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은 저마다의 형태로 남겨지기 마련이다. 화창한 날에 떠있는 구름만 보아도 떠오르는 사람, 지워지지 않는 흉터처럼 깊은 흔적을 남기고 간 사람처럼 각자의 방식으로 누군가를 그리워하고는 한다. 싱어송라이터 김반월키는 자신을 지나간 모든 이들의 빈자리를 지켜보며 그만의 그리움을 노래한다.
앨범 내내 그는 빈자리들을 훑으며 자신에게 여러 질문들을 던진다. 지나온 삶의 경험에 대한 여러 단상들은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부드러우면서도 차가운 기타 연주 위에 올려진 그의 몽환적인 보컬은 그 과정을 조용히 읊조려나가며, 기타의 건조한 소리보다 울림을 강조한 사운드는 그 목소리와 어우러져 낮잠을 잔 듯한 몽롱한 인상을 남긴다. 전자음을 뺀 공중도둑의 음악을 듣는 것 같기도 하다.
앨범을 여는 두 곡 <디퓨저>와 <기억에 의존한 초상화>는 이러한 특징을 그대로 담고 있다. 힘을 잔뜩 뺀 채로 그리는 과거의 모습과 현재의 후회는 그가 느낀 쓸쓸함을 부각한다. 사색에 잠기게 하는 울적한 멜로디는 곡에 몰입감을 부여하며 감정의 동화를 일으킨다. 일상적인 단어들은 그의 생각을 따라 단편적이고 추상적으로 형상화된다. 단순해 보이는 가사지만 그의 말을 쫓아가다 보면 깊은 생각에 저절로 빠지게 된다. 유난히 밝은 멜로디가 돋보이는 <별난 사람들>에서는 솔직한 감정의 고백도 보인다. 순수한 상대의 모습을 바라며 몽환적인 연주로 마무리되는 이 트랙은 앨범에 다양한 매력을 불어넣는다. 가장 짧은 곡 <희끄무레>는 오히려 가장 깊은 감상을 남긴다. 오래되어 감정조차 희미해진 인연을 다시 보았을 때의 어색함, 미완의 관계에서 오는 무력감을 가감 없이 표출한다.
그렇지만 후회나 무력감에 잠겨있기만 한 앨범은 아니다. 6분을 웃도는 분량의 <미라쥬>, <단상 : 불나방>에서는 초점을 과거와 현재에서 미래로 돌리며 정신적인 성장을 이루어 낸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 굳은 의지를 표하며 앞으로의 다짐을 정하는 전개는 앨범의 서사적인 구조를 만들어내며 완성도를 더한다. 앨범의 마지막 곡이자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 …그러나 과거에 갇혀 살 수만은 없기에 모쪼록 가슴에 묻어두고서 나는 앞을 응시하고>는 긴 제목만큼이나 13분이라는 거대한 시간 안에 그의 모든 생각들을 정리한다. 앞에서의 모든 후회를 뒤로 한 채 불안한 미래로 나아간다. 그를 괴롭히던 매듭처럼 묶인 의문들을 떠나 앞을 응시하기로 한다. 이 모든 것을 담아내는 아름답고 웅장한 연주는 알 수 없는 미래를 상징하듯이 신비롭게 앨범을 마무리한다.
누구나 인간관계에서 경험했을 그리움이란 감정을 잔잔하고 차분하지만 확실하게 풀어내며, 그 감정은 그것을 느끼는 보편적인 감성에 쉽게 녹아들어 간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감정적이지만 아무나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울림과 깊이가 있는 앨범이다. 과거에 갇혀있는 빈자리를 떠올리며 조용히 음악에, 몰려오는 감정에 귀 기울여보자.
오늘이 스트리밍 발매 1주년이길래 함 써봤습니다
리뷰 글은 처음 써보는데 잘 쓴건진 모르것네요
잘 읽었습니다 리뷰에 공감가는 내용이 많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부드러우면서 차가운 연주' 공감가면서 와닿는 표현이네요. 앨범 너무 좋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24년 겨울에 제일 많이 들은 앨범
지금까지도 계속 듣는 너무 좋은 앨범
아직도 이해가 안 되는 과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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