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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록과 재즈 록 나들이: 72-73 편

title: MF DOOM (2)hoditeusli7시간 전조회 수 111추천수 4댓글 6

프록의 기반을 다진 명작들은 70년과 71년 사이에 엄청 많이 발매됐어요

The Yes Album과 Fragile이, In the Wake of Poseidon과 Lizard가 모두 같은 해에, 각각 같은 밴드에서 나온 작품이잖아요!
72년부터도 창작욕은 멈추지 않았고 주목할 만한 작품은 많아요

(여담이지만 비슷한 경우로 72년에 Gentle Giant의 Three Friends와 Octopus, 73년에 Gong의 Flying Teapot과 Angel's Egg, 74년에 Starless and Bible Black과 Red, 75년에 Henry Cow와 Slapp Happy의 콜라보로 Desperate Straights와 In Praise of Learning이 나오기도 했어요)

 

그리고 이제부터 나올 몇몇 앨범들은 낮은 지명도 때문에 유튜브나 스포티파이 등의 공식 음원의 질이 심하게 떨어지거나, LP 사이드가 뒤바뀐 채 리스팅되어 있거나, 수록곡 일부가 잘려나가거나 하는 경우가 있어요

음질이 좀 이상하다 싶으면 데이터베이스 기록이나 유튜브의 비공식 음원을 확인하고 골라 들으시는 게 좋아요

 

jpr1972.png

 

Banco del Mutuo Soccorso - Banco del Mutuo Soccorso (1972)
Brainstorm - Smile a While (1972)
Catapilla - Changes (1972)
Circus 2000 - An Escape From A Box (1972)
Curved Air - Phantasmagoria (1972)
Focus - Focus 3 (1972)


Fusioon - Fusioon (1972)
Guru Guru - Känguru (1972)
Haikara - Haikara (1972)
Il Balletto di Bronzo - Ys (1972)
Khan - Space Shanty (1972)
Matching Mole - Matching Mole (1972)


Matching Mole - Little Red Record (1972)
Moving Gelatine Plates - The World of Genius Hans (1972)
Mythos - Mythos (1972)
Nektar - A Tab in the Ocean (1972)
Soft Machine - Fifth (1972)
Strawbs - Grave New World (1972)

 

이전 밴드의 후속작부터 볼까요?

Catapilla의 2집은 곡 배치에서는 전작과 비슷해도 사이키델릭 / 스페이스 록 방식의 조직된 연주를 완성했고, 음향 품질도 좋아져서 더 편하게 들을 수 있어요

Focus 3에서 처음 시도된 그들의 더블 앨범은 중심축을 하드 록에서 재즈와 잼으로 움직여 LP 1에서 제대로 정(靜)과 동(動)을 완수한 프록을, LP 2는 연주력을 즐길 수 밖에 없는 긴 잼 연주를 대담하게 삽입했어요

(공식 음원에서 트랙 하나가 빠져 있을텐데, 데뷔작이 곧바로 리이슈될 때 추가된 트랙을 다시 삽입한 것뿐이에요)

Guru Guru의 작곡은 3집에서 훨씬 싸이키델릭으로 형체가 잡혀 정리된 모양새이면서 그들만의 취기가 들러붙은 사운드에요

힙합 전문 사이트니까 인트로 트랙이 어디에서 샘플링되었는지는 들어보시면 아시겠죠? 전 힙합 트랙을 나중에 들어서 놀랐습니다

프랑스의 괴물 밴드 Moving Gelatine Plates가 발표한 70년대의 마지막 앨범에서도 캔터베리 재즈의 섬세한 적용, 광기의 다이내믹을 원껏 들을 수 있어요
어지러운 록 애호가라면 바로 여기서 춤을 추셔야 합니다
 

드러머 Robert Wyatt가 밴드를 떠난 후 Soft Machine의 5집은 이전의 프리 재즈에 가까운 과격성과 부드러운 재즈 퓨전을 오락가락하는 과도기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그도 그럴 것이 이후 합류하여 2015년 재결성에도 참여한 멤버들인 John Marshall(드럼)과 Roy Babbington(베이스, 더블 베이스 /  4집에서 게스트로 참여)은 실험적인 연주도 하지만 Nucleus의 멤버였기도 하거든요

