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18 / Jean Dawson / Alt-Pop
https://www.youtube.com/watch?v=GJqDy30H9b0
진 도슨(Jean Dawson)은 항상 진화를 거듭하던 뮤지션이었다. 그는 지난 10년간 매 앨범마다 과감한 변신을 꾀하며 여러 장르들을 혼합하고 탐구하고자 하였다. <Bad Sports>는 힙합과 펑크를 절묘하게 융합시키며 자신의 야망을 한껏 담아낸 작품이었고, 폭발적이었던 <PIXEL BATH>는 더욱 복잡하고 섬세해진 시도들이 눈에 띄던 도화선이었으며, <CHAOS* NOW>는 그의 실험정신과 정체성이 절정에 달해 완전해진 자아를 확인해볼 수 있었던 하나의 큰 성취였다. 도슨은 항상 틀에 갇혀있기보단 끊임없이 자신을 초월하며 여러 세계관을 구축해나갔으며, 또 자신의 내면을 엿볼 수 있게끔 치밀하게 설계된 작품들을 만들어왔다. 그리고 그는 현재, 새로운 에라 <Glimmer Of God>에 이르러 지금까지 가장 어두운, 어떤 일종의 종말을 암시하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Glimmer Of God>에서 우선적으로 눈에 띄는 지점은 프로덕션에 있다. 그는 본작에서 신스와 스트링 섹션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장르를 변주하는데, 그래서인지 전작들과 확연히 대비되는 몽환적인 무드를 자아낸다. 특히 앨범의 선공개곡 "Houston"에서 이가 유독 잘 드러나는데, 포근하게 깔리는 신스 라인과 드럼 라인, 그리고 도슨의 독특한 보컬 톤이 맞물리며 마치 공중에 떠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오프너 "Darlin” 역시 주목할 만한 트랙인데, 묵직한 베이스로부터 점점 고조되는 악기 구성 위에서 사랑과 죽음을 심도 있게 다루며 묘한 긴장감을 형성한다. <Glimmer Of God>만의 프로덕션은 각각 새로운 청각적 실험을 펼쳐냄과 동시에 일관된 서사를 담고 있어 단박에 청자를 사로잡고는 한다.
도슨은 앨범 전반에 걸쳐 내면 깊은 갈등과 불안에 직면하며 어둡고 복잡한 서사를 촘촘히 쌓아 올린다. 첫 트랙 "Darlin'"에서부터 그는 사랑과 상실, 삶과 죽음을 주제로 한 복합적인 감정들을 거침없이 드러낸다. "The Boy and the Swan"에서 그는 격정적이면서도 몽환적인 스트링과 신스 사운드를 결합하며 감정의 깊이를 확장시키고, Lil Yachty와 함께한 "Die For Me"에서는 그러한 감정을 극대화하며 마치 절박한 호소처럼 들리는 순간들을 만들어낸다.
특히 "Black Sugar" 같은 트랙들에서 그는 과거에 보여준 강렬한 록-힙합 음악들을 기반으로 한 뒤, 그 위에 80년대 신스팝의 향수를 덧입혀 새로운 질감을 표현해낸다. 앞서 수 차례 언급한 '복합적인 요소가 이루는 조화'가 가장 완벽하게 실현되어 가장 큰 인상을 남기는 트랙 중 하나이다. 도슨은 경쾌한 비트들 위에서 자유롭게 흐르며 청중들을 매료시킨다. "Slow Heavy Ecstasy"와 "200 Cigarettes"에서도 역시 그는 몽환적인 비트와 전자음을 뒤섞어 독특한 흐름을 이루어내며, 이전의 음악들에서 벗어나 자신의 새로운 색깔을 드러낸다.
그러나 다소 아쉬움이 남는 점이 있다면, 바로 앨범이 중후반부로 흐를수록 다소 정제되지 못한 모습들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분명 신스팝은 그에게 잘 어울리는 새로운 방향성이지만, 항상 그래왔듯이 아직 미숙한 부분들이 조금씩 존재해 원활한 감상에 방해가 되는 순간들이 나타난다. "Paranoid Echo"는 45초의 인터루드가 아닌 4분 길이의 정규곡으로 확장되었어야 했을 트랙이며, "Murciélago" 역시 마찬가지다. "P4IN" 또한 도슨의 강렬한 퍼포먼스와 대비되는 다소 어울리지 못하는 BONES의 벌스가 눈에 띄어 여러모로 아쉬움을 남긴다.
<Glimmer Of God>는 순간순간 흔들리기도 하고, 또 다소 혼란스럽기도 하다. 그럼에도 본작은 도슨의 성장과 새로운 가능성을 모두 보여준 인상적인 작품이다. 그는 단 하나의 방향성만을 바라보며 나아가고, 본작에서 보여준 그의 테크닉과 송라이팅은 가히 놀라울 수준이다. 본작을 듣다 보면 현재 하이프를 받는 중인 Mk.gee나 Peter McPoland가 연상되고는 한다. 하지만 도슨은 그들보다 몇 수 위에 있다. 현재 도슨만큼 신선한 사운드를 연이어 선보이는 아티스트는 몇 존재하지 않는다. <Glimmer Of God>는 그가 지금껏 보여준 모든 역량들의 집약체이자 혼돈 속에서도 빛나는 유려한 송라이팅의 전시회이다. Decent 7
본 리뷰는 힙합 유저 매거진 w/HOM #16호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보러가기 -> https://drive.google.com/file/d/1vElwXaI1wM3Ivi95-5-uuqgY_LdiChmB/view
이 친구는 추구하는 사운드가 앨범마다 다 조금씩 달라서 좋음
전 사실 헬맷 쓴 쟝 도슨이나 기타 든 쟝 도슨이 좋았는데 요건 전반적으로 그만한 감흥이 없었던 것 같네욤
잘 읽었습니다
저두..
말이 좀 세긴 해도 누가 용두사미 앨범이란 데에 크게 공감했던..
중반부부터 확 기세가 꺾이는 듯한 느낌이라 좀 아쉬웠지만
그래도 건질만한 곡들은 충분히 많았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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