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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ew Sound에의 70s 프록 듣는 저의 생각

title: MF DOOM (2)hoditeusli2025.01.04 04:20조회 수 474추천수 8댓글 27

이상하게도 black midi의 다른 작품들은 앨범으로서 최애이진 않지만, Hellfire (2022)는 금방 제 최애가 되었어요

복고적인 재즈록 요소와 그에 침투한 현대의 빼곡한 연주, 꽉 찬 음향이 전부 마음에 들었거든요

그래서 비교적 기대가 많았던 앨범이었기에 The New Sound의 발매 후 거의 곧바로 들었어요

 

(듣는 중...)

 

분명 완성도 높은 음반이란 건 확실했고 예상한 바였지만, 제 취향을 저격하는 데에 실패한 것 같아 아쉬웠어요

초반부에서 볼 수 있었던 요동치는 프록 요소 비중이 중반부부터 훨씬 부드러운 소재들보다 낮아졌기 때문이겠죠

'새로운 소리'라는 포부와는 다르게, 충격적이고 신선한 소재가 제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많지 않았구요

한편으론 곡의 구성에서는 최대한 복잡할 수 있었던 순간을 절제한 대신 매 순간의 요소를 재미있고 화려하게 전개한 것 같다고 보았어요

간드러지지 않는 악기가 없는 것 같달까요?

이에 더해 날카로운 기타 소리의 다양한 면모와 Geordie Greep이 보컬로서 보여주는 극적인 모습은 마치 커버의 그림처럼 춤추고 있다 생각될 만큼, 그가 원하던 소리는 충분히 얻어낸 작품인 것 같다고 생각했죠

개별 트랙으론 Holy, Holy와 Blues는 꽤 마음에 들어서 나중에도 자주 듣게 됐어요 (글을 쓰는 지금은 Motorbike도 추가!)


(얼마 뒤...)

 

https://youtu.be/TJT0BUfYsWw?si=xGB0A_4nzqEn5h0T
24년도 앨범을 돌아보는 영상을 보게 됐어요 (좋은 영상 감사합니다!)

아직 올해 앨범도 듣지 않은 게 많이 남았구나 싶던 중에, 오랜만에 이 앨범과 조우했어요

그리고 영상 속의 의견과 저의 의견 사이에 위화감이 있다는 걸 느꼈어요
당연히 한 영상의 의견이 The New Sound에 대한 모든 호평을 대변하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적어도 제가 왜 이 앨범에 매료되지 않았는지 생각해 볼 기회가 될 것 같아서 저의 관점을 정리하는 데 사용해 봤어요

 

영상에서 리뷰하신 것에 저의 의견을 덧붙여 보면,
1. "신이 내린 재능이 없으면 아무나 쉽게 따라 만들 수 없는 재즈 록/프록 사운드를 광활하게 펼"쳤다
그런 앨범이 이렇게 큰 인기를 끌 줄 누가 알았을까요? 신의 재능이란 표현이 멋쩍긴 해도 제가 좋아하는 프록 아티스트들에게 그런 평가를 해 주신다면야 저야 기쁘죠!

2. "재즈/프록 음반을 혼자서 만드는 것 자체가 이미 거의 천재에 가깝다는 것을 증명"한다

혼자서 좋은 앨범을 구상하는 것도 천재적인 (신이 내린?) 것인데 재즈/프록처럼 기교가 넘치는 장르면 더더욱 그렇죠
다만 제가 아는 선에서 혼자 뛰어난 프록을 구상한 인물들은 Frank Zappa, Robert Wyatt, Hermann Szobel, Michael Mantler, Yochk'o Seffer, Daniel Andreoli (Bubu), Hugh Hopper, Patrick Gauthier, Pietro Pellegrini (Alphataurus), Sergey Kuryokhin, Tatsuya Yoshida, Magical Power Mako, Hoppy Kamiyama 등 여럿 있는데, 이번 작품으로 이 이름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아요

3. "black midi에서의 음악 스타일이 당연히 남아 있었지만 재즈의 비중을 높여 한발짝 더 나아"갔다

앨범을 다시 돌아보니 black midi의 스타일, 즉 브루탈 프록과 날카로운 재즈, 그리고 노이즈의 활용은 분명 드러났는데, 생각보다 그 비중이 높지 않은 것 같았어요
격한 프록보다 부드러운 재즈 파트가 더 많았다는 것은 처음 들었을 때도 느낀 점이었죠
그렇다면 그 나머지를 채운 건 정확히 무엇이었을까요?


