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71 편
72-73 편
74-75 편
70년대 후반으로 가면서 대표 프록 밴드들의 방향성에 크고 작은 변화가 생기고
(예: A Trick of the Tail (1976), Going to the One (1977), ELP의 Works 시리즈, King Crimson의 일시 해체 등)
프록의 전성기는 전반적으로 저물어 가고 있어요
중심지와 거리가 있는 곳에서 시간차로 찾아오는 수작들과 전위적인 작품들이 섞여 있을 거예요
Agitation Free - Last (1976)
Anatoly Vapirov & Leningrad Jazz Ensemble - Leningrad Jazz Ensemble (1976)
(Анатолий Вапиров & Ленинградский Джаз-Ансамбль - Ленинградский Джаз-Ансамбль)
Arena - Arena (1976)
Circus - Circus (1976)
COS - Viva Boma (1976)
Gong - Gazeuse! (1976)
Henry Cow - Concerts (1976)
Hermann Szobel - Szobel (1976)
Kaipa - Inget nytt under solen (1976)
Lockwood - Jazz-Rock (1976)
Michael Mantler - The Hapless Child and other inscrutable stories (1976)
Neil Ardley - Kaleidoscope of Rainbows (1976)
Novalis - Sommerabend (1976)
Soft Machine - Softs (1976)
The Enid - In the Region of the Summer Stars (1976)
Zao - Kawana (1976)
라이브 앨범으로 몇 년 전을 추억해 봐요
Agitation Free의 전성기인 2nd (1973) 시기의 라이브로, 크라우트록답게 늘어진 3곡 중에서도 달달한 Laila II의 멜로디가 영원할 것 같이 연주되는 게 아주 마음에 들어요
Henry Cow의 경우는 Unrest (1974)와 Slapp Happy 합류의 과도기에 녹음된 것이라 LP 1에 주로 아트 록, LP 2에 자유로운 즉흥 연주를 주로 담고 있어, 순서대로 듣는다면 꼭 함께 듣길 권해요
클래식에 매우 치중한 결과 오히려 독보적인 소리를 얻은 영국의 The Enid에 한해, Symphonic Prog이라고 붙여진 장르 이름을 Proggy Symphony로 대체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해요
그들의 데뷔는 차기작에 비하면 훨씬 록과 특유의 오르간이 두드러져서 성격 다른 ELP의 형제같기도 하네요
그나마 영국적인 독일 프록 가운데 Novalis는 낭만적이다 못해 느끼할지도 모르는 공기가 있지만 되레 독자성으로 작용해요
이런 스타일일수록 입문하기도 쉬운 것 같고, 꽤 유명한 편이에요
Kaipa는 초반 3부작이 스웨덴 프록을 대표하는 걸로 꼽히는데 2집에서 완성한 A면 1곡짜리 대곡과 신디사이저를 겹쳐 연출한 교향악적 요소는 1집과 3집 각각의 방향에서 덜 하드하고 감미로운 분위기를 자아내요
각광 받은 프록이 많지 않은 스위스지만 CIrcus의 1집은 무조건 들어볼 가치가 있는 앨범으로 꼽아야 해요
데뷔에서부터 Van der Graaf Generator 그리고 Lizard (1970)같은 류의 재즈를 접합한 듯 스멀스멀 움직이는 정교한 연주를 실현했다는 점이 아주 인상깊죠
줄 계열은 당연히 퓨전의 영향과 함께 다양한 구성의 곡을 준비한 Zao의 앨범을 먼저 소개해야겠죠
하지만 이듬해의 Typhareth (1977)는 줄의 웅장함이 거의 사라지고 평탄한 퓨전만 남아서 매력이 많이 퇴색되기에, Kawana가 여기서 소개하는 마지막 Zao에요
잠시 재결성해서 만든 Akhenaton (1994)이 그보다는 완성도 높게 90년대의 재즈 퓨전을 옛 스타일과 조화한 작품이에요
이들을 대신하여 이제야 소개하는 그룹이 바로 벨기에의 COS입니다!
