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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년] Denzel Curry - Melt My Eyez See Your Future

title: SCARING THE HOESGunzNButter8시간 전조회 수 525추천수 14댓글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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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lt My Eyez See Your Future (2022)

장르 : 컨셔스 힙합, 재즈 랩, 트랩, 붐뱁









" 지옥과도 같은 현실은 그의 눈을 짓이겼지만, 끝나지 않을것만 같던 고통은 마침내 그를 미래로 인도하였다. "


이 앨범에 대한 한줄평을 이야기하라면, 필자는 이렇게 답할 것이다.


Melt My Eyez See Your Future (이하 MMESYF) 는 덴젤 커리의 디스코그래피 내에서 가장 개인적인 이슈들과 자전적 이야기들, 그리고 사회비판적인 메시지를 담고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2집 Imperial의 후반부에서 보여준 인생사에 대한 진중함을 지닌 젊은시절 그의 모습, 3집 TA13OO에서 나타난 사회비판적인 그의 모습과 내면의 어두움을 다룬 이야기들은 MMESYF에 접어들며 한층 더 심도깊은 모습을 보이게 된다.


작품은 덴젤이 힙합 아티스트로서 살아오며 자신이 대상화한 여성들과 약자들에 대한 죄책감과 후회, 어린시절의 잊을 수 없는 끔찍한 성추행의 기억, 그리고 삶을 바라보던 자신의 시각에 대한 성찰과 자각이 한데 어우러져 나타난 트랙, ' Melt Session #1 ' 에서 시작된다.


로버트 글래스퍼의 차갑고 공허한 재즈 사운드, 그리고 묵직하게 울려퍼지는 드럼 비트 위에서 덴젤은 자신을 옭아매어 오던 정신적인 고통들과 고뇌를 거침없이 쏟아낸다. 그가 전하는 메시지들은 결코 가볍지 않지만, 그의 목소리는 온갖 전쟁터에서 끔찍한 일들을 보고, 또 겪었음에도 끝끝내 살아남은 퇴역 군인의 넋두리와도 같이 차분하고 담담하다. 내면에 자리한 괴로움을 다시금 꺼내어 이야기하는 그의 모습은 모든것을 잃고 체념한 이의 모습, 또는 기나긴 고행을 끝내고 진리를 깨달은 이의 모습처럼 보인다. 대체 그에게 어떤 일들이 있었고, 어떤 것들을 마주하였길래 이러한 모습을 보이게 된 걸까? 여러번의 감상을 거치게 된 결과, 필자는 이 작품이 지니는 정체성을 알고 나서야 덴젤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의 모습을 파악하게 되었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필자는 이 앨범을 '자서전의 음악적 형상화' 라고 느꼈다.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이 앨범은 덴젤이 자신의 짧은 삶을 되돌아보며 느끼고 깨달은 것들을 청자들에게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일종의 매개체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 작품의 인트로 트랙이 위와 같은 형태를 띠는 건 이러한 목적성에서 기인하게 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앨범을 통해 길었던 자신의 이야기들을 풀어나가기 전, 덴젤은 Melt Session #1을 통해 변화한 자신의 모습과 깨달음을 전달함으로서 청자들이 이후 진행되는 메시지에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구성은 듣는이로 하여금 이야기를 더 깊이있게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을 주는 모습을 보인다.


언제까지 구성 이야기만 할 수는 없으니, 지금부터는 작품이 지니는 메시지에 대하여 더 심도있게 다루어보고자 한다. 첫 문단에서 이야기 하였듯이, MMESYF는 덴젤의 앨범들 중 가장 자전적인 성격을 띠는 작품이다. 그의 이전작들이 사회비판적 메시지나 자전적 이야기들을 아예 담지않았다는 것은 아니지만, MMESYF에서는 덴젤의 정신적 성찰과 깨달음이 작품을 진행하는 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작품의 초반부에서는 빈민가의 가혹한 환경, 빈민들의 위험하고 끔찍한 삶과 같은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매일매일이 죽음과의 대면과도 같다 이야기하는 'The Last'의 가사나,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살아가며 순수한 영혼의 보존만을 소망하는 'Worst Comes To Worst'의 가사에서 이러한 성격이 잘 나타나고, 덴젤이 살아온 삶에서 나타난 '현실적인 고통'이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이러한 메시지는 곧바로 이어지는 트랙 'Mental'에 접어들며 서서히 '내면의 고통'으로 전환되는 모습을 보인다. 부와 명예를 얻었음에도 돈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정신적인 고통, 그리고 스스로 성공했다고 느꼈음에도 여전히 완벽하게 느껴지지 않은 자신의 삶. 물리적으로는 해결할수 없는, 이러한 고통들을 겪어가는 덴젤의 모습은 점차 입체적인 형태를 보여가며, 작품의 후반부에 들어서 마침내 깨달음의 영역에 도달한다.


다만, 이 깨달음은 완전한 깨달음, 즉 '결함없는 완벽한 존재로서의 재탄생' 의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마지막 트랙 'The Ills' 의 가사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기나긴 고뇌와 성찰의 길을 지나온 덴젤은 마침내 그를 옭아매어 오던 현실에서 해방된 모습을 보이지만, 동시에 여전히 완벽한 정답에 도달한 모습을 보이지는 않는다. 그의 내면 속에는 여전히 악마들이 숨어있고, 고통은 미미하게나마 그의 정신을 괴롭히고 있다. 자신의 메시지를 끝까지 들어준 이들에게 깨달음을 전해주고 싶지만, 덴젤의 말은 쉽게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였던 것이다.


