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The Avalanches - Since I Left You (3.5 / 5)
이 앨범은 신기하다. 이 앨범 특유의 막 여정을 떠나는 듯한 설렘과 같은 온기와, 어색함없이 이어지는 온기 서린 이 여정이 전부 다른 곳에서 가져온 것이라니 말이다. 들을수록 진짜로 직접 만든 부분이 없는지 의심이 갈 정도다. 그래서 더 이 앨범은 근접할 수 없는 창의적 사고다. 직접 만든다면 몰라, 다른 음악들을 들으면서 어떻게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짜맞춘다는 것은 그야말로 미친 짓이라 할 수 밖에 없다. 그 제한된 상황에서 발하는 음악적 창의성과 혁신은 길이길이 기억될 것이다. 그러면 점수가 왜 3.5 / 5냐고 물을 것인데, 이는 그저 본인이 디스코를 싫어해서가 제일 크다는 것만 알아뒀음 좋겠다.
2. C418 - Minecraft - Volume Beta (3.5 / 5)
이 앨범의 전작, Minecraft: Volume alpha는 말그대로 전자음으로 짜낸 푸릇푸릇한 자연의 서정적 고양감 그자체라면, Minecraft: Volume Beta는 그 자연의 끝을 알 수 없는 심연의 압도적 고양감이라고 할 수 있겠다. beta는 alpha를 기반으로 하여 자연적 정서를 그대로 갖고 가지만, 그 자연에 깊이를 부여하여 자연의 또다른 면모인 전율을 상기시킨다. 전 보다 훨씬 동굴같이 내려앉은 분위기와, 훨씬 세련되게 들어오는 전자 악기들의 너무나 넓어 한없이 퍼지는 듯한 장중한 사운드 스케이프는 그 대상이 푸릇푸릇한 자연 그 이상의 심연까지도 그려낸다. 그렇게 이 앨범은 전반적으로 세련되고, 정중한 느낌의 프로덕션을 앨범 내내 유지하지만, 그렇다고 어둡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 장중한 사운드스케이프와 함께 섞여나오는 서정적인 트랙들은 alpha를 만든 인간이 자신이라는 걸 각인하려는 듯 서정성을 가감없이 드러낸다. beta에서도 신디사이저는 여전히 마음을 가로지르는 길을 정확히 지나가고, 푸릇푸릇한 이미지는 여전히 선명하다. 하지만, beta 특유의 세련되고, 정중한 프로덕션 탓에 전작보다 자연이 살짝 죽은 것 처럼 들린다. 다시 말해, 여전하긴 하지만 예전만 못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앨범은 득과 실을 명확히 취한 앨범이다. 자연의 심연의 고양감을 얻은 대신, 어느정도 자연의 서정성을 잃었다. 이를 알 수 있는 것이 초반부를 담당하는 “ki”와 “moog city 2”다. 이 두 트랙은 모두 Minecraft: Volume alpha에 있던 트랙들을 인용한 것인데, alpha 버전에 있던 서정적 느낌이 beta 버전으로 와서는 정중한 프로덕션으로 인해 서정성은 줄고 심연적 프로덕션의 깊이가 생긴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beta는 전작 alpha보다 훨씬 다양한 일면들을 그려내는데, “stal” 에서는 재즈를 가져와 감각적으로 서정적 터치가 느껴지면서도 자연속의 즐거움 과 같은 감정또한 이끌어낸다. 또 “the end”에서는 lp가 튀어서 반복되는 듯한 연출을 만들어내 실험적인 모습 또한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Minecraft: Volume Beta는 2시간 20분이라는 길이에 어울리는 전보다 훨씬 다양한 모습의 자연을 담아냈다고 할 수 있다. 동굴같이 끝을 모르는 심연과 파릇파릇한 자연의 서정성까지 모두 말이다. 하지만 앨범 전체의 흐름을 심연에 포커스를 맞춘 탓에, 다른 요소들이 녹슨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3. Sun Ra - The Night of the Purple Moon (4 / 5)
선 라의 아방가르드한 음악이 잘 드러나는 앨범이지만, 그 아방가르드함을 전자음으로 쭉 펼쳐놓음으로서 청취 난이도는 낮추어서 편안히 들을 수 있다. 20세기 시절 특유의 전자음을 뚝 뚝 하고 흘리는데, 이러한 전자음은 실제 악기의 소리와 동떨어져 있어 멜로디도, 그 소리의 울림도 거의 음원파일을 mp3로 받은 것 마냥 심하게 열화되어 있었다. 허나 그 열화 속에서 선 라의 원초적 재즈를 중심으로 모여들어 결국에야 이 앨범은 새로운 선 라의 재즈적 자화상이 되었다. 음악적 부분을 뛰어넘는 재즈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해답 중 하나는 이 앨범일 것이다.