이듬해 발표된 절반은 라이브, 절반은 스튜디오 녹음인 Six (1973)에서 Karl Jenkins도 참여해 작곡에도 관여하면서 사실상 Nucleus + Soft Machine 콜라보 그룹이 되죠

5집과 7집 전후로 겹치는 곡들이 있어 이번 선정에서는 제외했지만, Karl Jenkins의 영향으로 그나마 일반적인 재즈와 그루브의 반석 위에서 소프트 머신의 휘몰아침을 선명하게 볼 수 있는 앨범이기도 해요

 

소프트 머신과 다른 길에 들어선 로버트 와이어트는 Matching Mole(프랑스어로 쓴 Soft Machine을 다시 영어로 비튼 이름)을 꾸려 기괴하고 몽환적인 캔터베리 재즈를 이어나가요
와이어트의 프로젝트로서의 뉘앙스가 강한 1집과 매칭 몰이라는 밴드로서 기동하는 2집 모두 정말 뛰어나고 독창적이에요
하지만 같은 해에 사고로 와이어트에게 하반신 마비가 와 밴드는 해산했고, 그는 솔로로 전향해 초인적인 힘으로 Rock Bottom (1974)을 바닷속에서 끄집어냅니다

 

캔터베리의 또다른 주역들이 모인 Khan의 유일작은 이들이 앞으로 얼마나 매력적인 소리를 만들 수 있는지 보여주기만 할 뿐 아니라
이후 멤버들이 이끄는 Hatfield and the North나 National Health와도 확연한 차이가 있는 위치의 걸작이에요

Egg 시절부터 계속 발전해 온 Dave Stewart의 오르간의 멜로디 능력이 Arzachel 이후 또 다시 Steve Hillage의 기타와 만나는 순간!

 

이처럼 영국산 프록이 더욱 다양한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모습을 계속해서 보게 될 거예요

Curved Air는 70년도에 데뷔한 고참 밴드로, Catapilla보단 훨씬 감미로운 여성 보컬 밴드 중 하나죠

3집 Phantasmagoria에서 커브드 에어는 건반 위주의 프록 스타일에 재즈, 포크 악기 요소를 더해서 당대 여러 밴드에서 들을 수 있던 독특한 요소를 감미롭게 엮었어요

그래서 르네상스나 젠틀 자이언트같은 접근이 느껴지는 곡들이 많으면서도 직관적인 에너지도 있는 좋은 앨범이라고 생각해요

Strawbs는 포크 록 기반의 밴드로, Yes의 키보디스트 Rick Wakeman이 있었던 곳으로도 유명해요
본작은 웨이크먼이 예스로 떠난 후의 앨범이지만 오히려 록이 강화되고 공상적인 곡들이 많아졌어요
앤티크한... 아저씨 취향이라면 New World는 꼭 들어봐야겠죠?

 

독일에서는 Mythos가 데뷔작으로 기타, 시타르, 플루트, 신스 등의 악기(리더 한 명이 혼자 이걸 다)로 크라우트록과 라가, 프록 사이를 껑충 뛰어다니는 앨범을 발표했어요
이런 데뷔에서만 느낄 수 있는 패기가 참 귀중하게 느껴지는 건, 뒤죽박죽으로 취한 것 같은 앨범도 이렇게 준수할 수 있으니까죠

또 하나의 완숙한 데뷔작은 Brainstorm의 것으로, 관악기의 활용이나 멜로디 측면에서 소프트 머신의 영향이 두드러지는 만큼 복잡한 연주를 능숙하게 해낸 곡들이 많아요

유머러스한 분위기와 오르간의 타악기적 사용으로 봤을 때 Egg의 느낌도 강해요

그런데 기타나 플루트에서는 독일의 풍경도 제대로 보이기 때문에, 영국 외에서 흔치 않게 성공적으로 캔터베리 사운드를 살려서 적용한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한 당대 사조와 비교하면 Nektar의 2집은 크라우트록과 전혀 다른 노선에 있는데, 이는 넥타르가 영국인들이 독일에서 만든 그룹이기 때문이에요
하드 록과 헤비함, 섬세함과 클래시컬함을 기타 오르간 조합으로 표현하는 방식이 산뜻해서 빠져들기도 쉽구요
(1집도 인기가 있어 보이는데 이번 달 말에 리마스터가 나온다 해서 그때 제대로 들어볼 거예요)

