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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온 (HAON)

title: [회원구입불가]LE_Magazine2019.02.16 13:47추천수 11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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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극한직업>으로 흥행몰이에 성공한 이병헌 감독의 전작 <스물>은 대체로 썩 화려하지 않은 우리의 스무 살을 은근히 유쾌하게 잘 보여준다. 어딘가 어수룩하고 혼란스럽지만, 그렇기에 더없이 아름다울 수 있는 그때를 당신은 어떻게 기억하는가? 어쩌면 위치만 다를 뿐, 평범한 이들과 다를 바 없이 같은 시기를 지나고 있는 밀레니엄 베이비인 한 래퍼가 있다. 그는 1년 사이에 모두가 한 번씩 여행 가고 싶은 세상에서 가장 멋진 외딴 섬 중 하나가 되었다. 사람들을 어딘가로 떠나게 하고 싶다는 하온(HAON)이 들려주는 약관의 이야기가 여기 있다.




LE: 힙합엘이 회원분들께 인사 부탁드립니다.

H: 안녕하세요, 수준 높은 힙합엘이 독자 여러분. 누추한 이름 올립니다. 김하온입니다.





LE: 이제 곧 <고등래퍼3>가 시작한다고 들었어요. <고등래퍼2>는 끝난 지 1년 정도 지났고요. 짧지 않은 시간인데, 그간 본인의 활동을 돌아본다면 어떤 거 같나요?

제가 가온 차트 어워드에서 신인상을 받았고,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신인상 후보로 올라가 있는 상태인데요. ‘아, 나 신인이구나’라고 느끼고 있어요. 제가 보기에도, 다른 분들이 보기에도 아직 확실히 입지를 다진 것 같진 않아요.





LE: 하지만 처음 방송에서 하온 씨를 봤을 때와 최근 작업물을 비교하면 굉장히 많이 성장하신 같아요.

저는 성장해야겠다고 생각하고 하는 게 아니긴 해요. 그냥 형들이 해주시는 충격적이거나 자극적인 조언을 듣고 가사 쓸 때나 노래 쓸 때 참고하다 보니까 변화가 생긴 거 같은데, 성장했다고 표현해주시니까 감개무량할 뿐이네요.





LE: <고등래퍼> 시리즈에 출연한 참가자 중 많은 이가 <쇼미더머니> 같은 컴피티션 프로그램에 다시 도전하는데요. 한 스텝 더 앞으로 나아가려는 시도의 일환이겠죠. 하온 씨도 생각이 있나요?

사실 저는 <고등래퍼> 때 너무 힘들었어요. 한편으론 양홍원 형님을 존경하게 된 거 같아요. 어떻게 이런 걸 연속으로 두 번이나 나갔는지… 앞으로 (경쟁 프로그램에) 안 나간다고 단정까지는 안 지을게요. 가능성은 열어 둘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편이라서요. 하지만 아직은 좀 지쳐 있는 상태라 음악적으로 뭔가 좀 더 해야 할 시기가 아닌가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딜레마를 겪고 있기도 해요. 저는 다른 분들과 다르게 광고도 여러 개 찍었고, 예능에서 고정으로 와 달라는 요청도 많이 받았는데요. 어떻게 보면 선택지가 있는 건데,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선택을 하는 상황이 되면 더 고민스럽고, 그 기회를 쉽게 놓는 게 어렵더라고요. (엔터테인하게) 계속하면 제 음악적 입지가 더 단단해지지 못할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도 노출은 또 많이 되잖아요. 여러모로 피곤하고, 고민하고, 변화를 겪는 과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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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어떻게 보면 산업적인 측면에서 뮤지션은 계속 음악을 해야 하고, 행사나 공연을 하는 게 필수적이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아직 적응하는 단계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네요.

늘 다 즐기고 싶었는데, 점점 힘에 부치기도 하네요. 왜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모든 분에게 최대한 아티스트로 다가가고 싶은데, 애초에 시작이 그게 아니었잖아요. 힙합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찾아서 들어주시겠지만, 안 그런 분들은 매체에 나가지 않으면 (새 음악이 나왔는지도 모르고 지나가곤 하죠.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 싶어요.





LE: 이야기를 들어보면 현실적으로 부딪히는 부분도 많이 있는 것 같은데요. 그런데 사람들은 김하온이라는 사람을 늘 명랑하고 밝고 희망찬 이미지로 보잖아요. 그 사이에서 느껴지는 괴리도 있을 것 같아요.

어느 순간 제가 만들어 둔 물결이나 흐름에서 떨어져 가는 거 같아요. 예를 들면, 사람, 일, 음악에 치이다 보니까 어느 순간 제가 어디 있는 건지 모르겠고, 혼란스러워요. 나름대로 확립해둔 진리들 위에 먼지가 쌓인다고 해야 할까요? (그 진리가) 잘 기억이 나지 않거나 희미해지는 느낌이 있어요. 지금의 김하온은 그것들을 다시 찾으려고 노력 중이고, 다시 뭔가 배우기 위해서 혼란을 겪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LE: 그래서인지 성인이 되고 나서 들어온 클럽 공연 등 많은 행사 요청을 다 거절했다고 들었어요.

저야 하든 말든 상관없어요. 하게 되면 즐겁게 하는 거고, 안 하게 되면 집에서 쉬면 돼요. 그런데 회사의 전략가 형님들께서는 제 이미지가 아직 그쪽으로 소비되지 않는 방향으로 가고 싶다고 얘기했던 거 같아요. 한마디로 ‘나중에 많이 해라’인 거죠. 딱히 불만은 없어요. 제가 딱히 클럽을 선호하는 것도 아니고, 술도 안 좋아하니까요. 물론, 제가 막 나서서 거절한 건 아니긴 해요.





LE: ‘형님들’이라고 하셨는데요. 아무래도 지난 1년 동안 보고 지내는 사람들이 많은 바뀌었을 거 같아요. 예전에는 학교 친구들이나 가족들을 주로 보고 지냈다면, 최근에는 일로 만나는 사람의 비중이 늘어났을 것 같은데요.

저는 자퇴하고 나서 거의 아무도 안 만났어요. 그 시기에 아버지가 집에 잘 안 들어오셨고, 어머니도 일하시느라 밤에나 볼 수 있어서 집에 강아지만 있었어요. 되게 평화롭고 조용한 나날이었죠. 그러다 <고등래퍼>를 시작하고 나서는 이로한(웹스터 비, Webster B), 이병재(빈첸, VINXEN) 같은 방송의 경쟁자 친구들을 많이 만났죠. <고등래퍼>가 끝나고 나서는 하이어뮤직(H1GHR MUSIC) 사람들을 많이 만났죠. 지금은 오히려 자퇴한 직후 시절과 비슷한 느낌이에요. 그때보다 좀 더 여유가 없는 느낌이랄까요. 만나는 사람들이 많이 없는 건 사실 제 문제이기도 해요. 제가 먼저 나가서 형들이나 회사 사람들도 만나야 하는데, 게을러서…





LE: 게을러서 그런 거라고 말씀하셨지만, 요즘 누군가를 만날 에너지가 떨어져서 그런 것 아닐까요?

