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초안삼아 쓴 것인데, 이대로 완성인듯합니다.
음악을 몇 개 추가했으니, 읽으셨던 분들도 들으시면서 다시 읽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1)
힙합은 죽었는가? - 딱히?
작년부터 힙합이 죽었다는 둥 무엇한다는 둥 이야기는 많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죽음"은 상황을 너무 단순하게 정의하는 단어 같다.
힙합 곡이 빌보드 차트에서 줄어들고, 80년대 이후 ("무슨무슨 리바이벌"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항상 새로운 장르/트렌드의 최전선에 있던 힙합에서도 새로운 장르가 썩 보이지 않은 탓이다.
이게 거짓말은 아니다.
표면만 보면 말이다.
힙합은 "힙합"으로서는 위축되어보이지만, 다른 모든 대중음악들을 보면 힙합만큼 모두에게 영향력이 있는 장르는 또 없다.
차트 인하는 요즘 컨트리곡을 들어보자.
모건 웰러, 샤부지의 창법에는 컨트리 특유의 흥얼거리는 창법만큼이나 랩의 영향이 보인다. (게다가 인터뷰를 봐도 자기에게 영향을 준 아티스트로 다들 전통 컨트리보다는 래퍼나 펑크/그런지 아티스트들을 말한다.)
https://youtu.be/kJamyq0WplE?si=ITeYtUTp6huwphEu
(모건 웰런은 이제 이렇게 대놓고 래퍼와 협업하는 곡도 내놓았다)
막달라나 베이, yeule 같이 하이프를 받는 여러 인터넷 기반 음악에도 힙합 (특히 10년대 이후 사운드클라우드 랩)의 영향을 부정할 수 없고,
심지어는 락 밴드인 21 파일럿이나 뱀파이어 위켄드에서도 힙합의 영향이 보인다.
https://youtu.be/53tgVlXBZVg?si=V-3_-bVkLB5tJwiL
(올해 나온 21 파일럿 신보에 있는 노래다. 이 노래를 빌리 아이리쉬, 포스트 말론, clipping, slowthai, 트리피 레드 중 누가 불렀어도 이상하지 않게 느껴진다.)
락이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이제 힙합이 대중음악의 기본값이 된 셈이다.
(2)
근데 왜 빌보드에서 힙합은 약빨이 떨어지고, 컨트리가 부상했는가? - 여러 이유로.
(i) 우선 사람들이 힙합이라는 음악 형식 (랩이라는 창법, 루프 단위로 반복되는 형식, 드럼/베이스 위주의 꽝꽝거리는 사운드)에 질린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
말했듯, 요즘 컨트리도 힙합(과 이모 락) 위에 컨트리 창법과 악기를 양념처럼 올린 것에 불과하다.
(오히려 힙합과 사운드가 비슷하기에 왕좌를 가져온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빌리 아일리시 같은 팝 가수에서도 힙합을 지워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ii) 사람들이 질린 건, 랩의 내용처럼 보인다.
약하고, 파티하고 총질하는 갱스터 말이다.
사실 00-10년대 백인 대중들에게 이런 내용은 이국적인 것에 불과했다. 자기 일상과는 무관한, 그냥 먼 나라 이야기. 그러니 이것의 폐해를 적당히 무시한 채, 멋만 즐길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코로나 이후로 미국 내 치안은 악화되는 것처럼 보인다. (적어도 미국인들은 그렇게 느끼는 것처럼 보인다 - 다큐 저널 유튜버들과 온갖 뉴스들을 보자)
마찬가지로, 펜타닐은 (크랙처럼 게토에 한정된 것이 아닌) 온 미국의 문제가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약 팔고 총질하고 파티를 여는 것이 멋이 될 수 있을까?
이런 상황에서 컨트리는 약과 총질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서도, 상실과 기쁨을 모두 표현할 수 있는 유용한 장르다.
(iii) 게다가 컨트리는 미국의 향수를 자극한다.
약과 총질이 없는 세계.
트럭을 타고 이웃들 모두를 알며 서로 하하호호 떠드는 소박한 교외의 삶.
그리고 어디 정신병은 없어 보이는 마초적인 카우보이들.
컨트리는 미국이 영 맛이 가보이는 지금 상황에서, 미국이 가장 좋았던 시절(이자 막나가던 시절)을 생각나게 하는 장르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제 이 과거는 백인에게만 호소력이 있는 것이 아니다.
비욘세나 샤부지처럼 흑인도 (미국인이라면) 이 과거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이고, 멕시칸이나 라티노도 그러하다.
게다가 무엇보다도 부자가 아니여도 된다!