 

아직 완전히 물이 오른 시기는 아니지만 이탈리아의 프록에서 주목할 만한 엘범들이 나오죠
여기서 다루기엔 너무 유명하단 생각도 들지만, Banco del Mutuo Soccorso의 데뷔작과 Darwin! (1972)이 발매됐어요
초기 이탈리안 프록 중에서도 중심지와 비견되는 높은 구성력과 성악 같은 보컬 등의 개성에, 인기도 많은 밴드라고 알고 있어요
이후의 이탈리안 프록에서 자주 볼 수 있는 ELP 건반의 영향도 있지만, 서정미를 추구하여 제네시스의 관점을 취한 여타 밴드들과 달리 Banco의 에너지는 예스의 것과 훨씬 닮았다는 것도 잘 느껴지는 작품이에요
제가 깊게 파지 않은 그룹이기에 짧게만 설명하지만, 1~3집은 대부분의 프록 팬들이 명작으로 여기고 좋아하는 작품들이니 분명 재밌을 거예요

 

인지도로는 한참 뒤처지지만 Circus 2000의 2집이자 마지막 작품은 사이키델릭에서 발전한 계통의 프록이에요
위의 Banco나 PFM같은 특유의 낭만성과는 전혀 다르게 미국이나 영국에서나 나올 은은한 신비로움을 표현한, 당대에도 힙스터였던 작품이라고 할 만하죠
이들과 같은 시기의 작품을 탐색하면서 가장 놀란 작품이 Ys인데, 마치 이탈리아어로 쓰인 킹 크림슨 같달까?
ELP 같은 오르간 사용 방식이 보이긴 하지만 프랑스의 일렉트로닉 기술이나 Zeuhl 장르 같은 보컬이 들어가기도 해요
전체적으로 복잡하고 장대하면서 독창적인 Ys는 부분적으로 RIO 운동이 떠오르게 하는 매우 이른 작품이네요
 

핀란드의 Haikara는 이전에 소개한 Wigwam 못지 않은 촘촘함과 전위성이 있는 그룹이에요

킹 크림슨의 방식과 닮았으면서 독창성을 제대로 과시할 수 있는 뛰어난 작품은 많지 않기에 처음 들었을 때 굉장히 인상 깊었어요
포크와 재즈를 넘나들며 3개의 10분 대곡을 연속으로 들을 수 있게 해둔 덕에 아주 강압적이고 아름다운 배치로 완성됐다고 느껴요

 

jpr1973.png

Agitation Free - 2nd (1973)
Alphataurus - Alphataurus (1973)
A.R. & Machines - A.R. IV (1973)
Campo di Marte - Campo di Marte (1973)
Carmen - Fandangos in Space (1973)
Curved Air - Air Cut (1973)


Dedalus - Dedalus (1973)
Embryo - Steig Aus (1973)
Embryo - Rocksession (1973)
Greenslade - Greenslade (1973)
Greenslade - Bedside Manners Are Extra (1973)
Hugh Hopper - 1984 (1973)


J・A・シーザーと悪魔の家 & 天井桟敷 - 国境巡礼歌 (1973)
Kollektiv - Kollektiv (1973)
L'Uovo di Colombo - L'Uovo di Colombo (1973)
Message - From Books and Dreams (1973)
Museo Rosenbach - Zarathustra (1973)
Nektar - Remember the Future (1973)


Osanna - Palepoli (1973)
Samla Mammas Manna - Måltid (1973)
Secret Oyster - Secret Oyster (1973)
Semiramis - Dedicato a Frazz (1973)
Soft Machine - Seven (1973)
Zao - Z=7L (1973)

 

