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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nye West & Ty Dolla $ign [Vultures 1] 리뷰

title: Illmatic앞날 Hustler 2024.02.13 18:23조회 수 2881추천수 13댓글 5

칸예 웨스트(Kanye West)가 그린 독수리 [Vultures]의 행선지는 자유로움의 갈망이었던 것인지, 정욕으로 점철된 곳인지는 모호한 듯하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의 방향성 자체로 본다면 후자에 가까워 보인다. 나조차도 이를 보며 안타까워해야 할지, 칸예와 함께 그 욕망의 구덩이 속을 기꺼이 뒹굴으며 즐겨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게 되였달까. 한 아티스트의 정제되지 않은 혼돈을 멀찍이서 관망하는 느낌은 어떤 것인가. 적어도 듣고 나서의 뇌 한 켠에 자리 잡은 생각을 끄집어내자면, 이를 올바르다거나 좋다고 말할 이유조차 사라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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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nye West & Ty Dolla $ign(타이 달라 싸인)과의 합동 작품. 어쩌면 본작의 시작점부터가 리스너의 시선을 고려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그렇기에 [Vultures 1]은 칸예 웨스트의 기막힌 프로듀싱 아래에 커디의 보컬이 백분 활용된 [KIDS SEE GHOSTS] 같은 작품은 절대 될 수 없으리라 짐작했다. 그리고, 이 예상은 얼추 들어맞았다. 심지어 10여 년 전의 칸예와 JAY-Z의 합동 앨범이자 그들의 자본주의적 성공의 구가와 같은 [Watch The Throne]과도 성격이 다르다. 물론 그간 칸예가 지나온 흐름에 따른 상황조차 바뀌었기에 앨범의 맥락 역시 다를 수밖에 없다는 항변을 한다면 크게 할 말은 없다. 결국, 주목해야 하는 것은 '어떤 식으로 다른 합작의 방향성을 지니게 되었는가'이다. 합작이라는 정체성조차 찾기 힘들어진 오직 칸예의 현 상황만을 물씬 그려내는 본작은 그간 자랑해 온 본인의 프로듀싱을 통해 타이 달라 싸인이 지닌 감초를 빼내온 것에 불과하게 되었다. 심하게 말해서는, 타이 달라 싸인이 칸예와 손잡은 이유 역시 그 조건이 너무나도 매력적이기 때문이 아닐까. 혹 예를 들자면, 음악적 흥행 보증 수표라던가, 그와 비슷한 음악적 발판 같은 것들. 이들의 합작에서는 서로의 시너지를 내기 위함이 아닌, 무언의 교환에 가까운 작품이 되었다는 감상을 지울 수가 없달까. 당장 [Vultures 1]의 표지마저 칸예와 그의 아내가 정문을 당당하게 차지하는 것부터 시작해, 칸예의 독백과도 같은 “King”으로 끝나는 엔딩까지 이들의 합작이라고 볼 수 있는 요소는 현재진행형으로 서서히 칸예의 손길 아래에 잠식되어가는 듯하다. 혹, 뒷날에 나올 세컨드 시리즈가 타이 달라 싸인의 메인 시리즈로 자리 잡는다면 이 발언조차 무마되는 현장이 되겠으나, 현재로서는 그렇다는 이야기다. 오히려 지금에 와서 의아한 점은 ‘어째서 합작을 하게 되었냐’보다 ‘어째서 방향성 자체에 의구심을 갖게 되는 앨범을 내게 되었냐’가 되었다.