술집에 들어가서 친구들과 술 마시는 건, 돈이 적당히 있으면 누구나 가능한 일 아니겠는가?
(힙합에서 즐기는 사람은 돈이 많은 놈뿐인 것과 대비된다.)
https://youtu.be/t7bQwwqW-Hc?si=5jn9_-sAFepg0q65
(이제 흑인 컨트리 가수가 [심지어 나이지리아계다!] 빌보드에 가는 시대다.)
그렇기에 컨트리가 엄청 인기가 있음에도, 다른 나라로 잘 퍼지지 못하는 것이다.
미국과 일심동체인 영국에서도 컨트리만큼은 영 심드렁하고, 항상 어떻게든 빌보드 트렌드를 따라가던 케이팝도 컨트리만큼은 심드렁하다.
중남미어권에서도 (미국과 같은 역사를 공유하는 멕시코를 제외하면) 영 컨트리의 인기는 부실하다.
(iv) 게다가 진정성도 있어 보인다!
부분적으로 환상이겠지만, 기타 하나를 가지고 다니며 둥가둥가 자기의 아픔을 이야기하는 방랑시인 캐릭터는 오랫동안 진정성의 상징이었다.
(괜히 전세계적으로 보이밴드/아이돌보다 싱어송라이터가 더 예술성이 있다 평가받는 것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컨트리는 이 환상에 가장 잘 부합하는 음악이기도 하다. (실제로는 오늘날 팝이 만들어지는 것과 큰 차이가 없을지라도) 기타를 가지고 노래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이 환상을 컨트리는 계승할 수 있는 것이다.
https://youtu.be/jwAQb6-GdPg?si=4LFGt-SjeYQiCuZm
(그렇기 때문에 잭 브라이언처럼, 요즘 뜨는 내쉬빌씬[모건 웰런 같은]에 거리를 두는 텍사스/오클라호마 출신 컨트리 가수들도 있다.)
(3)
인터넷 시대의 음악 - 대중의 붕괴, 평론의 붕괴, 커뮤의 부상
어투만 보면 알겠지만, 난 꽤 연식이 있다.
스마트폰은 내가 고등학교 때 등장했고, 유튜브는 활성화되지 않아서 디깅을 하려면 음지 (토렌트, 웹하드 등등)을 돌아다녀야했다. (변명 하나 하자면, 그때는 돈을 내더라도 음원을 구하기 어려웠다. 멜론이나 벅스에는 펑크 밴드 음원은 없었다.)
그렇게 어떤 의미에서 인터넷과 함께 큰 사람으로서, 2020년대의 음악씬은 큰 차이가 없을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왠 걸, 이제 음악을 소비하는 방식이 너무나도 달라졌다는 걸 피부로 느낀다.
(i) 우선 대중이라는 집단이 없다.
달리 말해, 모두가 아는 음악이 없다는 것이다.
00년대 초반만 해도, 나와 부모님은 음악을 공유했었다. 동방신기, 빅뱅을 듣고 발라드를 듣고..
지금은?
내가 듣는 케이팝을 부모님은 하나도 모른다. 반대로 부모님이 각종 티비 음악 경연 프로그램을 통해 듣는 음악을 나는 모른다.
달리 말해, 모두가 제각기 다른 미디어/채널을 통해 음악을 소비하며 이 채널은 거의 안 겹친다는 뜻이다.
이 상황은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굉장히 큰 문제를 가져오는 것처럼 보인다.
(ii) 모수의 문제
예전에는 대중이 있었기에, (될지 안 될지는 미뤄두고) 성공을 한다면 대중 전체의 파이를 얻을 수 있다는 계산 아래 전략을 짤 수 있었다.
지금은?
대중이 없으니, 파이 자체가 작아진다.
(즉, 큰 돈을 들인 작품을 만드는게 불가능해진다는 말이다. 이는 작품 규모의 축소를 가져오며 결국에는 더 이상 빅 텐트 영화나 블록버스터 앨범을 만드는 것이 극히 드물어지는 상황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굳이 팝적인 - 대중 전체가 좋아할만한 음악을 만들 필요도 없어진 것이다.
이를 단적으로 느낀게 BPM이다.
케이팝은 점차 BPM이 빨라진다. (드럼 앤 베이스와 저지클럽, 드릴이 난무한다.) 반면 요즘 경연 프로그램 곡들의 BPM은 00년대 발라드보다도 느려진 것처럼 느껴진다.
이러다보면 씬이 붕괴한다.
붕괴란, 우리가 아는 슈퍼스타들이 굶어죽는다는 것이 아니다.
신인이 없어진다는 말도 아니다.
신인이 슈퍼스타가 될 기회가 줄어든다는 말이다.
