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이네요.
2024년에 제가 들었던 것들 중 가장 흥미로웠던 음반들입니다.
Bloody Death 의 Some More Poison
슬래커 록과 '정제' 라는 단어는 상극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이 앨범을 표현하려면 두 단어를 같이 둘 수 밖에 없네요. 2020년대의 방식으로 슬래커 록의 매력을 아주 잘 정제한 앨범입니다. 슬래커 록의 황금기인 90년대, 00년대의 감성을 간직하면서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트랙 구성을 보여줘요. 인 디 에어로플레인 오버 더 씨 좋아하시면 이 음반도 좋아하실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24년에 들은 음반들 중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좋았습니다.
friends&, Swimming, The Lampreys, clust.r, Apollo Bitrate, Bigger Boot 의 the rock band: stem fragmentation and syncopation exercises #1-7 w/ supplemental materials
15분의 러닝타임, 15개의 트랙! 도파민의 시대가 낳은 기이한 변종입니다. 맥시멀리즘과 미니멀리즘의 공존에 대해 굉장히 도발적인 의문을 던지는 음반이고, 24년도식 사운드 콜라주를 제대로 보여주는 음반입니다. 이런 물건이 콜라보 앨범이라니...독보적이었고, 인상적이었습니다.
mammalfriend 의 Eleven Eleven
베드룸 팝과 슬래커 록의 경계는 참 애매하죠. 이 앨범은 그 사이를 오가며 트위팝스러운 따뜻함과 몽환을 들려줍니다. 조화로운 연주 위를 덮는 편안한 노이즈와 희미한 듯 캐치한 멜로디가 잘 어우러져요.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음반임에도 완급조절이 좋아 전혀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귀로 먹는 닭죽이라 해야 할까요. 닭이 매우 맛있는...근래 들은 '편안'한 음반들 중 가장 좋았습니다.
exciting!!excellent! 의 You Will Watch Me Die
장르가 무려 칩튠에 미드웨스트 이모입니다. 칩튠-이모는 꽤 들어봤는데 칩튠-미드웨스트 이모는 아메리칸 풋볼의 부틀렉 싱글 외에는 처음이네요. 사실, 곰곰히 생각해보면 굉장히 영리한 선택입니다. 칩튠은 태생적으로 들려줄 수 있는 소리의 한계가 명확한 장르니, 미드웨스트 이모의 복잡한 리듬감과 섬세한 멜로디로 이를 극복해보겠다는 거죠. 결과는... 한 80%의 성공이었던 것 같습니다. 앨범 후반부에 결국에는 칩튠에 발목 잡혀 힘이 빠지더라구요... 그럼에도 충분히 인상 깊다 할 만한 앨범이었습니다. 새로운 시도는 언제나 플러스죠.
1000 Travels of Jawaharlal 의 Owari wa konai
굉장히 순수한 앨범입니다. 스크리모, 이모의 장점을 최대한으로 어필하면서 한편으로는 그 한계를 온전히 받아들인 앨범이에요. 아티스트가 이 장르를 정말 순수하게 사랑한다는 것이 앨범을 듣는 내내 느껴졌습니다. 모두에게 사랑받을 음악은 못되는 음반이지만, 그 진솔한 태도만큼은 높게 평가하고 싶습니다. 음악성이 아닌, 장르를 대하는 태도에 있어 론리 시너와 비슷한 느낌이 드는 음반이었어요.
전에 이미 언급했던 음반들은 제목, 장르만 훑고 글 마무리하겠습니다.
Girlfriends 의 Girlfriends
미드웨스트 이모, 매스 록
근본 넘치는 매력이 있다.
Eiafuawn 의 Birds in the Ground
슬래커 록, 인디 포크
필청! 최고다!
Bobbing 의 Mixtape
인디트로니카, 펑크
편안하고 재밌다.
blue smiley 의 return
슈게이즈, 쟁글 팝
조화로운 앨범. 매우 좋다.
Horse Jumper of Love 의 Horse Jumper of Love
슬래커 록, 슬로코어
밑도 끝도 없이 우울해서 좋다.
2024 진짜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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