그럴 수도 있죠. 저 자신에게 포커스가 가 있다고 할 수도 있어요. 저는 뭔가를 할 때 주로 제가 먼저인 편이에요. 사랑을 할 때도 스스로 먼저 사랑해야 하고, 누구와 경쟁할 때도 자기 자신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를 확립하고 나서 누군가를 만나야 좀 더 원만한 관계를 구축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불안정한 상태에서 누군가를 굳이 만나고 싶지 않아요. 일이라면 만나는 게 맞겠지만, 굳이 힘들 때 만나서 한탄하고 하소연하면 상대방도 스트레스를 받을 테니까요. 제 주변 분들은 거의 다 바쁘기도 하고, 주체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분들이에요 시간이 곧 돈인 분들이고요. 그런데도 형들은 참 감사하게도 항상 “무슨 일 있으면 말해라”, “집으로 놀러 와라”라고 말씀해 주세요. 하지만 일단은 제 개인적인 안정화 단계를 거치고 싶어요.





LE: [TRAVEL: NOAH]를 냈을 때를 기준으로 하면 언제쯤부터 지금 같은 감정 상태가 된 건가요?

그 EP를 낼 때부터 시작됐던 것 같아요. <고등래퍼>라는 프로그램 안에서 만들어진 프레임 안에 저를 가두려는 시도들을 보면서 이대로 안 되겠다는 생각을 들었어요. 제가 그 프레임에 순응해서 이미지를 끌고 간다면 힘들게 버둥거리는 꼴이 될 것 같았어요. 저는 그 파도를 수영해서 다른 미지의 수평선으로 가고 싶은데, 정작 바다 한가운데서 숨 막혀 죽기 싫어 무작정 발버둥 치는 느낌이 드는 거죠. 그럴 바엔 ‘차라리 우아하게 죽자’라는 생각에 도달했죠. 그래서 잠수를 했던 거예요. 물속으로, 그러니까 제 안의 깊은 곳으로 내려가고 있는 거 같습니다.




LE: [TRAVEL: NOAH]의 마지막 곡을 보면 제목이 인트로잖아요. 해석하자면 김하온이라는 아티스트가 10대 시절을 정리하고 새로운 시작을 하겠다는 의미처럼 보였어요. 인제 와서 보면 그 시작이 그리 희망찬 편은 아니었는데, 실제로 작품 구성에 그런 의도를 담았는지 싶어요.

저는 항상 열린 결말을 좋아해요. 소설이든, 만화책이든, 영화든 결말을 상상할 수가 있는 게 좋아요. 나쁜 결말이든, 좋은 결말이든 본인이 원하는 대로 결말을 상상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제 EP로 듣는 분들에게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드리고 싶었어요. ‘얘가 갑자기 왜 이럴까?’로 시작해서 ‘끝을 왜 이렇게 마무리했을까?’, ‘가사는 왜 이렇게 썼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는 거죠. 그런 얘기들이 저한테 많이 전해졌으면 싶었고요.





LE: 실제로 앨범에 대한 해석이나 피드백 등 반응이 어땠나요?

재미있었어요. 생각도 못 한 신기한 해석도 있었고, 흥미로운 해석도 있었어요. 제가 생각한 것과 거의 비슷하게 해석해주신 분도 물론 있었고요. 그런데 다른 형들은 가사가 너무 두루뭉술하지 않으냐, 명확하게 전달이 안 되지 않느냐라고 피드백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저는 개인적으로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되는 가사, 듣는 사람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문장을 좋아해요. 형들은 다음에는 좀 더 이해하기 쉬운 명확한 가사를 써보라고 조언해 주신 거죠. 다음에 발매할 정규 앨범에서는 그런 점을 받아들여서 작업해보려고 해요.





LE: 형들의 피드백이 모두 곧잘 납득되나요? 좋은 의견이더라도 본인이 생각하기에 맞는 방향이 따로 있을 수도 있잖아요.

저도 자아가 있고, 생각이 있으니까 당연히 그런 부분이 있죠. 형님들 말도 이해해요. 다들 베테랑이시고, 실제로 그분들이 그렇게 해서 잘 안된 것도 아니니까요. 그러니까 저도 가능한 참고해보려고 하죠. 다만, 그 부분에 대한 회의감도 들기 시작했어요. 뭣도 모르고 형님들 말만 듣고 따르면 너무 성장이 없는 거 아닌가 싶어요. 결국, ‘발버둥 치느니 차라리 우아하게 그냥 빠져 죽자’라는 생각이 요즘 자꾸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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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최근 상황에 관한 이야기를 쭉 해봤는데요. 이번엔 학창시절 이야기로 돌아가 볼까요? 작품을 해석하는 자유를 주고 싶다는 이야기를 듣다 보니까 아무래도 학교에서 공부할 때 국어 시간이 영 싫었을 것 같아요. 한국은 이렇게 해석해야 한다는 정해진 답을 제시하잖아요.

학교 문학 수업이 신기해요. 교과서에 나오는 작품에 대한 문제를 원작 작가에게 풀게 했더니 정작 본인이 틀렸다는 이야기도 있잖아요. 그렇게 작가의 의도와 동떨어진 해석을 멋대로 ‘이건 이거고, 저건 저거다’라는 식으로 정해버리면, 창의성이라는 건 누가 키울 수 있을까 싶어요. ‘그냥 암기해라’, ‘시험에 낼 테니 외워서 맞춰라’, ‘맞추지 못하면 좋은 대학에 가지 못하고 좋은 직장을 가지지 못할 거다’ 이게 무슨… 저는 원하지 않는 종목의 레이스에 굳이 참가하고 싶지 않았어요. 국어뿐만 아니라 다른 과목들을 공부할 때도 ‘내가 이걸 왜 알아야 하지?’라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LE: 대부분 학교라는 시스템 안에서 정해진 룰을 따라가면서 입시라는 경쟁에서 살아남으려 했다면, 하온 씨 본인은 외딴섬 같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 같기도 해요.

외딴섬 맞죠. 학교 다닐 때 교실 제일 뒤에 서서 듣는 책상, 일명 졸음 방지 책상이라는 게 있었어요. 저는 영어 시간에 늘 거기에 있었어요. 제가 영어 선생님이랑 되게 트러블이 많았거든요. 왜냐하면, 너무 말도 안 되는 계속 강요하셨어요. 수업할 때 모든 학생을 위에서 하나하나 지배하는 타입의 선생님이셔서 필기도 일일이 검사하고, 숙제를 정말 많이 냈어요. 안 해왔을 때는 세워놓고 일부러 창피를 주기도 하고요. 저는 그 당시에 너무 이해가 안 돼서, 반항 같은 걸 했죠.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도 했고요. 그랬더니 “그럼 너는 내 수업 때마다 저 맨 뒤에 나가서 서 있어라. 숙제를 제대로 해올 때까지 계속 그렇게 수업을 들어야 한다.”라고 하시더라고요. 전 알겠다고 하고 그 자리에 갔고, 끝까지 절대 숙제를 안 했어요. (웃음) 일종의 반항이었던 건데, 그렇게 위치적으로도 외딴섬이 됐죠.





