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 브라운
그의 음악은 대체 뭐가 나올지 예측하기가 어렵다. 한 구절에서는 그의 상징인 광기 어린 목소리를 뱉다가, 같은 줄에서 또 거거칠고 정상적인 목소리로 확 바꿔서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는 웃긴 가사를 쓰다가도 또 갑자기 진지하게 생각하게 만드는 깊이 있는 가사를 이어서 적는다. 이런 특징은 장난만 치고 일관성도 없는 랩퍼로 보일 수도 있다. 허나 오히려 이러한 변화적인 스타일과 끊임없는 전달방법의 전환은, 되려 그를 지난 10년간 가장 예측 불가능하고 재미있는 아티스트 중 하나로 만들어주었다.
그렇게 다양하게 스타일을 바꾸면서도, 여전히 자신의 메시지를 혁신적이고 독특한 방식으로 전달하는 능력 덕분에, 그의 음악을 들을 때마다 새로운 놀라움을 안겨준다. 어떤 순간에선 폭소하게 만들다가, 바로 다음 순간에는 매우 훌륭한 가사를 아무렇지 않게 던지는 모습에 입이 벌어질 수 밖에 없다.
대니 브라운은 익스페리멘탈 힙합에 입문하기에 가장 좋은 아티스트 중 한명이며, 2010년대를 대표하는 랩퍼 중 한 명이다.
익스페리멘탈 힙합 분야에서 대니 브라운은 단연 돋보일 수 밖에 없다. 그의 목소리는 어쩔 때는 차분하고 우울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 과장되고 혼돈에 휩싸이기도 한다. 마약과 섹스라는 주제 자체로는 그닥 독창적이지 않지만, 이런 주제를 다루는 방식은 언제나 독특하다. 이런 주제가 계속 반복되더라도 그의 유머감각 덕에 끝없이 신선하게 들린다. 게다가 어쩔 때는 농담을 자제하고 자신의 마약중독과 정신건강에 대해 더 진지하게 전달할 타이밍도 잘 알고 있다.
대니 브라운은 힙합신 전체에서 가장 유니크한 목소리를 가진 아티스트로 기억될 것이며, 어느 누구도 그를 대체할 수 없다.
브라이언 이노
오늘날 대중음악에서 브라이언 이노의 영향을 받지 않은 음악가를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 단 한 명이라도 못찾을 것이다.
서구권에 살면서 대충 20대 이상이라면 다 그의 음악을 안다. 그가 작곡한 Windows 95 시작음악 같은 상징적인 음악을 단 한번도 들어보지 않았을 사람도 아마 거의 없다.
그는 프로듀서, 엔지니어, 작곡가로서도 매우 방대하고 왕성한 활동을 했으며, 데이비드 보위, 제네시스, 블러, 토킹 헤즈, U2, 콜드플레이 등등 다양한 음악계의 전설들에게도 영향을 남겼으며, 심지어 음악산업 외부에도 상당한 유산을 남겼다.
또한 로버트 프립, 슬로우다이브, 바우하우스, 니코, 존 케일, 시네이드 오코너, 프루 프루, 제임스, 데보(DEVO) 같은 잘 알려진 아티스트들에게도 그의 영향력은 지대하다.
그가 멤버로 활동했던 여러 밴드... 록시 뮤직, 801, 하모니아, 패신저스 등등 이런 밴드에서 직접 멤버로 활동하거나 협력자로 참여했던 작품들도 대단하지만, 그것들을 차치하고도 그의 솔로 작품만으로도 너무 훌륭하다.
"앰비언트"라는 용어를 처음 시작한 그가 이 장르에 기여한 곡들은 정말 숨이 멎을 만큼 아름답고 초월적인 곡들로, 한 번 듣고 나면 절대 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Apollo> 앨범은 모든 곡들이 내 머릿속에 깊이 새겨져 있다. 그 앨범의 우주에 관한 주제처럼 모든 곡들이 내 정신 속의 '골든 레코드'와도 같아졌다. (골드레코드는 외계인들을 위해 우주선 안에 담겨있는 인간을 소개하는 내용이 담긴 음원)
모두 총합해서 간단히 말하자면, 브라이언 이노는 오늘날 현대음악의 지형을 형성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하나이며, 아마도 상위권 탑5 안에 들 것이다. 지난 50년 동안 수많은 아티스트들에게 영향을 미친 그의 기여가 없었다면 음악 산업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빈약했으리라.