방향성, [The Life Of Pablo]의 에라부터 시작된 칸예 웨스트의 고질병은 무언가의 ‘세상의 시선’을 필요로 함으로 사료된다. 그리고, 예술가인 칸예에게 해당하는 수단은 음악이라는 최고의 무기가 존재했다. 문제는 하나의 수단으로 시작한 최고의 무기가 어째 감정에 휘둘려 점차 무뎌지기 시작한다. 단순하게 음악이 좋다면 상관없을 문제인가. 그 이전에 의심되는 것은 칸예의 음악은 대중을 위한 음악이라는 모호한 흐름에서 벗어나, 자신을 위한 음악임에도 세상의 시선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이것이 칸예 웨스트라는 한 인물의 군상을 입체적으로 구성하는 결과를 내었다. 내겐 [The Life Of Pablo]가 그 분야에서 절정을 달린 작품으로 느껴졌다. 결과적으로도 칸예 역시 음악 자체의 퀄리티보다도 우선시하게 되는 것은 본인의 감성이 얼마나 먹혀드냐에 가까워진 행보를 보여준 작품들이 등장하게 되었다. 이레귤러처럼 등장한 [ye]와 사상 초유의 초대형 프로젝트로 진행된 [Donda]의 리스닝 이벤트가 그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겠다. 물론 특유의 작법을 지킨 가운데에서도 작품성이 지속된다면, 칸예의 특수한 감성으로서 작품이 누구보다 입체적일 수 있다는 뚜렷한 강점이라 존재한다. 허나, 지금의 칸예 웨스트는 처참해진 [Vultures]의 가사만큼이나 어긋난 감성을 대중에게 버젓이 제공한다는 점이 문제다. 애초에, 여러 용서될 수 없는 문젯거리를 제쳐 놓을 수 없다. 이것이 칸예 웨스트라는 인물과 작품의 결과물을 떼어놓을 수 없게 된 것이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특히 [Vultures]에서 두드러지는 혐오로 시작된 하나의 인간 군상이 사랑을 갈구한다는 모순을 쉬이 받아들일 수 없다. 이것이 만약 그대로 음악에 녹아있다고 한다면, 우리는 어떤 식으로 칸예의 작품을 감상해야 하는 것일까. 적어도 그 해답은 리스너 각자에게 달려있으나, 나의 기준에서는 칸예의 작품과 칸예 스스로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묻고 싶다. 과연 그 방향성은 진정으로 옳은 것인가?

그렇다면 음악은 어떤가. 전반적으로 각 트랙의 품질이 고르지 못하다. 고르지 못한 트랙 간의 편차는 어디에서 기인하는가. 가장 우선적으로 눈에 들어오는 자극적인 가사들이 주이다. 당장의 "Vultures"의 반유대주의에 대한 이상한 여성혐오적 반박 가사부터, "Canival"의 퍼프 대디, 빌 코스비, 심지어는 알 켈리를 인용한 가사, 발렌시아가와 알 켈리를 언급하며 소아성애에 대한 가사까지 논란을 불러일으킬 가사들이 즐비하다는 점이다. 이것이 칸예 웨스트의 일생과 비교해 보지 않고 작품만으로 보더라도, 그 자체로 논란될 거리가 가득하다는 것이 문제다. 반대로 생각하면 본작은 칸예 웨스트의 일생과 엮었을 때에도, 그 자체로서 본인의 입장을 회피하고 이점만을 택하는 불길한 요소들이 즐비하다. 결론적으로 그의 독수리는 반유대주의적 견해에 대한 설명도 아닌, 맹목적인 투사에 가까워졌다. [Donda] 이후의 논란들에 대한 대답이 [Vultures 1]에 담긴 것이 아니라, 그저 감정적 투사와 변명만이 담기었기에 이를 좋게 볼 수 없을 감정만이 남게 된 셈이다.

그런 와중에도 남아있는 점은 [Vultures 1]은 칸예만이 지닌 무기를 무딜지언정, 그가 자아낸 선율과 리듬을 올곧이 제시한다. 예로 "Ultralight Beam"보다는 아쉬우나, 그보다 탁한 색으로 앨범의 포문을 여는 "Stars"의 프로듀싱이 존재하는 것처럼. "Bound 2"가 생각나는 프로덕션의 "PROBLEMATIC"이 존재하는 것처럼, 칸예 웨스트의 음악적 특징은 고스란히 남아있는 좋은 예시가 되었다. 또는, "BACK TO ME"의 거칠게 가다듬은 드럼이 자리 잡으며, 어이없지만 칸예 답다면 칸예 다운 훅 역시 존재한다. "BURN"도 칸예 웨스트의 손길이 거쳐간 탄탄한 곡이며, 인상적인 함성 소리가 샘플로 자리 잡은 "CARNIVAL" 역시 칸예의 작품이다. 그런가 하면은 여전히 타이 달라 싸인의 퍼포먼스는 인상적이다. "PAID", "TALKING", "BURN", "GOOD(DON'T DIE)"를 비롯한 앨범 여러 곳에 자리 잡은 감각적인 코러스 보컬은 타이 달라 싸인이 아니면 채우지 못했을 장면이겠다.

