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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 안 읽는 사람들을 위한 한 줄 요약
- 레드벨벳 앨범 말고 앨범 전체가 이리 좋았던 그룹은 정말 오랜만이다. 레드벨벳 스타일을 좋아한다면, 후회 없을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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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영업 글은 잘 안 쓰는데, 이번만큼은 좀 써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요즘은 대기업보다는 중소 그룹의 음악 퀄리티가 더 좋은 경우가 많았다.
이프 아이의 데뷔 싱글도 그렇지만, 내가 전에 올렸던 키라스라던가 트리플에스도 곡이 꽤 좋았던 편이다. (또 하나 뽑자면, 이번에 컴백한 하이키의 <여름이었다>는 좋은 곡이다.)
그래도 내가 전에 그 그룹들을 영업하지 않은 이유는, 여전히 앨범 단위에서는 곡의 퀄리티가 유지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실 영업 전략으로도 전체 곡 퀄리티를 좋게 유지하는 게 딱히 가성비가 있는 전략이 아닌 것은 알고 있다.)
여기까지 글을 읽었다면, 내가 왜 이프아이를 영업하려는지 대충 알았을 것이다.
오랜만에 케이팝에서 앨범 단위로 좋은 것이 나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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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단위로 좋은 케이팝 앨범이 얼마나 될까?
사실 그닥 기대하지도 않는 부분이긴 하다 - 뮤비 찍고 헤메코에 돈이 얼마나 드는데, 앨범에 있는 다른 곡들에 굳이 돈을 투자해서 뭐 하겠는가?
좋은 앨범을 뽑으려는 것은, 어찌보면 앨범이 대중 음악의 평가의 알파이자 오메가이던 시절부터 활동하던 구닥다리 관습의 연장선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뭐, 그런 연장선을 지키던 그룹이 SM과 WM 정도였는데, SM은 대기업이었기에 이런 손해를 감수할 수 있었겠지만 WM은 그게 불가능했기에 합병되었을 것이다. 애석한 일이다
그런 애석한 일이 없었으면 좋겠기도 하고, 이제 막 시작하는 걸그룹이 스포트라이트를 좀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영업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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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들은 크게 두 가지 스타일과 두 가지 톤으로 나뉜다.
기타가 전면에 들어가는 락킹한 스타일 혹은 브라질리언 훵크/하우스 같은 EDM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힙합 스타일.
이 나이의 소녀들 답게 경쾌하고 발랄한 분위기의 곡 혹은 데뷔곡 너디때처럼 살짝 톤이 다운된 얼트 팝 스타일의 곡.
https://youtu.be/N7jXK752k1w?si=Jpoh0_ps8Ob8HAe4
첫번째 곡은 브라질리언 훵크가 기본 뼈대인데, 베이스 사운드나 드랍에서 묘한 트랩/시카고 드릴의 냄새가 난다.
그러면서도 곡 자체의 편곡도 촘촘하고, 멤버들의 보컬 퍼포먼스도 지루한 부분이 없다.
https://youtu.be/gOG-JoWljRA?si=A8XJKzhxFoug-Isg
두번째 곡은 팝 펑크 스타일. 직선적인지만, 그래도 소녀다운 발랄함을 간직하고 있는 보컬 퍼포먼스들이 꽤 인상적이다.
가끔 이런 곡들은 보컬 퍼포먼스가 과잉이 되면서 부담스러워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 곡에는 그런 것은 없다.
(듣다보니 묘하게 최예나가 생각나는 곡이다.)
https://youtu.be/iC_ZP_FCUpM?si=H6sBXfT4t4F-RxT8
세번째 곡.
설명은 디트로이트 테크 하우스라고 하는데, 사실 잘 모르겠다.
(게토 테크 느낌이 있어서 디트로이트 테크 하우스라고 했나? 게토 테크가 디트로이트 출신이긴 하니..)
기본적으로 동요 동글게 동글게가 멜로디 베이스인데, 중간에 찹핑된 보컬이라던가 살짝 엇박인 드럼 패턴은 게토 테크가 생각나지만 나머지 사운드 소스들은 전형적인 청순 걸그룹 스타일의 살짝 귀여운 스타일이다.
(게다가 기승전결을 위해 중간중간 변주되는 비트 스타일은 저지 클럽 느낌이 난다.)
여튼, 꽤 공들인 곡이고 공들인만큼 듣기 좋은 곡이다.
내 원픽.
https://youtu.be/tGMy0z1akLs?si=2J8et0bOMnLb3srH
네번째이자 타이틀 곡.
<너디>처럼 비트 자체는 살짝 톤 다운 된 곳이지만, 보컬 퍼포먼스나 사운드 소스는 좀 통통 튀는 느낌이 든다.
비트 자체는 라틴이나 카리브 느낌이 있는데, 정확히 어떤 라틴인지는 모르겠다.
(느낌상 레게톤이나 살사는 아니고, 주크 계통 같은데....)
https://youtu.be/aBAO-1JaLHA?si=R1N9Y9QkGj5tdkCX
다섯번째 곡.
우쿨렐라를 활용해서 설명 자체만 보면 꽤 목가적일 것이라 기대했는데, 곡 자체는 꽤 락킹하다.