포 넌 블론즈 (4 Non Blondes)
1993년에 [What's Up?]이 내가 살던 지역 FM 라디오주간 차트에서 매우 오래 머물었던 시절이 기억난다. 항상 거의 1위를 차지했었는데 결국 금지곡으로 지정되었던 기억도 역시 난다. 하지만 그 노래가 20주가 지나도 여전히 차트에 끈질기게 들러붙어있다보니 결국 금지가 풀렸던 일화도 있었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이 노래 덕분에 그 곡이 실린 앨범까지 구매했었다.
그런데 난 이 밴드가 '원 히트 원더'라는 의견에 그닥 동의하지 않는다. 이들의 유일한 앨범을 직접 들어보면, 숨겨진 보석까지는 아닐지라도 꽤나 기분 좋게 만드는 놀라운 명곡들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그중 [Train]이 가장 훌륭한 편이라고 본다.
심지어 여기 RYM에서도 그들의 그 유명한 메가히트곡조차 그들의 최고작은 아니라고 한다. 이들은 더 많은 재능이 있었다.
그들의 초메가히트곡 [What's Up?]은 분명 확실히 90년대 초반 시절의 비주얼,패션,사운드 등등 다양한 방면으로 강렬한 영향을 남겼으며, 이런 팝 락 범주에서도 유사한 장르의 성공적인 명곡들과 함께 당대의 주류였던 그런지의 대안으로 기억될 것이다.
오넷 콜먼
접근성과 융통성이 없다는 오명을 가진 불운의 장르 "프리재즈"에서, 오넷 콜먼은 마일즈 데이비스 못지않게 재즈의 가장 큰 미덕은 오히려 바로 그 생동감과 창의성임을 누구보다 잘 이해했던 사람이다.
그는 "프리재즈"의 개척자였지만, 그의 가장 실험적인 작품들조차도 그 형식을 뛰어넘는 실험정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이후 수많은 명예 박사 학위와 연구 지원, 심지어 퓰리처상까지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진부하고 엄숙한 마살리스 스타일의 아티스트가 되기를 거부했다. 미래의 재즈 스탠다드를 만들어냈던, 재즈퓨전이나 현대 클래식에도 시도를 했던, 혹은 완전히 새로운 하위장르를 개척했던, 무엇이던간에, 오넷 콜먼은 마지막까지 대담하고 혁신적이고 흥미로운 음악가였다.
피닉스
피닉스의 음악스타일은 분명 80년대 레트로 오마주를 보여준다. 그래도 그들의 음악은 단순한 노스탤지아 그 이상이다다.
그들의 앨범들은 내가 기억하는 웬만한 80년대의 댄스음악보다 훨씬 뛰어나다. 프론트맨의 아내 소피아 코폴라 작품처럼, 그들의 음악이 스타일만 살아있고 내실은 없다는 비판도 일부 있다.
하지만 그래도 <It's Never Been Like That>과 <Wolfgang Amadeus Phoenix>가 정말로 활기 넘치고 즐거운을 선사하는 앨범이라는 사실은 부정하기 힘들다.
데이비드 번
그는 지난 반세기에서 가장 창의적인 밴드 중 하나를 이끌었다. 허나 솔로 아티스트로서는 어째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아마 토킹 헤즈의 많은 곡들이 잼세션 과정에서 만들어졌다고 하니까 아마 그거 때문일지도.
하지만 그래도 따지고보자면, 토킹 헤즈 해체 이전에 자신의 명의로 발표한 사운드트랙들은 꽤 훌륭했다. 특히 <Catherine Wheel>은 토킹헤즈 후기 앨범들보다 더 뛰어나다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많다.
2004년에 발표한 <Grown Backwards>는 다소 단점이 많았어도, 때때로 분명 번뜩이는 순간도 있었다. 그 앨범과 브라이언 이노와의 두번째 콜라보 앨범은, 분명 그의 솔로 커리어가 아직은 생명력이 있음을 보여준다.
플라시보
플라시보는 언제나 매 앨범마다 음악적으로 작사적으로 꾸준히 발전해왔다. 브라이언 몰코의 비음 톤 보컬과 스테판 올스달의 기타 연주 스타일이 시너지를 이루어내면서, 꾸준히 각 앨범마다 독특한 사운드를 만들어왔다. 심지어 <Sleeping With Ghosts> 앨범 이후로는 일렉트로닉 성향이 더더욱 두드러졌으며, 꾸준한 투어를 통해 견고한 팬층을 확보해 온 거장밴드다.