LE: 방송에 나왔을 때는 모두가 하온 씨를 응원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는데요. 예를 들면, 선생님이나 학교 친구들이 자퇴 결정을 축하하면서 응원해주고, 부모님도 자퇴라는 결정을 지지해주고… 어느 정도는 편집된 이미지가 아닐까 싶긴 했는데요.

사실 그렇긴 해요. 하지만 학교에 찾아갔던 장면에서 딱히 거짓은 없었습니다. 다만, 그 교실을 채우기 위해서 제가 모르는 얼굴이 조금 있기는 했지만… (전원 웃음) 연출이 없지 않았지만, 거의 다 아는 얼굴이었고, 같은 학년 친구들이었어요. (방송에 나온) 선생님은 진짜 제 인생에서 최고의 선생님이셨고요. 고등학교 2학년, 마지막 담임 선생님이시거든요. 사실 제가 고등학교에 들어가고 나서 딱히 친구들에게 미움 살 일이 없었어요. 왜냐하면, 고등학생들한테는 공공의 적이 되는 특정한 선생님이 꼭 있어요. (웃음) 아까 말했던 영어 선생님 같은 분이죠. 다들 그런 분들에게 불만이 있지만, 태도 점수를 위해서 굴복해야 하는 상황들이 있잖아요. 그런데 저는 그 안에서 일종의 혁명가 같은 존재였던 거예요. 모두가 침묵할 때 “싫은데요”라고 한마디 하는 것에 친구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쉬는 시간이 되면 다들 다가와서 힙합 악수하고 그랬어요. 캐릭터가 그랬기 때문에 다들 잘해주고 편하게 대해줬던 거 같아요. 애초에 저는 그 친구들이랑 경쟁할 생각이 없었고, 실제로 경쟁하지도 않았고… 경쟁 구도 안에서 완전히 벗어난 사람이기도 했고요.

그런 생각도 했어요. '내가 아무리 마음대로 하고 싶어도 남한테 피해는 주지 말자’ 제가 진짜 기분이 안 좋아서 수업을 방해할 것 같으면 아예 그 수업을 안 들어갔어요. 학교 운동장에서 혼자 책 읽었어요. 나중에 밥 먹을 때 들어가고… 그러다 자퇴한 거죠. 애초에 자퇴 생각을 하고 있긴 했지만, 그렇게 다니면 다닐 이유가 없잖아요? 그 이후에 촬영 들어가면서부터 확실히 친구들이나 선생님들을 딱히 본 적이 없어요. 자퇴할 때 선생님께 “선생님, 저는 성공하기 전까지 안 올 겁니다”라고 장난 섞인 말을 했거든요. 그런데 정말 많은 분이 알아봐 주시는 상황에서 학교에 가니까 기분이 좋더라고요. 선생님도 진심으로 반겨줬어요. 아무튼, 그 장면은 딱히 거짓은 아닙니다. (웃음) 





LE: 요즘은 초등학생, 중학생들의 장래희망 중 하나가 래퍼라고 하더라고요. 그런 분위기 속에서 하온 씨가 랩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응원해주는 친구들도 많았겠지만, “니가 무슨 랩을 하겠어?”라고 생각하는 친구들도 있었을 것 같아요.

당연히 많았어요. 꿈이 래퍼인 세대가 저희부터 시작한 거 같아요. <쇼미더머니 3>가 본격적인 시작이었던 것 같은데, 제가 개코 형님의 노래를 듣고 랩을 연습했고, 빈지노(Beenzino) 형 노래를 듣고 영감을 받았다면, <쇼미더머니 3>가 방영되고 나서 일리네어 레코즈(Illionaire Records)가 뜨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마음을 먹은 것 같아요. 중학교 3학년 때 제대로 시작한 것 같은데, 제가 약간 멋있고(?) 자유로운(?) 아이들이랑 놀았거든요. 항상 멋있어지고 싶었고, 튀고 싶은 욕심이 강해서 그런 친구들이랑 놀았는데, 그 친구들이랑 노래방에 가면 늘 제가 첫 시작을 맡았어요. 템포 막 올려서 개코의 “될 대로 되라고 해 (느낌 So Good)”를 불렀어요. 딱 멋있게 하고 나면 애들이 환호했죠. “개쩐다! <쇼미더머니> 왜 안 나가?” 이런 말을 들으면서 시작했는데, 반대로 “언제 정신 차릴 거냐?” 같은 말을 듣기도 했죠. 한 가지 웃긴 건 저를 비웃던 키 크고 잘 사는 친구가 있었어요. 항상 저를 내려다보며 한심하다는 투로 말했어요. “어~ 너 랩 한다고~? 열심히 해~” 이런 식으로 비꼬면서요. 그런데 그 친구가 요즘 저한테 연락을 제일 많이 해요. 제가 잘 되고 나서 가장 많이 전화한 애가 그 친구예요. 맨날 술 먹으면 저한테 전화를 거는 거예요. 자기 친구한테 바꿔 주겠다는 거죠. 예전에 비꼬았던 애들도 제가 잘 되고 나서 변하는 걸 보니까… '사람은 참 간사하고 기회주의적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도 확실히 응원해주는 친구들이 훨씬 많았어요.





LE: 말씀하신 개코의 “될 대로 되라고 해 (느낌 So Good)”가 힙합을 제대로 접한 곡이라고 알고 있는데요. 생각해보면 하온 씨의 스타일이 되게 달리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어찌 보면 그 노래와 느낌이 비슷한 거 같네요.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한테 랩의 교과서 같은 분이 세 분 계세요. 1교시 개코, 2교시 빈지노, 3교시 비와이(BewhY). 4교시는 이제 제가 만들어야죠. 그래서 1, 2, 3교시의 느낌이 저한테 있을 수밖에 없어요. 거기에 저만의 색깔을 더해서 제 스타일을 완성한 거고요. 제가 인정해야 하는 부분이고, 계속해서 그분들께 존경을 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그분들이 저에게 ‘랩은 이렇게 하는 거다’라고 알려준 셈이니까요. 기회가 될 때마다 이분들 덕분에 제가 이렇게 랩을 하고 있다고 계속 샤라웃하고 있어요. 물론, 도끼(Dok2) 형님이나 바비(Bobby) 형님처럼 연습 삼아 따라 했던 다른 분들도 있어요. 그래도 여전히 가장 영향을 많이 주신 분은 그 세 분이에요. 





LE: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영상 아시죠? <고등래퍼 1>때 잘 못 했던…

아… 그런 걸 찾아보신다니까 참… (전원 웃음) 하나 웃긴 게 <고등래퍼 2> 때 작가님들이 절 못 알아본 거예요. “저 시즌 1때도 나왔었는데요…?”라고 하니까 당황하시더니 너무 못했으니까 그때 얘기는 최대한 안 하는 거로 가더라고요. 그에 비해 시즌 2에서 갑자기 새로운 캐릭터로 등장했으니까요. 시즌 1 때는 잠깐 스쳐 가는 역할… 아시죠? 그래도 스윙스(Swings) 형님 옆에서 돈까스도 먹어 봤어요. 지금 여쭤보면 절 기억하실지 모르겠는데, 그때는 하민이 형(오션검, Osshun Gum)만 좋아하셨는데… (웃음)




LE: 시즌 2에 출연하면서 말 그대로 각성하셨던 것 같아요. 그 비법이 정말 방송에 보이는 그대로 명상을 통한 마음가짐 가다듬기 정도뿐인가요? 혹 다른 이유도 있나 싶은데요.

