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ards of canada - Music Has The Right To Children
Genres :IDM, Downtempo Ambient, Trip Hop, Downtempo
Total length: 63:23
9/10
by Akiyama MIO
"추억을 걸어요 어딜 가는지는 모르지만요
그들과 함께 눈을 감고 걸어가요 현재를 빠져나가면서요"
우리는 무언가를 추억한다. 어릴 적 친구들과의 추억, 가족과의 추억, 연인과의 추억... 우리는 추억 속에서 과거의 파편들을 하나하나 주워 담고 이를 간직한다. 기쁠 때면, 슬플 때면, 힘들 때면, 그 파편들을 꺼내어 또 한 번 추억한다. 우리는 추억을 통해 살아가며, 추억에 기대어 하루를 마무리하고, 추억을 발판 삼아 내일로 나아간다.
그러나 당신의 손에 주어진, 잊고 싶지 않은 과거, 추억은 어떤 모습인가? 그 추억은 과연 옳은가? 뚜렷한가? 아니면 모호하고도 추상적이며, 어딘가 뭉개져 있는가? 나의 기억 조각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그것은 단락한 가족사진이다. 행복했던 순간들, 즐거웠던 기억들이 담긴 사진이다. 현재 소홀해진 가족관계가 투영된 결과물인지도 모르겠다. 조금 더 가까이서 보고 싶어진다. 우리는 그 순간 무엇을 바라보고 있었을까? 사진 속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무언가를 응시하고 있다. 무슨 표정을 짓고 있었을까? 무엇을 느꼈을까? 모든 것이 흐릿하고 모호하다. 그러나 몇 가지는 분명히 남아 있다. 가족들이 만들어낸 반가운 잡음, 소심히 들리는 부가음, 공기의 질감, 날씨와 분위기, 그리고 희미한 색감—애매모호하지만 지울 수 없는 기억들이다.
Boards of Canada의 Music Has the Right to Children은 이러한 애매하고 추상적인, 뭉개진 추억의 냄새를 포착해낸다. 그리고 그것을 재가공하여 우리에게 다시 들려준다. 정말 고마운 존재다. 이 앨범은 전체적인 질감, 독특한 드럼, 중간중간 삽입된 소리 등을 통해 노스탤지어로 가득 찬 작품을 만들어냈다. 누군가는 이 앨범을 들으며 특정 순간, 특정 시간, 특정 누군가와의 기억을 딱 떠올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 이 앨범은 조금 다르다. 그것은 애매모호한 추억, 다가가고 싶은 과거의 조각에 한 걸음 더 다가가도록 돕는다.흐릿했던 당시의 감각들이 음악을 통해 구체화되며, 나는 그 추억 끈을 붙잡고 있을 수 있게 되었다.
현재가 역겹게도 타들어 간다. 수많은 문제점으로 둘러싸여 지쳐간다 이럴 때면 추억을 찾는다. 이들이 만들어낸 음악 세계에 빠져 잊어가던 추억을 찾아나간다. 타들어 가는 현실에 갈증이 날 때면 이들의 음악을 들으며 방향과 목적을 잃은 채 그저 떠다닌다. 청록색으로 흐르는, 내 추억을 보조하는 이 음악이 갈증을 싹 가시게 해준다 이렇게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다 보면 무엇을 바라보며 항해하고 있는지도 잊어버린다. 나는 추억을 찾아가는 중인 것일까 아님 입맛대로 왜곡된, 날 위로해 줄 허상의 행복을 꾸며내는 것일까? 그들이 손수 빚어낸 음악은 애매모호한 과거를 조금 덜 애매모호하게 만들뿐이다 그들이 날 위해 더 해주는 것은 없다. 그들이 조합해 낸 소리는 노스탤지어를 가득 머금었지만, 역설적이게도 희미하게 샤이키델릭을 뿜어낸다. 이러한 희미한 샤이키델릭이 흐릿한 추억을 넘어 달콤한 허상을 만들어낸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상관없다. 난 이를 나의 추억으로 믿을 것이다. 그리고 떠다닐 것이다. 갈증이 다 없어질 때까지 말이다.
Music Has the Right to Children은 노스텔지아를 자극하는 음악 이상의 작품이다. 그것은 뭉개진 추억의 실체를 가시화하고, 우리가 잃어버렸던 과거와 대화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주는 하나의 매개체다. 나에게 이 앨범은 기억과 감각의 재구성을 가능하게 해주는 고마운 작품이다. 추억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싶은 이들에게, 이 앨범은 따뜻하고도 신비로운 선물이 될 것이다.
2024/12/28 ~ 2025/01/08
다들 BOC한잔 어떤가요? 적절한 낮잠은 피로해소, 집중력향상,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을 줍니다
BOC is good at sleep.
No cap😴😴
이거 진짜 들어봐야하는데...
Bring some caffeine☕️☕️
오... 잘 읽었습니다
노스텔지어하면 바로 떠오르는 앨범 중 하나.. 오랜만에 돌려야겠네요
리뷰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당 😉
BOC saved my life, no cap
sleeping pills, no cap 💤
님아 근데 왜 제목 Boards of "Canda"에 Music has the right to "the" children인가요
졸려서 실수했네요.. 감사합니다
게오가디로 입문한 앰비언트, 상당함
상당히 상당함.
좋은 감상평 잘 읽었습니다! 음악의 향수가 불러오는 추억이라는 관점은 독특하고 신비롭네요. 참 앨범의 분위기와 딱 어울리는 감상평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도 미오님의 감상평과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많아요. 현재가 힘들때 눈을 감고 음악을 들어보면, 이 세상에 음악과 나만 남게 되는 거죠. 저는 그럴때 음악이 제공하는 세상속으로 들어갑니다. 격렬한 전쟁터이던지, 황폐한 사막이던지 말이죠. 이러한 여러 세상들을 경험하며 현재를 잊고, 교훈을 얻습니다. 개인적으로 미오님의 경험도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미오님의 추억과 과거의 파편이 무엇인지 저는 잘 모르지만, 단 한가지 ‘정말 아름다웠겠다’ 라는건 말할 수 있겠네요. 음악이란 정말 사람을 치유하는 힘이 있나봅니다.
감사합니다 생각해보니 제 탑스터 속 수많은 음악들이 저의 옛모습을 떠올려주게 하거나 위로해주거나 아니면 같이 슬퍼해주는 것 같아요 이런면에서 음악이 사람을 치유한다는 말이 정말 공감이 되네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좀 무서운 앨범이긴 한데 그 찝찝하면서 습한 노스텔지어가 좋은 것 같아요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