라이즈 어게인스트
나 역시 마찬가지로 대부분처럼 팝펑크 성향이 강한 [Savior]나 [Give It All] 같은 곡들로 이 밴드에 입문했다. 하지만 날 오랫동안 그들의 팬으로 남게 만든 것은 결국 그들의 다재다능함이었다.
만약 이 밴드를 를 알기 전이었다면, [State of the Union]처럼 극도로 공격적인 정치적 메시지와 전혀 멜로디 성향이 없는 곡은 절대 듣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그들은 그런 노래조차도 너무나 매력적으로 만들었으며, 결국 내가 하드코어 펑크라는 장르 자체를 좋아하게 만들었다.
무론 그렇다고 그들이 항상 강렬함만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었다. [Swing Life Away] 같은 내면적인 노래들은 오늘날까지도 하드코어 밴드들 사이에서 그들을 돋보이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이다.
나처럼 라이즈어게인스트를 통해 하드코어 펑크에 입문한 사람들이 많다. 그 점에 대해 난 이 밴드에게 항상 감사한다.
그래도 그들이 단순히 영향을 남긴 것을 넘어, 이런 쉽고 단순한 장르 입문용 밴드도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들을 가치가 있단 건 대다나하다. 거칠고 날것의 음악이라 해도 시대를 초월한 시위가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이들은 완벽히 증명해냈다.
카르카스
카르카스처럼 짧은 기간 안에 여러 번 성공적으로 스타일 장르를 확 바꾼 밴드는 거의 없다.
그들의 1집~2집~3집~4집은 최소 3가지 다른 형태의 익스트림 메탈 장르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쳤다. 이 때문에 카르카스를 찬양하는 후대 밴드들도 서로 완전히 다른 사운드를 연주하고 있을 지경이다.
빌 스티어는 뛰어난 리프들을 작곡할 줄 알고 있으며, 그와 마이클 아못의 협업 덕에 <Necroticism> 같은 걸작을 만들 수 있었다. 이 앨범은 리프 하나하나로만 따져도 아마 역대 최고의 데스 메탈 앨범이다.
다양한 음악적 접근 방식을 통해 빌 스티어와 제프 워커는 매번 메탈의 극단성과 캐치한 후크를 결합하는 것에 최고의 재능을 선보였고, 이 덕에 <Heartwork>가 이후에 나온 수천개의 멜로딕 데스 메탈 앨범들 속에서도 여전히 독보적인 명반으로 남아있는 이유다. 또한 <Surgical Steel>이 메탈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컴백 앨범 중 하나로 평가받는 이유다.
만약 익스트림 메탈 밴드들만을 위한 로큰롤 명예의 전당이 있다면, 카르카스는 반드시 초대 멤버로 선정되어야 한다.
루푸스
루푸스는 70년대 가장 저평가된 훵크 밴드 중 하나다. 객원보컬로 활동한 샤카 칸은 가장 부드럽고 소울풀한 목소리를 가진 가수 중 한 명이며, 밴드의 연주와 완벽하게 어우러졌다. 밴드는 모든 곡들을 최대한 찰지고 소울풀하고 훵키하게 연주해냈다.
그들의 가장 큰 히트곡인 [Tell Me Something Good]은 그들의 사운드를 완벽하게 보여주는 대표명곡이다. 이 노래는 역사상 가장 타이트하고 훵키한 곡 중 하나인데, 재밌는 건 스티비 원더가 작곡한 곡인데도 완전히 자기들에게 맞게 100% 완벽하게 재해석했다.
인터폴
2000년대 초 어린 시절 난 메인스트림 음악의 범주를 넘어 더 다양하고 새로운 음악 세계를 탐구하던 중이었다. 그 시절 내게 인터폴은 중요한 입문밴드 중 하나였다.
그들의 데뷔 앨범은 그 자체로 훌륭한 작품일 뿐만 아니라, 내가 평생 빠져들게 된 포스트 펑크 장르로 들어가는 관문이었다. 나는 기꺼이 그들이 종종 비교되었던 밴드들.... 조이 디비전, 더 스미스, 에코 앤 더 버니맨, 카멜레온즈 등등
아니 심지어 그런 옛날 밴드들뿐만이 아니라 그들과 비슷한 시기에 나왔던 밴드들까지 모두 찾아서 들었다.
