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9 / Juice WRLD / Trap
https://www.youtube.com/watch?v=1HgLQP6xkIY
주스 월드(Juice WRLD)가 힙합 역사의 한 챕터를 이모 랩Emo Rap 장르로 물들이고, 힙합 씬의 새로운 슈퍼스타가 되는 데에는 4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는 짧은 시간 동안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하나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19년, 그가 갑작스럽게 맞이하게 된 죽음으로 인해 그와 관련된 모든 활동은 불가피하게 모두 멈춰버리게 되었다. 이후 <Legends Never Die>와 <Fighting Demons>를 비롯한 사후 앨범들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덕분에 팬들은 그의 새로운 음악과 목소리를 들어볼 수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후 앨범들이 그러하듯, 두 작품 역시 아티스트가 생전 가졌던 정체성은 제대로 확립하지 못한 채 상업성에 더 치중된 공통된 모순점을 보여주었다.
그의 마지막 사후 앨범이라 공표된 <The Party Never Ends>역시 그러한 딜레마 속에서 탄생한 작품이다. 그래도 올해 9월 SOPHIE의 사후 앨범 <SOPHIE>를 비롯한 나쁜 사후 앨범의 사례들과 비교해 보면, 본작은 아티스트의 정체성까지 나름 고려해서 만들어진 것처럼 보인다. 다시 말해, 아티스트의 위상에 흠집을 내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설계되어 있다는 것이다. "Misfit"과 "Condone It"을 비롯한 트랙들은 주스 월드가 생전 내비쳤던 어마 무시한 천재성이 다시금 발현되는 순간이다.
또한 앨범의 참여한 피처링진들과 주스 월드의 래핑이 어색하지 않게 어우러진다는 점 역시 인상적이다. 보통의 사후 앨범은 이미 세상을 떠난 자와 세상에 남아 있는 자가 한 트랙에서 노래를 해야 하기에 굉장히 어색하게 들리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그러나 주스 월드의 명실상부 대표곡인 "All Girls Are the Same"의 속편인 "AGATS2 [Insecure]"의 Nicki Minaj를 보자. 주스 월드의 준수한 래핑, 그리고 Nicki의 적절한 보컬 퍼포먼스는 마치 둘이 생전 만나 제작된 것처럼 들린다. 또한 Eminem이 참여한 감동적인 "Lace It" 역시 Eminem과 주스 월드의 퍼포먼스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기대 이상의 만족감을 제공해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작은 일관성을 곧게 유지하는 데에는 실패한다. Fall Out Boy, Offset, 또 결정적으로 The Kid LAROI와의 협업으로 진행된 트랙들은 그저 상업적인 성과만을 노리고 발매되었다 느껴지는 부족한 트랙들이다. 앨범의 초반부는 주스 월드의 진가를 재조명하는데 어느 정도 성공하였으나, 후반부로 갈수록 앨범은 일관성을 잃고 지나치게 방대해 집중력을 흐려지게 한다. 결국 <The Party Never Ends>는 사후 앨범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앨범이 후반부로 진행될수록 본작이 가지는 정체성은 희석되기만 하며, 주스 월드가 남기고자 했던 메시지와 음악들 역시 흐릿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분명 전작 <Fighting Demons>에 비해선 덜해졌지만, 여전히 <The Party Never Ends>는 상업성만을 노린 채로 똑같은 문제를 답습하고야 만다.
주스 월드가 전성기 때에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로는 몇몇 트랙들이 너무나도 독창적이고, 또 너무나도 훌륭해서였기 때문이다. 그가 가졌던 천재성을 그 누구도 무시할 수 없었고, 그는 꾸준히 좋은 트랙들을 배출해 내었었다. 그러나 <The Party Never Ends>에는 그의 커리어를 대표하는 트랙들과 비견될만한 트랙들이 전무하다. 본작은 좋게 봐서는 주스 월드에 대한 사랑이 담긴 헌사라고 할 수 있겠지만, 어떻게 보면 완성된 것처럼 꾸며진 트랙들을 집약시켜놓은 속 빈 강정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2024년, 현재 미국 힙합 씬은 '잃어버림'으로 정의된다. 곧 Mac Miller의 사후 앨범 <Ballonerism> 역시 발표될 예정이고, Pop Smoke와 Lil Peep, 또 Drakeo the Ruler를 비롯한 수많은 젊은 목소리들이 너무나도 이른 시기에 침묵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대로 만들어진 사후 앨범 (<Circles>와 같은)들은 우리가 아티스트를 더욱 그리워하고, 또 경의를 표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The Party Never Ends>는 너무나도 부족하다. 앨범을 청취하고 나면 "Misfit"을 비롯한 한두 곡, 그리고 Eminem의 벌스, 또 무라카마 다카시의 어딘가 불쾌한(…) 앨범 커버만이 남을 뿐이다.
그래도 <The Party Never Ends>는 주스 월드와 그의 팬들을 향한 진심 어린 사랑이 느껴져서, 본작을 제작한 그의 레이블이 그렇게 밉지만은 않다. 본작을 처음 청취했을 당시, 필자는 2018년 "Lucid Dreams"를 들었던 순간을 회상하게 되었다. 이 재능 있는 아티스트가 빨리 요절하지 않았더라면, 더 많은 일을 이루어냈을 수 있었을 텐데. 괜스레 슬퍼진다. <The Party Never Ends>는 기묘하다. 그와 함께 웃으며 그의 노래를 듣던 시절이 생각나 행복해지기도, 동시에 그가 사무치게 그리워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로써 주스 월드는 우리의 곁을 완전히 떠났지만, 그가 생전 남기고 간 유산들 덕에 그는 우리 안에 항상 살아 숨 쉬게 될 것이다. 그의 파티는 절대 끝나지 않는다. 주스 월드가 유독 그리워지는 날이다. Strong 4
본 리뷰는 힙합 유저 매거진 w/HOM #18호에서도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보러가기 -> https://drive.google.com/file/d/1xl6lWNhbnLOujlDoSxzkA79_I3axuRbI/view
글 잘쓰는거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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