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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 말아야할 이유

Parkta19583시간 전조회 수 66추천수 1댓글 0

내 인생을 나는 보냈다

삶을 끝내고 싶은

욕구에

저항하는 것으로


카프카


사는 것은 긴 자살같다는 생각을 자주한다. 우울증이 심했을 때, 나는 궁금했다. 왜 나에게 부모의 이혼과 가난과 끔찍한 가정불화와 학대를, 사랑받지 못하는 두려움을 경험하고 있는지.


근본적으로 나는 왜 살아야하는지 모르겠다. 


그럴 때마다 나로서는 실제로 먹는 항우울제마냥 찾게 되는 문장들과 장면들과 그림들이 있다. 

카프카, 카버,셰익스피어,체호프, 에드워드 양, 빌리 와일더 등등..


얼마 전 뉴욕에 다녀왔을 때 나를 강렬히 짓누른 것은 뉴욕현대미술관의 로스코전시관이었다. 그의 생과 그의 예술을 존경해오던 나로서는 그가 추구한 이상향이 무엇인지는 대강 알았다. 드라마라고 부른 인류의 실존적 감정 말이다. 그린버그는 그의 그림이 형식미의 절정- 평면성,색과 면-으로 해석한 듯 했지만 사실 로스코가 그것을 의도하지 않았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나를 울린 그림은 1970년 그가 욕조에서 손목을 긋기 전에 작업하고 있던 그림이었다. 그 그림은 로스코의 그 전 작업들과 색부터 달랐다. 검정색과 회색, 그리고 나는 그 선명한 경계선이 보였다. 로스코는 색면 사이를 흐릿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가 죽음을 예비하면서 그린 그림에는 선명한 경계선이 있었다. 그것을 보고 나는 왈칵 울었다. 그게 무엇인지는 몰라도- 하이데거라면 근본기분이라고 명명했으려나?- 나는 로스코를 이해하고 있다는 기묘한 착각이 들었다. 1970년 그가 죽은 해, 내 어머니가 태어났다. 이 기묘한 우연은 나에게 더 큰 의미다.


무엇이 그를 죽음으로 이끌었을까. 로스코는 고결한 예술가였고 그는 삶에 대한 탐구를 하고 있었다. 마치 타르코프스키나 세잔, 발레리가 그랬듯이 말이다. 그런 그가 팝아트를 보고 '이 녀석들이 우리를 죽일 생각인가봐'라는 말을 내뱉은 배경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로스코의 죽음에 해석을 덧붙이는 것은 무례하고 폭력적인 일이다. 그의 죽음은 실존적 선택이었고 그는 당당히 그의 길을 걸었다(라고 믿고 싶다)


뉴욕 여행과 우울증 편력서 나를 사로잡은 관념은 삶의 재미없음과 불가해성이었다. 삶은 나에게 기표를 끊임없이 던졌고 나는 기의를 이해하지 못한 채 헤맸다. 너무 많은 이들에게 이기적으로 굴었고 핑계되자면 늘 내가 우선이었다. 그런 자책 속에 나는 삶이 견딜 이유가 없어보였다. 멜랑콜리아의 엔딩이 날 사로잡은 이유도 거기 있다. 저 공평함을 거부할 이유가 있을까? 나에게 삶은 의미를 잃었는데?


. "아빠, 난 아빠가 보는 걸 못 보지만 아빤 내가 보는 걸 못 보잖아요. 아빠가 보는 걸 어떻게 내가 볼 수 있죠? 진실의 반을 볼 수 없을까요? 앞에서만 볼 수 있지, 뒤에 서면 못 보잖아요. 그러니, 진실의 반만 보는 거죠." 


하나 그리고 둘의 아름다운 대사는 우리인간의 한계를 뚜렷히 제시한다. 우리는 타인을 이해하지 못한다. 생도 이해하지 못한다. 나의 삶은 태어남에 대한 망설임이다.(카프카). 삶은 우리가 선택하지 못한 책임이다. 그런데 왜 살아야 하는가. 자살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의미있는 행동일 수도 있는데?


셰익스피어가 말하지 않았는가 


내일, 그리고 내일, 그리고 내일도.

기록된 시간의 마지막 음절까지

하루하루 더딘 걸음으로 기어가는 거지.

우리의 어제는 어리석은 자들에게 보여주지.

우리 모두가 죽어 먼지로 돌아감을.

꺼져라, 꺼져라, 덧없는 촛불이여!

인생은 걸어다니는 그림자일 뿐.

무대에서 잠시 거들먹거리고 종종거리며 돌아다니지만

얼마 안 가 잊히고 마는 불행한 배우일 뿐.

인생은 백치가 떠드는 이야기와 같아.

소리와 분노로 가득 차 있지만,

결국엔 아무 의미도 없도다.


그럼에도 살아야할까? 


하지만 셰익스피어는 역시 답을 가지고 있다. 햄릿은 답을 도출한다. 


it will be short, the interim is mine.

곧 오겠지, 하지만 그 사이 순간은 나의 것이야. 햄릿은 자살을 고민했고 그 유명한 독백은 실존적 딜레마다


순간. 그렇다 우리는 삶 전체를 의미로 채울 수 없지만 의미있는, 생존이 아니라 삶으로 충만한 순간은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순간은 덧없고 짧지 않은가? 맞다.

 하지만 인생은 순간의 반복이다. 들뢰즈는 그의 명저 차이와 반복에서도 알 수 있듯 반복의 설파자이다. 하지만 그의 반복은 곧 차이의 반복이기도 하다. 동일성이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반복은 변신에 가깝다. 과거의 것이 새롭게 다가온다는 이야기다. 그러니까 삶으로 충만한 순간은 새로운 모습으로 변해서 반복된다. 그리고 그 반복은 과거를 새롭게 이해하는 것이기도 하다. 현재는 새롭게 반복되어온 과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삶의 모든 것은 빛나지 않는다. 하지만 빛나는 모든 순간이 있다. 그리고 그 순간은 새롭게 변신하며 반복된다. 그 차이의 순간은 햄릿의 말대로 우리의 것이다.

 삶은 빛나지 않는다. 하지만 순간은 빛난다.그리고 순간은 늘 새롭게 반복된다. 


그러니까 그 순간을 붙잡아야 한다. 하지만 반복되는 순간은 곧 과거이기도 하다. 현재는 끊임없이 반복되는 순간이다.

 패인 앤 글로리의 엔딩은 언제나 날 사로잡는다. 한 노인의 약에 취한 환상이 알고보니 영화임을 알게 된 순간, 고통과 영광이, 사랑과 상처가, 예술과 삶이 하나임을 깨닫게 하고 우리는 과거를 잊을 것이 아니라 과거와 정확히 화해하고 작별해야 한다.


과거는 우리의 현재 속에서 반복되는 순간이고 동시에 차이도 반복된다. 큐브릭은 인간은 무의미를 못 견디기에 예술을 발명했다고 했다. 순간은 의미로 가득차있고 그대의 것이다.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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