세상에 모든 사람이 하나밖에 없잖아요. 그렇다면 진짜 나를 찾고 그걸 랩이랑 섞자는 생각이 가장 큰 계기였어요. 그럴 수 있다면 단 하나밖에 없는 게 탄생하는 거잖아요. '내가 좋아하는 게 뭐지?’라는 생각을 시작으로 하나하나 연구했던 것 같아요. 유튜브, 책, 테드(TED) 강의… 여러 경로로 <리얼리티 트랜서핑(Reality Transurfing)>, 명상, 기적 수업 등을 접하고, 제 비전을 가사로 쓰니까 재미있는게 나오더라고요. 저도 연습하면서 ‘이게 맞나…?’ 싶어서 웃음이 나왔어요. 그래서 제가 <고등래퍼 2> 첫 촬영할 때 엄청 고민했어요. 내가 담겨 있는 벌스를 할 것인가, 예전에 써 놓았던 일반적인 벌스를 할 것인가. 그때는 대본 없는 진짜 싸이퍼였거든요. 비트만 틀어 놓고 알아서 경쟁하는 상황이었는데, 저는 너무 평화주의자였고 남한테 피해 주지 말자는 마인드여서 계속 순서만 기다렸죠. 그런데 아무도 마이크를 안 주는 거예요. “Bad and Boujee”에도 랩 하고 싶었고, (이)로한이가 했던 비트에도 하고 싶었는데, 차례가 밀렸죠. 그러다가 마지막으로 루페 피아스코(Lupe Fiasco)의 “Around My Way” 비트가 나왔는데, 저는 생전 들어본 적도 없는 비트였어요. 저랑 (김)근수만 남은 상황이었죠. 근수가 먼저 마이크를 집었고, 그다음에 제 차례가 왔어요. 그때 ‘이건 내가 미리 주문했던 운명의 기회다’라는 생각이 확 들었어요. 그래서 가장 즐기면서 썼던 벌스를 사용했고, 덕분에 여기까지 오게 됐죠. 지금은 그 이미지를 벗고 싶지만, 당시에는 저도 전율이 돋았죠. 그 가사를 뱉으면서도 스스로 뭘 하는 건지 몰랐는데, 끝나고 나니까 모두가 환호하고 있었고, 1등을 하니까 신기했어요.





LE: 결론적으로 내면적으로 다른 사고를 하니까 자연스럽게 스킬이 일취월장한 거네요.

정말 즐기면서 했던 것 같아요. 각성의 계기는 ‘나를 찾자’라는 생각이었고, 나를 찾고 나니까 길이 보인 거죠. 랩과 나를 섞었더니 재밌는 게 나와서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방송에 나갔고, 모두가 좋아해 주시다 보니 이렇게 됐네요. 수준 높은 힙합엘이 인터뷰를 당할 줄이야… (전원 웃음) 





LE: 기술적인 이야기도 조금 해보고 싶은데요. 랩을 듣다 보니 첫 싸이퍼, “어린왕자”와 최근 작업물을 비교해보면 톤이 뚜렷해졌다는 느낌이 들어요. 특유의 발음을 굴리거나 흘리면서 리듬감을 만들어내는 방식도 더 확실해졌고요. 어느 정도 의도한 테크닉일까요?

저는 똑똑한 편이 아니어서 ‘이 부분을 이렇게 해서 리듬감을 살리고…’ 같은 생각을 하진 못하고요. 쭉 써보고, 쭉 뱉어보고, ‘여기서 이렇게 하면 재밌겠네!’하면서 고쳐보고, 다시 쭉 뱉어보는 정도예요. 재미로 해 봤다가 의외로 좋아서 남겨 놓은 것도 있고요. 설계하는 느낌은 절대 아니죠. 안 그래도 일 같이 느껴지는데 더 일 같을까 봐… (웃음) 





LE: 하온 씨 랩을 생각해보면, 페이스 조절에 실패하면 템포가 너무 빨라진다든가, 박자를 절게 될 위험이 큰 스타일이라고 생각해요. 본인의 페이스를 놓치지 않는 비결이 따로 있나요?

진짜 감인 거 같아요. 많이 하다 보면 알아서 장착되는? 그래도 리듬적으로 위험하게 가사를 쓸 때도 있죠. 그걸 누가 지적해주고 구원해줬냐, 바로 그루비룸(Groovy Room)입니다. 제 음악적 부모님께서 “너 랩 잘하는 건 누구나 다 아니까, 이제 음악을 잘한다는 걸 보여줘야 해” 하시면서 [TRAVEL: NOAH] 속 많은 시도를 도와주셨어요. 그 이후로 스스로도 ‘너무 달리는 거 아닌가?’ 하는 경각심을 갖게 됐죠.





LE: 명상은 주로 언제 하나요? 정해진 시간이 따로 있나요?

주로 아침이나 자기 전에 많이 하는 거 같아요. 해 뜨고 나서는 밥 먹고 나서 혹은 씻고 나서 나른할 때. 그 기분을 온종일 가져가고 싶을 때 혹은 하루가 너무 힘들어서 평온하게 잠들고 싶을 때.





LE: 가사가 잘 써지는 타이밍도 있을 듯한데요.

특정 시각이라고 이야기하긴 힘들고, 어느 순간 제가 무언가랑 이어져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머리가 뚜껑처럼 열려서 어딘가와 연결된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 그때 쭉 써지는 거 같아요. 그 느낌을 느껴본 지 오래되긴 했지만, 그럴 때가 확실히 있어요. 요즘은 조금 짜내는 느낌이에요.





LE: 요즘 책이든, 강연이든, 인풋을 많이 받지 못해서 그런 게 아닐까 싶기도 해요.

못 보는 건지, 안 보는 건지… (웃음) 제가 생각해도 인풋이 없어지다 보니까 그런 것 같긴 해요. 제 나름대로 확립해둔 질서와 진리들 위에 먼지가 쌓였는지, 제가 어디서 잃어버렸는지 모르겠는데 잘 생각도 안 나고… 생활에서 나왔던 영감들이 이제 없어서 카오스에 빠질 때도 많고… 그래서 쓸데없이 에너지가 빠져나가는 거 같아요. 한 달 정도 아무것도 안 하는 시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모든 시간이 오로지 저를 위한 시기인 거죠.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시간이 한 달 정도 있으면 제 모든 평화가 돌아올 것 같고, 제가 확립했던 것들도 다시 기억날 것 같고, 여유 속에서 좋은 것들이 나올 것 같은데… 그게 안 되어서 최대한 병행하면서 스스로 되뇌고 있어요. 나의 평화가 돌아오고 있다고.





