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인디 전자음악 추천

주로 DJ 씬이나 인터넷 레이블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앨범을 몇 개 추려봤어요

나만 아는거 가져와야지 하고 골라보니까 애초에 팔로우한 사람 중 아무도 안 들은 것밖에 없었습니다 안타까워라

그래서 밀어둔 것도 당겨서 듣고 소개해 보려구요
 

isagen - Sh (2021)
https://trekkietrax.bandcamp.com/album/sh

올해 1월 말에 들었는데 정산할 때 별 코멘트를 안 남겼네요

실재적인 리듬과 공중에 퍼지는 소리가 커버 아트로 대변되는 깔끔한 38분짜리 작품이에요
일렉트로닉 장르에 통달하지 못해 정확하진 않지만 얌전한 템포의 퓨처 베이스, Wonky 중심인가 싶네요

UK 개러지, 브레이크코어 등 전개가 다양하고 전자음악에 한정할 필요 없는 것도 나와서 다양성과 완급도 잘 조절했다고 봐요

SOCPdagger - hostile air (2024)

https://jpxg.bandcamp.com/album/hostile-air (기타 스트리밍 없음)

인터넷 레이블 JPxG를 통해 알게 된, 발표작들 가운데 제일 통상적인 디자인이지만 초월적인 감각을 전달하는 앨범이에요

하드코어를 많이 접한 적 없는 제겐 한 음파마다 매우 정교하게 선별, 조직된 것이 뼈까지 와닿는 브레이크코어 걸작이지 싶네요

많이 알려지지 못한 것 같아서 EDM에 박식하신 분들이 들어 보시면 어떤 평가를 내리실지 궁금합니다

響現 (Kyogen) - Mirage (2023)

https://omoidelabel.bandcamp.com/album/mirage (기타 스트리밍 없음)

현재는 활동을 멈춘 OMOIDE LABEL에서 독보적인 인기(다운로드 수)를 자랑했던 일렉트로팝/신스팝 앨범이에요

보컬로 즌다몬과 가수 1명만을 사용한 1집 Awakening (2023)까지는 하이퍼팝, 브레이크코어, 퓨처 베이스 등을 다뤘고,

얼마 후 발매된 2집 Mirage에서는 다수의 보컬리스트와 작업하고 그들을 중심으로 훨씬 차분한 팝을 내세웠어요

퓨처 베이스, 하우스, 힙합을 차용한 것 외에도 뉴 에이지의 소리로 왠지 그립고도 덧없는 감정을 조향한 점이 독특한 부분이죠

온라인 라이브에선 DJ로 나와서 VJ와 함께 게임 "나의 여름방학"의 스토리 진행에 맞춰 기이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던 게 인상적이었네요

零進法 (Kenonary) - 都市に生きる (2025)

https://kenonary.bandcamp.com/album/metropolital-to-live-in-the-city

(스트리밍 버전(MONOQLO EDITION)과 피지컬/밴드캠프 버전의 믹싱 차이 있음)

영진법은 보컬로이드와 함께 글리치를 구현한 EP 2장에 이어 정규 "도시에 살다"를 올해 2월에 공개했어요

다다이즘 수준으로 해체돼 가던 과거작에서 방향을 틀어 비교적 정돈된 글리치 팝으로 안착한 작품이에요

30분 남짓한 길이에서 적절한 인터루드와 트랙 전환 페이스로 완숙한 기승전결을 도출했을 뿐만 아니라,

파쇄된 음악적 아이디어와 주제 의식이 서로를 완성하는, 글리치만의 생동감을 전하고 있어요

유튜브 쇼츠로 DJ/VJ를 한다던지 혼란하고 창의적인 시도도 하셨던데
그로부턴 예상치 못한 구성이지만 수작으로 나와주니 너무 만족스럽습니다!! 

鈴木凹 - 表面 (2021)

https://jake7.bandcamp.com/album/--7 (기타 스트리밍 없음)

Jake, 鈴木O 등의 명의를 가진 스즈키 오는 트립 합에서 글리치를 거쳐 현재 드림 팝과 사이키델리아에 주력하고 있어요

"표면"은 5개의 수록곡만으로 그의 디스코그래피가 정말 무료가 맞는지 의심하게 만들 거예요

소개하는 다른 작품의 곡들보다 압도적으로 한 곡의 시간이 긴 것에는 매우 합당하고 심미적인 이유가 있으니,

저도 여러분도 다 들을 일밖에 남지 않았군요 

零度pool - 絶対零度の夏の骨 (2025)

https://ladepool0.bandcamp.com/album/-

레이도 풀(ladepool)은 지금까지 앨범과 EP에서 레이도 짱(レイドちゃん/laid-chan)의 이야기를 표현해 왔어요

그 시작점인 "절대 영도의 여름의 뼈"는 스스로 '포스트 슈게이즈'라고 이름 붙인 만큼 일렉트로닉과 노이즈를 활용해,

슈게이즈에 다양한 빛을 비춰 다층화하고 한 겹마다 감정을 펴 바른 자극적인 앨범이에요

단정한 피아노로 시작하다 신경질적인 드럼과 보컬과 음향 효과가 덮치며 소녀의 삶을 전쟁터나 다름없게 뭉쳐 놓은 듯해요

주변에서 추천받았거나 홍보받은 것 위주로 들어 보면서 인터넷 레이블도 여럿 알아가네요

인터넷 레이블에 뛰어난 앨범들이 많아서 둘러보기 좋은데, 정말 많아서 시간은 좀 쏟아야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