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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사랑하는 이유

Parkta19582025.01.08 17:37조회 수 168추천수 3댓글 1

영화를 본다는 의미에 대해서 가만히 생각해보는데 늘 내리는결론은 내가 영화를 사랑한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더 안타깝게 자각하게 되는 진실은 내가 영화에 대해 너무나 무지하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 나에게 영화는 하나의 마법이였고 행복이였다. 영화관의 광고 시간은 영원히 만끽하고 싶었던 에피타이저였고 극장에 불이 꺼질 때 공간을 가득 메우는 어둠과 침묵은 내 마음을 설렘으로 채웠다. 슬프게도 시간이 흐를수록 나는 영화를 덜 사랑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예전의 나는 맹렬히 쇼트를 이해하고자 했고 사랑했다. 마치 좋아하는 사람의 연락을 기다리는 간절함과 긴장으로 모든 장면을 대하고자 했다. 지금 나에게 광고는 귀찮은 시간이고 이제 영화를 보다가 잠깐 나가는 일은 예사가 되었다.

 그럼에도 영화는 여전히 내 삶의 일부다. 나는 취미를 말할 때 영화를 말하기가 망설여졌는데 취미 라는 말에 함유되어있는 약간의 가벼움에 거부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나에게 영화는 시간이 있을 때 보는 게 아니라 시간을 내서 보는 거 였다. 

삶의 일부였고 나의 시간이 온전히 영화의 시간과 겹치는 순간은 더할나위없이 행복했다. 마치 종교인이 경전을 읽어나가듯 나는 봐야할 영화들을 찾았고 영화관은 나에게 성당이였다. 애석하게도 그리 신실한 신자는 아니였지만


그래서 왜 이렇게 나는 영화를 사랑하는가. 개인적으로 애정에 이유는 없다고 보는 쪽이다. 정확히 말해 이유가 있다면 그대상이 아니라 그 이유를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영화도 마찬가지이지만.. 그래도 그 이유를 찾아볼까한다. 

 영화를 볼 때 우리 모두는 아마도 자기 자신을 망각한다. 우리가 카메라로 마주하는 인물들은 나를 잊게 만들고 하나의 불특정한 유령으로 만든다. 그렇게 관객은 그들의 삶을 배회하고 즐긴다. 예로부터 남 얘기가 제일 재밌지 않은가. 하지만영화는 여기서 마법을 부리는 데 마치 자각몽처럼 이것이 영화이고 나는 여전히 나라는 사실을 각성하게 한다. 그 순간 우리는 허구와 삶의 경계에 서있게 되고 삶을 느끼게 되다. 우리는 삶에 완벽히 밀착되어 있기에 살아간다는 사실을 잊게 된다. 마치 바다에 사는 물고기가 바다를 그저 물이라 생각하듯이 삶 안에 우리는 침전되어 있어 삶을 살지 못한다. 해변가에서 바다를 느낄 수 있듯이 우리는 영화가 마련한 해변가에서 허구라는 모래알을 통해 삶이라는 바다를 누린다. 어떤 영화는 바닷가에 풍덩 빠지고 어떤 영화는 그저 응시하지만 그럼에도 이 점에서는 일치한다. 영화를 통해 우리는 즐거워하고 슬퍼하고 생각하고 감정을 배우고 숙고하고 무엇보다 삶을 응시한다. 한마디로 살아있게 만든다. 이것이야말로 영화만이 혹은 예술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 믿는다.


거창하게 적었지만 사랑에는 이유가 필요없다. 왜 영화를 사랑하냐고? 영화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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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1.9 13:23

    비슷한 맥락으로 저도 예술작품으로부터 큰 감흥을 얻은 경험이 많다 보니, 작품은 존재 자체로 선이라는 말에 공감이 꽤 많이 가요. 창작가에게 여러 잣대를 들이미는 것도 이해는 가지만, 그래도 작품은 존재 자체로 여러 사람들을 구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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