어쩌면 이런 발견들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인터폴 음악이 다소 퇴색되고 부족하게 느끼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들이 내 음악적 성장에 끼친 깊은 영향을 무시하기는 어렵다.
그들은 나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에게 "딱 맞는 시기에 나타난 딱 맞는 밴드"였으며, 그런 점을 쉽게 간과할 수 없다.
인터폴이 시간이 흐를수록 기량이 떨어진 건 분명 사실이다. 그래도 그들은 분명 포스트 펑크 리바이벌 장르를 상징하는 밴드였으며, 그들의 데뷔 앨범은 여전히 그 장르를 정의하는 명반으로 꼽힌다.
그 데뷔 앨범은 차갑고 마비된 감정을 오히려 부정하는 방식으로 표현한듯한, 차가운 밤의 암순응 시력을 지키기 위해 붉은 빛을 알게 모르게 감춘 듯한 음악과도 같았다. 이후에 낸 앨범들도 좋았지만, 그 시대와 그 순간을 완벽하게 담아낸 앨범은 그거 말고 또 찾기 힘들다.
샤키라
샤키라는 오랫동안 남미 출신 라틴 아티스트 중에 유일하게 국제적으로 성공한 사람이었다. 라틴 아메리카에서 경력을 쌓은 후 앵글로색슨들이 우글거리는 시장으로 진출했었는데, 그 시절 거의 대부분 라틴 팝 아티스트는 미국에서 태어났거나 어린 시절부터 미국에 살았거나 미국과 관련된 지역에서 태어났기에, 샤키라의 성공은 남달랐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샤키라는 미국 남부 국경을 넘어 라틴 문화에서 스페인어를 잊었지만 여전히 그 정체성을 갈망하는 라틴들까지 그녀를 인정하게 된, 한때 유일한 진정한 라틴 팝 아이콘이 되었다.
그녀는 실비오 로드리게스의 노래를 메르세데스 소사와 함께 부르면서도, 여전히 비욘세나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같은 세계적인 팝 아이콘들의 존경을 받아냈으며, 구스타보 세라티 같은 지역신에서 유명한 뮤지션에게도 라이브 에이드에서 공연을 초청하고, 로저 워터스와도 협업하는 등, 다양한 라틴 커뮤니티에서 모두 인정하는 아이콘이 되었다.
비키니 킬
그들은 집단인든 개인이든 어느 누구라도 인생에서 겪는 모든 고난과 변화에 대한 노래를 썼다. 오늘날 사회 속에서 자신만의 자리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는 대부분의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의 노래 말이다.
"라이엇 걸" 운동을 정의하는 가장 핵심적인 밴드라고 할 수 있다.
캐슬린 한나는 크게 울리는 기타와 드럼 소리 위에 온갖 섹스에 관한 가사와 멍청한 남자들을 조롱하는 가사를 호령 치듯 질러댄다.
정말로 아무 좆도 신경 쓰지 않는 나쁜년들이 만든 끝내주게 훌륭한 락 음악이다.
"라이엇 걸" 시절 온갖 여성밴드들이 범람했지만, 이들만이 유일한 진짜 "라이엇 걸"이었다.
슬립
이들의 음악을 들으면서 대마를 피울 필요가 전혀 없다. 이들의 음악 자체가 그냥 마약이다.
슬립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이 한 가사에 모조리 담겨 있다.
"대마초를 손에 들고 인생을 포기하고, 연기가 자욱한 리프의 땅으로 나아가라."
하지만 이들을 즐기기 위해 반드시 이 여정에 참여할 필요는 없다.
<Dopesmoker>를 들으며 침대에서 대마에 취하는 것은 마치 고등학생 시절의 병신 같은 마약 의식처럼 느껴진다.
어쨌든 슬립은 존나 끝내주는 밴드다.
스톰트루퍼스 오브 데스 (S.O.D.)
그들은 가사던지 음악장르던지 모든 면에서 그 시대의 산물이었다.
정치적 올바름 따위 쓰레기통에 쳐박아둔 온갖 충격적인 문화가 범람하던 시대였며, 이런 자극성이 이념보다 더 중요한 시대였다.
메탈과 펑크가 서로 반문화 흐름의 주도권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던 때, 이들은 등장했다.