LE: 혹시 <고등래퍼 2>를 함께했던 이로한 씨나 이병재 씨와 얘기할 때 이런 이야기에 공감을 많이 하는 편인가요?

웃긴 게 저희가 지금 힘들어요. (웃음) 다들 힘들어 죽겠대요. 이로한은 그런 말을 잘 안 하고, 저랑 이병재는 계속 힘들다, 힘들다 해요. 어느 날 이로한이 술을 먹고 단톡방에 “병재야, 하온아… 너네가 힘들면 나는 죽는다…”라고 하더라고요. ‘다 힘든 시기를 거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도 존재 자체로 힘이 돼요. ‘나 혼자만 이런 게 아니구나’, ‘우리 모두 성장하고 있구나’라는 느낌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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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가사 얘기를 조금 해볼게요. 힙합적인 워딩이라고 해야 하나요? 힙합에서 자주 쓰이는 표현이 많이 등장하진 않지만, 그래도 ’Shawty’라는 표현은 종종 보이더라고요. 사실 ’Shawty’가 매력적인 여성을 뜻할 때 많이 쓰이는데, 그런 의도로 쓰진 않으시는 거 같더라고요.

제가 그 단어를 제일 처음 쓴 곡이 “Adios”였던 거 같은데, 안 좋은 감정을 연인에 비유해서 “너랑은 아디오스야”라는 느낌으로 풀어냈던 것 같아요. 그 곡을 시작으로 ’Shawty’가 제 가사 안에서 나쁜 감정의 대명사가 됐다고나 할까요? 발음도 재미있었어요. 저는 발음하기 재미있는 단어를 많이 쓰는 거 같아요. 꽂힌 단어를 많이 쓰는 경향이 있는데, 딱히 문제는 아닌 거 같아요. 똑같은 단어를 쓰는 거지, 곡이나 가사를 똑같이 쓰는 건 아니니까요. 여러 것들의 대명사로 쓰이는 걸 수도 있는데, 여러분이 판단할 부분입니다. (웃음)





LE: 사실 힙합을 두고서 논란이 많잖아요. 단어, 표현, 내용의 혐오적이고 부정적인 뉘앙스를 문제 삼는 경우도 있는데요. 그런 부분을 조금은 의도적으로 피하고자 하면서도 힙합적인 워딩을 취하고 싶어서 ‘Shawty’라는 말을 많이 쓰시는 걸까 싶기도 했어요.

저는 스스로에게나, 남들에게나 나는 힙합이라고 떳떳하게 말을 못 하겠어요. 그냥 지금은 힙합을 하는 게 아니고 랩이라는 매개체로 제 생각을 전달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괜한 트러블 일으키고 싶지 않고… (웃음) ‘내가 힙합이다’ 이랬다가 ‘네가 무슨 힙합이야’라고 하면 어떡해요. 싸움은 피하고 싶고, 평화를 갖고 싶어요. 최대한 분리하고 있는 거 같아요. 딱히 저 자신이 리얼 힙합이라는 느낌이 전혀 안 들고, 그렇다고 굳이 리얼 힙합처럼 하고 싶지도 않아요. 전 제 얘기를 하고 싶고, 제가 가진 세계관을 다른 분들에게 여행시켜 드리고 싶은 게 다예요. 그래서 ‘혐오와 욕설을 최대한 배제하지만, 그래도 힙합 같은 건 가져가야지’라는 생각은 안 하는 거 같아요.





LE: 잠시 미고스(Migos)의 “Bad and Boujee” 얘기가 나왔는데요. 기본적으로 외국 힙합에 많은 영향을 받는 편인가요?

요즘은 외국 힙합을 더 많이 듣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아티스트는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Tyler, the Creator)랑 아미네(Amine), 맥 밀러(Mac Miller)… 골드링크(GoldLink)도 좋아하고요. 그런 서브컬처 까라(?)의 분들을 좋아해요. 투 체인즈(2 Chainz), 미고스, 래 스래머드(Rae Sremmurd) 같은 분들도 멋있고, 리얼 ‘쌉’ 힙합이지만, 좀 더 다양한 (아티스트가 좋아요.) 투 체인즈처럼 트랩도 할 수 있고, 바스(Bas)처럼 붐뱁도 할 수 있고, 동시에 멜로디컬하게 혹은 밴드와 콜라보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색깔을 가진 분들이 더 와 닿는 거 같아요.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가 제가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 접한 외국 힙합 아티스트였어요. 제일 미쳐 있을 때였어요. 제가 “Yonkers”로 입문했거든요. 당시에 제가 고민 많고, 우울할 때였는데,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에) 빠져서 한동안 ‘다 증명할 거고, 죽여 버릴 거야’ 같은 가사를 많이 썼어요. 제가 너무 나락으로 빠지고 있어서 왜 사는지 모르겠을 때였어요. 엄마랑 아빠는 싸우고, 형은 또 화를 저한테 푸는 거 같았어요. 말도 안 되는 피해망상적인 가사를 엄청 썼어요.

그러다가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의 [Cherry Bomb]에 있는 “Find Your Wings”라는 트랙을 들었어요. 그때 날씨가 너무 좋은 여름이었는데, 되게 작은 제 방에 창문이 열려 있었어요. 창문이 침대 바로 위에 있는데, 전 그날 누워서 블루투스 스피커로 그 노래를 듣고 하늘을 날았어요. 그러고 나서 제가 너무 쓸데없는 짓을 하는 거 같다는 느낌이 들고, 동시에 근본적인 이유로 파고들었어요. ‘혹시 내가 너무 얽매여 있는 거 아닌가?’, ‘남들 하는 대로 따라 하면서 그게 잘 안 되어서 발버둥 치고 있는 게 아닌가?’라고 생각했어요. 다르게 하고 싶다는 씨앗이 그때부터 자라났던 거 같아요. 그 씨앗이 발아해서, 씨 발아해서 (웃음) 자퇴까지 이어진 거 같습니다. 모든 게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가 다크한 걸 하다가도 아름다운 걸 하는 틀을 깨는 모습에서 시작된 거죠.





LE: 최근에 나온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의 작품도 좋아하세요? [Flower Boy]나 [Music Inspired By Illumination & Dr. Suess’ The Crinch] 정도가 되겠죠.

[Music Inspired By Illumination & Dr. Suess’ The Crinch]는 아직 못 들었어요. 저는 지금 게으름의 끝을 달리고 있어서 나중에 들으려고 쌓아 둔 앨범이 엄청 많이 있어요. [Flower Boy]는 나오자마자 사서 듣고 ‘아, 역시 타일러다’했죠. 근데 의외로 외국 평론가들이 별로라고 평가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는 [Goblin] 때가 제일 좋았다는 거죠. 러프하고, 로우한 혼돈의 무질서함을 보여줘야 한다는 거죠. (LE: 보통 처음이 임팩트가 센 법이죠.) 제 생각도 나더라고요. “안녕 나를 소개하지”를 계속 하라는 강요를 너무 많이 느껴서요. 아무리 좋은 음악을 내도, 아름다운 걸 만들어도 사람들은 변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고 사람이든, 아티스트든, 음식이든, 뭐든 항상 변함없길 바라는 경향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앞으로 제가 뭘 하든 간에 예전처럼 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을 거 같아요. 그때 그게 짱이었다, 너의 최고였다(고 하는 식인 거죠.) 제가 생각하는 정점에 있는 사람과 제가 같은 처지인 거 같기도 해서 마음도 놓여요. 인간 세상 천태만상 그냥 다~





LE: 골드링크도 좋아한다고 하셨는데, [TRAVEL: NOAH]에 수록된 “OOOOOOL”을 들어보면, 되게 골드링크스럽더라고요.