3-1. Holy, Holy 맛보기
아 이거지 행복한 기타 소리

 

4. "이런 음반은 역사적으로 보아도 그리 흔하지 않"다

프록과 라틴/히스패닉 음악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그렇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라틴 음악에 대한 식견이 부족한 탓에 데이터베이스의 힘을 빌리자면,

https://rateyourmusic.com/charts/top/album/all-time/ge:all,progressive%2drock,hispanic%2damerican%2dmusic/incl:live,archival,soundtrack/
매우 넓은 범위에서 라틴/히스패닉 영향의 프록 또는 그 반대이거나 둘 다인 앨범을 검색해 봐도 그렇게 많은 수가 아니라는 건 한눈에 보이죠
신기하게도 70년대 이후 2000년대부터 라틴 계열 프록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인기 있는 앨범들이 여럿 나타나고 있어요

그런 기조의 하나로 The New Sound 등장한 것일지 생각해 보기도 했어요 

 

5. "70년대의 재즈 록 씬, 캔터베리 씬이나 프록, 줄 씬에서도 이런 느낌의 음반은 없었던 것 같"다

저의 의문점이 구체화된 지점이었어요
물론 원문에서의 표현 자체는 완곡하게 나타내셨지만, 켄터베리나 줄과 같이 현대적인 재즈 록과 브루탈 프록에 큰 영향을 준 장르들을 직접 언급하신 이상, 저는 이 앨범의 큰 흐름이 그것들과 얼마나 닮았거나 다른지 관찰해야 했어요
그리고 제가 느낀 것은, '프록 앨범이라고 보는 이상 프록 장르의 명작이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어요
Geordie Greep이 얻고자 한, 혹은 결과적으로 얻은 새로운 음향은 프록의 진보된 형태가 아니라 재즈 퓨전과 라틴 음악을 자신의 보컬과 락을 통해 구현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Geordie Greep의 락이 브루탈 프록에서 기인하는 부분이 적지 않지만, 앞서 말했듯 많은 트랙에서 그 폭발과도 같은 에너지와 예쁘고 따듯한 다른 요소가 균형을 맞추거나, 오히려 후자가 큰 흐름으로서 곡을 이끌게 되어 있어요
몇몇 리뷰에서 Steely Dan이나 Casiopea와 같은 그룹들이 언급된 건 그 때문이겠죠
그런 관점에서 켄터베리 신과 줄의 특징을 이 앨범과 비교한다면, 당연히 "이런 느낌의 음반은 없었"다는 결론이 나올 뿐이죠
초기 Soft Machine의 사이키델릭함? Hatfield and the North의 비단 같은 재즈 코드? Gong의 엽기적이고 우주적인 컨셉트? Magma의 서사시적인 분위기와 클래식적인 영향 혹은 강박적인 반복? 전부 이 앨범과 무관하다고 잘라 말할 수도 있어요

애초에 수많은 프록 역사 속 천재들과 자리 싸움을 할 필요도 없는 것이죠 (같이 볼링이나 치면 되지)
도중에 튀어나오는 몇몇 요소들이 아니라 앨범 전체를 설명하려면 재즈 록/아트 록이라는 구분이 가장 적합하고, 기교적이고 강렬한 연주를 프록의 관점 안과 밖에서 성립시킬 수 있다는 표현이 될 수 있어요

(앨범 속 프록 요소는 The Mars Volta - Frances The Mute (2005)를 떠올리게 하는데, 결국 70년대 이후 세대의 매스 록과 하드코어 사운드에서도 영향을 받은 모호한 것이 오늘날의 프록이라는 의미이지 않을까요)

 

6. "그렇기에 이 앨범, 역사에 앞으로도 길게 남을 앨범임이 분명"하다

그렇기에 The New Sound가 현재 프록의 최고 지향점에 도달했기 때문이라는 이유로는 역사에 남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The New Sound만의 자신감과 흥, 우리 세대의 새로운 '노래'라는 이유로는 역사에 남을 수 있을 거예요
 

 

프록에 살고 죽는 제가 이 앨범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 것 같은데, 다들 이 앨범을 저렇게나 좋아한다니! 대체 왜일까?
이런 의문에 대해 생각해 봤습니다
다시 한 번 적지만 제가 참고한 영상의 리뷰를 앨범에 대한 모든 호평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전제하여 공격하려는 것이 절대 아니며, 프록 팬의 관점에서 The New Sound를 프록의 틀 안에서 평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저의 판단을 정리한 것 뿐입니다
따라서 제가 받아들인 리뷰어 분의 의도가 왜곡되었거나 잘못 인식되었을 수 있다는 점, 그분의 관점이 저와 무조건 상충하는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점에 양해 부탁드립니다
그러니 가급적 직접 리뷰를 확인하시고, 리뷰어 분의 다른 좋은 리뷰도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벌써 새벽이네요 아무도 모르게 지금 올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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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7
  • 1 1.4 04:29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배우고 가요.

  • title: MF DOOM (2)hoditeusli글쓴이
    1.4 04:32
    @Akira06

    자기반성 오답노트 쓰는 감성이었어요

    좀 비뚤어진 글이지만 감사합니다!

  • 1 1.4 09:08

    70년대 프록/아트록/재즈록을 충분히 즐긴 사람이라면 조디 그립의 앨범은 그저 그런 앨범들 중 하나로밖에 못느낄 겁니다. 근데 70년대 음악을 깊게 듣는 힙스터들이 요즘 거의 없으니 저 앨범이 고평가를 받는 거겠죠.