단지 옆나라의 스타일을 그대로 가져오기만 한 게 아니라 재즈 / 사이키델릭 록을 채택하여 결과적으로 캔터베리 씬이 연상되는 작품을 여러 개 낸 것이 COS의 특징이에요
그 중에서 가장 제게 친숙하고 유일하게 들어본 작품인 VIva Boma가 가장 고전적인 프록 범주로 소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비교적 어렵지 않은 재즈 록 계열에선 먼저 Allan Holdsworth가 참여한 또 하나의 캔터베리 밴드 Gong의 Gazeuse!가 있죠
You까지 함께하던 창설 멤버 Daevid Allen이 탈퇴한 후 드럼 / 퍼커션 담당 Pierre Moerlen이 전권을 잡았고, Shamal (1976)을 먼저 발매하면서 재즈 록으로 크게 스타일이 휘게 됐어요
멤버 교체를 거치고 홀즈워스도 작곡에 참여하면서 소프트 머신의 Bundles (1975) 때처럼 과거의 Gong이 아니게 되긴 했지만 비브라폰, 글로켄슈필 등의 유율 타악기를 중심으로 한 캔터베리를 내놓았다는 특색도 무시할 수 없어요
프랑스의 Lockwood 형제가 본인들의 이름으로 처음 발매한 작품은, 인트로부터 Magma Live (1975)에 참여했던 Didier Lockwood의 바이올린과 더불어 신디사이저, 베이스, 드럼 모두가 격하게 요동치고 있어요
줄 씬의 핵심 중 한 명인 Patrick Gauthier나 그와 함께한 Weidorje의 드러머 Kirt Rust도 참여한 만큼 압박감 있는 음향도 만족스럽게 나온 음원이죠
(음원 사이트에는 아마 Volkor라는 이름의 앨범으로, Francis Lockwood - Debbi (1981)와의 합본이 올라와 있을 거예요)
Arena의 유일작은 Journey in Three's, Scope, Keith's Mood 등 몇몇 연주들에서 커버같은 표정을 지어 버린 앨범이에요
대부분의 곡은 동시대 퓨전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겠지만 호주라는 예상치 못한 출신지도 특이하고 Funk의 자유분방함과 변칙적인 그루브로 충만한 재즈 퓨전이기에 추천해요
단 18살의 나이로 아방가르드 프록 명반을 진두지휘한 미스터리한 오스트리아인 Hermann Szobel이 남긴 유일한 악곡들, Zappa나 재즈적인 RIO 작품들을 즐긴다면 꼭 들어보세요
같은 나라 출신인 Michael Mantler는 The Jazz Composer's Orchestra라는 프리 재즈 프로젝트를 작곡, 지휘, 프로듀싱한 인물로, 거기서 함께한 일부 연주자들과 Robert Wyatt, Nick Mason 등 뛰어난 인물들을 모아 자신의 명의로 캔터베리 재즈에 짙고 깜깜한 색을 입혀 형체를 만들어냈죠
그리고 소비에트에서 드문드문 시도되던 전위적인 재즈 중에서 퓨전 / 록과 가까운 시도는 Anatoly Vapirov가 이끈 재즈 앙상블이 기가 막히게 캐치했어요
마지막으로 가장 재즈적인 스타일, Third Stream과 록 / 퓨전이 서로에게 들어맞은 듯 환상적인 호흡만을 내뱉는 작품은 Neil Ardley의 업적이에요
(The Avalanches가 데뷔작에서 샘플링했었네요? 자연스럽게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으니 기대하시면서 들어 보시죠)
그의 전작인 A Symphony of Amaranths (1972)도 매우 고결한 소리를 자랑하기에 서드 스트림이나 실험적인 빅 밴드 앨범으로서 강력하게 추천해요
Archaïa - Archaïa (1977)
Circus - Movin' On (1977)
Etron Fou Leloublan - Batelages (1977)
Happy the Man - Happy the Man (1977)
Heldon - Interface (1977)
Hugh Hopper - Hopper Tunity Box (1977)
Iceberg - Sentiments (1977)
Island - Pictures (1977)
John Greaves, Peter Blegvad, Lisa Herman - Kew. Rhone. (1977)
Locanda delle Fate - Forse le lucciole non si amano più (1977)
Pacific Eardrum - Pacific Eardrum (1977)
Pierrot Lunaire - Gudrun (1977)
The Enid - Aerie Faerie Nonsense (1977)
Univers Zero - Univers Zero (1313) (1977)
Utopia - Ra (1977)
Windchase - Symphinity (1977)
The Enid의 2집은 록 앨범으로 정의내리기에 불확실한 정도까지 클래식이 뿌리내린 결과물로, 진정으로 당시 누구도 흉내내지 못했을 섬세한 '심포니이자 록'이에요
일렉 기타도 드럼도 거대한 오케스트라 속 일원으로 충실히 조화를 자아내네요
기이한 커버로도 큰 이목을 끌진 못했지만 Nucleus의 멤버들과 Matching Mole에서도 활동한 키보디스트가 모여 제작한 Pacific Eardrum도 있어요
다양한 음악적 배경이 섞여 캔터베리부터 스무스 재즈까지 분포돼있어 의외로 대중적인 재즈 퓨전의 비중이 높은 편이죠
1984 (1973)가 실험 음악과 아방가르드 재즈에 치중해 있었다면 Hugh Hopper의 솔로 2집은 리듬 타기 좋은 재즈와 재즈 록이 중점적인 앨범이에요
베이스 클라리넷에 (로버트 와이어트 작품에 자주 참여한) Gary Windo, 코르넷 / 호른에 Mark Charig, 색소폰에 Elton Dean, 오르간 그 자체 Dave Stewart 등 캔터베리의 중역들의 노련하고 예리한 연주가 호퍼를 주체로 전개되는 수작!
