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llingwithscissors, Judas Priest, Ὁπλίτης [Hoplites]를 비롯한 다양한 메탈 아티스트들이 활약하였던 2024년 상반기 메탈 씬과 달리, 2025년의 메탈 씬은 굉장히 잠잠했다. 분명 Dream Theater과 Harakiri for the Sky, 혹은 MIRAR와 Architects를 비롯해 하이프를 받아온 작품들은 많이 존재했으나, 막상 그 결과물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고, 그렇게 2월마저 그 어떤 메탈 아티스트들의 주목할 만한 활약 없이 조용히 지나가고 있던 참이었다. 그렇게 2025년의 1분기가 마무리되려나 싶던 시점, 녹스빌 출신의 데스코어 밴드 화이트채플(Whitechapel)이 틈새 공략을 완벽하게 성공해 내고야 만다.
과거의 <This Is Exile>, <A New Era of Corruption>의 무자비한 공격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시켜놓았다고 평할 수 있는 본작 <Hymns in Dissonance>. 이 작품을 설명할 때 밴드의 프론트맨이자 보컬리스트인 Phil Bozeman의 광기 어린 보컬을 빼놓을 수는 없다. 오프너 "Prisoner 666"의 빠른 속도로 쏟아지는 보컬과 폭풍우처럼 몰려오는 드럼 비트가 어우러지는 순간에서부터 이미 이들은 리스너들을 완전히 지배하며, 앨범의 핵심 트랙이라 꼽을 수 있는 "A Visceral Retch"에서의 날카로운 스크리밍과 거친 그로울링을 넘나드는 그의 퍼포먼스는 데뷔 20년 차에 가까워지는 중년 밴드의 프론트맨의 것이라 믿길 수 없을 만큼 신선하고 폭력적이다.
본작에서 가장 인상적인 지점은 앞선 문단에서 언급한 Phil Bozeman의 보컬과 잔혹한 기타 리프, 무겁게 내리꽂히는 브레이크 다운이 어우러져 긴장감과 격렬함이 동시에 조성된다는 점. 그렇기에 이들의 연주력 역시 간과할 것이 절대로 아니다. "Hymns In Dissonance"의 귀를 강타하는 블래스트 비트와 압도적인 브레이크 다운은 청자의 두개골을 쪼개 영혼을 끄집어내는 듯하며, "Diabolic Slumber"에서 중독적인 훅과 광적인 이들의 에너지가 완벽히 융합되는 순간은 척추를 타고 강렬한 전율을 온몸에 퍼뜨린다. 특히 본작을 기점으로 새롭게 합류한 드러머 Brandon Zackey 역시 앨범에 큰 기여를 했다 할 수 있다. 전작 <The Valley>와 <Kin>의 멜로딕 했던 방향성을 버리고 다시금 원초적인 강렬한 사운드로 돌아온 본작은 분명 그가 없었다면 이토록 설득력 있는 작품으로 귀결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또한 <Hymns In Dissonance>의 정교한 완급 조절 능력 역시 다분히 인상적이다. 블라스트 비트와 브레이크 다운이 교차하는 순간에도 곡의 흐름은 절대 어수선하지 않으며, 치밀하게 계산된 곡 전개 속에서 긴장감과 에너지가 극대화된다. "The Abysmal Gospel"에서 드러나는 폭발적인 속도감과 파괴적인 기타 리프는 한 치의 흐트러짐조차 없이 펼쳐지며, 전작들의 멜로딕한 요소들이 돋보이는 "Mammoth God"과 "Nothing is Coming Any of Us"는 앨범의 분위기를 환기시켜주는 본작의 중요한 트랙들이자 / 음산한 분위기를 탁월하게 자아내고 있다.
어떤 음악에서든, 실험과 변화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 정체는 곧 퇴보를 의미하곤 한다. 그러나 동시에, 때로는 본래의 음악적 뿌리로 돌아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다시금 다지는 것이 필요하기도 하다. 나아가 <Hymns in Dissonance>는 화이트채플이 과거에 내비쳤던 공격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밴드의 본질을 다시 한번 굳건히 하였다는 점에서 스타일의 변화와 유지 사이에서 훌륭히 균형을 이룬 좋은 예시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화이트채플의 <Hymns in Dissonance>는 이들의 커리어를 조망하는 데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작품 중 하나이며, 우리는 이들의 컴백을 반기며 신나게 머리를 흔들면 될 뿐이다.
상반기 최고의 메탈 앨범이라고 자부할 정도의 음반이었습니다.
메탈은 안듣지만 일단 개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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