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색채를 구축해 온 아티스트로, 문학적이고 실험적인 가사로 사회적 문제와 철학적 주제를 깊이 있게 탐구해 왔다. Armand Hammer (E L U C I D & billy woods), Open Mike Eagle, Quelle Chris 등의 다양한 언더 씬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을 통해 씬에 많은 발자취를 남기고 있는 아티스트다. 또, ShrapKnel의 멤버로서 <Nobody Planning to Leave>, <ShrapKnel> 같은 준수한 앨범들을 발매하기도 했다. 오늘날 언더그라운드 힙합 씬의 소중한 아티스트로 자리 잡고 있는 그는 4년만에 <Did You Enjoy Your Time Here…?>이라는 눈길 가는 작품을 가져왔다.
PremRock은 본작에서도 역시나 많은 소재들을 곱씹고, 언어화하고, 질문으로 승화시킨다. 그는 우리를 그의 거시적인 시야로 초대한다 — 그의 삶을 잠시 머물다 가는 시야. 그의 시야 속에서 그는 정서적으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다. 울부짖지도 않고, 감정에 잠기지도 않는다. PremRock은 슬픔도 기쁨도 냉정하게 그저 관찰할 뿐이요, 감정을 구걸하지 않는다. 이러한 태도는 앨범 전체를 통해 일관되게 유지된다. 이 탈감각의 음악에서 우리는 색다른 경험을 받아들인다.
필자가 앨범 트랙리스트를 보고 놀란 점이 있다. 피쳐링진이 어마어마하게 많다는 것. 그리고 앨범을 다 듣고나서 두 번째로 놀란 것은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그의 거창한 시야에 약간의 도움을 줄 뿐, 그의 시야를 가리거나 다른 형상을 내보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베테랑 래퍼 E L U C I D가 참여한 "A Good Man Is Hard To Find", Pink Siifu의 존재감이 짙게 드러나는 "Steal Wool"을 비롯한 여러 트랙들에서 PremRock은 자신의 목소리를 확고히하며 피쳐링진들의 색깔을 희석시킨다.
문제점은 앨범의 메인 아티스트가 자신에게 향하는 청자의 집중력을 잃지 않고 유지하는 것은 좋은 점이기도 하지만, 본작에서는 동시에 지루함의 요소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billy woods, E L U C I D, Pink Siifu 등 어마어마하게 많은 아티스트들이 앨범에 참여했지만, 별로 기억에 남는 건 없다. 차라리 피쳐링진들을 줄이고 자신이 작정하고 앨범을 이끌어가거나 피쳐링진들의 모습을 더 돋보이게 했다면 어떨까하는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사운드 면에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다양한 프로듀서들이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앨범의 전체적인 질감이 너무 균질하다. 이는 통일감으로 해석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말하면 자기복제식이고, 부족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청취자의 감정을 흔드는 구간 없이, 무기력하게 흐르는 전개는 앨범 중반 이후 뚜렷한 피로감을 안긴다. 게다가 PremRock의 랩이 플로우나 스킬보다는 가사에 치중된 형태이다보니 지루함이 매우 증폭된다.
언어는 아름답지만 방향을 잃었고, 사운드는 정교하지만 역동성을 잃었다. PremRock은 여전히 유능한 시인이다. 허나 본작은 그의 질문만 존재할 뿐, 음악과 앨범으로서의 작품성은 참으로 불분명하다. 시적 언어의 정교함은 음악의 거리감으로 변모하고, 그 거리는 결국 청자와의 단절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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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5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항상 잘 읽고있습니다
고맙습니다
항상 최애곡을 본문 위에 넣으시는건가요?
최애곡은 아니고 글 보면서 같이 들으면 좋겠다 싶은 곡이에요 :)
고맙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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