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검색

리뷰

[리뷰] DANGERDOOM - The Mouse & the Mask

title: Jane Remover예리14시간 전조회 수 160추천수 5댓글 1

해당 리뷰는 블랙뮤직 매거진 Hausofmatters 홈페이지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https://hausofmatters.com/magazine/w-hom/




IMG_5066.jpeg


DANGERDOOM - The Mouse & the Mask




MF DOOM. 유치찬란한 말장난이 그를 위대하게 만들었다. 시덥잖은 가십거리. 그럭저럭한 서스펜스. 나쁜 놈의 나쁜 짓은 전형적인 구닥다리 초식이지만, 그 어정쩡한 모습에 몰입하면 악행은 본질이 아님을 이해한다.


그는 거리의 시 따위에 관심이 없다. 옮겨 말하자면 안티 히어로 소설이다. 늙은 푼수떼기와 젊은 눈요깃거리, 성적인 농담 따먹기는 물론, 식료품점 동전 털이범이나 주유소 화장실 폭파범 수준의 주인공인 과대망상가는 도넛으로 배를 채우는 보안관 행세를 하며 줄거리 곳곳을 배회한다.


제법 영화적인 시각 표현이 제공되지만 철가면을 쓴 배불뚝이 아저씨의 나즈막한 중얼거림일 뿐이다. 극의 끝물 "Vats of Urine"에 이르러 오줌통 이야기로 지면 하나를 할애하지만, 조금도 쭈뼛거리지 않고 주정을 부리는 모습을 보면 잇새 밖으로 튀어나오는 헛웃음을 뺏기기 마련이다.


자질구레한 만화영화는 대형 스크린에 내걸릴 영웅담이 아니다. <Perfect Hair Forever>, <Futurama> 그리고 러닝타임 내내 등장하는 <Aqua Teen Hunger Force>까지. 종종 모습을 비추는 등장인물 Meatwad와 Master Shake는 유치원생도 꺼려할 덜떨어진 말들을 줄줄 늘어놓는데, DOOM과 소통하는 모든 연출은 위대함 따위 개나 줘버린 이 유희들에 과도하게 몰입하지 말라는 듯 뒤도 돌아보지 않는다. 메시지 따위야 유년기를 살아온 양갈래 머리 텔레비전의 시시덕거림에 묶어두며, 오직 재미가 아니라면 이 이야기는 존재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누구도 DOOM이 왜 악당이 되었는가 궁금해하지 않는다. 어떤 참신한 표현과 비유가 머저리들을 업신여기는지. 광기 어린 문장 구현과 실없는 농담 따먹기에서 어떠한 액션 씬이 터져나오는지. 그저 바라볼 뿐이다. MF DOOM식 악당주의는 그 폭력을 감별하며 시작한다. 그러니 그의 폭력은 고결하다.


설립과 분열을 연잇는 양상엔 기업가적 전문성이 드러나고, 힙합에 정신과 문화를 논하는 절치부심마저 알량한 놀음거리로 치부하는 모습엔 절대적인 악당이란 이름처럼 지리멸렬한 조롱이 보인다. 정교한 운율을 점철하며 내세운 뻔뻔한 개츠비적 공세는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가치관을 타협하는 악당이란 월급쟁이거나 또다른 악당의 사이드킥일 뿐이다.’ 이젠 이해할 수 있다. 그가 스스로를 악당으로 부르는 이유는 힙합의 영토에서 누구보다도 변절적인 매카시즘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Unknown.jpeg






스핀오프. 이야기는 부질없고, 전대미문의 악당은 뻔하다 못해 저능하다. 말 몇 마디로 발파 장치를 꺼트리거나 내연 기관을 터뜨리는 모양새. 무력하게 무지렁이들의 이름을 되뇌이는 노랫말. 멍청한 마스크. 마리화나. 감옥에 가두고 갇히는 꼬락서니. 푸줏간 썩은내. 금시계와 금반지. 허풍쟁이의 룸 서비스 요금까지. 익숙한 초식이다. 단지 우리를 좀 더 착각하게 만드는 건, 철저한 악당주의 원칙을 고수하며 전개되는 인간 됨됨이의 순간들이 어떤 말로를 위해 설계되었는지 되묻는 질문이다.


MF DOOM. 다른 이명으로 [Take Me To Your Leader]와 [Vaudeville Villain]를 발매하고, 정점을 찍은 [Madvillainy]와 [MM..FOOD]까지. 2005년의 그는 정체성의 따옴표 앞뒤를 다 찍어버린 뒤다. 운율 구조는 내밀하게 숨긴 채 약에 취한 카우치 포테이토같은 랩을 설렁설렁 늘어놓고, 모든 감정 등락이나 완급 조절의 전권을 스킷과 인스트루멘탈에 넘겨버린 채 콧노래로 존재감을 알리는 모습. 다른 말로는 정립이자 동시에 규격이다.


