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킹 헤즈를 처음 본 건 유튜브 쇼츠였습니다. 장기하 춤이 여기서 따왔다는 내용이였죠. 근데 마침 콘서트 영화를 리마스터링 재개봉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운이 좋았죠. 평도 좋길래 즉흥으로 영화를 보고 나왔죠.
미쳤더군요.
일단 왜 좋은 평을 받는지 알겠어요. 무대 구성이 미쳤습니다.
악기를 먼저 설치하고 공연을 시작하는 게 일반적인데 여기선 번아저씨가 들어와서 노래를 부릅니다. 이제는 안쓰이는 버려진 연극 장소 같은 무대에서 카세트 플레이어를 들고서요. 마치 떠돌이 뮤지션의 느낌을 줍니다. 자신을 사이코 킬러에 빗대어 이 세상에 존재해서는 악인이자 외톨이로 규정짓고 다음 곡 'heaven'으로 천국을 꿈꾸게 됩니다.
점점 악기와 멤버들이 추가되면서 그런 존재들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이 밝혀지고 마침내 암막이 쳐지며 그들만의 합주 무대가 완성되면서 그들만의 천국은 펼쳐집니다. 그들만의 춤과 노래가 있는 천국으로요.
그들은 그들만의 시선으로 자신들이 살아가고 있는 미국을 훑습니다. 폭력과 방황, 신을 찾는 사람들과 그들에게 손을 건네는 사이비 등의 모습들이 뒤섞이는 미국의 모습들을 무대 위에 있는 토킹 헤즈 만큼은 비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참여해버리죠.
그런 모습들을 바라보자면 데이비드 번의 요란한 춤이 쇼츠에서 보듯이 우스꽝스럽지 않게 됩니다. 그의 춤이 마치 샤머니즘적인 무언가로 보이거든요.
토킹 헤즈는 'this must be the place'에 와서 이런 혼란들이 뒤섞이고 있는 미국에서 한 가지 빛을 발견합니다. 그것은 노래에서 처럼 애인일 수도 있고 음악일 수도 있고 춤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그 빛은 무대에 세워진 스탠드처럼 쉽게 쓰러지고 깨지는 것이여서 그들은 그 빛이 쓰러질까 노심초사하고 꼭 끌어안으면서 그 빛을 지키려고 애씁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곡 'once in a life time'에서 데이비드 번은 안경을 쓰고 나옵니다. 이 모습이 마치 지식인이나 사이비 교주의 모습을 연상케 합니다. 무엇이든지 상관없습니다. 서민인 그들에게는 그 둘의 말은 현혹시킨다는 점에서 별 차이가 없었을 테니까요. 데이비드 번은 자신들을 현혹시키는 사람의 모습으로 분해서 그들의 목소리를 전합니다. 열정적으로 노래를 부르는 데이비드 번을 보고 있자면 저까지 그 목소리에, 그가 전하려는 가사에 현혹되는 기분입니다. (그런 점에서 중간에 데이빗 번이 요란스럽게 춤을 추는 장면이 나오는데 뭔가 그게 신에게 목소리를 들었다고 거짓말하는 교주를 연상케 하네요)
그런 점에서 이 영화의 피날레나 다름없는 곡인 'take me to the river'를 바라보면 가사가 다르게 와닿는 기분이다. 'once in a life time'에서 교주의 목소리로 전달되는 물과 그 물에 빠뜨려달라고 말하는 물. 시간의 흐름과 정화되기를 원하는 사람의 모습이 뒤섞이며 여러 생각들을 하게 만드는 듯 해요.
시작부터 끝까지 멤버들만 비추던 카메라는 마지막 곡인 'crosseyed and painless'에 와서야 관객들을 비춰줍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토킹 헤즈가 만들어 놓은 천국에 환호하는 모습을 통해 토킹 헤즈와 관객들을 동일 선상에 놓습니다. 그러니까 우리 모두가 어떻게 보면 자신을 악인으로 규정짓고 외톨이 같이 노래를 부르는 데이비드 번일 수도 있다는 거죠.
이런 영화적 세트 연출이 영화를 더 좋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그리고 데이비드 번의 무대에서의 연기력이 빛을 발합니다. 'swamp'에서의 악마나 'once in a life time'에서의 교주로 나름의 연기를 하는데 그게 정말 빛을 발하는 듯 해요. 특히 'this must be the place'에서 'once in a life time'으로 이어지는 장면이랑 'take me to the river'에서 음악으로 끝을 보려는 모습이 정말로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여러 영감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안 본 분들이 계시다면 꼭 한 번 보시기를 강추합니다!
공감 가는 부분이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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