헨리 카우의 베이시스트 John Greaves가 기획하여 처음으로 그의 이름 아래 나온 Kew. Rhone.은 그리브스가 인지하는 배배 꼬인 재즈와 팝의 경계선 위에서 치밀하게 다뤄졌어요
캔터베리-아트-재즈 팝이라고 정리해도 촘촘한 마찰음들은 직접 들어보셔야 매듭을 풀 수 있을 거예요
RIO 운동의 초창기 일원이었던 Etron Fou Leloublan은 충분히 기괴하면서도 Punk 기질도 있는, 프랑스 프록의 흐름으로 보기엔 상당히 이질적이고 영국적인 그룹이에요 (그래서인지 80년대에 Fred Frith와 함께 투어도 다녔다고 해요)
70년대 후반 혁신적이라는 의미에서의 포스트 펑크와 묘한 결을 함께하는 동시에 매우 정교하고 계산된 연주가 일품이네요
벨기에에서 가장 빠르게 RIO를, 그것도 실내악적으로 구현한 Univers Zero는 대체할 수가 없는 검은색이 풀풀 풍기죠
1313이라는 이름으로도 재판된 데뷔작은 이후 작품과 비교하면 아직까지는 명확한 박자가 있어 따라가기 편하고, 현대 클래식이라고 생각하면서 들을 수 있는 아방가르드 프록이에요
미국은 정서적으로도 프록과 잘 맞는 편은 아니었지만 Kansas 등이 하드 록 기반 프록을 잘 시도했고, 70년대 후반이 되어서야 영국에 비할 만한 명작이 나온 것 같아요
바로 Happy the Man. 매우 편안한 재즈 사운드와 이를 찌르고 터져 나오는 지적인 프록이 말이 안 됩니다
복잡한 패턴이지만 캔터베리와는 다른 뉘앙스로, 긍정적이고 화창한 경치를 어떻게 이런 고도의 연주력으로 색칠할 생각을 했을까요
그리고 (여전히 기타 / 보컬 / 프로듀서인) Todd Rundgren의 이름을 떼고 2집으로 향한 Utopia는 전보다는 팝적인 편이지만,
미국적인 정취와 신선한 작곡을 런그렌의 선명한 프로듀싱으로 한데 뭉친, 자연스런 과도기의 AOR 느낌이라 저도 좋게 들었어요
오랜만에 보는 이탈리안 프록 Locanda delle Fate는 앞서 등장한 이들과 마찬가지로 연주력과 서정미, 그리고 70년대에 앨범 한 장만 냈다는 것까지 똑 닮았네요
3~4분, 6분, 8~9분에 달하는 여러 형태의 곡들이 모두 아리따운 노래로 승화되어 있고, 악기들은 어떤 소절에서나 부족하지도 낭비되지도 않는 공간적 균형을 이루고 있어요
이와 동떨어진 아방가르드적 면모에서 가장 특이한 분장을 하고 나타난 Pierrot Lunaire는 이전의 포크식 접근에서 발전해 구체 음악, 오페라, 프록을 과격하게 뭉친 Gudrun을 마치 미래에서 끄집어낸 것 같아요
악몽인지 현실인지 구별이 안 가는 음향이라고 해야 하나, 설명하기는 까다로운데 머리에서 쉽게 여과되지를 않네요
거의 끝자락에 다다른 70년대 프랑스 줄은 앞서 언급한 키보디스트 Patrick Gauthier가 속했던 Heldon이 조금 더 이어갑니다
프로그레시브 일렉트로닉 그룹이었지만 Interface를 통해 줄과 융합한 에너지 넘치는, 조금은 독일스러운 음악으로 거듭났어요
(2021년에 발굴된 음원들을 제외하고) 단일 작품밖에 내지 않은 Archaïa는 줄 씬 내에서도 언더였던 모양이에요
하지만 하이 톤 보컬과 급박한 반복보다 주목하게 되는 그들의 특기, 일렉트로닉과 이펙트를 활용한 사운드는 한껏 습해지고 어두워진 Heldon이라고 볼 수도 있겠어요
