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리뷰는 블랙뮤직 매거진 w/HOM #15에 게시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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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ture - MIXTAPE PLUTO
카사블랑카의 진정한 프로파간다는 전란 속 레지스탕스보다 릭 블레인의 로맨티시즘에서 비롯된다. 샛빛에 반짝이는 모스크와 흰 지붕. 파도가 지저귀는 항구 도시의 바닷내. 어우러지는 달큰한 과일향의 비노 로소. 선전용 필름에서 때아니게 풍긴 그 감미로운 마취감을 빌려오자면, 늘 당장을 유영하는 어느 아티스트의 터프하고도 섬세한 감각이다. 채색된 필름 위 험프리 보가트의 도드라지는 생동과 같이, 가시에 닿지 않는 장미의 꽃잎처럼 보드랍게 감겨든다. 하드보일드하지 않은 알코올 내음의 목넘김. 애연가라는 교점을 제해도 제법 닮아있다. 탄닌감을 머금은 풀바디. 애틀랜타의 몽롱함과 섞이는 마리아주. 드라이와 스위트란 곧 정경의 구와 신. Nick Cave와 Nina Simone. Aphex Twin과 Tony Bennett. <MIXTAPE PLUTO>의 감상은 Future(퓨처)의 능수능란한 블렌딩으로부터 발발한다.
퓨처는 프로토 펑크보다야 포크 블루스에 가깝다. 그에게 진정 부드럽고 멜로딕한 레코드(<HNDRXX>, <SAVE ME>, <WE STILL DON'T TRUST YOU>)가 있음도 옳은 이유지만, 보다 좋은 답은, 그가 전신으로 삼는 크리미하게 휘감긴 더티 소다에서 비롯된다. 목소리에 꽂은 인격화는 유일무이하게 휘어잡는 풍미를 남기고, 베테랑 조력자들의 스테이지 위에서 시리즈의 소포모어를 그의 정수이자 트랩 장르의 클래식으로 필적시켰다. 그로부터 9년의 시간에 이른 속편들은 뻔하고 진부하다. 끝없는 세부적 변모와 꾸준한 완성품들의 연속으로 세운 상업적 성과. 뻔하디 뻔한 트랩 허슬러들의 계보를 어지간히 길고 웅장하게 증명해온 셈이다. 본작 역시 큰 궤적에서 벗어나진 않는다.
플루토의 믹스테잎. 데뷔 이래 불변의 이명을 전면에 내건 앨범은, 오늘날엔 그 원류의 왈가왈부가 점점 희미해진 믹스테잎이란 제목에서부터 그은 거짓을 파헤치며 시작된다. 지금의 퓨처와는 어울리지 않는 본래 설익은 풋내들에게 기대하던 믹스테잎이란 이름. 그러나 붓질이 과하면 외려 종이를 적시기도 한다는 표현이 제격이다. 간단명료한 믹스테잎스러운 구성은 그렇지 않은 작품으로서 탄생했다. 참여진과 미사여구를 덜어내어 더욱 끈끈히 결집한 45분의 유기체는 기승전결을 갖춘다. 상반기엔 Metro Boomin과의 협력으로 일종의 블록버스터를 일깨우며 2023년의 힙합 몰락설을 일단락시켰다면, <PLUTO MIXTAPE>는 다소 단출하지만 정직한 퓨처의 연장선으로서 2024년의 입지를 자리매김시킨다. 남은 카드가 몇이나 있을까 싶은 커리어의 연속에서 퓨처의 선택은 제법 원숙하다.
공포 영화에나 등장할법한 가옥의 비주얼. 틀림없는 퍼플 드링크 채광이 새어나오는 이상야릇한 분위기. 그로테스크엔 한참 미치진 못하여도 충분히 망령과 안식에 이르려는, 바로크와 고딕 스타일의 절충안. 한 단어로 묶자면 'DEMON'이다. 근래 Playboi Carti의 트랙들이 퓨처 흉내내기에 급급하다는 오명을 뒤집어 쓴 동안, 알게 모르게 퓨처 역시 그의 카드를 빌려온 셈일지도 모르겠다. 테마가 걷힌 본질엔 배신없는 흥행 보증 수표들이 뒤를 지킨다. Southside와 Wheezy를 필두로 세우며 본질에 충실하게 만들어낸 서던 트랩 사운드. 유려하게 닦아낸 멜로딕 인스트루멘탈 위 얕게 노이즈를 튀긴 퍼커션들. 그 위에 올라선 퓨처는 그리 거칠게 달려들지도 않고, 얌전히 내버려두지도 않다.
<DS2>의 초반 3연타를 연상시키는 "TEFLON DON", "LIL DEMON", "SKI". 거칠고 깊은 신디사이저와 베이스 소스를 적극 활용한 "OCEAN"과 "BRAZZIER". 퓨처 특유의 R&B 스타일 싱잉을 배치한 "TOO FAST"와 "LOST MY DOG" 등. 잠시 The White Stripes나 The Strokes 또는 Interpol의 리바이벌을 떠올리다가도, 어느덧 팝스타의 반열에 올라서 선풍적 반향을 일으키는 너끈한 팝 랩 넘버들의 성과들은 진가를 논하게 한다. <DS2>에서 선보인 바 있는 자기중심적 지배력이 보이는 순간이다. 익숙한 퓨처의 모습은 Playboi Carti에게서 봐온 새롭고 뻔뻔한 추임새 역시 매력적으로 말려들게 한다. 으에엥.
20년대 역사에 남을 귀중한 자료 <Donda>의 순간을 빌려오자면, 가스펠 테마라는 도화선에 곧게 심지를 내리꽂은들 사방팔방으로 찢어진 궤멸적 폭발의 정신사나움이란 번뜩이는 빛에 검게 드리운 안개와도 같았다. 이에 저의를 알 수 없는 ‘pt 2’들을 더해 모든 속재료들을 무작위로 굴려댄 <Donda (Deluxe)>를 비유하자면야, 미숙한 기분파 바텐더의 데킬라 선라이즈와 같은 취기 어린 두통이다. 여전한 반면교사로는 비슷하게 기피스러운 산발적 뷔페만을 밀어넣는 대체불가 팝스타 Drake의 경우 역시 떠오른다. “No Friends In the Industry"를 외치며 초호화 피처링진의 총동원과 장르불문의 86분짜리 셔플 플레이리스트를 만든 <Certified Lover Boy>와는 정확히 대척점에 선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퓨처는 어느덧 돌아선 그의 숙적으로서 못지 않은 저력을 뽐내는 실정이다. Future is Futuring. 반복되는 결론이다.
수많은 음악적 자제들을 거느린 나이 40의 대부. 10년에 가까이 트렌드를 이끄는 그의 건재함이란 쉬이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 명성의 이름값이 언제까지나 유효히 작용할지는 청취자로서 심히 기대되는 부분이다. 오랜 세월 숙성시킬수록 그윽히 무르익는 포도주. 내력이 쌓인 그에겐 닿으면 닿을수록 이끌리는 매력만이 남는다. 15미터를 가라앉을수록 한 잔씩 들이키는 듯한, 잠수부들의 철칙인 마티니의 법칙. 마르고도 달콤한 목소리에 첨벙 뛰어들면, 잠길수록 더 잠겨드는 법이다.
이게뭐임씨발
365 PARTYGIRL
도중에 으에엥 보고 살짝 웃겼네요 ㅋㅋㅋ
으에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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