온갖 밴드들이 쏟아져 나오고 완숙해진 시기 같아요

60년대 후반 즈음에 시작한 밴드들은 베테랑이 되어 The Dark Side of the Moon, Larks' Tongues in Aspic, Selling England by the Pound 등을 발매했고

Henry Cow와 Camel은 셀프 타이틀로, Mike Oldfield는 Tubular Bells로 데뷔했어요

 

그러한 기류를 타고 특기할 만한 신작을 꺼낸, 익숙한 밴드들을 이어서 보도록 해요

Curved Air의 직관적인 하드 록이 프록 부분과 비등비등할 정도로 커지긴 했지만, 그 결과물은 아트 록의 방향을 가리키고 있어요

이러한 경향은 실험적이면서도 예쁜 소리를 추구한 밴드들에게서 점점 보이기 시작해요

Nektar의 4집에서 저는 그들만의 Close to the Edge (1972)를 들을 수 있었어요

심포닉 프록과 Funk의 접합도 있는 아주 흥미진진하고 서사적인 앨범입니다

 

소프트 머신의 7집은 앨범 설계에 대한 영향력이 칼 젠킨스 쪽으로 넘어간 후의 작품으로, 사실상 캔터베리 씬 중심축으로서의 소프트 머신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봐요

그럼에도 창설 멤버이자 키보디스트인 Mike Ratledge의 비명 같은 오르간은 뉴클리어스 특유의 그루브와 성공적으로 합체하였고, 그의 프로그레시브 일렉트로닉 스타일도 앞서 시도되었죠

어쩌면 5, 6집보다 훨씬 특징적이면서 듣기 쉬운 앨범일 수 있어요

그리고 6집을 끝으로 먼저 밴드를 떠난 베이시스트 Hugh Hopper는 약 10년 뒤가 배경이 되는 소설을 모티브로 삼아, 첫 솔로 앨범인 1984를 만들게 돼요

소프트 머신에서도 실험했던 테이프 음악 기법과 아방가르드 재즈 스타일, 본인의 광폭한 베이스(기타처럼 들리겠지만 베이스!)의 금상첨화로 빚어낸 디스토피아에 힘껏 뛰어들어 주시길 바랄게요

 

(누가 봐도 제 최애들 중 하나인) Embryo는 완벽히 물이 올랐습니다! 무려 앨범을 3개나 냈어요!

순서대로 Steig Aus, Rocksession, We Keep On을 발표했고, 저는 그 중에서 라가 스타일보다 퓨전과 프록을 더 받아들인 두 작품을 골랐어요

크라우트록의 견고한 리듬과 흐느적거리는 멜로디의 극치를 엠브리오가 재즈 언어를 빌려 완성한 것만 같죠

(이번 소개 시리즈에서 엠브리오는 이게 마지막이지만 2021년에 아라빅 재즈 퓨전 앨범을 내면서 컴백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사이키델릭한 크라우트록은 Agitation Free의 2집과 Achim Reichel이 이끄는 A.R. & Machines의 4집에서 고혹적인 톤의 기타 리프를 중심으로 만날 수 있어요

전자는 비교적 밝고 가벼운 구조와 일렉트로닉의 어스름이 잘 섞여있고, 후자는 이런저런 악기의 사운드가 뛰어드는 광활할 잼이에요

재즈 잼과 독일의 원시적인 기운을 더해서 듣고 싶다면 Kollektiv의 데뷔를 강하게 추천해요

우리가 크라우트록에 바라는 광란과 날 것의 느낌을 플루트에서 빠져나오는 공기를 타고 들어 봅시다

 

앞서 소개한 넥타르와 비견될 수도 있는 Message의 2집은 헤비 사이키를 거의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어서 크라우트록 노선과는 조금 별개로 봐야 할 것 같은 작품이에요

메시지도 영국인 멤버가 있던 그룹이라 1집에선 느슨한 크라우트록과 영국 사이키델릭이 섞이면서도 후자가 살짝 우세한 모습이었는데

2집에서 완전히 헤비한 리프와 어두운 분위기로 크라우트록의 향기를 완전히 짓누르고 중후하게 대곡을 펼치는, 독일이라기엔 참 묘한 앨범이 또 하나 나왔죠