캐치하셨네요. 골드링크처럼 하고 싶었어요. 그렇게 안정적으로 멜로디컬하게 하는 게 짱이다 싶었어요. “Crew”도 엄청 들었고요. <COLORS>에서 했던 “ROUGH SOUL” 보고 개잘한다고 느껴서 이렇게 해봐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마침 그루비룸 형들한테 좋은 비트가 있어서 시도해봤죠. 안정감 있으면서 멜로디컬하고, 속도도 이어가는 스타일을 많이 참고했죠.





LE: 특별히 랩할 때 편하고 가장 잘할 수 있다 싶은 비트 분위기나 스타일이 따로 있을까요?

저는 확실히 밝고 신나는 걸 좋아하는 거 같아요. 너무 우울하거나 하드한 건 불편하고, 안 맞는데 구겨서 입는 스키니진 같은 느낌이 들어요. 입으면 막상 괜찮거든요.





LE: “Yonkers” 같은 비트에 연습해본 적도 있나요?

당시에 한창 유튜브에 ‘Tyler Type Beat’라고 쳐서 쭉 나오면, 거기에 ‘다 죽여버릴 거야! 세상 부숴버릴 거야!’ 같은 가사를 썼죠. 근데 그 시기에 많이 성장한 거 같아요. 가사를 진짜 빼곡하게 썼거든요. 비트가 있으면 저는 벌스-훅-벌스-훅 개념이 없어서 3분 내내 가사를 쓰는 식으로 연습했거든요. 손글씨로 가사 쓰는 것에 거부감이 없고요. 아무리 써도 그때보다는 덜 쓰니까 덜 피곤한 거 같고요.





LE: 지금도 손으로 가사를 쓰나요?

컴퓨터로 쓰고, 마음에 드는 걸 받아적기도 하고요. 아예 처음부터 손으로 쓰기도 해요. 근데 지금은 이상한 완벽주의가 생겨서 괜히 쓰기가 어렵더라고요. ‘이 페이지는 완벽해야 해’라고 생각하다가 컴퓨터 켜고… 정말 바보 같은 짓이잖아요. 버리고 다음 장에 쓰면 되는데, 전 그게 안 돼요. 차곡차곡 쌓아서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고 싶은 이상한 병이 있어요.





LE: 어둡고, 투박하고, 빡센 비트는 좀 불편한 거 같다고 하셨는데요. 최근에 참여한 트랙 보면, “Finish Line Remix”, “119 REMIX”, “플라시보” 같은 곡도 있잖아요. 일종의 전투력을 발휘해야 하는 트랙에 랩을 할 때 실제로 힘겨운가요?

제가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거라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만약에 그루비룸 형들이 달리라고 고삐를 놓아주시면 마음껏 달릴 수 있어요. 사실 저도 EP 때 그걸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 당시에 그루비룸 형들이 제가 랩 잘하는 건 대한민국 사람들이 다 안다고 말씀하셔서요. ‘아닌 거 같은데… 좀 더 해야 할 거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말을 따랐어요. 그랬더니 방금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를 이야기한 맥락과 비슷하게 ‘너는 이런 랩 해야지. 왜 갑자기 노래 부르고 있어?’라는 반응이 억울하기도 해요. 제 거 할 때는 다채롭게 보여주려 하고, 다른 사람들 것 할 때는 퍼포먼스를 보여주려고 하는 거 같아요. 왜냐하면, 제가 곡 전체를 담당하는 게 아니고 그냥 벌스 하나 쓰면 되는 거니까요.





LE: “119 REMIX”에서 내로라하는 형님들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은 걸 알고 있나요? (웃음)

주변 분들이 말씀하시기를 ‘오, 다행이네’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유튜브에 되게 어이없는 게 있더라고요. 제 부분만 짤라서 ‘119 REMIX 김하온 1시간 버전’이라고. (전원 웃음) ‘이걸 왜 한 시간이나 듣지?’ 생각하면서 댓글을 봤는데, 좋은 반응이 많은 거예요. 그러면서 다른 영상도 좀 봤는데, 좋은 벌스만 모아놓은 영상에 제가 있더라고요. 그냥 한 거지만, 재미있고, 좋았어요. 그렇다고 뭔가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하고 (가사를) 쓴 건 아니었어요. 오히려 쓰면서 이게 맞나 싶어서 식케이 형한테 가녹음을 보내고 괜찮은 거 같냐고 물어봤어요. 이런 비트가 너무 오랜만이라서 헤맸거든요. 한 번 썼다가 너무 아닌 거 같아서 다시 쓴 게 지금 버전인데, 가사도 완전 중구난방이에요. “Now I wanna be a baki / 자식들은 평화를 원하지 않지 / 날라 다녀 까치 / 생각 없이 쓴 가사 같이” 중간에 생각 없이 쓴 가사라는 본심이 나오잖아요. (웃음) 그때 제가 보던 최근에 리마스터된 <격투왕 바키>가 너무 재미있으니까 가사 쓰고. 그렇게 썼는데, 다들 너무 좋아해 주시니까 감개무량했죠. 확실히 즐겨야 하고, 중요성을 느끼면서 하면 오히려 안 나온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작업할 때 저는 또 멋있는 걸 해야 한다면서 헤매겠죠.




LE: 본인이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벌스 하나만 꼽으면 어떤 게 있을까요? “Adios”의 마지막 벌스는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린 “Twilight”인 거 같더라고요.

그 벌스가 사실 얼 스웻셔츠(Earl Sweatshirt)의 “Balance”에 얹은 건데, 제가 그 곡을 너무 좋아해요. 듣고 있으면 나른해져요. 해가 지고 있고, 날씨는 따뜻하고, 벤치에 앉아서 멍해 있는 느낌이 들어요. 그걸 한 번 리믹스해보자는 생각으로 인스트루멘탈을 어디서 구했죠. 믹싱이 별로다, 랩이 너무 처진다는 반응이 있었는데, 전 마음에 들어서 아직까지도 사운드클라우드에서 안 내렸어요. (<고등래퍼 2> 때) “Adios” 가사를 채워야 하는데, 비는 마지막 부분에 뭘 해야 할까 하다가 “Twilight” 가사를 썼더니 너무 딱 맞더라고요. 보이콜드(Boycold) 형한테도 들려주니까 하라고 하더라고요. 제일 마음에 드는 벌스는… 전 제 벌스를 모두 사랑하려고 하는데, 제일 재미있었던 건 EP의 “OOOOOOL”, “WHACHUWANT” 쓸 때였어요. 막힘없이 술술 썼거든요. 그중에서도 “OOOOOOL”은 제가 쓰면서도 신나고 웃음이 나는 표현들이 많았던 거 같아요.





