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JID는 4년간의 침묵을 깨고 <The Forever Story>를 세상에 내놓으며 차세대 힙합 씬의 중심으로 단숨에 올라섰습니다. 앨범은 Kendrick Lamar의 <good kid, m.A.A.d city>, <To Pimp A Butterfly>를 방불케하는 음악적, 가사적 완성도와 Nas를 떠올리게 하는 스토리텔링 능력을 포함해 명작의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었지요. 이로써 JID는 도통 신예가 등장하지 않던 힙합 씬에 경종을 울리며 수많은 기대 속에, 후속작이 전작에 비등한 완성도를 띄어 그의 자리를 굳힐지 아니면 초반의 신뢰를 잃을지라는 중대한 기로에 섰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God Does Like Ugly>는 그 상승 곡선을 완벽히 이어가진 못했습니다. 앨범의 제작과 발매 과정은 다소 혼란스러웠어요. 중간에 Metro Boomin과의 합작 앨범이 예고되고, 다른 앨범이 예고되기도 하였으나, 그것들이 현실화되지는 않았습니다. 아무튼, 2025년이 되어서야 선공개 싱글 "WRK"와 네 곡짜리 선공개 성격의 믹스테이프가 등장했지만, 앨범의 자취는 여전히 안갯속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완성된 결과물은 전작이 보여준 서사적 밀도와 장르적 실험성을 전부 이어받지 못했지만, JID 특유의 퍼포먼스와 작사 능력은 여전히 전설적이고, 매서우며, 뜨겁습니다. 그의 라임과 플로우 능력은 여전히 동시대 메이저 래퍼 중 비견할 만한 작자가 없는 것이 현실이며, 구절마다 세밀하게 조율된 톤과 플로우는 말이 필요 없는 정도이니까요. 이는 앨범의 제일 첫 장을 장식하고 있는 "YouUgly"와 "Glory", "WRK"에서 가장 거칠게 드러납니다. 일단 그의 가사와 내용은 전작 <The Forever Story>와 비교해보았을 때, 차이점이 하나 있습니다. 전작에서 그가 <good kid, m.A.A.d city>와 <To Pimp A Butterfly>의 Kendrick Lamar처럼 흑인 사회에 대해 절연하게 우려와 걱정의 시선을 표명했던 3인칭에서의 해설자나 설명자의 위치에서 랩을 뱉었다면, 본작에서는 거리의 뜨거운 싸움꾼이 되어 돌아온 모습이에요. 예컨대 "Ya Emma Stone behind the microphone, comparisons pale" 같은 라인들을 보면 그렇죠. 아무쪼록, 인트로의 두 트랙은 JID의 가장 강력한 무기들을 가장 익숙하게 보여준 느낌입니다.
그리고 오프닝의 세 트랙에 이어서 등장하는 것은 무려 Clipse가 참여한 "Community"입니다. 전작에는 Yasiin Bey와 Lil Wayne 이라는 큰 형님이 등장했다면 본작에서는 Clipse라는 대부들을 모셔온 것 같습니다. 그것도 무려 <Let God Sort Em Out>이라는 앨범으로 데뷔를 막 마친 상황에서요. 역시나 JID와 Clipse의 퍼포먼스는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끝내줬습니다. 물론 JID와 Malice는 Pusha T에 비하면 평소보다는 못 미치는 실력을 보여준 것 같긴 하지만요.
그 이후로는 적당한 완성도를 보여주는 랩 트랙들이 이어지다가 Don Toliver가 참여한 "What We On"부터 갑작스레 싱잉 랩의 비중이 높아지기 시작합니다. 뭔가 앨범의 수직적인 진행 방향에서 꺾이는 부분을 만들어보고자 한 것 같은데, 멜로딕한 트랙들이 너무 뻔하고, 지루한 것이 탈입니다. 길거리의 리얼한 싸움꾼에서 갑자기 감성적인 멜로디로 무장한 싱어가 되어버리니 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이는 "And We Vibing (Interlude)"까지 이어지는데, 이 부분이 끝날 때까지 저는 기억 나는 부분이 하나도 없습니다.
다행히도 싱잉 랩이 주를 이루는 구간이 끝나면, 다시 우직한 랩으로 꽉 채운 트랙들이 등장합니다. "On McAfee"에서 보여준 JID의 퍼포먼스는 앨범 전체를 통틀어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었고, "K-Word"도 프로덕션적으로 뛰어난 구조와 완성도를 지니며 앨범의 완성도를 형성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해주지요.
앨범에 있어서 가장 미약하고 아쉬운 부분은 뱅어의 부재일 것입니다. 전작의 "Dance Now", "Surround Sound"같은 블록버스터급 뱅어가 있었느냐는 질문에서 본작은 그다지 떳떳하지 못한다는 것이죠. 멜로디컬한 구간에서 확실히 캐치한 뱅어를 만들거나, 아니면 앨범의 길이를 조금 줄이는 것도 좋았을 것 같은데, 이 부분은 확실하게 아쉬움이 듭니다.
물론 전작 <The Forever Story>가 워낙에 뛰어난 명반이었기에, 본작이 얼마나 훌륭했든 전작보다 낮은 수준으로 비교되었을 것은 사세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본작은 전작의 전설적인 성공을 뒤로 제치고 그 자체만 보아도,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 했다는 것이 암울한 것이죠. 전설적인 전작에 이어서 차후작도 흘륭하게 이어간 Kendrick Lamar, Kanye West 같은 아티스트들이 괜스레 대단해보이는 지금입니다.
아무리 본작이 호불호가 갈리고, 전작에 한참 못 미치는 작품으로 평가받을지언정, JID는 여전히 차세대를 장식할 힙합 아티스트들 중에서 독보적인 자리를 석권 중입니다. 본작의 실패를 무릅쓰고 다음 작품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저는 충분히 JID가 제 2의 Kendrick Lamar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최종적으로 제 점수는 5점 만점에 3점입니다.
https://rateyourmusic.com/~kmming_real
갑자기 싱잉해서 저도 당황스러웠는데 다시 들어보니까 꽤 괜찮더라구요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