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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ol-ution, Love's Reverse - Sonny Greenwich
어쩌다 알게 된 캐나디안 재즈 기타리스트의 작품.
안 알려진 이름과는 다르게 행크 모블리나 찰스 로이드 같은 거물들과도 연주했다.
그의 작품에서 정말 흔치 않은 조합인 기타 스피리추얼 재즈를 감상할 수 있다.
드럼은 최대한 기타 즉흥에 넓은 판을 깔아주기 위해 불같이 연주하지만, 전혀 앞서나가지 않는다.
약간 러브 슈프림에서 엘빈 존스가 연주한 분위기와 흡사하다.
여느 재즈 앨범과 같듯이 기타 톤에선 쿨함이 숱이 묻어나온다.
이 점이 자칫 느끼할 수 있는 스피리추얼리티를 잡아주는 산미와도 같은 역할을 한다.
중간마다 예쁜 피아노는 덤.
2. Amassed - Spring Heel Jack
사실 꽤 유명한 작품인 스프링 힐 잭의 Amassed다.
아마도 스프링 힐 잭을 찾는 가장 큰 경로는 Spiritualized의 멤버 John Coxon의 프로젝트라고 아는 게 아닐까 싶다.
중간마다 공유된 음악적 모티프들이 보이긴 한다만, 그 록밴드를 상상하고 들으면 꽤 놀랄 것이다.
일단 제일 먼저 하고 싶은 말은 꽤 완성도 있고 몰입감 있는 재즈 앨범이란 것이다.
뭐 드럼을 재즈 거장인 한 베닌크가 쳤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사실 에반 파커랑 작업한 양반이 드럼을 쳤으니 이런 오픈마인드스러운 결과가 나온 걸지 모른다.
앱스트랙트하면서도 넣고 싶은 아이디어는 다 때려 넣은, 정말 21세기다운 앨범이다.
재밌게 들었으면 라이브 앨범도 듣도록.
3. Paragon - Sam Rivers
그냥 틀자마자 공기가 바뀌는 앨범이다.
트리오 편성인데도 꽉 차고, 서로 주고받는 호흡이 진짜 숨 막히게 탄탄하다.
리버스의 색소폰은 날카롭지만 동시에 유연해서 계속 끌려들어간다.
드럼은 앞서 나가기보단 불꽃처럼 뒤에서 밀어주는 느낌.
베이스는 묵직하게 받쳐주면서도 틈틈이 자기 목소리를 확실히 낸다.
구조는 약간 브랙스턴이 생각나기도 한다. (매우 고능하다는 뜻)
그냥 아주 정석적이면서도 개좋은 프리재즈 앨범.
4. Muhal Richard Abrams의 작품 다수
아방가르드 재즈를 들어본 사람이라면 알 수밖에 없는 이름일 것이다.
AACM의 창시자, 시카고 재즈계의 전설, 앤써니 브랙스턴의 슨배님.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고 했던가. 이게 브랙스턴이 먹었던 근사한 청정수가 아닐까 싶다.
그의 작품들에선 AACM적인 정신의 토대가 보인다. 해체주의적이며, 전위적이고, 근사한 유머 감각도 첨가되어 있다.
후 세대의 대표주자인 만큼 작품 자체가 재즈의 역사를 훑는 것만 같다.
딕시랜드스러운 폴리리드미컬한 자이브들, 빅밴드 구성에서 오는 스윙재즈 시대의 향수, 비밥의 뜨거운 에너지.
하나도 빠짐없이 씹힌다.
또한 지금까지 보았던 재즈 음악가들과는 사뭇 다른 motherland에 대한 예우를 갖춘다.
현대 음악적인 태도로 보는 아프리카란 정말 신비롭고 매력적인 모티프 덩어리가 아닐 수가 없다.
클래시컬 음악 속에서 보이는 샤머니즘과 개인 연주자들에게 부여되는 공간은 신선하게 다가온다.
아트 앙상블 오브 시카고는 스카루피와 그 외의 평론이 충분히 추앙을 해주니 나머지 AACM에게도 관심을 가질 것.
5. The Cry! - Prince Lasha Quintet
예전에 커뮤니티에서도 언급했던 Firebirds로 더 유명한 프린스 라샤의 앨범이다.
그냥 듣기에 신나고 균형 잡힌 앨범이다.
Firebirds보다 조금 더 다부진 균형을 가지고 있고, 프린스 라샤 특유의 에릭 돌피다움은 어디 가질 않는다.
플루트가 주력 악기인 만큼 왠지 모를 스피추얼리티도 느껴진다.
몹시 경쾌하고 오넷 콜먼과 한솥밥을 먹은 만큼 그의 훨훨 날고 싶은 욕구를 잘 이해한 작품 중 하나 아닐까 싶다.
설명만 들으면 괴랄한 프리재즈 같겠지만 언급했듯이 구조가 잘 잡힌 앨범이다.
6. Something in Your Eyes - Jacob Wick Ensemble
처음 들고 온 몹시 최근 앨범이지 않나 싶다.