DANGERDOOM은 골자를 두고 연쇄적으로 작용한 빌런 시리즈의 연작이다. 잔뜩 부른 배처럼 MF DOOM의 비대한 자아를 불려나가는 실로 인색한 파이 키우기의 결과물이다. <Aqua Teen Hunger Force>. 감자 튀김, 밀크 쉐이크 그리고 고기 찌꺼기의 파란만장 희극주의 풍자극. 이것이 곧 새로운 옴니버스 에피소드를 지배하는 만화주의다. 그러나 본편도 아닌 영화에서 MF DOOM의 조수 역을 맡은 사람은, 이 인물이야말로 은밀하게 결탁한 악당주의의 주체 중 하나와도 같다.


Danger Mouse. 악당 전대기로 커리어를 펼친, 둘째가라면 서러운 명의 번식가 MF DOOM을 두고, Danger Mouse의 디스코그래피를 돌아보면 오히려 이쪽이야말로 자아 수집가에 적합해보인다. The Beatles와 JAY-Z의 융합체인 [The Grey Album], 2000년대 초의 획을 그은 킬링 넘버 "Crazy"와 "Feel Good Inc.", 그리고 먼 훗날엔 과거와 공명하는 모던 클래식으로 영예로이 익어가는 [Cheat Codes]까지. 공통점이 있다면 중구난방인 스타일 변신은 둘째. 어떤 작품에서도 몸을 숨기고 완성품들의 융합에 조력하는 모습이 첫째다. 그 완성품들을 받아들이고 재조립하는 프로듀서란 역할이, 조직자라는 직책을 직역하는 단어처럼 말이다.


Unknown.jpeg






경향성으로 미루어보아 Danger Mouse와의 협업은 MF DOOM의 오리지널리티를 깨트리지 않는 선에서 조직될 새로운 갈래 하나에 불과해야만 했다. 그 주제가 특이하게도, 어쩌면 MF DOOM보다 신랄하게 바리케이트 너머로 곡사포를 꽂아넣는, Pitchfork의 표현을 빌려 'Biggie Smalls보다 천 배는 강력한 비프 덩어리‘들의 이야기지만 말이다.


컨셉츄얼하게 구사할 언어는 그리 영화적으로 변하진 않았다. 오히려 DOOM의 배역은 기복 없이 평소처럼 존재하는 수준에 불과하기에, 독립적인 3요소의 융합을 뻔뻔하게 실행하기란 오로지 Danger Mouse의 역량이다. MF DOOM의 만화적 랩 디자인, Danger Mouse의 프로덕션, 그리고 한껏 유치해진 레퍼런스 위에서 예술의 멋짐을 일파만파 쏟아내는 행위. 그리고 모든 미학의 전초로 돌아가서 공공연히 단정짓자면, 유치찬란한 말장난이 얼마나 위대한지 보여주는 증명이다.


그 방안으로 Danger Mouse도 합세했다. 꽤 단순하고 무자비하지만 합리적이고 뻔뻔하게. 그 결과에 미러볼 아래를 어기적대며 걷는 "Benzi Box"가 있고, 곧장 몸뚱아리를 흔들어대는 "Old School Rules"가 있으며, 지친 몸처럼 주저앉은 베이스 루프에 잔뜩 늘어진 랩을 찔러넣는 킬링 트랙 "Crosshairs"와 엔딩 크레딧 따위엔 신경도 없이 여전한 랩 실력을 줄창 늘어놓는 "Bada Bing"이 탄생했다. 어우러지듯 어우러지지 않는, 제각기의 정체성으로 범벅인 얼룩이 모여 만든 추상화같은 모양새다. 여기에 무슨 미학이 있냐 하면, 없는 미학을 미학처럼 만든 Danger Mouse에게 공을 돌릴 뿐이다.


가장 와닿는 건 샘플링의 단순화, 특히 오케스트라다. MF DOOM에게 Don Harper나 Keith Mansfield의 오리지널 스코어를 붙이는 작법은, Wu-Tang Clan을 조각내어 재편집한 JPEGMAFIA에 비견할만하다. "Chamber Pop", "Thoughtful Popper", "Morning Broadway" 등이 샘플로 쓰였는데, 기교나 잔기술 없이 특정 구간을 통째로 옮긴 도둑질 수준의 미학은 샘플링이란 이름으로 겨우 면죄부를 받은 수준이다.


그러나 분명히 Stones Throw Record의 큐레이터가 뒤져본 적 없을 소리고, 원곡 자체만으로는 [MM..FOOD]나 [Madvillainy]와 극렬히 어색하게끔 매혹적인 곡조가 덧씌워진 결과물은, 그저 사운드에 불과했던 현악 중심의 진행을 새로운 악곡 설정처럼 포장하며 뻔뻔하게 얼굴을 들이민다. 극단에 놓인 두 존재가 서로 만나 희석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존재하며, 예술과 예술의 합이 예술이라는 양가감정으로 완성된 못돼먹은 콜라쥬다. 이마저도 악당주의의 일환처럼 들린다면 이미 그들의 미학에 잡아먹힌 게 분명하다. MF DOOM처럼 요약해서, 주제와 상충하는 스트링 샘플 활용이 자아내는 현학적 분위기다.