4. Sun Gin, 격 & 덥덥이 - Arkestra (3.5 / 5)
2023년이라는 시간에 걸맞지 않게 다크하고 무거운 클래식적 회귀. 선진이 찍어낸 비트는 몇년 사이 떠오른 드럼리스 장르를 차용해 극도로 우리를 무릎 꿇리려는 듯 무겁게 깔아 뭉갠다. 또한 선진의 프로덕션은 무거움을 떠나 앨범 제목다운 선 라적 재즈의 연주 또한 탑재하여 여유를 또 챙기면서도 노려보는 듯한 날카로움을 드러낸다. 그 무거운 분위기의 갑박함 속에서 덥덥이와 격은 서로의 상반되는 톤을 조화시켜 무겁게 나아간다. 그렇게 걸어가는 그들은 어떤 힘으로 걸어갈까. 그들은 가사에서 Arkestra라는 선 라에게서 갖고온 신을 떠받드는 모습을 보인다. 그들에겐 그 믿음만이 걸어갈 힘인 것이다. Arkestra라는 단어가 어떤 의미인지 아마 앨범 만든 당사자도 모를 것이고, 오로지 선 라만 알것이다. 그만큼의 예술가라는 존재의 맹목적 믿음, 그것이 Arkestra다. 그리고 이들은 이 앨범을 냄으로서 또 누군가의 Arkestra가 되고자 하였다.
5. Magdalena Bay - imaginal disk (3 / 5)
이번에 두번째로 듣는 신스팝 앨범인데,ㅡ첫번째는 HUTㅡ 여전히 너무 달다. 신스가 폭발적으로 귀를 꽉 채우며 노이로제 걸릴 것 같이 지글지글 코드를 따라 전해지는데, 뭔가 좋은 느낌이 들긴 드는데 진짜 달아 뒤지겠다. 물론 보컬은 위켄드 보단 더 담백한 것 같아서 그나마 낫다. 또 나은 점은 터뜨리고 나서 서정적으로 깔리는 신스의 반주와 보컬이 섞여 여운을 길게 끌고 가는 부분이다. 정말 신스는 이렇게 쓰여야한다 싶을 정도로 꽤 좋았다. 그러다가도 신스가 빵빵 터지는 부분이 다가오면 이걸 꺼야하나 말아야하나 싶은 기분이 든다. 많은 이들에게 욕먹겠지만, 그래도 신스팝은 별로다.
6. 김심야 - dog (3 / 5)
지친 음악이다. XXX에서의 잔재같이 전자음이 떠돈다만, 떠도는 것이 앨범을 지배하지 못하고 힘 빠져있어 존재 유무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샘플링은 화려한 기술이 첨가되지 않고 정적으로 반복되며 드럼 루프에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힘쓴다. 이러한 부분에서 몽환을 떠나, 진짜로 지친 음악을 듣는 기분이다. 물론 김심야의 랩은 여전히 좋지만, 이 또한 인상적인 벌스를 크게 만들어내지 못하고 그저 지나간다. 가사는 딱히 할 말이 없다. 이 앨범을 올만에 들어보는 내게는 너무나 의미를 알 수 없는 가사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그 가사 속에서 알 수 있었던 것은, 김심야가 결국 지쳤고, 포기했다는 것이다. 김심야의 음악을 좋아하지만, 이 작품은 내가 말한 모든게 의도이길 빈다.
감기 이슈로 학교 못간김에 좀 끄적였음
사 삼쩜오 사 삼 삼쩜오
아
아
아…
실망하셨나요?
SILY 저건 5점 그 이상입니다…
그래도 감상평엔 리스펙 한가득 담아줬어요
엘이에서 오듣앨 제일 열심히 쓰시는 듯
항상 잘 읽고이썽여
신스팝 자체가 안 맞으시나보네여.. 흑흑
별개로 마크 볼룸 베타 감상평은 공감 가네요
신스팝 뭔가 신나는데 뭔가 뭔가 부담되고 뭔가 귀가 아픈 건 아닌데 좀 지침
선라를 들어보긴 했어도 듣지도 못했는데 어디선가 계속 영향을 받았다는 글 들이 많아서 들어보긴 해야겠음
선라 팬으로 국힙쪽엔 비프리가 있고 외힙쪽엔 매들립이 있죠
들어보시길 바랍니다
아쉽추ㅠㅠ
막베 😭😭
님아
솔직히이매지널디스크가신스를그렇게강조하는앨범은아니긴한데
애초에신스팝을두개밖에안들어봐서잘모르긴함
점수가 짜긴 해도 다 납득 가는 감상평이네요.. 재밌게 읽고 갑니다
당신의 넒은 마음에 감사를 표합니다
엘이에 DOG를 대칭구조의 서사를 이루는 앨범으로 햬석한 리뷰글이 있었는데 한 번 읽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그게 정답이라고 할 순 없지만 그 리뷰글을 본 이후로 김심야의 가사가 마냥 의미없게 들리지는 않더라고요
오 시간되면 나중에 읽어볼게요
신스팝 부류 천지삐까리인데 놓지마요
hut때도 그랬고, imaginal disk도 그랬고...
imaginal disk 개공감 ㅋㅋㅋㅋㅋ 어떻게 저랑 생각하는게 그렇게 똑같으심 음잘알이군
정성추
스크랩해놓고 앨범 듣고 다시 오겠습니다
기다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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