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듄 시리즈 보고 스포

Parkta195817시간 전조회 수 101댓글 1

드니 빌뇌브의 듄은 많은 기대를 모은 작품이였다. 

 호도르프스키의 전설적인 프로젝트와 위대한 대가 데이비드 린치의 유일한 실패작. 스타워즈를 비롯한 후대의 작품들에게 영감을 미친 작품.

듄은 여러모로 영화광들의 주목을 받은 소설이였다.

이런 원작의 후광과 드니 빌뇌브의 명성까지. 태생부터 기대작이 아닐 수가 없다.

 

다만 개인적으로 이 작품의 원작을 읽어보았기에 의문스러운 지점이 있었다.

첫번째는 지금 보기에 이 서사는 낡았다는 것이다.

내가 원작을 읽고나서의 첫 느낌은 이 작품의 설정이나 장점들이 거의 다 익숙하다는 것이였다. 

 두번째 불만은 이야기 그 자체에 대한 것이다. 듄을 읽으면서 든 의문은 이것이였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이 배경을 택해야했을까? 주제와 인물이 배경과 어울린다는 느낌이 없었다. 

 듄의 영상화의 난점에 대한 세간의 인식이 과장되었다는 듀나의 지적도 일리가 있지만 듄의 가장 큰 미덕은 설명에 있을 것이다. 아라키스라는 거대 행성의 생태계, 프레맨들의 생활방식을 설정을 부여하며 창조한 것을 넘어서 온 우주의 역사, 정치체계, 종교 등을 세세히 만든 작품이다. 이 작품의 진정한주인공은 이 세계고 그렇기에 이 행성에 대한 설명이 이 작품의 핵심이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한 이유다)

 영화나 문학은 설명하는 대신 묘사하고 보여주어야한다. 그래서 나로서는 영화화에 대한 의구심이 컸다. 설명은 영화와 썩 잘 어울리지 못할 가능성이 높으니까. 

 

그럼에도 듄은 드니 빌뇌브와 매우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그의 전작들은 이질적인 존재들의 만남 혹은 대립을 다루고 있다. 서사적으로도 주인공들이 운명에 무력하거나 순응하는 듯한 모습이 많다.( 듄의 핵심적인 모티브가 운명을 아는 메시아이지 않은가)

 동시에 드니 빌뇌브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실재감을 전달하는데 뛰어난 기량을 발휘해왔다.

듄은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창조한 작품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나는 이번 작품에 큰 기대가 있었다. 이야기의 특성,규모 모두 드니 빌뇌브가 최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종류였고 어쩌면 개인적으로 원작에 느낀 불만까지 해소할 수 있는 영화가 나오지 않을까 라는 생각까지 했었다.

 

 

 

결론만 말하자면 듄은 매우 아쉬웠던 작품이였다.

물론 영화가 엉망이라든가 혹은 연출적으로 실패했다 라는 의견은 아니다.

 연출은 아름다우며 장엄하다. 한 장면마다 오랜 팬으로서 영화화를 꿈꾼 장인의 정성이 가득 배여있다. 마치 정성껏 로스팅한 원두같은 풍미를 자랑하며 아마 원작팬들은 본인들이 상상에 그렸던 이미지들보다 생생하고 강렬해서 만족스러웠을 것이다. 칼라단을 떠나는 장면, 아라키스에 도착할 때, 침공장면과 모래벌레 장면 등 각각의 화면은 장엄하고 탁월한 이미지를 선사한다. 

 


드니 빌뇌브 영화가 다른 영화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이 있다면 느린 호흡과 비어있는 화면일 것이다.

 더 빠르고 큰(too fast! too strong!) 연출을 지향하는 할리우드서 그는 독특한 자신의 개성을 보여주고 있다.

빌뇌브는 화면을 구성할 때 채운다기보다는 비우는 편을 선호한다. 개인적으로는 이것을 극대화된 미니멀리즘이라고 부르고 싶다. 그는 스크린에 정보와 감정을 압축시켜서 담기보다는 여백이 있는 이미지를 창조하는 감독이다. 이를 통해 그가 최종적으로 구현하고자하는 것은 분위기라고 생각한다. 빌뇌브가 집중하는 요소는 정보가 아니다.(그런 면에서 전지적인 카메라를 사용해서 정보를 중요하게 담는 핀처와 반대된다. 화려하고 탁월한 편집과 느린 편집도 그렇다. 물론 조디악에서도 드러나듯이 핀처는 느린 호흡에서도 완벽하다.)

 

 드니 빌뇌브는 세계에 대해서 설명하지 않는다. 그저 세계의 일부를 보여줄 뿐이다. 시카리오에서부터 듄까지 빌뇌브는 분위기와 뉘앙스를 우선순위로 삼았다. 그의 영화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의 분위기와 리듬에 녹아들거나 지루해지거나 둘 중 하나이지 않을까(이거야말로 취향차이다) 그의 편집리듬이 긴 이유도 여기서 기인한다. 길게 보여줄 때 분위기를 화면에 녹일 수 있다. 빌뇌브가 익스트림롱숏을 자주 구사하는 것도 결국에는 분위기를 위해서이다. 동시에 롱숏에 담기는 거대한 세계와 작은 인간은 운명 앞에 무력한 존재라는 테마에 어울린다. 