보컬 퍼포먼스 자체는 키키가 생각나기도 하고, 여러모로 내 두번째 픽.
https://youtu.be/wP6CIvhKpm0?si=Caio1N_z_qTrgXAM
그리고 마지막 곡.
이모 락이면서도 딱 기승전결이 완벽하게 유지된 곡. (중간중간에 드럼 앤 베이스가 섞인 것까지, 딱 에스엠 스타일이다.)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기 가장 좋은 곡이자, 내 세번째 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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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 요약에도 썼지만, 이상하게 곡들을 들을수록 레드벨벳이 생각난다.
이들의 커리어도 레드벨벳만큼 계속 좋은 곡들이 나오는, 성공적인 커리어였으면 좋겠다.
loverboy 이거 좋네요
손 클라베 리듬으로 묵직하게 들어오는 거 마음에 드네
다들었는데 진짜 괜찮네... 마지막 마무리도 깔끔하고
후후후후. 제가 그냥 영업하는 게 아니랍니다 ㅋㅋㅋ.
요근래 나온 것 중에 곡 단위로는 더 괜찮은 게 몇 가지 생각나긴 하는데, 앨범 단위로는 이 앨범 넘어설 케이팝 앨범은 잘 모르겠네요.
러버보이랑 둥글레차 좋네여
다음 앨범도 이번 것만큼 좋았으면 좋겠네요.
워낙 시장이라는게 흉악하다보니 ㅠ
엘이에서 케이팝에 대해 글 써주는 사람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사랑합니다!!
듣고나서 제가 너무 호들갑 떤다고 느끼지 않으셨으면 좋겠네요 ㅎㅎ
키오프 이브 말곤 안 듣는데..들어봐야징
감사합니다!
0번만 보고 오늘 바로 들으러 갑니다
실망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네요.
저는 충분히 좋은 앨범이라 보지만 레드벨벳은 워낙 높다보니 어떠실지 잘 모르겠네요.
레드벨벳이라니!바로들어보죠.
우와 뭐야 진짜 좋아요!
전체적으로 잘 어우러지고 흠 잡을 때 없는 정말 잘 만든 케이팝 앨범 같아요
나쁜 곡은 없지만 타이틀이 제일 느낌이 안 오고 에코가 제일 좋네요
어떤 맥락에서 레드벨벳이 떠올랐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레드벨벳은 강력한 정체성을 가진 목소리와 그 합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 앨범은 좀 목소리보단 곡 자체가 많이 두드러지는 느낌? 음색들이 나쁜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특별하지도 않은...
곡 스타일도 레드벨벳이랑 잘 매치되는 건 아닌 것 같구요
다 좋은데 뭔가 확 드러나는 개성이 없어서 아쉬운 것 같아요
그래도 데뷔초니까 앞으로 기대가 많이 됩니다!!
저도 타이틀이 제일 느낌이 안 오긴합니다.
레드벨벳에 대한 안녕미래님의 생각은 지금 하신 코멘트만으로는 무슨 뜻인지 잘 이해가 가지 않네요.
개인적으로 제가 레드벨벳과 유사하게 생각한 부분은
(i) 타이틀뿐 아니라 수록곡 전체의 퀄리티를 유지하려는 노력
(ii) 알앤비 느낌이 나는 트랙에서 신스 사운드나 보컬 프로듀싱, 다채로운 사운드소스와 리듬 패턴이 닮았다는 생각이였습니다.
특히 타이틀보다는 수록곡들이었던 Oh Boy, Butterfly 등을 연상케하는 지점이 Echo, Lover boy, 둥글게 둥글게에서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개성이라...전 개성은 곡 자체보다는 이미지라던가 그룹의 커리어 전체가 보여주는 궤적 등등 지금이 아닌 무언가 나중에 쌓여야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레드벨벳도 행복으로 데뷔했을 때는 그냥 뭐 개성이 있다는 생각을 안 했었는데, 아이스크림 케이크부터 무언가 한 방이 있다고 느꼈으니까요.
(그 경쾌함 아래 묘한 음습함이 일종의 트레이드 마크로 자리잡은 시기였죠.)
여튼 뭐가 되었든 올해 나온 앨범 단위 작품으로는 가장 좋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레드벨벳의 음악은 트랙 자체만큼 멤버들의 목소리가 정체성의 큰 축을 담당하는 것 같다는 말이었어요
음색, 실력, 목소리의 합 모든 면에서요
(i)는 동의하는데 (ii)는 개인적으로 잘 와닿지는 않네요 음악에 조예가 없어서 그런가...
그냥 이 곡들을 레드벨벳 멤버가 부른다고 생각했을 때 잘 맞는가?를 봤을 때는 그닥 잘 어울리진 않는다고 생각해서요
이건 뭐 사람마다 받는 느낌이 다를 수 있으니까요 :)
개성이 커리어를 통해 드러난다는 말엔 완전 동의해요!
그러니 아직 잘 드러나는 개성은 없지만 아직 커리어 초반인 신인이라서 앞으로가 기대가 되구요
새로운 유망주 아이돌을 알게 되어 기분이 좋습니다! 소개 감사합니다
근데 그런면에서 첫 EP 아크케에서 바로 그런게 생겼다는게 참 신기하네요 확실히 오래 해본 회사라 그런 감이 있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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