아쉬운 점 역시 남아있다. 다소 받아들이기 힘든 "HOODRAT" 샘플이나 가사, 어이없는 선율과 퐁크가 등장하는 "DO IT", 지나친 "Paperwork"의 디스토션 베이스 라인, "BEG FORGIVENESS"의 아쉬운 칸예의 랩까지 존재한다. 오히려 "FUK SUMN"과 같은 곡은 일부 게스트의 피쳐링이 눈부신 것을 제외하면 그들의 조화는 처참하기 짝이 없을 만큼 난잡하다. 특히 플레이보이 카티가 활용된 부분은 과연 "Off The Grid"를 상기시키며 아쉬움을 배로 늘린다. 물론 게스트 피쳐링들의 참여는 나쁘지 않은 한 수로 작용하기도 했다. "BACK TO ME"의 무대를 가로채 간 프레디 깁스의 벌스가 대표적이며, 트래비스 스캇과 리치 더 키드, 플레이보이 카티의 참여 역시 무대를 적당히 나누어 가져간다. 마지막의 "KING"은 최악의 구절이 함께한 트랙이다. 어쩌면 야심 있던 "Power"를 뒤로하고, 그의 왕좌를 억지로 지키려는 듯한 자기 항변적인 가사들이 치명적이게 괴롭다. 가장 칸예스러운 트랙이나 가장 아쉬운 트랙이 되었다. 노래의 비트나 칸예의 독백과도 같은 대사는 분명 나쁘지 않다고 하더라도 부서진 난파선에 도달한 듯하다.

종합적으로 [Vultures]는 현재 칸예 웨스트의 삶에 있어 그 무엇보다도 가까운 앨범이 되었다. 아직까지도 괜찮은 프로듀싱, 최신의 것들을 적절히 자신의 것으로 배합하는 실력, 다양한 게스트의 활용까지 그 자체로 있어 칸예스럽다. 물론 가사를 포함한 칸예 웨스트의 배경을 담은 맥락마저도 함께한다. 많은 것들을 잃어버린 상황이나, 그가 주고는 못할 말에 대한 책임에 대한 맥락을 보자면 회피하거나 피하기 급급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내게는 그러한 태도가 가장 힙합스럽지 않게 느껴졌으니 과연 의아할 뿐이다. 만약 본작이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뚜렷하게 드러나고 성찰하며 나아가는 앨범이었다면 또 달랐겠으나, 이제껏 걸어온 길이 그를 허용하지 않았던지, 내재적으로 보유한 문제들이 길을 허용치 않게 했던지 불분명할 뿐이다. 아무리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은 이상에야 사람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지만, 불특정 다수의 전제가 하나의 도덕성마저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다. 결국, 이제 오를 대로 오른 칸예에게 필요한 것은 지향이 아닌 지양이다. 과연 이것이 현재의 칸예에게 최선이었을까.


[Vultures]를 들으며 느낀 감상은 '예술가를 예술과 분리할 수 있는가?'인데, 칸예의 앨범을 듣다 보면은 꼭 그렇지만은 않은 듯합니다. 그가 앨범을 통해서는 누구보다도 입체적인 인물이기에 느껴지는 장점도 있겠으나, 그 단점 역시 너무나 크게 느껴진 앨범이었기 때문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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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
  • 1 2.13 18:55

    음악은 보통 가장 높은 수준의 추상 예술이라고 여겨지는데, 가사가 있는 팝:대중음악이 있는 현대에 와선 텍스트의 개입으로 그 추상성이 굉장히 옅어지죠. 칸예의 작품에 대한 대중의 수용은 정말 굉장한 수준으로 높았고 전 대부분의 칸예 작품의 가치는 그것에서 온다고 생각합니다. 여타 셀레브리티, 팝가수들처럼, 그 음악의 추상성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요. 수용미학적으로 예술의 가치는 수용자들의 해석에서부터 옵니다. 지금 칸예의 음악에서 아이코닉한 칸예와 상황, 가사는 그 해석에서 절대 빼고 해석할 수 없는 컨텍스트입니다. 원래부터 유리된 상황이었다면 모를까 예술과 예술가를 분리하려고 하는건 사실 어처구니없는 시도죠

  • 종합적으로 [Vultures]는 현재 칸예 웨스트의 삶에 있어 그 무엇보다도 가까운 앨범이 되었다 라는 말이 참 와닿네요 오랫동안 칸예를 좋아했고 지금의 칸예도 마찬가지긴 하지만...

  • 1 2.13 19:13

    씁쓸추…

  • 1 2.13 20:11

  • 1 2.13 20:20

    좋은 글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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