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영화는 여전히 내 삶의 일부다. 나는 취미를 말할 때 영화를 말하기가 망설여졌는데 취미 라는 말에 함유되어있는 약간의 가벼움에 거부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나에게 영화는 시간이 있을 때 보는 게 아니라 시간을 내서 보는 거 였다.
삶의 일부였고 나의 시간이 온전히 영화의 시간과 겹치는 순간은 더할나위없이 행복했다. 마치 종교인이 경전을 읽어나가듯 나는 봐야할 영화들을 찾았고 영화관은 나에게 성당이였다. 애석하게도 그리 신실한 신자는 아니였지만
그래서 왜 이렇게 나는 영화를 사랑하는가. 개인적으로 애정에 이유는 없다고 보는 쪽이다. 정확히 말해 이유가 있다면 그대상이 아니라 그 이유를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영화도 마찬가지이지만.. 그래도 그 이유를 찾아볼까한다.
영화를 볼 때 우리 모두는 아마도 자기 자신을 망각한다. 우리가 카메라로 마주하는 인물들은 나를 잊게 만들고 하나의 불특정한 유령으로 만든다. 그렇게 관객은 그들의 삶을 배회하고 즐긴다. 예로부터 남 얘기가 제일 재밌지 않은가. 하지만영화는 여기서 마법을 부리는 데 마치 자각몽처럼 이것이 영화이고 나는 여전히 나라는 사실을 각성하게 한다. 그 순간 우리는 허구와 삶의 경계에 서있게 되고 삶을 느끼게 되다. 우리는 삶에 완벽히 밀착되어 있기에 살아간다는 사실을 잊게 된다. 마치 바다에 사는 물고기가 바다를 그저 물이라 생각하듯이 삶 안에 우리는 침전되어 있어 삶을 살지 못한다. 해변가에서 바다를 느낄 수 있듯이 우리는 영화가 마련한 해변가에서 허구라는 모래알을 통해 삶이라는 바다를 누린다. 어떤 영화는 바닷가에 풍덩 빠지고 어떤 영화는 그저 응시하지만 그럼에도 이 점에서는 일치한다. 영화를 통해 우리는 즐거워하고 슬퍼하고 생각하고 감정을 배우고 숙고하고 무엇보다 삶을 응시한다. 한마디로 살아있게 만든다. 이것이야말로 영화만이 혹은 예술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 믿는다.
거창하게 적었지만 사랑에는 이유가 필요없다. 왜 영화를 사랑하냐고? 영화니까!
비슷한 맥락으로 저도 예술작품으로부터 큰 감흥을 얻은 경험이 많다 보니, 작품은 존재 자체로 선이라는 말에 공감이 꽤 많이 가요. 창작가에게 여러 잣대를 들이미는 것도 이해는 가지만, 그래도 작품은 존재 자체로 여러 사람들을 구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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