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이곳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을거라고 생각되는 칸예 웨스트 5집 [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 ]
이 앨범의 엄청난 곡들 중에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최고의 평가를 받는 수록곡 Runaway...
무려 9분이라는 러닝타임에 같은 코드진행만 반복하는데도, 지루하지 않으면서 음원이 끝나면 여운까지 남게 만듭니다...
정말 단순한 메인 피아노 루프를 영리하게 곡의 마무리까지 잘 발전시켜 사용한 훌륭한 편곡법의 예시라고도 생각이 드네요
제가 2년전에 이 곡을 처음 들었을때는 클래식 음악을 공부하던 학생이였습니다
그때 우연히 발견해낸 이 음악의 사소한 오점이 있었어요
곡의 하이라이트인 아웃트로의 보코더 파트, 6분 8초부터 들어보면
스트링 패드, 피아노, 보코더, 그리고 처음으로 나오는 스트링의 리듬 섹션이 등장합니다!!
이 리듬 섹션에 집중해서 한번 들어보세요!!! 뭔가 이상한 점이 있을거에요!!
이 곡은 처음부터 끝까지 E Major 조성으로 진행됩니다
물론 이전까지 나온 스케일도 E Major 안에서만 진행됐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저 스트링 섹션에서 3번째 코드가 나올때 그 스케일이 무너지게 됩니다...
분명 여태까지는 C#min 코드가 나왔는데 갑자기 저 한 악기에서만 C#Maj 코드가 나오고 있어요
스트링 패드, 피아노, 보코더 모두 단3화음을 연주하는데 저 한 악기만 갑자기 장3화음을 치고 있어요!!!
그래서 저 부분은 유독 이질적으로 들립니다...
처음 들었을땐 뭐지? 싶은 생각에 몇번을 다시 들었으나
그 당시에는 이 업계의 탑들이 만든 곡이라고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모순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저는 지금 힙합 음악을 만들고, 프로듀싱과 엔지니어링을 공부합니다...!!
그러면서 여러가지 앨범을 분석하고, 가사를 읽고, 많이 공부했어요
그러다 보니 이 모순의 의미를 이제야 알거 같더라구요!!
이 곡이 속해있는 앨범의 이름 [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 ] 를 그대로 해석해보면
나의, 아름다운, 어두운, 뒤틀린, 환상 이 됩니다
저는 이 다섯가지 단어를 가장 완벽하게 섞은 음악이 Runaway 라고 생각되고
그중에서도 위에 저 모순이 일어난 파트가 이 앨범의 아이덴티티 그 자체라고 생각해요
보통 많은 사람들이 장조 음악을 듣고 아름답고 밝다고 생각하고, 단조 음악을 듣고 어둡고 우울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소리들이 합쳐져 조성감을 잃어버리고 사운드가 뭉게질 때 어지럽고 뒤틀린 음악이라고 생각하죠
그렇게 생각해볼때...
스트링 섹션이 연주하는 장3화음 [ Beautiful ]
스트링 패드, 피아노, 보코더가 연주하는 단3화음 [ Dark ]
그리고 그런 소리들이 섞여 생기는 불협화음 [ Twisted ]
그 사운드들이 모여 만들어진 칸예의 음악 [ My Fantasy ]
개인적으로 저 모순을 두고 저는 이런 해석을 남겨보고 싶어요
아무리 봐도 단순히 샘플링할 스트링에 Major 사운드밖에 없어서 못썼다기엔
칸예의 자본과 완벽주의, 주변의 수많은 프로들이 이를 보고 그냥 두진 않았을테니
완벽히 의도된 장치라고 생각이 들어요...
혹은 우연히 발생한 불편함이 앨범의 정서와 맞아 떨어지니 그대로 수용한 것일수도 있겠네요!!
어찌됐든 처음 들었을땐 응? 하는 장면이 이젠 들을때마다 흥미로운 장면이 되었네요!!
그냥 적어보고 싶어서 적어본 글인데 앞으로도 음악 듣다가 흥미로운 구간이나 사운드 나오면
심심풀이 겸 이렇게 끄적여 보려고 합니다!!
조성? 같은 부분들은 진짜 전혀 모르는 알못이라 전혀 몰랐는데 흥미로운 내용이네요
귀 기울여서 들어봐야겠습니다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 이런 글 너무너무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음악적지식이 많을수록 시야가 달라지네요 ㄷㄷ
전 그 부분을 그냥 극락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런 디테일이 있었군요
화성학을 배워야하나… 잘 읽었습니다!
와 재밌당 ㅋㅋㅋㅋ 이런 디테일 너무 좋습니다
화성학을 공부하신 분의 시선으로 보니 진짜 신기하네요.
만약 의도했다면 칸예는 정말 천재다..
우와 이건 처음알았네요
그냥 심심하니까 변주를 준 게 아닐까요? 무엇이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아는 만큼 보이는구나...
상상도 못했네
의도된거맞음 해외리뷰 유튭도있고
런어웨이 말고도 많음
처음으로 댓글을 남깁니다. Runaway의 어떤구간에도 C#M가 나오는 부분은 없습니다.
계속 반복되는 메인 루프의 3번째 코드가 E Major 의 vi 화성인 C#m 입니다
본문에서 말하는건 그 C#m 코드 위에 후반부 현악기 섹션만 C#M 코드가 나온다는 소리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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