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에 너무 깊게 잠수해 사는 사람들, 대체로 농담을 방패 삼는다. Water From Your Eyes의 Nate Amos와 Rachel Brown도 예외는 아니다. Amos는 <Everyone’s Crushed>(2023, Matador) 수록곡 "Barley"를 두고 '그 노래는 나한테 웃기지 않은 구석이 없다'고 했다. 사실상 수학 문제와 철학적 퍼즐인데, 겉모습은 댄스펑크 레이브업이다. "Remember Not My Name"에 대해 Brown은 “앨범에서 제일 웃긴 곡”이라 했지만, 정작 가사는 홀랑 반한 사람이 느끼는 취약함을 담은 슬로우 잼이다. 최근 Amos는 새 앨범 <It’s a Beautiful Place>에서의 전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나는 오랫동안 기타를 싫어했는데, 기타가 사실 웃기다는 걸 알게 됐다. 기타 솔로보다 웃긴 게 있냐고.”
Water From Your Eyes는 사소한 농담과 실존적 경이 사이에서 피어나는 두 사람의 멘탈 시너지다. 그들은 믿을 수 없는 화자지만, 그래서 더 매혹적이고, 때로는 무심하게 터져 나온 기타 리프처럼 강렬하다. 낯선 박자, 장르 충돌, 얼빠진 듯한 미소 뒤에 숨은 감정들. 팝의 역사에 충분히 젖어들었기에 이를 자기 식으로 뒤틀 수 있는 뻔뻔함. Cake, Sting, Red Hot Chili Peppers를 끌어다 붙이는 건 농담 같으면서도 묘하게 설명이 된다.
<It’s a Beautiful Place>를 그저 "웃긴" 앨범이라 부르는 건 <Fargo>를 중고차 딜러 얘기라 하고, <Being John Malkovich>를 로맨틱 코미디라 부르는 것만큼 빗나간다¹. 새 앨범에서 기타가 중심을 이루지만, 이걸 “기타 앨범”이라 치부하면 놓치는 게 많다. 이들은 그 악기에서 포스트하드코어부터 슈게이즈, ’90년대 얼터너티브 락, ’80년대 쟁글, 인디 댄스, 프로그레시브 락, 심지어 Chili Peppers식 시골 술집 흉내까지 짜내며, 사이사이를 앰비언트 스케치와 미친 듯 정교한 드럼 프로그래밍, 그리고 지금껏 Brown이 들려준 것 중 가장 고요하고 명징한 보컬이 꿰매고 있다. 물론 중간중간 터지는 기타 솔로도 잊지 않았다.
<Everyone’s Crushed>(2023)이 팬데믹 불안과 정치적 혼란, Amos의 금주 시도를 담은 어두운 기록이었다면, 후속작은 조금 더 “희망적”일 거라 했다. 실제로 <It’s a Beautiful Place>는 표면적으로 더 밝고, 분명 더 활기가 넘친다. 짧은 앰비언트 도입 후 터지는 "Life Signs"는 두 사람의 가장 강렬한 곡이다. 5/4 박자 위로 파워 코드와 가느다란 리프가 얽히며, Shudder to Think나 Don Caballero의 비틀린 하드코어를 떠올리게 한다. Brown은 'Go to hell/Take the train/Generations/Learned impatience'라 읊조리다, 후렴에서 Stereolab의 천상적인 쿨함을 소환한다: 'What’s on the record/Life in a small town/Fifth and a first sound.'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노래와 화음은 묘하게 정화되는 느낌을 준다.
이번에도 <Structure>(2021)처럼 한 면에 세 곡만 배치해 충분함을 증명한다. "Nights in Armor"는 원래 Amos의 프로젝트 This Is Lorelei 곡을 다시 다듬은 것으로, 인디 팝의 반짝임과 메탈 같은 중량감, 불협의 폭발 사이를 오간다. "Born 2"는 끝없이 오르내리는 에셔의 계단²처럼 키를 전환하다가 결국 승리감으로 귀결된다. 가사는 아마도 그들이 써온 것 중 가장 정치적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의미는 늘 그렇듯 흐릿하다. 'Born to become/Something else/Something melts'라 노래하며, Brown은 ''psychopath''라는 단어를 집요하게 박아 넣는다.