대표적으로 시카리오에서 삽입된 인서트샷들(사막의 풍경들 등등)이 이런 분위기에 대한 드니의 열정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그는 의외로 세계를 만들 때 세세한 설정에 관심이 없을 수도 있다. 세계를 정보로 이해시킨다기보다는 분위기로 전달시키는 것이 그의 목적이다. 그는 전체 세계를 보여주기 보다는 일부분만 체감하게 만든다. (cg가 아닌 실제 세트와 소품에 힘을 기울이는 이유도 이런 실체감에 있지 않을까)

 영화 듄 역시 분위기와 무드는 대단하다. 촉감과 질감이 화면에서 느껴질 정도이며 사막 장면은 목이 마르다. 원작에 대한 악명과 달리 이 작품의 이야기는 이해하기 용이하며 의외로 별 내용이 없다. 그럼에도 영화러닝타임이 살인적인 이유는 이 작품의 목적이 아라키스의 분위기표현에 있기 때문이다. 관객이 세계에 몰입하고 녹아드는 시간의 필요성을 드니 빌뇌브는 간과하지 않는다. 

 영화는 하나의 세계에 대한 실재감과 분위기를 완벽하게 표현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이야기는 작고 생략되어있는 편이다.

 

 거기서 이 작품의 결함들이 발생한다. 영화 속 이야기는 미진하고 완결성이 매우 부족하다. 오페라로 치면 서곡과 같다. 그러니까 재밌어질 것 같기만 하다가 2시간 43분이 지나간다. 재밌어지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움직이는 현대미술전시관에 온 것같은 화면에 취하면 더없이 만족스러운 영화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수없이 재생된 이야기와 주제를 반복한 작품에 불과하다. 그 과정서 아트레이드 가문이 무너지는 이유는 매우 어처구니가 없다. 

  무엇보다 듄의 결정적인 단점은 원작과 마찬가지로 인물과 세계가 공명하지 못한다는 것에 있다.



가짜와 진짜, 감정과 인간, 세계와 개인, 인간다움 등등의 생각을 안겨주는 장면이었던 블레이드 러너의 2049의 거대 조이가 주인공과 대면하는 순간을 떠올려보자. 

이런 장면이 없다. 세계와 인간이 상호작용하고 주제와 감정이 만나는 장면이 부재한 영화다. 그렇기에 인물들은 관객과의 접착력이 부족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붕붕 떠다니는 듯 느껴진다.

내가 이 작품에 미지근한 평을 내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극단적으로 이 영화에 존재하는 것은 오로지 세계와 분위기밖에 없다. 인물과 감정,주제는 희미하다. 누군가에게는 그 분위기 하나만으로 일생의 체험이 될 수도 있지만 또다른 이들에게 따분하기 이를 데가 없는 관람이였으리라.

지속적으로 등장하지만 관습적인 연출로 아쉬운 꿈장면, 허술한 격투액션은 역시 (사소하지만) 흠이다.


사족1.거대한 사막과 갈등에 빠진 이질적인 집단들, 그리고 구원자(?)까지 이 영화는 데이비드 린의 '아라비아의 로렌스'와 닮아있다. 아쉽게도(그리고 당연하게)이 작품의 이미지와 롱숏과클로즈업은 린의 비전에 비하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시네마스코프 버전까지! 


사족2.드니 빌뇌브와 크리스토퍼 놀란은 여러모로 비슷하다. 둘 다 미국 바깥의, 그러나 미국과 가까운 나라에서 성장했다. 그리고 블록버스터의 자장 아래서 작가적 개성을 표현하고 있는 감독들이다. 그 이유는 아마도 이 둘이 스펙타클을 표현하는 데 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듄은 그 장기가 유감없이 발휘된 작품이다.


★★★☆


듄 2를 보고나서.

듄 2는 1편보다 훨씬 만족스러운 영화였다. 드니 빌뇌브의 작가적인 특징과 이 작품의 전반적인 연출기조에 대해서는 적었으니 이 영화만의 특징을 서술하고 싶다.


빛과 그림자. 

이 영화는 빛과 그림자를 미묘하게 잘 사용했다. 대표적인 예로 로타와 폴의 대결서 두 인물을 실루엣으로 어둡게 처리한다. 이유는 명확하다. 이 때 두 인물은 사실상 쌍둥이이다. 하코넨 행성을 사실상 흑백으로 표현한 선택도 특이한데 그 때 악들은 빛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색을 많이 고를 수가 없다. 사막이 주 배경이기에 하지만 그레이그 프레이저와 드니 빌뇌브는 그 극단적인 색들을 밀어붙여 장엄한 화면들을 빚어낸다. 그들은 단순한 것을 크게 만들어 충격을 선사한다. 분명히 이 작품은 촬영과 미술, 연기, 음악 그리고 그것들을 종합하는 연출 면에서 현재 할리우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기술력을 선사한다. 


영화의 주제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장면은 바로 포커스아웃이다. 두 장면. 폴이 전쟁을 결심하며 모래벌레를 끌고가는 장면과 승리 이후 차니가 폴을 보는 장면. 

 여기서 폴은 암부에서 희미하게 포커스아웃되어있다. 이건 그가 타락하고 있고 더 이상 그 자신이 아님을 증표하는 장면이다.


드니 빌뇌브가 운명과 그를 알지만 무력한 개인이라는 즌제에 천착해왔다는 것은 다들 주지하는 특징이다. 듄 2는 여러 부분서 이를 훌륭히 담아낸 수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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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14시간 전

    제 기준에선 블레이드 러너 원작보다 드니 빌뇌브의 그 작품이 훨씬 뛰어났다고 봐요. 컨택트도 훌륭하지만 드니의 최고작은 바로 그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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