" Forgive me, for all I've done cause I be barely prayin' "

" 내가 저지른 모든것에 대한 용서를 구할게, 간신히라도 기도하고 있으니. "


작품 내에서 덴젤이 전하는 마지막 메시지이다. 듣는이들에게 전하는 마지막 사과이자, 자신 스스로에게 전하는 변화의 시작으로서, 이 가사가 지니는 의미는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비록 덴젤이 현재는 과거의 과오를 반성하고 있고, 과거 그가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다른 이들의 고통을 헤아리고 있다지만, 그가 오래전 저질렀던 잘못은 결코 씻어낼수 없는 얼룩과도 같은 것이다. 아무리 그가 깨달음의 길을 거쳐왔다고 해도, 다른 이들에게는 보일수 밖에 없는 어두운 이면은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다. 다만, 덴젤은 MMESYF에서 이러한 이면을 숨기려고 애쓰지 않는다. 과거 그의 미성숙했던 모습을 되돌아보며, 덴젤은 다른 이들이 자신과 같은 고통의 길을 겪지 않도록 자신의 깨달음을 전파하는 모습을 보인다. 작품 내에서 나타났듯이, 현재의 덴젤은 과거 고통과 얼룩에 휩싸여 살아가던 그가 아닌 'Purest form of Zeltron' , 즉 가장 순수한 내면상태를 지닌 이로서 다른 이들의 깨달음을 위해 기도하는 인도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이로서 재탄생하게 된 것이다.


덴젤 커리는 완벽하게 순수한 존재로서 거듭난 것은 아니다. 이전에 이야기했듯이 그의 어두운 이면은 여전히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고, 부끄러웠던 그의 과거 역시 완전히 지워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내면속의 고통을 잠재우고 평정을 되찾게 된 이로서 덴젤이 전하는 메시지는 결코 어떤 얼룩으로도 더럽혀지지 않았다. 모든 이들이 고통을 극복하고 행복을 되찾기를 소망하는 데에서 비롯된, MMESYF라는 작품을 통해 덴젤이 전하는 이야기는, 순수한 그의 마음에서 비롯된 희망의 메시지로서 영원히 남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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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1
  • title: SCARING THE HOESGunzNButter글쓴이
    8시간 전

    3주년 지난지 꽤 되긴했지만 뒷북으로 올립니다

     

    1시간동안 급하게쓴거라 글이 좀 난잡한점 양해 부탁드려요

  • 8시간 전

    명반

  • title: SCARING THE HOESGunzNButter글쓴이
    8시간 전
    @BrentFaiyaz

    명반이죠

  • 8시간 전

    선추 안감상

  • title: SCARING THE HOESGunzNButter글쓴이
    1 8시간 전
    @국힙원탑손심바

    감상을해야지

  • 애정어린 글 잘 봤습니다

  • title: SCARING THE HOESGunzNButter글쓴이
    8시간 전
    @HaveㅣAㅣnICEㅣLife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8시간 전

    덴젤 들을수록 톤이 취향이 아닌거 같아서 아쉽네...

  • title: SCARING THE HOESGunzNButter글쓴이
    7시간 전
    @파란해린

    톤만 좋아하시면 진짜 좋게 들으실텐데 아쉽네요

  • 오늘 저녁은 카레야

  • title: SCARING THE HOESGunzNButter글쓴이
    7시간 전
    @돈없는길치
  • 7시간 전

    선추후감

  • title: SCARING THE HOESGunzNButter글쓴이
    7시간 전
    @에미넴앨범

    감사합니다

  • 정말 잘봤습니다

    "다만, 이 깨달음은 완전한 깨달음, 즉 '결함없는 완벽한 존재로서의 재탄생' 의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요 문단이 상당히 인상 깊네요

     

  • title: SCARING THE HOESGunzNButter글쓴이
    5시간 전
    @히오스는니얼굴이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문단은 제가 MMESYF를 여러번 곱씹어서 들어보며 느끼게 된 메시지를 적어본 부분인데, 인상깊게 읽으셨다니 다행이네요

  • @GunzNButter

    필자님의 느낀 점이 곧이곧대로 느껴지는 문단이고 글이여서 참 좋습니다

  • title: SCARING THE HOESGunzNButter글쓴이
    4시간 전
    @히오스는니얼굴이다

    좋은말씀 감사합니다,,

    항상 좋은글 써주시는 분께 이런소리 들으니 괜히 좋기도하네요

  • 4시간 전

    끝끝내 살아남은 퇴역 군인의 넋두리와 같이 차분하고 담담하다는 표현 되게 공감 가네요.. 사실 덴젤은 이 앨범보단 타부를 더 애정하는 편인데 글을 읽고 나니까 흥미가 생기는 것 같아요 조만간 다시 들어볼 생각입니다 좋은 글 감사드려요 ㅎㅎ

  • title: SCARING THE HOESGunzNButter글쓴이
    4시간 전
    @파이온세이블

    저도 원래 타부를 가장 애정했었는데 요즘은 MMESYF를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이 작품이 지니는 메시지가 제게 더 와닿았기도 했지만, 덴젤의 정신적인 고뇌와 성찰이 가장 잘 드러나는 것 같아서 제 뇌리에 더 강렬하게 남은것 같기도 하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3시간 전

    커하라고생각해

  • title: SCARING THE HOESGunzNButter글쓴이
    3시간 전
    @브라이언이노

    담백한팩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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