Unknown.jpeg






악당은 어디까지나 대립적인 존재다. 그래서 완전해질 수 없다. 훌륭한 작가는 단편적으로 백치같은 악당을 그리는 척하며 맹목적인 모습을 덧씌우지만, 그 이면에 설득력 있는 메시지를 담는다. 선역에 대항하도록 기능적으로 설계된 도구에 불과하지만, 허구를 사실적으로 만들며 도구가 아닌 사람을 마주하게 만든다.


아니. 그렇지 않다. 막 고개를 끄덕였지만 DOOM의 악당주의를 마주하면 불룩한 뱃살을 내놓고 들이미는 중지만이 보인다. 여기에 MF DOOM만큼이나 장난기 넘치는 Danger Mouse가 함께 하면, 어느때보다 무책임하고 무식하지만 그렇기에 DOOM스러운 작품이 된다. MF DOOM 시리즈의 광범위한 확장판으로 손색없다. DOOM이 숭배하는 만화주의를 노골적으로 극대화하기. DANGERDOOM은 목적에 차고 넘쳤다.


변태적 장인들은 현수막이 아닌 초대장을 내걸고, 그 핵심마저도 눈으로 흘기는 신문 구석 광고 카탈로그에 박아두지만, 때로는 면전에 지르는 불이 제일 따갑고 아찔하기 마련이다. 비비 꼬아 연출하지 않는 예술의 미장센. 어떤 예술이 펼쳐져도 종착지에 창작가만이 남았다. 언어 유희의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해 끊임없이 희롱하고 유린하는 행위. 있는 그대로 단연 제일의 방법론이다. 


긴 글을 결론짓는 작품의 모토 한 줄이,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는 수준의 농담 따먹기란 사실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I'm Sofa King We Todd Ed.

I'm So Fucking Retarded.

난 끝내주게 저능하다.


DangerDoom.jpeg


w-HOM #27 IMG_38_c.jpegw-HOM #27 IMG_39_c.jpegw-HOM #27 IMG_40_c.jpegw-HOM #27 IMG_41_c.jpegw-HOM #27 IMG_42_c.jpeg

신고
댓글 1
  • 6시간 전

    아직 안 들어봤는데 리뷰와 함께 들어볼게요 ㅎㅎ 감사합니다

댓글 달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글쓴이 날짜
[아이콘] Earl Sweatshirt 등 아이콘 출시 / 10월 아이콘 설문54 title: [회원구입불가]힙합엘이 2025.09.25
[공지] 회원 징계 (2025.08.25) & 이용규칙11 title: [회원구입불가]힙합엘이 2025.08.25
화제의 글 리뷰 [리뷰] Earl Sweatshirt - Live Laugh Love3 title: Jane Remover예리 14시간 전
화제의 글 리뷰 [리뷰] DANGERDOOM - The Mouse & the Mask1 title: Jane Remover예리 14시간 전
화제의 글 음악 외국 힙합 입문 4장 : [익스페리멘탈 힙합 입문 초석 다지기]3 title: Mach-Hommy히오스는니얼굴이다 12시간 전
225119 일반 카티 홀라레시절 겨,노 사진10 title: Tyler, The Creator (CMIYGL)lambda 11시간 전
225118 일반 내가 뭘 모르는 건가1 title: Playboi Carti (MUSIC)Yeisdumbasf 11시간 전
225117 인증/후기 내가 중국 래퍼 시디를 사게 될줄이야6 title: Guy-Manuel de Homem-Christo (2)ꓬe 12시간 전
225116 그림/아트웍 바이닐이랑 lp 차이점이 뭔가요?9 title: Kendrick Lamar - DAMN.켄황 12시간 전
225115 음악 외국 힙합 입문 4장 : [익스페리멘탈 힙합 입문 초석 다지기]3 title: Mach-Hommy히오스는니얼굴이다 12시간 전
225114 음악 대니브라운 신곡 왤케 좋죠11 title: MadvillainyKnightsVizion 13시간 전
225113 음악 Bladee 진짜 너무 좋다2 title: Jane Removeryuke 13시간 전
리뷰 [리뷰] DANGERDOOM - The Mouse & the Mask1 title: Jane Remover예리 14시간 전
225111 리뷰 [리뷰] Earl Sweatshirt - Live Laugh Love3 title: Jane Remover예리 14시간 전
225110 음악 인스트루멘탈 추천1 osama 15시간 전
225109 일반 스캇 내한4 llliokka 16시간 전
225108 음악 칸예18 로마Zo0 17시간 전
225107 음악 올해 나온 레이지 얘가 다 씹어먹음11 title: Velocity : Design : ComfortNyeong 17시간 전
225106 음악 와 간지3 title: Jane Remover릴랩스베이비 18시간 전
225105 음악 방금 갑자기 신기한거 깨달음1 title: NWTSBigsflw 18시간 전
225104 일반 Y 고트16 title: TPAB디스포일드차일드 19시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