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2 / Michael Kiwanuka / Progressive Soul
https://www.youtube.com/watch?v=R_4DFV365bY
마이클 키와누카(Michael Kiwanuka)는 과연 지난 5년 동안 어떤 일을 겪어왔을까? 2019년 발매되어 그에게 머큐리상 수상의 영예와 여러 호평 일색을 안겨주었던 <Kiwanuka>에서 그는 날카로운 메시지와 아트 락, 사이키델릭 음악들을 차용하며 당시 시대 상황에 대한 자신만의 깊은 통찰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후 발발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그에게도 역시 피할 수 없는 공백이 찾아왔고, 그 속에서 키와누카는 자신의 순간들을 내면을 되돌아보는 시간들로 채워나갔다. 세상은 급격하게 변했고, 그는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으며, 여러 풍파들 속에서도 자신만의 자리를 올곧게 지켜나가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5년의 결과물로서, 그는 더 개인적이고 내밀한 이야기들을 담은 <Small Changes>로 돌아왔다.
본작 <Small Changes>는 말 그대로 '작은 변화'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물론 이가 단순히 사소한 변화들을 말하는 것은 아니고, 인간의 삶을 구성하는 본질적인 요소들 — 사랑, 두려움, 연대감, 그리고 평화 — 에 관한 작고 중요한 발걸음에 관한 이야기이다. 키와누카는 내면의 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였고, 또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특별한 의미를 찾으려는 노력을 보여준다. 특히 'No heart's designed to be alone, but yours and mine overflow'라는 가사들은 본작이 가지는 외로움보다는 사랑, 상실보다는 연대 중심의 새로운 방향성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것만 같다.
<Small Changes>에서 가장 인상 깊게 다가오는 지점 중 하나는 바로 키와누카의 음악적 접근 방식의 변화이다. 5년 만의 정규 앨범인 만큼 엄청났던 전작 <Kiwanuka>와의 비교는 필수적일 수밖에 없는데, 전작에서는 화려한 악기들을 등용해 에너지를 강조했다면 — 이번에는 보다 섬세하고 내면적인 현악들로 풍성한 사운드를 형성해낸다는 것이다. 또 한 번 Danger Mouse와 Inflo의 손을 잡은 그는 본작에서 드림 팝적 요소와 빈티지 소울을 융합하며 몽환적인 사운드스케이프를 탄생시켜냈다. 예를 들어 "Small Changes"와 같은 트랙들에서 그는 단순한 드럼 비트와 피아노 리프 위에 얇게 겹쳐지는 스트링 섹션과 부드럽게 울려 퍼지는 잔향과 여백을 통해 곡의 감정적 깊이를 확장시킨다. 또한 "Live for Your Love"에서 베이스와 스트링 사운드가 키와누카의 보컬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고, 곡의 후반부에 치달아 큰 덩어리로 뭉쳐진 감정들을 폭발시키는 순간은 본작에서 가장 감동적인 순간 중 하나이다.
또한 본작에서는 여전히 실험적인 시도들 역시 돋보인다. "Floating Parade"는 그에게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경쾌한 분위기를 담고 있는데, 정교하게 쪼개진 드럼 리듬과 펑키한 베이스 라인이 어우러져 그의 이전 앨범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는다. 반면 "Rebel Soul"은 어두운 피아노와 반복적인 기타 리프가 중심이 되는 트랙인데, 그는 두려움과 갈등을 표현하는 과감한 사운드 디자인을 통해 감정적으로도 강렬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이외에도 "One and Only"의 Red Hot Chilli Peppers를 연상시키는 기타 톤 위로 어우러지는 Sade와 같은 그의 부드러운 보컬 멜로디 역시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온다.
키와누카는 또한 <Small Changes>에서 일상적인 경험 속 작은 변화가 삶에 미치는 영향을 노래한다. 사랑과 연대, 그리고 개인적 성찰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이전보다 더 내밀하고 사려 깊은 시선을 보여주는데, 복잡한 감정을 단순한 언어로 풀어내면서도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앨범 전반에 흐르는 메시지는 거창한 변화를 외치기보다는, 관계와 순간 속에서 진정한 의미를 찾아가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도 굉장히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변화이다. 또한 본작의 초점은 본인 키와누카에게도 크게 맞춰져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키와누카는 두 아이의 부모가 되었고, 또 런던을 떠나 영국 남해안으로 이주했다. 시끄러운 도시에서 마침내 벗어나게 된 그는 조용한 가정생활, 안정적인 현실, 그리고 새로 생긴 책임감이라는 주제에서 짙은 농도의 진심이 담긴 이야기들을 짜내고 있다. <Small Changes>에 담긴 성숙함은 따뜻하고, 세밀하며, 또 성찰적이고, 느긋하며, 지혜롭기까지 하다.
그러나 <Small Changes>만의 느릿하고 차분한 전개가 모든 트랙에서 성공적으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본작의 느린 템포와 유사한 사운드스케이프는 때때로 곡들 간의 경계를 희미하게 만들어 몇몇 곡들이 지나치게 비슷하게 들리게 만들곤 하는데, 전작 <Kiwanuka>의 선명한 메시지와 강렬한 편곡에 비해 이번 앨범은 보다 조용하고 은밀한 방식으로 다가오지만 — 이가 오히려 조금 모자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이 때문에 키와누카가 노래하는 아름다운 순간순간들의 사랑과 평화를 담은 메시지는 단박에 알아차리기가 굉장히 힘들고, 전반적으로 몰입도 역시 낮아지는 현상을 목격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mall Changes>는 키와누카가 여전히 음악적으로 변화하고 있고, 또 인간적으로 더욱 성숙해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는 단순히 화려한 사운드와 강렬한 메시지로만 주목받을 아티스트가 아닌, 자신의 내면을 깊게 들여다보고 그를 음악적으로 풀어내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탁월한 이야기꾼이기도 하다. 변화란 거대한 혁명을 비롯한 거창한 일들이 아닌, 일상 속의 작은 순간들이 축적되어 일어난다는 사실을 깨달은 키와누카는 본작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청자들에게도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따뜻한 공감의 힘을 선사한다. 간단하지만 또 따뜻하게, 키와누카는 또 한 번 추운 겨울날 우리의 어깨를 감싸 안아준다. Strong 7
본 리뷰는 힙합 유저 매거진 w/HOM #18호에서도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보러가기 -> https://drive.google.com/file/d/1xl6lWNhbnLOujlDoSxzkA79_I3axuRbI/view
엘이에선 키와누카 리뷰는 이게 처음 아닌가
잘 읽었습니다
사실 그냥 언급이 없어ㅠㅠㅠㅠ
저도 나름 글 썼는데 묻혔던
사이키델릭 락이었던 전작에 비해 확연히 소울풀하고 부드러운 사운드를 보여주는 게 마음에 들더라고요 폭이 넓다는 느낌
Floating Parade는 제게는 거의 올해의 곡 중 하나였을 만큼 좋았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경쾌하면서도 풍성한 사운드로 싹 끌어안는 게 너무 좋았어요
담백하고 소박하지만 깊은 앨범이었죠. 작년 소울 앨범 종 몇 장 꼽으라면 높은 순위로 꼽힐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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