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 Roman Candle
Artist : Elliott Smith
Released on 1994. 07. 14.
이 앨범은 엘리엇 스미스의 데뷔 앨범으로, 그의 후기작들과 비교하면 어설프며 아마추어리즘이 강하고, 후기작들의 색채가 섞여있는 듯한 음악을 보여준다. 물론 그의 디스코그래피 속 앨범 전체가 90~00년대를 대표하는 인디 포크 명반 반열에 올라 있듯, 이 앨범도 그렇다.
사실, 이 앨범은 원래 정규로 기획된 작품이 아닌, 그저 음반사에게 보낸 데모였다. 엘리엇은 히트마이저라는 펑크 록 밴드에 몸 담구고 있었는데, 당시 히트마이저의 매니저이자, 엘리엇의 여자친구였던 J. J. 곤슨의 집 지하실에서 데모의 녹음이 진행되었고, 이후 엘리엇은 여자친구의 부탁으로 데모를 음반사에 보내게 된다. 당시 미국의 음악계는 알다시피 너바나로 대표되는 그런지, 얼터너티브 록이 강세였고, 그러므로 엘리엇은 7인치 싱글 정도를 기대했으나, 예상 밖으로 음반사는 그 데모가 마음에 들었는지 앨범 발매를 요청했고, 엘리엇은 처음에는 고민했지만, 이후 그 제안을 승낙하고 그 데모를 첫 트랙의 이름을 따 'Roman Candle'이라는 이름을 붙혀, 자신의 정규 1집으로 발매하게 된다.
이 앨범은 엘리엇 하면 생각나는 쓸쓸하고 구슬픈 분위기의 앨범이다. 일단 로파이한 사운드를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데, 로파이하면 생각나는 따뜻한 음향과 분위기보다는, 스산하고 어둑어둑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으며, 중간중간에 삽입되는 여러 악기들은 음질이 뭉개져 기괴하게 들리기도 한다. 또 전체적으로 앨범 자체를 저음질로 만들어 그런가 귀가 불편할때가 있지만, 그 점을 최대한으로 사용해 노래 안에 감성과 애환을 꾹꾹 담아냈다. 비유하자면 장마철에 널어놓은 빨래같이 앨범 음향에 특유의 습기와 꿉꿉한 향이 배어있다. 다른 90년대의 명반들은 90년대 느낌 없이 세련되지만, 이 앨범은 흑백인 앨범 커버도 그렇고, 90년대의 분위기가 잘 느껴진다고 생각한다, 물론 칭찬이다. (근데 사실 본인은 90년대를 살아본 적이 없다.)
첫 트랙 'Roman Candle'으로 가보자. 이 곡의 분위기는 잔잔하고 따뜻하다기 보다는 얼어붙은 듯이 차갑고, 중간에 삽입되는 저음질의 기타가 기괴한 소음처럼 들리며 전체적으로 으스스한 분위기를 만든다. 엘리엇 특유의 맥아리 없는 보이스로 노래되는 우울한 멜로디와, 의미심장한 가사는 곡의 분위기를 어둡게 만든다.
이후 'No Name #1'에서는 애달프고 감성에 젖은듯한 분위기와 멜로디가 나오며 감정선을 고조시킨다. ‘No Name #2'에선 쓸쓸한 분위기를 띄며, 똑같이 구슬픈 관악기 멜로디를 구사해, 노래 자체에 애환과 구릿구릿함이 스며들었다, 칭찬이다. 이후 앨범은 'No Name #3', 'Drive All Over Town', 'No Name #4'로 이어지며 감정을 고조시킨다.
그리고 'Last Call'이 흘러나오며, 앨범의 흐름은 고점을 맞이한다. 전곡들의 비어있고 공허한 사운드와는 달리, 기타가 수많이, 그리고 다양하게 오버더빙 되며 슈게이징을 연상시킬 정도로 풍부하고 꽉 찬 사운드를 만들어내고, 그러한 기타 소리들과 또 다른 악기들이 한데 모여, 그동안 쌓아왔던 감정선을 터뜨리고 앨범의 클라이맥스를 연출해낸다.
그렇게 앨범이 하이라이트를 맞은 후, 나오는 간주곡인 'Kiwi Maddog 20/20'도 또한 전곡과 같이 여러 대로 오버더빙된 기타로 굉장히 풍부한 사운드를 구사하며, 전 곡보다는 살짝 낮지만 또 다른 고점에 도달하며 앨범의 마무리를 완벽하게 장식한다.
이리 갑작스레 이 고전을 리뷰한 이유는 이 앨범이 오늘로 30주년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 앨범은 정확히 90년대스러운 사운드를 구사하기 때문에 30주년이리해도 그리 놀랍진 않은 것 같다. 실제로 다른 명반이라 불리는 90년대의 앨범들과 비교하면 상당히 촌티나는 사운드를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러한 점이 오히려 시대상을 담아내어, 90년대 인디 포크의 고전 중 하나가 될 수 있었다고 본다. 특히 요즘과 같이 복고가 유행하는 시기에, 본인은 들어봐야 할, 조금 더 주목할만한 포크 앨범 중 하나로 이 앨범을 주저하지 않고 꼽을 것이다.
그리고 이 앨범을 시작으로 엘리엇 스미스 시리즈를 적어보겠습니다.. 사실 시간이 늦어 내일 적으려 했지만 삘받아서 그냥 오늘 올립니다. 개추는 힘이 됩니당 (:
엘리엇 스미스 시리즈! 우선 개추하고 기다리겠습니다.
희한하게 손이 자주 가는 앨범이었는데, 적어주신 것 처럼 90년대를 고스란히 담아낸 촌스러운 앨범이어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90년대에는 낭만이 있었죠.. 글 잘 읽었습니다!
오와 참 좋아하는 앨범인데.. 감사합니다..
닉넴부터 either/or이시네요 ㅋㅋ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