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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 & Exile - Love (the) Omoinus World

title: [로고] Wu-Tang Clan예리2024.10.15 17:59조회 수 397추천수 5댓글 10

(본 리뷰는 블랙뮤직 매거진 w/HOM #15에 게시되어 있습니다.)

https://hiphople.com/fboard/2955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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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 & Exile - Love (the) Omoinus World


서부의 힙합이란 종종 버림받는 무저갱이었다. 코웃음을 칠 귀머거리의 우스갯소리는 아니다. 아마도 태평양 한복판에서 뜰채로 건져올린 사금과도 같은, 일축 불가한 기라성들을 제한 결과이다. 첫째로는 선정과 폭력으로 중무장하여 로우라이더를 끌고 경찰들을 따돌리는 다섯 패거리들. 둘째로는 오늘날의 힙합을 수호하는 블랙 메시아란 별칭의 사내. 셋째로는 그리고 그 사내의 영원한 영웅을 제할 때의 이야기다. 번외로는 이따금 첫째 인물들과 나란히 여겨지는, 풀잎을 사랑하는 비글 한 마리까지.


그럼 A to Z와 같은 이들을 떨어뜨리고서 남긴 무저갱의 잔존 세력들은 누구인가. The Pharcyde, Souls of Mischief, Hieroglyphics, Freestyle Fellowship, Jurassic 5. 서부와 동의어로 치환되던 G-Funk 강점기의 도래 아래에는 잊힌 땅에도 꽃이 피곤 했다. 그들에겐 무엇이 있었는가. 동부의 근간을 쌓은 협력과 연맹이 신뢰와 리스펙에서 비롯되었다면 서부의 심장은 진정 박애와 사랑이 꿰뚫어왔다. 그 사이에 얽힌 범법과 사건사고들이 맥을 빠지게 할지언정, 간극의 양가감정은 눈을 감아주지 않고서야 꽃밭 위 나비떼들을 외면할 수 없게끔 만든다. 이 관점에서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김없이 2007년에 책갈피를 꽂을 수밖에 없다.


아련한 사랑스러움. 곧 Blu & Exile(블루 앤 엑자일)을 총망라하는 문법. 케미스트리의 등장은 데뷔부터 발화한 불꽃이었고, <Below the Heavens>는 돌고 돌아 “Dancing In the Rain” 하나만으로도 귀착하게 되는 마그넘 오푸스가 되었다. 서정과 소울이 무르익은 재즈틱 사운드의 모음집. 롱비치 아래에서 맡는 사랑은 그리도 달콤할 수 없다. "One Love"도 좋지만 대체할 수 없는 'Love One'. 그들의 견인력은 제법 단순할지도 모른다. 벽난로 섞인 체스터필드를 덤덤히 수놓는 엑자일. 그 위에 편히 앉아 난롯불의 따스함을 머금고서 나누어주는 블루. 키보드, 스트링, 어쿠스틱 사운드 그리고 소울풀한 여성 보컬에게서 가져온 'P' 아닌 'F'의 펑키즘.


으레 평범한 분업적 로지스틱스에서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서로를 위해 어느 정도의 깊이까지 녹아들 수 있는가이다. 척척 맞는 손발로 본래 한 몸이었던 듯이 움직이거나(Black Star), 악수의 무게를 달아 엄정히 나누거나(Jaylib), 때론 포식자의 먹잇감으로 사로잡혀 완전히 동화되어버기도 한다(Gang Starr). 개중에 섞이지 않은 이름 'Blu & Exile'을 떠올리면, 다분히 피차 당위적인 움직임이다. 블루는 엑자일의 악조에 맞춰 춤을 추고, 엑자일은 블루의 움직임에 맞춰 음악을 틀고. 래퍼와 프로듀서보다는 그저 다른 역할의 두 실연자에 가깝다.


