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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서 없는 한국 대중 음악 이야기들

ILoveNY2024.07.27 22:13조회 수 868추천수 14댓글 4

(1)


60년대 후반부터 70년대 초반, 한국 내 있던 미군 부대들은 베트남 전쟁 때문에 규모가 급격히 줄어든다. 때문에, 60년대 초반까지도 전성기를 이루던 미8군 음악가들은 둘 중 하나의 선택을 해야했다.


한국 연예계로 진출하거나, 베트남까지 미국 위문 공연을 따라가거나.


스윙재즈를 기반으로 하던 사람들은 아주 큰 문제는 없었다. 길옥윤과 이봉조, 김희갑, 김인배 등은 꽤 쉽게 가요계의 작곡가로 안착했다. 


반대로 컨트리나 락앤롤, 소울을 하던 사람들은 꽤 험난한 여정을 거쳐야했다.

60년대 한국 음악계는 결국 작곡가 중심이었고, 가수와 연주자(악단)은 작곡가에게 딸린 일종의 팀이었다. 여기서 밴드나 보컬 중심의 음악이 어떠한 자율성을 얻기란 어려운 법이다.


여튼 60년대 중반 현미와 이봉조, 패티김과 길옥윤은 스탠다드 팝송을 한국적으로 번안했다면 (부르스라고 부를만한 것들), 60년대 후반 신중현은 펄 시스터즈와 김추자를 통해 소울 음악을 히트시켰다.

(한편 락인 사이키는 여전히 변방이었다. 이들의 무대는 70년대부터는 고고클럽이었다.)


(2)


70년대 고고클럽에서 나오던 음악을 담은 음반은 꽤 많이 나온다. 김희갑의 고고, 김대환과 김트리오의 고고, 신중현의 골든그레입스, 윤항기와 키브라더스의 고고.

나중에는 서울나그네(사랑과 평화의 전신), 정성조와 재즈 메신저스, 트리퍼스, 템페스트, 함중아와 양키스등도 있다.

개인적으로 이 시기, 이 고고 음악 최고의 앨범은 신중현의 골든그레입스, 윤항기/키브라더스의 고고, 서울 나그네의 고고 생음악이다.


(재미있는 건, 고고처럼 댄서블하지 않고 슬로우하고 감상적인 음악을 주로 하는 밴드들도 꽤 있었다는 점이다. 영 사운드, 드래곤즈, 딕 패밀리 정도가 기억난다. 

그리고 사실 70년대 내내 그룹사운드 히트곡은 모두 이런 슬로우 락, 트로트 고고라고 불리던 노래들이다. 이 계열은 다 뛰어나다는 생각은 안 든다. 차라리 이런 감상적인 음악은 포크/통기타쪽 가수들 음악이 좋다.)


(3)


엄진은 반드시 다시 봐야하는 프로듀서다.

70년대부터 작곡가로 활동하는데, 김준/쉐그린 스플릿에 작곡가로 이름을 올린다.

70년대 초반에는 영 사운드-포시즌이라는 자기 기획사만의 컴필을 제작하고 70년대 후반에는 오아시스/지구처럼 트로트 중심의 음반사에서 프로듀서 역할을 뛴다.


재미있는 것은, 엄진이 재즈를, 그것도 훵키한 스무드 재즈와 라틴 재즈를 좋아하면서도 한국적인 것에 꽤 집착한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엄진이 손 댄 이판근와 코리안 재즈퀸텟, 윤복희의 앨범들에는 재즈 스타일로 편곡된 민요들이 왕왕 들린다. 


박상규와 김씨네, 윤항기 앨범에는 재즈와 라틴 느낌이 나는 트로트가 들리고, 이는 77년도 이미자의 앨범에도 들린다. (사실 이게 이미자가 신곡을 더 이상 내지 않기 전 만든 마지막 앨범이다.)


아 그리고 무지개 퀸텟과 한대수를 프로듀싱한 것도 빼먹으면 안 된다. 무지개 퀸텟의 유일한 독집의 첫 번째 곡은 레드 제플린을 연상시키는 하드락인데, 창법 저속으로 금지되었다 한다 (...) 


(4)


80년대에 대해서는 뭘 말할 수 있나?

(a) 우선 댄서블한 음악의 대중화다. 그룹사운드들이 고고장용 음악보다는 슬로우락을 주로 타이틀로 내세우고 그게 히트한 것보면, 70년대 댄서블한 업비트는 그닥 인기가 아니였다.

하지만 80년대는 다르다. 사랑과 평화, 송골매 같은 훵키한 밴드가 인기였고, 이는 티비로 인한 보는 음악의 등장 - 마이클 잭슨 같은 춤추는 가수의 등장으로 이어진다. 박남정, 소방차, 김완선. (다만 이들 뒤에는 여전히 고고밴드 그룹사운드 인물들이 서 있었다.)

(한편 트로트 역시 뽕짝으로 가거나 [주현미, 문희옥, 김연자, 심지어 나훈아도!], 훵크화된다 [나훈아, 하춘화])


(b) 발라드의 등장과 발라드의 한국 팝 시장 천하 통일. 


(c) 70년대 내내 못했던, 온갖 음악들의 때늦은 등장.

한국 헤비메탈이 하드락부터 스래시 메탈까지 이 시기에 동시에 받아들여졌다. 한편 윤명훈의 블루스, 레게와 보사노바 음악, 유앤미블루와 H20의 모던락, 동서남북과 최구희의 프로그레시브락도 있었다.


그리고 여전히 계속되는 이상한 음악들도.

신정숙은 김창완과 함께 꾸러기들을 했던 사람인데, 솔로 앨범은 박동률이 프로듀싱한다. 박동률은 70년대 한국적 포크를 고민하다, 80년대에는 엠비언트와 프록으로 넘어간 분이다.

그래서 신정숙의 앨범은 엠비언트 음향과 전자 비트 위에 판소리와 포크를 섞은 이상한 음반이 되었다.


(이런 이상함은 꽤 다양한데서 찾을 수 있다. 숙자매도 그렇고, 인희의 <다이너마이트 소녀>, 펄 시스터즈 배인숙의 솔로 앨범 등등. 70년대 하고 싶었던 음악을 못했던 사람들의 뒤늦은 몸부림.)


(5)


70년대 최고의 락 밴드로는 동방의 빛을 빼서는 안 된다 생각한다.

송창식의 새는, 이수만의 모든 것 끝난 뒤, 조영남의 물레방아 인생. 모두 끝내주는 트랙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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