이후 앨범들은 프록을 조금 이어가다 대중적인 록으로 전향했기에 1, 2집 만한 기세는 없어 보여요

 

영국의 신생 밴드로는 Dave Greenslade가 이끈 Greenslade가 떠올랐어요

기교적인 건반을 앞으로 내세운 것, 기타의 역할을 더블 오르간 체제로 대신한 것을 보면 캔터베리의 색채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그린슬레이드라는 이름은 쉽게 캔터베리라는 분류에 속박되지 않는 오묘한 신체를 지녔다고 장담할 수 있어요

매력적인 멜로디를 짜고 분배하는 능력은 이들처럼 모든 악기가 노래하는 듯한 그룹에 아주 어렵지만 완성도를 크게 높이게 되죠

그 작업을 아주 환상적으로 해낸 동시에 Andy McCulloch(킹 크림슨 - Lizard (1970), Fields - Fields (1971) 참여)의 세밀하고 공격적인 드러밍으로 모든 밸런스를 알맞게 잡아 주기까지 해요

1집과 2집은 취향 차이는 있겠으나 비교적 과감하고 다양한 시도를 한 쪽은 2집이라고 느껴지네요

 

이 해만큼 신생 이탈리안 프록이 넘쳐난 적은 또 없을 거예요

Alphataurus, Campo di Marte, L'Uovo di Colombo, Museo Rosenbach, Semiramis...

이들 모두가 73년에 데뷔 앨범을 냈고, 대부분이 그 한 장을 끝으로 해체했거나 활동을 중지했던 그룹들이에요

오르간을 베이스가 재빠르게 받쳐주며 강하고 그루비한 리듬을 격정적으로 전하는 L'Uovo di Colombo,

일렉트릭 / 클래시컬 기타와 비브라폰, 그리고 신디사이저를 포함한 건반악기로 귀를 들었다 놓는 Semiramis

날카롭고 헤비한 하드 록과 여유로운 포크를 순식간에 넘나드는 Campo di Marte,

장대한 여정과도 같은 서사를 프록의 수많은 면모를 응축해 표현한 Museo Rosenbach,

그리고 모든 상상력을 압도하는 Alphataurus까지

모두가 동등한 세기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진 못했지만 그렇기에 여기서만큼은 모두를 주인공으로 여기고 싶어요

 

위의 조건에 속하진 않았지만 전혀 다른 각도의 광기를 간직한 이탈리아의 산물이 남아있어요

Osanna의 2집은 이탈리아에서 매우 야심차고 Ys (1972)와 함께 가장 전위적인 앨범들 중 하나라고 예감해요

LP 면당 대곡 한 곡씩 담은 앨범이야 많지만, 이처럼 혼란스럽고 아슬아슬한 전개는 쉽사리 느끼지 못할 테죠

한두 번 듣는다고 모든 요소의 움직임에 대해 감을 잡을 수 없는 것이 프록의 묘미라고 해도 Palepoli는 터지기 일보 직전의 음표 덩어리를 태연하게 들이미는 기묘한 작품이 아닐 수 없네요

Dedalus의 처음이자 마지막 재즈 '록' 앨범은 이탈리아의 소프트 머신이라고 불려도 아무 문제 없을 긴장감과 강렬한 실험 정신을 가졌어요

강박적인 변박 속에서도 타이트함과 그루브를 잃지 않는 드럼, 베이스 위에서 주고받는 악기들의 몽롱한 대화가 대곡의 길이를 정당화하죠

(제가 재즈 록 입문 초기에 접한 앨범 중 하나이기에, 개인적으로 재즈 록 / 퓨전을 감상하고 평할 때 저의 기준은 Third (1970)와 이 앨범에 있어요)

 

미국에서 결성되어 영국을 왔다갔다한 Carmen은 스페인의 플라멩코를 프록으로 연주한 Rock andaluz 장르의 초기 그룹 중 하나에요

데뷔작에서부터 이미 완성된 멋있는 연주는 플라멩코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해 줄 거예요

 

일본의 음악가이자 연출가 J・A・シーザー(J. A. 시저)의 国境巡礼歌(국경순례가)는 복합적인 예술가 寺山修司(테라야마 슈지)와의 콜라보로 진행된 라이브 공연 음원이에요

상대적으로 프록과의 거리는 먼 앨범이지만 사이키델릭으로 표현된 실험적인 음악이라면 프록 청자에게도 잘 먹힐 것 같아 꼭 소개하고 싶은 작품!