확실히 따라쟁이 끼가 있는 앨범이다.
하지만 그냥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앨범이라 한번 들고 와보고 싶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디깅은 하기 싫은데 실패는 하기 싫으면 들어볼 만한 앨범.
7. Your Prayer - Frank Wright
엄청나게 열정적인 작품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끊임없이 소리 지르는 색소폰, 재능 덩어리라는 게 실감 난다.
호른의 사용도 참 인상적인 작품, 마음껏 날뛰는 재즈의 영혼을 형상화한 것만 같다.
8. Nelson Cavaquinho - Série documento - Nelson Cavaquinho
설명만 들어봐도 아주 대단한 양반, 넬슨 까바끼뇨.
셀프타이틀드를 즐겨들었다면 즐기지 않을 수 없는 작품이었던 것 같다.
아, 머릿속에 있는 신나는 브라질 음악을 이 양반이 구축했구나 싶다.
플루트와 트롬본의 기용이 정말이지 인상적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삼바의 경쾌한 리듬과 대비되는 기타와 멜로디의 감정적 절제는 정말이지 감탄을 자아낸다.
대단한 아재.
9. The Call - Henry Grimes Trio
밍거스가 개인적 재즈 최애인 사람으로서 베이스가 밴드 마스터인 앨범에 거는 기대가 크다.
프리재즈 계에서 엄청난 경력을 보유하고 있는 헨리 그라임스가 본인의 목소리를 뽐내는 앨범.
그의 아방가르드함은 특유에 공간감에서 온다.
그의 묵직하고 어두운 공간 속에서 미친 클라리넷이 뛰어노는 걸 보면 헛웃음이 나온다.
드넓은 베이스 안에서 비르투오소답고 비브라토가 가득한 클라리넷이 청자의 관심을 끌어 놓는다.
드럼은 이러한 혼돈은 폴리리듬으로 정리하기로 선택한 듯하다.
이러한 기하학적인 구조는 브랙스턴을 자연스럽게 연상케 한다.
10. Knowledge of Self - Billy Harper
정말 설득되는 모티프들만 모아놓은 깔끔한 앨범.
곡의 구조에서 존 콜트레인 계열의 스피리추얼리티를 지니고 있는게 바로 느껴진다.
드럼의 정말 군더더기 없는 페이스를 유지한다.
스타가 될 정도로 뛰어나진 않지만, 적절한 속주와 끊임없는 필들으로 연주자들 사이에 공백을 메꿔준다.
색소폰은 끊임없이 존 콜트레인의 팬이라는 걸 어필한다, 가끔 그의 잔상이 보일 정도로.
적당히 아방하고 적당히 쿨하면서 각 연주자의 열정이 확실히 느껴져서 좋았다.
빌리 하퍼 아저씨가 정말 균형 잡힌 연주자라는 게 느껴지는 앨범이다.
베이스는 확실히 스타의 자리를 넘보지 않은 작품이었다.
11. I Only Have Eyes for You - Lester Bowie's Brass Fantasy
정말 우아한 재즈 앨범이다.
빅밴드답지 않게 굉장히 덜어낸 사운드를 선사하는 앨범.
사실 칭찬처럼 들리지 않을 수도 있으나 더 예전의 향수가 나는 앨범이다.
왠지 70년대를 그리워하고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을 선사해 주는 쿨한 웜톤의 연주가 주.
그렇다고 텐션이 없는 것도 아니다. 중간마다 나타난 즉흥의 순간 덕분에 라운지 리자드스러운 분위기가 연출된다.
곧 급발진 할텐데라는 생각으로 심취해 있으면 재밌게 끝나있는 앨범.
그리고 정말 백인스럽다.
12. Circling In - Chick Corea
악기 목록을 보면 브랙스턴이 차력쇼하겠구나 싶어서 틀었지만, 디스크 1에선 칙 코레아의 다운 템포가 압도했다.
사실 알고 보니 컴필레이션 초반엔 브랙스턴이 없었던 것.
칙 코레아 특유의 분위기 안에서 재밌지만, 진부한 재즈가 주였다.
하지만 앨범 이름처럼 점점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있다.
점점 흡착력 있는 연주들이 나오면서 절정을 기대하게 했다.
사이드 3에선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브랙스턴이 나와서 깽판을 놓았다.
진작에 이렇게 할 것이지, 코레아류의 다운템포 속에서 느끼는 브랙스턴식 작곡은 정말이지 신선했다.
이래서 스타일 뒤에 있는 감각과 동기가 단단해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정말 좋았으나, 디스크 1,4는 조금 루즈하다. 2,3만 들어도 충분할 것.
이중 재알못이 들을 만한 앨범은 뭘까요
넬슨 까바끼뇨요.
오케이
8번 앨범에 즐기지 않을 수 없는
거 아닌가요
감사합니다!
브랙스턴이 자주 생각나셨나봐요
2개는 브랙스턴이 직접 연관되어 있기도 하고, 그냥 클래식적 접근을 가진 재즈의 대표주자격이라서 많이 생각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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