들어맞는 BPM의 시퀀싱 위 가벼이 주먹을 맞치고선 묵묵히 테잎을 굴리는 둘. 잼세션이라기엔 너무나 잔잔하고, 합주라기엔 지극히 자주적이다. 그러한 불가침의 뿌리가 있기 때문이었을까. 블루와 엑자일은 앰퍼샌드를 떼어놓고도 저들의 이름을 쌓아오곤 했다. 데뷔 이래로도 <Give Me My Flowers While I Can Still Smell Them>과 <Miles>로 드문드문 생존신고를 해온 그들이기에, <Love (the) Omoinus World> 역시 그간 남겨온 자국을 닮아있다.


그런 본작의 특이점이라 하면 엑자일이 등을 떠민 블루 편향적 트랙들의 등장이다. 커튼을 열어젖히며 따스한 햇볕을 맞이한 "Intro - Hello LA". 인트로 트랙만으로는 17년에 걸친 톤온톤 보증서의 기한 연장일까 싶지만, 그 뒤를 이어 등장한 "Undisputed"는 도입부의 스크래칭 사운드만으로도 할로윈 파티 테이블에 올라온 칠면조 요리가 된다. 그 뒤의 "Chucks", "Suge Knight", "Omoinus World"까지. 변화구는 일회성 카드가 아닌 듯 연이어 발화한다. 허투루 임한 적이야 없겠다만 다소 비장할 여지까지 보이는 블루의 가사들은 재즈보다도 붐뱁에 기울어진 소리침에 이른다. 듀오의 일대기에서 실로 흥미로운 선택이다. 적극적인 스크래치 사용, 드세게 올려낸 타악기 기반의 곡 운영, 둔탁하게 감겨오는 백그라운드 이펙트까지. 엑자일의 주무기인 스윙감을 다소 내려놓고 정석적인 힙합 비트의 규격을 채택함은 분명 전작들에 없던 특징이다. 옳고 그름은 아포리아의 영역이지만 설득력의 정도는 청자들의 몫이겠다.


그렇다 하여 앨범 전체를 변신으로 칭하기엔, 그들의 데뷔마저 숨겨진 소포모어일지 모를만큼, 원류 자체로의 회귀와도 같은 번쩍임이 질펀히 즐비해있다. "Smack", "Gold", "Precipitation"를 비롯해 수미상관식 아웃트로인 "Love Is Blu"는 그야말로 윤회적인 반향이다. 책갈피에 남겨둔 블루의 출전 선언 "My World Is..."에서 일말의 조급함 없이 반드럽게 뽐내던 노련함. 그 래핑의 전달은 적기에 이른 당장에도 때묻지 않았다. 군데군데 약간의 조미료가 첨가되긴 했으나 낯익고 친근한 필란트로피즘이다. 서부의 문화를 향유시키고 이끌어 굴려온 그 사랑의 향이다.


재즈 힙합이란 이름의 울타리에 들어와 뛰노는 수백 수천의 양떼들에게, 간혹 그들이 재즈에게서 감명을 받아 차용하고 싶던 것은 과연 음악인지 문화인지 묻곤 한다. 어느 쪽이던 풍부한 오마주와 레퍼런스로 전개된 그 결과물들은 심금을 울리고야 만다. 뻔하디 뻔한 이름들이 줄지어 선다. A Tribe Called Quest, De La Soul, The Roots, Pete Rock, Madlib. 서부의 예찬을 쏟아낸 글에서 숨길 수 없이 동부로 기울어진 애정심이란 곧 표리부동이다. 하지만 기술과 설계의 우열을 논하기 전 먼저 마음으로 달려드는 애틋함은 비교불가한 가산점이다. 그들은 언제나 무작정 달려들고 보는 성미를 가졌고, 서부의 감상은 언제나 그로부터 시작된다. 감정을 뱉는 랩들이, 감정을 연주하는 비트들이, 순수히 음악만에 몰두하는 이 헌신적 듀오가, <Love (the) Omoinus World>가 사랑스러운 이유다. 이성이 동쪽으로 고개를 돌리게 만들지언정, 마음에 얽매인 웨스트코스트의 낭만은 뒤통수를 붙잡으며 드넓은 풀에 놓인 방랑자를 오도가도 못하게 멈춰세우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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