Circus가 창작한 최고작 Movin' On은 전작보다 매끈하게 이어지는 유기적인 멜로디와 동시에 타이밍 사이를 뛰어넘고 가로지르는 재즈식 연주, 창의적인 음향을 구사한 스위스 최고의 프록이 아닐까 싶은 앨범이에요
그들의 가장 대단한 점은 바로 1집부터 일렉 기타가 아예 없었다는 점이죠
빌 수도 있었던 자리를 12현 기타뿐만 아니라 현란하게 이동하고 소리지르는 베이스라인, 풍부한 관악기와 오르간, 시시각각 바뀌는 모든 악기의 배치가 완벽하게 메우기 때문에 의식하지 않으면 눈치채기 힘들 거라고 생각해요
놀랍게도 같은 해에 스위스에서 등장한 사뭇 다른 지향점의 Island는 H. R. 기거의 일러스트로 장식한 Pictures로 Movin' On에 대항할 수 있을 만큼의 파괴력을 선보였어요
게다가 무려 일렉 기타와 일렉 베이스까지 모두 제거하고 키보드에 베이스라인을 맡긴 덕에 둔탁하고 으스스한 리듬이 구축된 거죠
거기에 오르간 / 관악기 중심 사운드와 캔터베리식 재즈가 맞아떨어지고, 공백조차 긴장감으로 채우는 명연주는 그들이 아주 능숙하게 당시의 아방가르드 작법을 다룰 줄 알았다는 뜻이죠
PFM의 프로듀싱을 담당한 Claudio Fabi가 참여한 덕에 그들의 역사가 오늘날까지 아름답게 남아있네요
유튜브의 추천 덕에 유명해진 앨범들 중 하나이자 이번엔 프록인 호주 밴드 Windchase의 유일작은 빨려들어가는 인트로, 비장하지만 때때로 눈부실 정도로 청량해지는 멜로디가 매력인 작품이에요
열정적인 기타는 Sebastian Hardie라는 호주의 다른 프록 밴드 출신인 Mario Millo의 연주로, 똑같은 그룹에서 활동했던 키보디스트 Toivo Pilt와 함께 꾸린 밴드라고 해요
커버의 '1'이라는 숫자를 볼 때마다 좀 더 활동할 수도 있었을 것 같아서 아쉬울 따름이죠
스페인의 Iceberg가 준비한 앨범이야말로 이번 해엔 좀처럼 등장하지 않았던 재빠른 페이스로 불타는 기타 중심의 재즈 록이죠
퓨전적인 부분은 Return to Forever의 영향이 강하고, 이따금 다가오는 스페인 음악의 요소들도 감상 포인트!
아직 68-71 도 다 못 먹었지만 항상 감사합니다 이런 정보글 ㅜ
어우 하나하나 다 먹으면 배 터져요
음원 구입해야 되는 것도 있으니까 제일 추천하는 방식은 여기서 추천 안한 유명한 것들 들으면서 곁가지로 골라 듣는 거긴 한데
그래도 어떻게든지 들어 주신다면 기쁩니다
네 유명한 것도 잘 몰라서 유명한 것들 위주로 듣다 한번씩 들려서 한개씬 먹어요
Since I Left You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 중 하나가 Two Hearts in 3/4 Time, 그 중에서도 저 재즈 피아노 부분인데 원곡을 찾으니 신기하네요.. 항상 샘플링 원곡을 발견할 때면 기분이 묘하죠
Neil Ardley의 다른 앨범도 한 번 들어봐야겠어요
서커스 일렉기타 없던 건 처음 알았네요 ㄷㄷ 양질의 글 늘 감사합니다.
어쿠스틱에 엄청 절묘한 이펙터를 건 것도 그렇지만 일렉이 들어올 것 같은 순간에 분위기를 바꿔버리는 전개가 미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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