LE: 가사에 어려운 어휘들이 종종 등장하는 느낌이 있어요. 내세우는 컨셉을 봐도 사념체, 이원성 같은 말이 등장하는데요. 이런 표현을 따로 알아보거나 공부하시나요?

그런 어려운 단어를 제가 무슨 수로 알겠습니까. 책에서 많이 참고하고, 기억해놨다가 가사 내용과 맞으면 재조리하는 거죠. 가끔 이상하게 문득 가사를 쓰다가 뜻도 모르는 사자성어와 아리까리한 단어가 나올 때가 있어요. ‘갑자기 왜 이게 생각 나지?’ 싶어서 검색해보면 의미가 또 맞아요. 





LE: 펜듈럼이 가사에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게 <리얼리티 트랜서핑>에 나오는 개념인데요. 각자는 각자의 에너지가 있어요. 그 에너지가 똑같은 방향으로 흘러가면 예를 들어 공산주의, 채식주의, 불교, 천주교가 돼요. 그렇게 에너지 바다가 만들어지면 펜듈럼이 등장해요. 에너지를 받으면 받을수록 흔들리고, 흔들림을 유지하려고 사람들의 에너지를 빨아먹어요. 다른 펜듈럼을 헐뜯어서라도요. 이 지배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다는 걸 허심탄회하게 뱉을 때나 제가 최대한 깨어 있고 싶다는 걸 표현하고 싶을 때 펜듈럼을 (가사에) 등장시키는 거 같아요. 펜듈럼이 내거는 슬로건 중 하나가 ‘내 거가 짱이야. 네 건 구려’에요. 근데 제가 보기에는 요즘 힙합 씬에서 그 양상이 너무 심한 거 같아요. 뮤지션들 말고 팬분들끼리 ‘너 그거 왜 들어? 너 막귀야?’ 이런 느낌인 게 걱정되네요.

펜듈럼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은 약간의 개인주의를 추구하는 거예요. 채식주의도 좋고, 기부도 좋아요. 근데 그게 과연 당신을 행복하게 하냐고 물어보는 거죠. 만약 진정으로 행복해서 하는 게 아니고 그저 남들의 신념을 따라가는 거라면, 그 사람은 펜듈럼에 지배당하는 거죠. 그 펜듈럼을 위해서 누군가와 싸운다면 그것도 지배받고 있는 거고요. (팬듈럼에서) 깨어나서 행복할 만큼만 그 안에서 가져가고 지배당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어요.





LE: 다른 말로 하면 이데올로기나 헤게모니 같은 느낌이군요. 키드밀리(Kid Milli) 씨와 빈첸 씨 상황도 약간 맥락이 비슷한 거 같은데요. 하온 씨 의견을 좀 들어보고 싶은데요? (웃음)

(웃음) 그것도 펜듈럼 대 펜듈럼이죠. 그 당시에 저는 딱히 누구 편을 들고 싶지 않았고, 그 이슈가 빨리 끝날 거라고 예상했어요. 잠깐 반짝하고 말 거라고 생각했어요.





LE: 팬분들끼리 하온 씨가 펜듈럼을 이야기한 부분이 있었던 거 같아요.

쉽게 말하면 자기 인생을 살면 되는 거예요. 음악이란 매개체에서 즐거움을 얻을 수 있고, 행복도 얻을 수 있고, 에너지도 얻을 수 있지만, 거기에 너무 종속되어서 떠받들면 지배받게 되는 거 같아요. 펜듈럼은 다른 지지자들을 이끌고 싶어 하기 때문에 굉장히 자극적으로 선전하거든요. 근본은 파괴적이고요. 저는 저 자신에게 깨어나자고, 나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자고 말해요. 펜듈럼의 근본은 파괴적이니까. 최대한 닫고 살자고.





LE: 최근에 “꽃”을 발표하셨어요. 스무 살이 되자마자 나온 곡인데, 간단히 소개 부탁드릴게요.

“꽃”은 제가 19살에서 20살로 넘어가는,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이 순간을 남겨두고 싶어서 작업하기 시작한 곡이고요. 제 주변 친구들에게 “넌 스무 살이 됐을 때 기분이 어때?”라고 물어봤는데, 돌아오는 대답이 다 걱정된다는 말이었어요. 근데 제가 보기에 그 친구들은 너무 아름답거든요. 지금 경제 상황이나 학업 성취도가 어떻든 간에 그냥 너무 아름다웠어요. 그 친구들이 웃을 때 되게 예쁘고요. 아무 걱정 없이 재미있게 놀 때 같이 있으면 너무 즐겁고, 멀리서 지켜보면 부럽고요. 너무 꽃 같은 거예요. 꽃은 피어날 때 자기를 못 보잖아요. ‘너는 걱정이 너무 많은데,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서 꽃처럼 피어나거나 피어나고 있을 거야. 아름다우니까 걱정하지 말고 20살 돼서 제약이 풀렸으니까 재밌게 놀고, 지금 이 노래 나오는 만큼은 즐기자’라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LE: “꽃”도 그렇고, “붕붕”이나 “NOAH” 같은 곡에서 후렴 부분에 비트 브레이크가 등장하더라고요.

형들이 드랍을 좋아합니다. 프로듀서 형님들의 의견이어서… (웃음) “붕붕”이랑 “NOAH”는 그루비룸 형님들, 이번에는 아빈(Avin) 형님인데, 그 형님들이 서로 친밀한 관계에요. 딱히 그래서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아닌 거 같지만요.





LE: 그럼 제이슨 리(Jason Lee) 씨가 색소폰으로 참여하신 것도 아빈 씨의 의도인 건가요?

제가 관악기가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어요. 색소폰 아니면 트럼펫이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회사에 말씀드리니까 어떤 형님이 저한테 카톡으로 “이 사람이 제이슨 리라는 사람인데 되게 잘한다. 한번 영상 봐라” 하시더라고요. 클럽에서 공연하시는 모습이었는데, 라이브로 아티스트랑 서로 마주 보면서 합 맞추는 게 개멋있는 거예요. 그래서 다른 분들 안 알아보고 ‘이분으로 부탁드리겠다’라고 해서 섭외했죠.

녹음할 때 빼고는 못 뵈었지만, 너무 놀라웠어요. 그냥 반주에 느낌 가는 대로 연습 삼아 막 불었는데, 그것도 좋은 거예요. 근데도 버리고 다시 하신다고 할 때마다 저는 약간 의아했죠. 제가 모자라서 그런 걸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숨결이 닿는 곳마다 다 좋았어요. 대단한 내공이 느껴졌어요. 





LE: 혹시 랩, 힙합이 아닌 다른 계열 중에 협업하고 싶은 다른 아티스트가 또 있을까요?

