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업용 샘플 CD 아카이브를 바탕으로, 다니엘 로파틴은 덧없음을 영감의 원천으로 삼아 믿을 수 없을 만큼 촘촘하고 몰입감 넘치는 일렉트로닉 앨범을 빚어낸다.
15년 전, 다니엘 로파틴이 쓴 100달러는 아마 인생에서 가장 값진 소비였을 것이다. 그는 인터넷에서 토요일 아침 만화, 주간 연속극, 심야 케이블 프로그램에서 발췌한 수십 년 전 TV 광고를 모은 부틀렉 DVD를 파는 이를 발견했다. 리글리 스피어민트 껌, 허쉬 초콜릿바, 하인즈 알파케티 광고 같은 것들 말이다. 촌스럽고 키치하며, 저급한 신디사이저와 VHS 특유의 잡음이 가득했다. 20세기 말 문화의 잔재에 집착하는 로파틴 같은 이들에게는 그야말로 축복 같은 장면이었다. 그는 DVD 몇 장을 바로 구입했고, 재생조차 해보지 않은 채 오디오만 추출하여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들을 샘플러에 넣었다. 그 결과물이 바로 Replica였다. 얽히고설킨 일련의 엠비언트-표현주의 푸가들—몽환적이고, 구슬프며, 불온한 분위기를 풍기는—밀레니엄 시대의 전자음악 가운데서도 가장 뛰어난 작품들 중 하나를 이룬다.
Oneohtrix Point Never라는 예명으로 발표한 로파틴의 새 앨범 Tranquilizer의 기원은 위와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 이번 작은 2020년대 초 로파틴이 인터넷 아카이브에서 발견한 상업용 샘플 CD 묶음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는 언젠가 프로젝트에 써보겠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그 페이지를 북마크해두었지만, 이후 파일들은 DMCA의 희생양이 되어 사라졌고, 로파틴은 그 일을 그냥 넘겨버렸다. 그러나 그 파일들이 예기치 않게 다시 나타났을 때, 아카이브의 비영속성이 오히려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왔다. "그 자체—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는 그 과정이 제가 담고 싶었던 무언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모든 것이 기록되지만 끊임없이 사라져가는 시대의 감정적 분위기를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라고 그는 말했다.
로파틴에게 이건 새로운 영역이 아니다. 2020년 앨범 Magic Oneohtrix Point Never는 그가 온라인에서 발견한 또 다른 오디오 아카이브를 기반으로, 라디오 방송국이 옛 추억의 명곡들을 상업적 컨트리 음악으로 바꿔버리는 것과 같은 "포맷 전환"을 핵심 개념으로 삼았다. 또한 그는 2023년 앨범 Again을 현대적 자아와 젊은 시절 자아 사이의 대화로 구성하며, 취향과 기억의 유동성을 탐구하는 방식을 취하기도 했다. 하지만 Tranquilizer는 앞선 두 앨범보다도 개념적으로 덜 노골적으로 다가온다 (인간형 외계인과 가상의 "하이퍼그런지" 밴드를 둘러싼 복잡한 설정, 과거로 거슬러 작성된 블로그 게시물, 허구의 트위터 계정, 그리고 온갖 디지털 잡문들로 꾸며진 거친 앨범 Garden of Delete나 난해한 작품 Age Of와 비교하자면 더욱이 그렇다)
Replica처럼, 이번 앨범은 불안의 물결 속을 헤엄친다—탁하게 섞여 드는 뉴에이지 신스, IMAX처럼 부풀어 오르는 베이스, 현악기·플루트·기타 등 버려진 듯한 어쿠스틱 악기의 조각들, 그리고 어설프게 잘려나간 퍼커션 루프에서 우발적으로 발생된 덜컹거리는 리듬이 뒤섞인 흐릿한 소용돌이 속에서 말이다. 그러나 앨범의 출처 자체는 결코 주요 관심사가 아니다. 샘플 라이브러리는 기능적 도구로, 오케스트라 영화 음악이나 빅룸 EDM 같은 특정 용도에 맞춰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로파틴은 특정 시대나 하위 장르에 내재된 문화적 코드들을 탐구하는 데에 평소만큼 관심을 두지 않는 듯하며, 대신 그는 소리가 지닌 순수한 표현 가능성에 이끌려 거의 직관적인 작업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 결과, Tranquilizer는 최근 Oneohtrix Point Never 앨범 중 가장 즉각적인 즐거움을 주는 작품이 되었다.