그들의 가사는 오늘날 PC의 기준으로는 온갖 욕을 다 쳐먹었을 것이다. (후에 등장한 애널컨트와 같은 극단적인 밴드들과 비교하면 오히려 순한 편이었다)
그들이 정말로 진지하게 그런 충격적인 가사를 적은 건지, 아니면 단순 농담으로 그런 가사를 적었는지 그건 확실하지 않다.
왜냐면 프론트맨 빌리 밀라노는 현재 밴드 멤버들과 매우 다른 정치적 견해를 가지고 있어서 정말로 이런 가사가 진담인지 농담인지 알수가없다.
이런 다양한 상황들을 고려해서 <Speak English or Die>는 여전히 80년대 시절 언더그라운드 음악신의 혼란스러운 상태를 보여주는 중요한 기록물이다. 크로스오버 스래시 장르의 초창기 시금석이자, 지금 봐도 이 장르에서 가장 논란적인 작품이다.
당신이 이런 것들을 모조리 싫어하고 도덕적이지 못하다고 지탄하더라도, 덴 릴커의 거칠고 강렬한 베이스 톤은 여전히 즐기실 수 있다.
화이트 좀비
마약처럼 환각적이고, 산성처럼 치명적이고, 중금속처럼 단단하며, 온갖 B급 공포 영화 같은 주제에 집착하면서도 여전히 그런 것들을 당당히 자랑스럽게 보여준 밴드 화이트 좀비는, 1990년대 초중반 그루브 메탈신에서 꽤나 이질적인 밴드였다.
온갖 마초적이고 터프한 이미지를 추구하는 동시대 밴드들 사이에서,
이들은 오히려 하드 락 성향과 시끄러우면서도 사이키델릭한 사운드를 추구하며 자신들만의 독특한 이미지와 스타일을 형성해냈고, 이런 스타일은 프론트맨 롭 좀비의 솔로 앨범을 통해 더더욱 드러나기도 했다.
이들과 비슷한 스타일의 밴드는 당대에 정말 없었으며, 그들은 운전하면서 듣기에도 끝내주는 노래들도 많이 만들었다.
스팅
스팅은 그의 밴드 폴리스와 함께 온갖 훌륭한 명곡들을 썼고, 솔로 활동으로도 이를 이어나갔다.
비록 그의 작업량과 기량은 점점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그는 락밴드가 절대 갈 수 없었던 음악적 방향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그의 솔로음악은 더 내면적이었고, 이런 자신의 내적 방황을 표현하기 위해 훨씬 느슨한 재즈퓨전을 편곡하고 연주했다. 물론 나는 항상 3분짜리 타이트한 락을 좋아하지만, 스팅의 솔로 커리어는 내가 부드러운 면과도 연결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성장시켜 주었다. 그만의 아름다운 음악을 통해서 말이다. 난 그에게 항상 감사한다.
그는 정말로 훌륭한 가수이며, 베이시스트이며, 무엇보다 훌륭한 작곡가다. 폴리스 밴드 시절 앨범과 솔로 1~4집까지만 난 좋아한다.
시스템 오브 어 다운
가끔씩 이 밴드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래도 결국엔 많은 사랑을 받게 되는 밴드다.
이들의 격렬한 상업적 돌파구가 되었던 1~2집은 음악산업이 서서히 하락하기 시작하던 시기에 나왔으며, 온갖 뻔한 루프와 후크로 범람하던 대중음악 세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일으켰다.
이들에겐 아주 다양하고 많은 장르가 따라붙지만, 결국 그래도 그들을 가장 잘 설명하는 표현은 그냥 "락"이다.
<Toxicity>는 개인적으로 내게 가장 영향력 있는 명반 중 하나로 남아있다.
이들의 모든 디스코그래피를 뒤지며 그들의 최고명곡을 고작 5개로 추리는 건 너무 어렵다.
왜냐하면 그만큼 그들이 만든 완벽한 명곡들이 많아서다. 물론 그냥저냥 버려질 만한 곡들도 꽤 있긴 있지만 말이다.
그들은 또한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으려는 음악가들이 너무 정치에 몰입해서 종종 실패하는, 그들만의 독특한 캐릭터와 음악적 개성을 유지하는데 성공했다.
이들의 음악은 여전히 유순한 사람이라도 다시 정치적 투쟁본능을 일깨우게 만드는 힘이 있다.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