저는 나중에 인디 밴드랑 (콜라보)해보고 싶어요. 왜냐하면, 제가 힙합을 몰랐던 초등학교, 중학교 때, 형이 밴드를 하고 인디 음악을 좋아했었거든요. 저도 형 덕분에 인디 밴드를 좋아했어요. 톡식(TOXIC) 좋아했고, 로맨틱 펀치(Romantic Punch)의 “야미볼”, “토요일 밤이 좋아”를 되게 좋아했어요. 인디 밴드는 개멋있다는 낭만이 아직 남아 있어요.





LE: 만약에 정말 그렇게 한다면 [Flower Boy]에서 사운드적으로 변화를 꾀한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랑 비슷해지는 거 같은데요?

용기가 없어서 문제예요. 줏대도 없고, 용기도 없고 미치겠어요~





LE: 혹시 곡 작업을 할 때는 어느 부분까지 관여하시나요? 프로듀싱이나 믹싱 과정에는 참여하지 않나요? 후에 본인의 영역을 늘리고 싶은 욕심이 있는지 궁금해요.

당연히 그런 욕심이 있죠. 지금은 그때그때 나는 생각을 다 말하는 편인 거 같아요. ‘이 부분에서 좀 더 밝게 가는 건 어때요?’, ‘관악기가 들어갔으면 좋겠어요’, ‘좀 더 몽환적으로 갔으면 좋겠어요’ 같은 느낌으로 프로듀서 형들에게 말할 때도 있고요. 완전 깊게 들어가서 “여기서 스네어가 한 번 착! 더 나오면 좋겠다” 그러진 않고요. (웃음) 믹싱할 때는 항상 참여하는 편이에요. 제 목소리도 들어가 있으니까요. 스테이튠(Staytune), 용준이 형! 항상 감사드립니다.





LE: 사운드클라우드에 애니메이션 장면 캡처를 커버로 쓴 비트가 몇 개 있더라고요. 프로듀싱했던 흔적인 거 같아서 나중에 다시 해보려는 욕심이 있을까 싶었어요.

저한테 굉장히 좋은 추억들이죠. 제가 자퇴를 하고 나서 한창 뭐할까 하던 시기에 아버지께서 “너 홍대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프로듀싱 강의하는 거 있는데 할래? 말래?” 그러셨어요. 근데 저는 너무 겁나는 거예요. 일단 홍대란 곳이 저한테 익숙하지도 않고, 일주일마다 한 번씩 기차 타고 가는 게 피곤하기도 하잖아요. 할까 말까 하다가 동전 던지기로 결정했어요. 그 당시에 동전 던지기를 많이 했거든요. 아침에 일어나서 집에 아무도 없으면 ‘컴퓨터를 할까 말까?’, ‘게임을 할까 말까?’ 같은 상황에서 앞면이 나오면 하고, 뒷면이 나오면 안 했어요. 안 하면 신기하게도 한 시간 뒤에 아빠가 와요. 만약 게임을 했으면 아빠를 실망하게 하고 잔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는데, 동전이 막아준 거죠.





LE: 그 룰을 깬 적은 없나요?

진짜 없어요. 아무튼, 프로듀싱 강의 때도 동전 던지기를 했는데, 앞면이 나와서 했어요. 해보니까 저한테 피가 되고 살이 됐어요. 실력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부분이나 추진력에서 많은 도움이 됐어요. 음악 프로그램을 켜는 것에 대한 겁이 없어졌어요. EQ란 것도 알아냈고, 딜레이, 리버브도 걸 줄 알게 되니까 뭔가 신나서 (그 비트들을) 만들었던 거 같아요. 선생님이 시키지도 않았는데, 비트 만들어서 가서 들려드리고. 시로스카이(Shirosky) 선생님이었는데, 되게 좋아해 주시면서 저한테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어요. 한번 찾아 봬야 하는데, 이 몹쓸 제자… (웃음)
 




LE: 나중에 다시 프로듀싱을 하실 생각이 있으신 거죠?

제가 좀 더 개념과 줏대가 생기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제가 초등학교, 중학교 때 드럼을 쳐서 그런지 다른 분들이 드럼 찍기 어려워하실 때 저는 드럼 찍는 게 제일 쉬웠거든요. 그래서 저 자신이 확립되면 더 활발하게 하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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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다음 계획이 궁금해요. 정규 앨범 계획도 있나요?

이제 정규 앨범 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고, 이번 정규 앨범에 제 모든 걸 쏟을 생각입니다. EP를 냈을 때는 스스로 만족하지 못했고, 사랑할 수 있는 곡이 별로 없었던 거 같아요. 형들한테 너무 편승했던 거 같기도 하고요. 이번에는 저 혼자서 해보고 싶어요. 버둥거릴 바엔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좋은 물결이 오면 타고 가고, 아니면 빠져 죽는 거죠. (웃음) ‘되든 말든’의 느낌으로 최선을 다할 생각이에요. 그리고 진짜 여행가다운 음악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듣는 분들을 다른 곳으로 데려다주고, 그곳에서 함께 여행하는 느낌이 드는 앨범을 내고 싶어요.





LE: 전작의 테마가 반항이었다면, 새 작품의 테마는 어떤 걸까요?

여행일 거 같아요. 여러분과 저는 떠날 겁니다. 더 말하면 안 될 것 같아요. (웃음) 지금까지의 제가, 그때의 제가 있기까지 지나온 것들, 감정, 사물, 장소를 같이 쭉 훑으면서 여행할 거예요. 모든 걸 후회 없이 쏟아부을 테니까 기대해주시고 응원해주세요.





LE: EP를 준비할 때도 원래 혼자 이끌어보려고 했는데, 피처링을 넣으셨잖아요. 정규 앨범에서는 피처링도 최대한 배제하게 될까요?

보이콜드 형이 “너무 피처링에 의존하는 거 아니냐”라고 한 적이 있어요. 이번에는 저 혼자 하는 곡도 많이 있을 거고, 제가 생각나는 아티스트가 있으면 망설임 없이 컨택할 예정이에요.





LE: 이정표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김하온이라는 카테고리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말을 여러 차례 하셨는데, 실제로 그렇게 되고 있는 거 같나요? 아니면 그렇게 되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요.

확실한 건 전 지금 아주 혼란스러운 시기라는 거예요. 그렇지만 또 하나 확실한 건 스스로 성장하고 있고, 피어나고 있다는 거예요. 듣는 이를 다른 곳으로 보내고 싶고, 동시에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는 가사를 쓰고 싶은 건 여전해요. 그래서 계속 잘 해 나간다면 김하온의 세계로 가는 이정표를 세울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롯데월드 표지판처럼 (웃음) “이곳은 김하온의 세계입니다~” 하는 거죠. (웃음)





LE: 그때 4교시의 김하온이 되겠네요.

그렇죠. 마지막으로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수준 높은 힙합엘이 독자 여러분. 김하온입니다. 여러분, 펜듈럼의 지배에서 벗어나서 깨어납시다. 그리고 사랑합시다. 사랑하면 사람 됩니다. 평화!





LE: 긴 시간 인터뷰하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CREDIT

Editor

Melo, snobbi, soulitude(녹취), Loner(녹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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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O, 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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