단순하게 생각해보자.
신인일수록 바보 같고 별로인 음악을 만들 가능성이 높다. 그건 당연히 소비자들이 적게 살 것이다.
그리고 이는 신인이 음악 외의 일로 돈을 벌어야하며, 음악을 할 시간이 줄어들고, 실력도 적어진다는 뜻을 함축한다.
모수가 줄어들면, 사람들의 돈은 더더욱 이런 못 만든 음악으로 향하지 않을 것이니 이들은 더더욱 음악 실력을 키울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악순환이다.
(iii) 평론의 붕괴
어떤 의미에서 대중의 붕괴가 곧 평론(과 이 평론을 기반으로 돌아가던 팬층과 공연층)의 붕괴로 이어졌다 생각한다.
평론이 힘을 잃고 있다는 것은 사방에서 보인다.
피치포크는 진즉 거대 출판 기업에 팔렸고, 심지어는 내년에는 피치포크 페스티벌조차 열지 않는다고 공지했다.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내 생각은 이렇다.
대중이 없으니 힙스터가 되는 것도 의미를 잃은 것이다.
냉정하게 보자.
왜 여러분들은 고전을, 명작을 듣기 시작했는가?
난 모든 어려운 음악을 듣는 사람들은 (적어도 시작에는) 어느정도 허영심으로 시작한다 생각한다.
"난 어려운 음악을 듣는다."
근데 이제 대중이 없다. 사람들은 그냥 각자 저마다의 취향을 따라서, 검색과 알고리즘을 통해 음악을 듣는다.
여기서 평론은 그저 알고리즘의 하나일뿐, 대중/나를 구분해주는 무언가로 작동하지 않는다.
평론은 이제 무언가 위대하고 거대한 무언가가 아니라, 플리 만들어주는 사람에 불과한 것이다.
이러한 상징의 붕괴는, 돈이 안 되더라도 이 짓을 하던 사람들을 떠나게 만들고, 이 상징을 소비하던 사람들을 줄어들게 만든 셈이다.
(iv) 대중과 평론의 붕괴 이후 남은 것은? 커뮤만이 아닐까?
이제 대중은 없다.
더 이상 모두가 접하는 미디어에 나가서 인지도를 올리고, 그 인지도에 힘입어 대중 가수를 하겠다는 전략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평론 위에 올라탈 수도 없다.
이제 평론을 따라 듣는 음악팬들도 한 줌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들은 음악성을 따지고, 못 만든 음악을 안 들으며, 더 더 새로운 것을 높게 평가하는 피곤한 부류다.)
남는 것은 커뮤 - 그것도 취향을 공유하는 팬층이다.
펨타닐이나 Vylet pony가 퍼리-마이 리틀 포니 팬덤층에서 아마추어로 시작하고, yeule가 인터넷 glitch asethetic씬에서 시작된 하입으로 유명해졌다.
https://youtu.be/erp_c2_K3_4?si=z8cOE5ypA8voIOjw
https://youtu.be/NiV5d6-GKJ4?si=xGanybP9VDBJxdVt
(Vylet pony와 yeule에게 음악만큼이나 이미지 - 패션이나 영상 효과, 디자인 모두 - 가 중요한 요소처럼 보인다.)
이들은 프로로 넘어가기 전 아마추어 시기를, 이들과 취향을 공유하는 커뮤 - 팬층을 통해 버텨낸 것이다. (덤으로 이 커뮤가 만들어낸 알고리즘이 어느순간 외부로 뻗어간 것이기도 하고.)
한국에서 이러한 예시는 과나와 QWER처럼 보인다.
<잘자요 아가씨>는 유튜브 숏츠라는 플랫폼을 통해서, 코미디-밈이라는 수요층을 통해 누구보다 강한 생명력을 유지했다.
https://youtu.be/pZ9sgHCrJZw?si=D4uv0AlJEpYWMPAh&t=507
(뭐라뭐라 말은 많아도, <못 말리는 아가씨>와 맨스티어의 <AK-47>은 어떤 현상의 시작처럼 보인다. 이제 카리나 같은 탑 아이돌이 웹예능에 나와서 과나의 밈-음악을 커버하는 시대다.)
QWER 역시 인방이라는 수요층과 (이들 수요층과 어느정도 겹치는) 오덕들이 아니었다면, 락 밴드를 시작할 수 있었을까?
나는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JYP 같은 거대 기업이 달라붙어도, 락 밴드[데이식스]를 성공시키는데 5년 이상 걸리는 판이다. 게다가 사람들이 이제 데이식스는 알아도, 제왑이 그 다음으로 내놓은 락밴드는 대부분 알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QWER은 어떠한가? 1년만에 이정도 반응이 오는 셈이다.)