뒷면에서도 구조는 같다. 세 곡과 두 개의 스케치. 하지만 단연 주인공은 "Playing Classics"다. Charli XCX의 "Club Classics"에서 영감을 받은 곡으로, 어딘가 덜컹거리는 댄스펑크 러시다. 디스코 하이햇, 유로댄스 베이스, 과하게 밝은 키보드, 폭주하는 기타 솔로, 불쑥 등장했다 사라지는 보코더. 모든 어긋남이 하나의 선언으로 귀결된다: 'Practice shake it you’re free.' 아마도 라이브에서 가장 큰 환호를 받을 곡일 거다. 개인적으로는 A 사이드보다 덜 끌리지만, 앨범에서 가장 웃긴 트랙이라는 건 맞다.
B 사이드 첫 곡 "Spaceship"은 백마스킹된 기타와 요동치는 박자 변화를 담아 A 사이드의 뒤틀린 얼터너티브 락과 연결된다. 복잡한 리듬을 기묘하게 자연스럽게 풀어내는 건 Water From Your Eyes의 장기다. 'So you dream, you build, you change/The cage looks like a window pane'라 부르는 Brown의 목소리는 떠오르는 듯 가볍다. 반대로 "Blood on the Dollar"는 마치 데모처럼, 기타와 드럼만의 헐렁한 스케치다. 모호한 라임과 Pixies에 대한 비트는 제국의 종말을 노래하는 것 같기도, 그냥 온라인의 권태를 읊는 것 같기도 하다. 앨범의 가사는 인터뷰에서 내세우는 우주, 공룡, 인류 같은 거대한 테마를 결코 직접적으로 건드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 불분명함이 오히려 Brown의 글쓰기를 더 매혹적으로 만든다.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거나, 모든 게 중요하다.' 최근 Fader 인터뷰에서 Brown이 한 말이다. <It’s a Beautiful Place>에 깔린 우주적 실존주의를 설명하는 동시에, 이들이 디테일 하나하나에 쏟는 집착을 설명하기도 한다. 그중 가장 뚜렷한 건 앨범의 시작과 끝이다. 인트로 "One Small Step"과 앨범을 닫는 "For Mankind"는 사실 같은 소리로 이루어져 있다. 디지털로 가공된 휘파람 장난감 같기도, 혹은 바다사자 무리의 합창 같기도 한, 불안하면서도 우스꽝스러운 사운드. 앨범을 반복 재생하면 "For Mankind"는 자연스럽게 "One Small Step"으로 이어져, 청자를 Water From Your Eyes의 세계에 가둬둔다. Amos–Brown의 정신적 합주를 가장 가까이서 목격하는 순간. 거대하고, 흐릿하고, 비밀스럽고, 압도적이고, 가슴 아프면서, 지독히도 웃긴. 말 그대로, 아름다운 자리다.
¹ "<Fargo>를 중고차 딜러 얘기라 하고, <Being John Malkovich>를 로맨틱 코미디라 부르는 것만큼 빗나간다”는 말은, 작품의 본질을 완전히 놓치는 설명이라는 뜻을 가진다. <Fargo>는 범죄·블랙 코미디인데 단순히 “중고차 딜러 이야기”라고 하면 핵심이 사라지고, <Being John Malkovich>를 “로맨틱 코미디”라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즉, <It’s a Beautiful Place>를 단순히 “웃기다”라고만 말하는 건 그 정도로 본질을 왜곡한 해석이라는 비유가 된다.
² 에셔의 계단 : 네덜란드 판화가 M.C. Escher(에셔)가 즐겨 그린 불가능한 구조물 중 하나를 가리킨다. 그의 대표작 Relativity나 Ascending and Descending 같은 판화에는 위로 올라가도 제자리로 돌아오고, 내려가도 끝없이 이어지는 무한 루프 구조가 등장한다. 리뷰에서 “에셔의 계단처럼 키를 전환한다”는 표현은, 곡이 음악적으로 계속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면서도 결국 출발점으로 돌아오거나, 끝없이 순환하는 듯한 착시적 전개를 비유한 것이다.
저는 이 팀 처음 듣는데 리뷰 해석하다 보니까 듣고 싶어지네요. 이게 앨범 리뷰의 힘인 것 같기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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