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8일, 사실 그날은 특별한 일이랄 것이 전혀 없었다. 똑같은 시간에 눈을 떴고, 똑같은 시간에 학교를 갔으며, 똑같은 시간에 학원에 가고, 똑같은 시간에 집에 돌아왔다. 그날 발매된 "Gold River"의 재생 버튼을 눌렀을때만 해도, 난 정말 아무 생각이 없었다. 이 노래가 과연 날 어떻게 만들어놓을지, 또 나를 어떻게 바꿔놓을지, 사실 그때만해도 이 곡이 나에게 그정도의 의미를 갖게 될 것이란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정확히 5월 8일 오후 5시 57분, 난 처음 황금빛으로 빛나는 그 강을 맞이했다.
첫인상은 굉장히 눈부셨다. 그 강은 무엇에 비추어진듯 말 그대로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었으며, 그 안에선 알 수 없는 무언가들이 꿈틀거리며 물방울이 튀게 했다. 이후 나에겐 황새 한 마리가 찾아왔고, 티셔츠를 걸친 앳된 청년 무리가 찾아왔으며, 또 여러 기억들과 감정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굉장히 이상했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하지? 이 처음 느껴보는 기분은 뭐지? 침대에 앉아 아무 생각 없이 그 노래를 틀었던 나는 그날 하루 어안이 벙벙한 채로 지냈다. 사실 그 다음날도 그랬으며, 또 그 다음날도 그랬다.
파란노을의 보컬 실력이 형편없다는 것은 이 글을 읽는 독자들 대부분이 알고 있을 것이다. 그는 다른 밴드 보컬들에 비교도 안 될 정도의 실력을 갖고 있으며, <To See the Next Part of the Dream>을 처음 들었을때는 '왜 이런 사람이 보컬이지?'라는 의구심을 갖게 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후 <After the Magic>을 처음 들었을 때, 그리고 이 황금빛 강을 처음 접했을 때 나는 (또 대부분이 그렇겠지만) 그의 목소리에서 나오는 하찮은 울림에 무릎을 꿇었다.
'난 기억의 기억을 기억해, 기억의 기억을 난' - Gold River 가사 中
"Gold River"의 첫 코러스가 흘러나왔을때부터 나는 이미 완전히 무너졌다. 그의 형편없는 보컬은 역설적이게도 근 2년간 경험해본 경험들 중 최고의 감동과 울림을 선사했으며, 과할 정도로 깔려있는 노이즈와 폭발적인 악기 구성 아래 그는 그 5분간, 세상 그 누구보다 밝게 빛났다. 이후 모든 악기가 빠졌다가 한꺼번에 다시 들어오던 그 순간, '또 하루의 하루가 지나고 해가 또 지나가도'라는 가사가 흘러나오던 그 순간 나는 또 한 번 무너졌다. 이번에 느꼈던 감정은 감동이 아닌 충격이었다. 그 순간 황금빛 강에 나는 집어삼켜졌으며, 속에 있던 정체불명의 무언가들이 나를 감싸안아주었다. 눈을 떠 보니 내 눈 앞에는 그 앳된 청년들이 날 바라보고 있었으며, 내 두 귀에서는 내 인생 최고의 1분, 그 순간이 정열적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그 감동이 다 가시기도 전에, 급진적인 드럼 연주와 함께 황금빛 강과 그 청년들은 내 눈 앞에서 사라졌고, 내 주위에는 그 정체불명의 무언가들도 존재하지 않았다. 난 내 방 침대 위였으며, 시계는 6시 3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난 그 황금빛 강을 다시 보기 위해, 그 청년들을 다시 보기 위해, 그 무언가들을 다시 보기 위해 이후 수십번은 더 "Gold River"를 찾았다. 분명 "Gold River"는 여전히 빛났다. 파란노을은 그 빛이 조금 덜해졌을 뿐이지, 나에게는 누구보다 빛나 보였으며, 그 강의 물결 역시 황금빛색으로 아름답게 피어올랐다. 그러나 그 황금빛 강은, 그 청년들은, 그 무언가들은 내게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5SoXPvpADRs
아니 근데 필력 진짜 미치셨네요
황금빛 강 참 좋은 곡이죠. 저도 처음 듣고 느낀 점이 보컬이 눈에 띄게 나아졌구나 였어요. 물론 펜타 라이브는 달랐지만 ㅋㅋㅋ
파란노을 커리어 사상 최고의 곡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정성글 캬..
노이즈에 면역이 있으신가 보네요.. 전 모든 파란노을 노래를 일트엔 못느껴서 부럽습니다
파노는 점잖은 편이긴 하죠
5시에서 6시쯤 넘어가던 무렵, 통 정리되지 않던 생각들을 지우기 위해 이 노래를 틀며 걸었습니다, 환상적이더라구요 ㅋㅋㅋ
파란노을 감성 원탑 곡
필력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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