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t be afraid
Just wanna tell you hi"
<앨범 1번 트랙 고블린 가사 중>
3개의 노래에 담긴 싱글에 대해서 이야기할 것이 보통은 많이 없다. 하지만 여러 가지 불운한 일들이 그녀를 관통하고, 이것이 그녀의 목소리가 담긴 마지막 노래가 되면서, 조금이나마 풀 수 있는 말을 솔직하게 담아보고자 한다.
먼저 알고 가자. 나는 설리를 그녀가 죽기 전까지 잘 몰랐다. 그저 어쩌다 한 번 들어본 아이돌 한 명 뿐이였는데,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에 나는 당황하였고, 그냥 사이버 공간 속에서 물흐르듯 지나가는 추모 행렬을 보고, 원래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 사람을 딱히 싫어하거나 그런 건 아니고, 그냥 그녀에 대해 잘 몰랐을 뿐이다. 모르는데 괜히 나대는 것이 나에겐 더 해이니까.
그렇지만 그녀에게 다시 돌아오게 된 계기는, 결국 음악이였다. 한국 대중음악 명반 100선에서 유일한 k-pop인 pink tape이 눈에 들어왔다. 아직은 k-pop 말고는 나에게 친숙한 장르가 없었기 때문에 듣게 되었다. 그 앨범에 대해 여기서 자세히 말하기 어렵지만, 아무튼 가장 엉뚱하고, 어쩌면 어이없을 정도의 생각을 팝의 문법 속에서 설득력 있게 풀어내는 것이 인상적인 앨범이였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다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6JF9lO9hvdw
수많은 논란들이 있지만, 어쩌면 가장 힘이 빠지는 논란은 이것 아닐까 싶다. 그녀가 어떤 잘못을 했는지와 별개로, 수많은 사람들이 편을 가르고 그녀가 하는 행동에 의미를 가지고 갈라치며 그녀는 하나의 상징으로 왜곡되었다. 누군가에게는 여성 인권 향상의 대표 주자, 누군가에게는 문제적 인물, 누군가에게는 그저 소비되는 유명인사. 이렇게 갈라진 그녀의 이미지에 대한 그녀의 대응은, goblin 말고는 알 길이 없다.
통상적인 여자 아이돌의 솔로 데뷔라고는 느껴지지 못하는 1번 트랙 goblin은 특정 정서가 명확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밝지도 않고, 우울하지도 않고, 자신감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 애매한 공기 속에서 그녀는 이야기를 내뱉는다. "Don't be afraid, Just wanna tell you hi"
오직 둘이서만
은하철도 구구구
이젠 계속되고 싶어
나의 Happy girl
너의 Happy girl
<On the moon 가사 중>
2번 트랙에서는 위 가사들처럼 그 혼란 속에서 설리가 내뱉는 말은 사랑을 원하지만 그 안에서도 일말의 불안함이 느껴진다. 그럼에도 지향성은 확실하다. 혼란을 벗어나 자기만의 것을 찾아가려는 것이다.
3번 트랙은 이 혼란을 아예 끝까지 가져간다. 통상적인 k-pop의 벌-훅-벌-훅-브릿지-훅과는 무관하고, 도로시라는 소재를 계속 반복하면서 기괴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에 따라 좀 더 자연스러운 감정의 흐름을 그대로 따라나가 목소리는 가사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한다. 어쩌면 이 노래 안의 감정은 이 노래가 기억되는 한, 영원히 흘러갈 것이다. "미래를 위한 기도" 이후 도로시가 반복되며 끝나는 노래는 그녀의 마지막과 연결되며 더욱 미묘한 감상을 준다.
그렇게 이 앨범은 화려한 데뷔가 아닌 조용한 고백이자 마음에 대한 솔직한 기록으로 남게 되었다. 그래서 이 싱글을 듣는 건 불완전한 우리들의 자아를 바라보는 것과 같다. 연구나 비난의 문제가 아닌, 그저 관망만 해야 하는 것. 그녀의 노래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멋진 일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나는 조용히 이 글을 쓰며 그녀를 추모한다.
무의미한 해석이 사라진 곳에서는 행복하길, 설리에게.
(저는 이 글을 쓰며 설리 관련 논란에 대해 대립하는 어떤 세력도 옹호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녀의 노래의 삶에 대한 생각만 작성할 뿐입니다)
RIP
꼭 들어봐야겠어요
옹
편히 쉬시길
안타깝다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