  • title: MF DOOM (2)hoditeusli글쓴이
    1.4 10:45
    @divers

    그래도 재즈락 잘 말아 주잖아요

    한잔 합시다

  • 1 1.4 09:10
  • 1 1.4 10:49

    잘 읽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읽어 보니까 양쪽의 생각 다 이해가 가는 느낌이네요.

  • title: MF DOOM (2)hoditeusli글쓴이
    1.4 11:00
    @dOntcrybOy

    이런 프록근본주의자의 아우성을 이해해 주시는군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1 1.4 11:18

    70년대 프록/재즈 록 앨범 좀 추천해주세요 방학 동안에 파볼 생각입니다

  • title: MF DOOM (2)hoditeusli글쓴이
    1 1.4 11:53
    @수저

    정리해서 글로 올려볼게요!

  • 1 1.4 12:24
    @hoditeusli
  • 1 1.4 12:56

    전 블랙미디 시절이 더 좋아요 과하다 싶을 정도로 몰아부치는게 좋았어요 이 앨범은 좀 더 따뜻해지고 공격이 덜해진?

  • 1 1.4 12:57

    글보다 보니까 갑자기 소프트 머신 번들스가 확 땡기네요

  • title: MF DOOM (2)hoditeusli글쓴이
    1 1.4 13:20
    @후마

    저도 블랙미디 시절을 선호하는 편이에요! 직접 보진 못했지만 라이브로도 박력 넘치죠

     

    소프트 머신 대곡들은 너무 돌려 들어서 생생하게 기억해요

    아아 Hazard Profile 들린다 들려 홀즈워스

  • 1 1.4 13:53
    @hoditeusli

    ㅜㅠ 홀즈워스 진짜 장난없죠 비록 가정폭력 부분은 이해할 수 없지만 작업물 만큼은 진짜 너무 좋습니다

  • 1 1.4 16:40

    The New Sound의 곡들은 그냥 대곡 형식의 재즈락 곡들인 것 같아요.

    약간 너드화된 스틸리 댄 같은 느낌?

  • title: MF DOOM (2)hoditeusli글쓴이
    1.4 16:54
    @MadlIbb

    현재 프록의 위치가 테크닉을 위한 필수 요소인가 싶은데

    이렇게 압축돼서 들어간 파트들이 너드같긴 하네요 ㅋㅋㅋㅋ

  • 1 1.4 17:40

    프랭크 자파를 뒤집어 쓴 애늙은이라 보시면 됩니다. 자파의 스타일이 많이 느껴지지만 그걸 자신만의 스타일로 해석 했다는게 크죠.

  • title: MF DOOM (2)hoditeusli글쓴이
    1.4 17:58
    @Trivium

    제겐 자파 하면 마더스 시기 실험음악 작품 이미지가 강해서 자파 영향은 의식 못 했었네요

    팝 측면의 자파에서 funk와 블루스, 두왑 같은 개성 대신 자기 자아를 넣은 게 보이는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Sleep Dirt의 계승 같은 느낌이 있네요

  • 1 1.4 23:15
    @hoditeusli

    Apostrophe나 One Size Fits All 느낌이 강한 것 같아요

  • title: MF DOOM (2)hoditeusli글쓴이
    1.4 23:45
    @MadlIbb

    전자를 아직 안 들어봐서 살짝만 들어봤는데 특유의 급박한 리듬과 중얼대는 보컬이 완전..

    One Size Fits All보다 훨씬 직접적인 영향이네요

    좀 유순한 파트만 One Size Fits All에서 가져온 듯하기도 하고

    결론적으로 Apostrophe 이거 명반이네요

  • 1.5 00:31
    @hoditeusli
  • 1 1.4 22:13

    잘 읽었슴니다

    이 분 영상도 마침 보려고 했는데 감사합니다

  • title: MF DOOM (2)hoditeusli글쓴이
    1.4 22:15
    @적극마인드갖

    감사합니다!

  • 1 1.4 22:18

    프록에 관해 잘 모르는데도 글이 술술 읽혔네요.

    자신의 생각이랑 보편적인 의견들이 왜 다른지 깊이 분석하는 과정이 멋있습니다 ㅎ

  • title: MF DOOM (2)hoditeusli글쓴이
    1 1.4 22:27
    @Satang

    오 예 나 멋있다!

    어짜피 프록 듣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자기 주장이 강하죠

    (저처럼 프록 big4에서 핑크플로이드는 방 빼고 젠틀자이언트를 넣어야 한다고 귀찮게 군다든지)

  • 1 1.4 22:43
    @hoditeusli

    저도 프록 잘 모르는데 잘 읽혔어용

  • title: MF DOOM (2)hoditeusli글쓴이
    1 1.4 22:48
    @미오

    들을 땐 뭔지 몰라도 묘사만 잘 하면 대단해 보이는 장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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