앨범은 바람 소리로 시작되며, 이어 희미한 종 소리와 나른한 12현 기타의 선율이 흐른다. "잔여물을 위하여"라고 말하는 변조된 저음 목소리의 선언—앨범에서 알아들을 수 있는 유일한 말이다. (나는 이것을 로파틴이 과거의 잔해에 바치는 축배라고 생각하고 싶다) 디지털 패드가 타오르고, 합성된 보이스 코러스가 믹스 깊은 곳에서 솟아오르며, 갈매기 소리인지 울고 있는 아기 소리인지 모를 소리가 동행한다. 분위기는 신비롭고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다. 편곡은 날씨처럼 유동적이며, 곧바로 다음 트랙의 솜털 구름 같은 음색과 불규칙하게 깜빡이는 맥박 속으로 흘러든다. 그 속에서는 피아노, 하프, 영화적 현악, 짤랑거리는 종소리, 더블베이스를 뜯는 소리, 삐걱거리는 문소리, 어쩌면 개가 짖는 소리 같기도, 혹은 단순히 첼로 활이 튀는 소리 같기도 한 눈부신 음향과 사건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다음 트랙 "Life World"에서는 흩어진 타악기가 마치 무한한 원숭이들이 타자기를 두드리는 모습을 떠올리게 하다가, 곧 색색의 감각적인 즐거움이 부드럽게 터지는 듯한 폭발로 이어진다. 반숙란처럼 녹아내리는 이 순간은, Avalanches의 Since I Left You에서 느껴지는 황홀한 회오리를 떠올리게 하면서도, OPN 특유의 혼란스럽고 포착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재현된다.
이 음악은 앰비언트라 부르기엔 지나치게 활동적이고, 전통적인 곡 형식을 닮기엔 너무나 불규칙적이지만, 흔히 "실험 음악"으로 분류되는 것보다 훨씬 더 중독적이다. 드문 경우를 제외하면, 이 소리들은 특별히 상징적인 것이 아니며, 설령 그렇다 한들 맥락에서 완전히 분리되어 있다. 그저 파도처럼 당신을 덮쳐올 뿐. 이 음악의 예측 불가능성은 의식적 분석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며, 그 밀도 역시 마찬가지다—압도적 풍부함을 지닌다. 쉽게 식별하거나 세어볼 수 있는 것보다 휠씬 많은 요소들이 작용하고 있으며, 그것들은 끊임없이 변화면서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때로는 반복되기도 하며 그냥 증발해 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Tranquilizer는 제목에 걸맞게, 좀처럼 어렵거나 위압적이거나 거슬리는 느낌을 거의 주지 않으며, 결코 얄팍하게 영리하거나 의도적으로 계산된 듯한 인상 또한 주지 않는다. 가장 예측 불가능한 순간에서조차 이 음악은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당신을 이끈다. 편곡은 음악적 느낌을 풍긴다—즉, 음색과 박자의 문법으로 유창하고 설득력 있게 이야기한다는 뜻이다—비록 멜로디, 화성, 리듬 같은 표준화된 용어로는 이를 설명하기 어려울지라도 말이다.
우리의 과거를 대변하고 정체성을 구성하는 문화적 산물이 예고 없이 사라질 수 있다는 아이디어에서 영감을 받은 앨범임에도 생각보다 덜 우울하다. 애수에 젖어 드는 순간 또한 존재한다—제목에서부터 콕토 트윈스에 대한 오마주가 느껴지는 "Cherry Blue"의 맑은 피아노 선율을 떠올려 보라. 또 "Modern Lust"의 맥박처럼 울리는 종소리와 멀리서 들려오는 외침 속에는, 보물과도 같은 은은한 재즈 트럼펫의 한 소절이 담겨 있다. 그리고 느릿하게 쏟아지는 사운드와 자극의 홍수 속에서도, 앨범은 정말 놀라울 정도로 우아하다. 대체로 사색적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앨범의 톤과 무드는 여전히 날렵하게 움직인다. "Measuring Ruins"의 SF적 신스 사운드, "Fear of Symmetry"의 Jon Hassell풍 웨더 채널 펑크, 하이라이트 트랙 "D.I.S."의 탄력 있는 앰비언트 트랜스까지, 앨범은 다양한 색채를 유연하게 담아낸다.
유머 또한 곳곳에 묻어나는데, 앨범의 후반부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마지막 직전 트랙인 "RodI Glide"에서는 유령처럼 느릿느릿한 R&B 연주가 3분 동안 지속되다가 갑자기 화려한 레이브 스탭과 풍성한 디트로이트 테크노 코드가 쏟아져 나오는 90초의 변주를 선보인다. 마치 다른 아티스트가 당신의 플레이리스트를 완전히 장악해 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 순간은 로파틴이 자신이 창조해 낸 우주의 경계를 넘어선, 완전한 형태를 갖춘 음악적 레디메이드를 잠깐 엿보게 해주는 드문 장면이다. 마지막을 장식하는 "Waterfalls"의 가벼운 결말은 그의 세계와 우리 세계 사이의 경계를 더욱 흐릿하게 만든다. 몰아치는 레인스틱, 재즈-퓨전의 소프라노 색소폰, Private Music 스타일의 말렛 아르페지오, 하프시코드, 타블라의 순간적인 폭발까지. 문화적 공유지의 불안정을 다루는 듯한 이 앨범의 끝에서, 로파틴은 걱정과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인다. 그는 짐을 내려놓은 사람 같다. 잡을 수 있는 것들을 움켜쥔다는 마음으로, 그 순간을 완전히 즐기고 있는 사람처럼 말이다.
필립 셔번
장르: 익스피리멘탈
레이블: Warp
리뷰일: 2025년 11월 17일
열심히 해석해 봤는데 이미 번역본이 전음갤에 올라와 있었다는... 그래도 아까워서 올려봅니다.
천국 갔다 왔습니다.. 앨범 너무 좋아요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