 

프랑스의 줄 장르를 완성한 Magma - Mekanïk Destruktïw Kommandöh가 발매됐을 때 마그마의 전 멤버들이 Yochk'o Seffer를 중심으로 모인 Zao가 데뷔했죠

자오는 마그마에서의 보컬 영향을 이어받았지만 더 힘있고 기교적인 보컬을 관현악기와 병치해 발산시키는 구성이에요

덕분에 자유분방한 재즈 퓨전 방식으로 쌓아 마그마와 다른 매력을 가진 그룹이 탄생했고, 그 시작점은 이후의 스타일과 마그마의 중간 지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북유럽의 재즈 록으론 우선 덴마크에서 온 정통적인 작법의 Secret Oyster 1집을 먼저 추천할게요

2집 Sea Son (1974)이 더욱 퓨전에 힘을 실은 록이라면 데뷔작의 사이키델릭의 활용이 저는 더 절묘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번 소개 시리즈에서 처음 나오는 Rock in Opposition(RIO) 작품은 바로 스웨덴의 Samla Mammas Manna입니다!

거창하게 말을 꺼냈지만 막상 들어보면 Måltid는 분명 혁신적인 소리를 들려주곤 있어도 앨범 전체로는 Henry Cow나 Univers Zero 같은 음악에서 기대하기 힘든, 굉장히 받아들이기 편한 재즈 록이라는 느낌이 있어요

이는 원래 RIO가 하나의 비상업적 밴드 음악을 위한 하나의 운동이었고 삼라 맘마스 만나가 초기에 모인 밴드들 중 하나였기 때문이에요 (기성 프록에 비해 짧은 곡들 위주로 구성된 것 때문이기도 해요)

즉 오늘날 음악적 요소에 중점을 두고 판단되는 RIO가 아니라 역사적인 맥락에서 붙은 딱지이니 그 점을 감안하시기 바라요

 

--

 

예상보다 분량이 많아져서 74-75는 끊어 올려야겠어요!!!

73년도 이탈리아에서 생략한 유명 작품들로는 재즈 록이 강한 Area - Arbeit macht frei, 프로그레시브 일렉트로닉이 강한 Battiato - Sulle corde di Aries가 있으니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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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 1 6시간 전

    Dedalus 셀프 타이틀 앨범 상당히 좋네요 재즈 록은 어렵다는 생각이 많았는데 부드럽고 듣기 편해요

  • title: MF DOOM (2)hoditeusli글쓴이
    6시간 전
    @수저

    아무래도 한꺼번에 닥치는 악기 수가 많지 않아서일 수도요

    다 한 번씩 솔로 챙기는 것도 정석적이구

  • 1 5시간 전

    70년대 프록은 진짜 단 하나도 안 들어봤는데 쓰신 글들에서 소프트 머신이 자주 보여서 한번쯤 들어보고싶네요 ㅋㅋ

    저거 7집부터 들어볼까요? 아니면 유명한 Third?

  • title: MF DOOM (2)hoditeusli글쓴이
    5시간 전
    @Satang

    팬이라서 홍보하는 거죠 ㅎ

    일렉 기타도 없는 구성이라서 프록보다 훨씬 재즈다운 음악이란 건 감안하시고 골라 들어보세요

     

    사이키델릭 시절이 1~2집 시기

    대표적인 아방가르드 재즈 쪽이 Third랑 Fourth

    퓨전 들어간 쪽이 5~7집이고 그 뒤로는 퓨전이긴 한데 스타일이 많이 달라져요

  • 4시간 전

    선추선스크랩 후감상 아는 앨범이 몇 개 없네요 ㄷ

  • title: MF DOOM (2)hoditeusli글쓴이
    4시간 전
    @끄응끄응끄응

    조명 덜 받은 애들을 일부러 끄집어내는 특집이라 저도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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