(v) 물론 그렇다고 로컬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사람이 모두 두뇌를 인터넷에 업로드하고 사는 것은 아니기에, 로컬이,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형성되는 물리적 씬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게토라는 로컬에서 시작한 장르답게, 힙합이 특히 이러한 특징을 잘 보여준다.
사운드클라우드와 이모랩 그리고 xaviersobased 같은 jerk씬은 모두 인터넷을 바탕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밀워키 lowend, 디트로이트 트랩, DMV(버지니아-DC-메릴랜드) crank, 플로리다 fast rap처럼 지역에 기반한 음악은 여전히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이 로컬씬이 커뮤처럼 아마추어들의 "성장"을 위한 구실을 한다면, 여전히 전국으로 퍼지는 것은 [과거보다 훨씬 약한 범위이긴하지만] 알고리즘과 틱톡의 역할처럼 보인다.)
게다가 전지구적 로컬씬들이, 특유의 독특한 사운드로 주목을 받는다.
뉴저지에만 국한되어있던 저지클럽과 나이지리아-남아공 대도시에만 국한되어있던 afrobeats, 파나마와 푸에르토리코에만 있던 레게톤의 전세계적 성공.
이 성공 공식을 따라하기 위한 메이저 플레이어와 로컬 플레이어들의 노력을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브라질 남부의 brazil funk씬, 북부 아마존 강 하구 belem의 tehno berga, 베네수엘라의 rapter house, 필리핀 민다나오의 budots, 베트남의 vinahouse 등등.
(이 사운드들은, 외힙갤에 한 번 쫙 정리해서 올려볼까 생각하는 중이다.)
https://youtu.be/G_3iivm-cEE?si=ImegsbptxcPa5imr
(그래도 하나 예시를 들면 이 노래가 있다. 아이돌이나 쇼츠를 보시는 분들이면 알겠지만, 우치다 챌린지라고 쇼츠에 엄청 올라오는 음악이다. 일본 음악이긴 한데, 장르로 치면 [진작부터 틱톡에서 엄청 바이럴을 타던] 필리핀의 budots 장르다. 틱톡을 통해서 필리핀 - 일본 - 한국을 오가는 셈이다.)
끄읏.
(1)
질문을 받고 생각해보니, 예상보다 꽤 많네요.
물론 여러 관심사 (포텐이 언제 터질까 하는 기대인지, 아니면 지금 잘하고 있는건지)와 방향성 (국내를 노리는지, 해외를 노리는지)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다 나열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a) 케이팝이 국내씬 중에서 가장 큰 만큼, 언제나 주목하고 있는 편입니다. 특히 뉴진스와 SM, 캣츠아이를 흥미롭게 보고 있습니다. 뉴진스의 경우, 케이팝의 여러 패러다임을 바꿔놓고 다음으로 향하고 있다는 점, SM의 경우, 인터넷 aesthetics 문화를 굉장히 적극적으로 차용해서 변용하고 있다는 점, 캣츠아이의 경우, 국내 케이팝 문화를 어떻게 미국화시키는지에 대한 재미있는 예시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b) 임영웅씨도 체킹하는 편입니다. 케이팝과 국내 시장을 양분하는 "트로트"(라 하지만 티비 음악 경연씬이라 생각하는)씬의 슈퍼스타이고, 본인도 꽤 다양한 음악을 지향하면서도 (복고적이라는 점에서) 언젠가 한 방을 터트릴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포스트 조용필이 나온다면, (장르나 팬층이나 이미지나) 임영웅이 확실한데 지금 상황은 80년대와 다르니 이걸 어떻게 할 수 있을지, 나온다면 결과물이 어떨지 모두 궁금하네요.
(c) 국내 인디씬 중에서는 크게 2 부류를 주목합니다.
하나는 퓨전 국악입니다. 이전에도 꽤 있었지만, 잠비나이 - 이날치 이후 국내에서든/해외 월드뮤직씬에서든 꽤 자리를 잡은 것처럼 보입니다. 다만 다들 국내 인디씬보다는 해외 월드뮤직/재즈씬에서 활동하다보니 앨범 텀이 너무 길고, 해체와 재결합이 너무 잦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언젠가한 팀으로 꽤 길게, 국내든 해외든 꾸준히 앨범을 내는 그룹이 나와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날치 신보가 뉴웨이브의 영향을 받은, 국내/해외 인디 락씬을 목표로 한 사운드를 보여주는데, 국내든 해외든 반응이 어떨지 궁금하네요.)
(d) 다른 하나는 국내 DJ, 그 중에서도 뽕짝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씨봉새나 서울 커뮤니티 라디오 등등)입니다. 일렉씬이 로컬한 사운드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으로 번지는 것이 가장 빠르게 일어나는 씬이라는 점에서, 꽤 기대를 품고 있습니다만 무언가 사운드에서 큰 혁신을 보여주는 빅 네임이 없는 것이 아쉬울 뿐입니다.
(e) 마지막으로는 인터넷 커뮤입니다. 과나뿐 아니라, 화성인 릴도지, 정했다 일기석 그리고 이번 메이플 신창섭 패러디물들에서 보이듯, AI - 딥페이크 - 리믹스를 통해서 굉장히 수준 높은 작품들이 한국 웹에서 생산되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은 밈/패러디 같은 2차적인 것에 불과하니, 진지하게 작품이 나오면 어떨까, 하는 기대를 품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주목하고 있는 음악적 움직임이 있나요?
(1)
질문을 받고 생각해보니, 예상보다 꽤 많네요.
물론 여러 관심사 (포텐이 언제 터질까 하는 기대인지, 아니면 지금 잘하고 있는건지)와 방향성 (국내를 노리는지, 해외를 노리는지)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다 나열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a) 케이팝이 국내씬 중에서 가장 큰 만큼, 언제나 주목하고 있는 편입니다. 특히 뉴진스와 SM, 캣츠아이를 흥미롭게 보고 있습니다. 뉴진스의 경우, 케이팝의 여러 패러다임을 바꿔놓고 다음으로 향하고 있다는 점, SM의 경우, 인터넷 aesthetics 문화를 굉장히 적극적으로 차용해서 변용하고 있다는 점, 캣츠아이의 경우, 국내 케이팝 문화를 어떻게 미국화시키는지에 대한 재미있는 예시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b) 임영웅씨도 체킹하는 편입니다. 케이팝과 국내 시장을 양분하는 "트로트"(라 하지만 티비 음악 경연씬이라 생각하는)씬의 슈퍼스타이고, 본인도 꽤 다양한 음악을 지향하면서도 (복고적이라는 점에서) 언젠가 한 방을 터트릴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포스트 조용필이 나온다면, (장르나 팬층이나 이미지나) 임영웅이 확실한데 지금 상황은 80년대와 다르니 이걸 어떻게 할 수 있을지, 나온다면 결과물이 어떨지 모두 궁금하네요.
(c) 국내 인디씬 중에서는 크게 2 부류를 주목합니다.
하나는 퓨전 국악입니다. 이전에도 꽤 있었지만, 잠비나이 - 이날치 이후 국내에서든/해외 월드뮤직씬에서든 꽤 자리를 잡은 것처럼 보입니다. 다만 다들 국내 인디씬보다는 해외 월드뮤직/재즈씬에서 활동하다보니 앨범 텀이 너무 길고, 해체와 재결합이 너무 잦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언젠가한 팀으로 꽤 길게, 국내든 해외든 꾸준히 앨범을 내는 그룹이 나와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날치 신보가 뉴웨이브의 영향을 받은, 국내/해외 인디 락씬을 목표로 한 사운드를 보여주는데, 국내든 해외든 반응이 어떨지 궁금하네요.)
(d) 다른 하나는 국내 DJ, 그 중에서도 뽕짝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씨봉새나 서울 커뮤니티 라디오 등등)입니다. 일렉씬이 로컬한 사운드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으로 번지는 것이 가장 빠르게 일어나는 씬이라는 점에서, 꽤 기대를 품고 있습니다만 무언가 사운드에서 큰 혁신을 보여주는 빅 네임이 없는 것이 아쉬울 뿐입니다.
(e) 마지막으로는 인터넷 커뮤입니다. 과나뿐 아니라, 화성인 릴도지, 정했다 일기석 그리고 이번 메이플 신창섭 패러디물들에서 보이듯, AI - 딥페이크 - 리믹스를 통해서 굉장히 수준 높은 작품들이 한국 웹에서 생산되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은 밈/패러디 같은 2차적인 것에 불과하니, 진지하게 작품이 나오면 어떨까, 하는 기대를 품고 있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저야말로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성글 감사합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글 너무좋네요 통찰력있고요 개추누릅니다
고맙습니다 ㅎㅎ
잘 읽었습니다
양질의 글 감사합니다
글에 재밌고 유익한 정보가 꽉꽉 담겨있네요 정말 잘 읽었습니다!
한줄한줄의 통찰이 너무 날카로워 베인 자국에 감동이 흐릅니다.. 여러번 말풍선에 느낌표가 떠올랐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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