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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소년 - 난춘(亂春) (분석 + 리뷰 = 감상문)

title: CMIYGL코지보이2024.07.14 13:00조회 수 472추천수 4댓글 4

https://youtu.be/KsznX5j2oQ0?si=v8mElAScblhHnKS3

 

<들어가며>

 흔히 봄이라고 하면, 추운 겨울을 거쳐 도착하는 따뜻한 계절이라고 생각한다. 고사성어 중 ‘난춘지려(暖春之旅)’라는 말이 있다. “따뜻한 봄날의 여행”이라는 의미의 해당 고사와 그로부터 비롯된 ‘따뜻한 봄’이라는 의미의 ‘난춘(暖春)’은 봄 하면 흔히 떠올리는 ‘따뜻함과 새로운 시작’의 이미지를 상기시킨다. 그러나 새소년의 <난춘(亂春)>은 보다 넓은 시각으로 봄을,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暖(따뜻할 난)’에서 ‘亂(어지러울 난)’으로의 의미 변화로 ‘봄’ 안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보는 새소년의 감각과 그들을 향한 연대와 애정의 시선은 <난춘(亂春)>이라는 노래에 그대로 드러난다.

 

https://youtu.be/FbRXvQR-lPg?si=xEYRdtCyi1SbKdw1

 

<노래 분석>

 이 곡을 만들고 노래한 황소윤은 <난춘>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서 고요히 죽어간다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고 말한다. 언뜻 보면, 연인에 대한 사랑 노래처럼 보이는 <난춘(亂春)>은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는 뮤직비디오를 봤을 때 알 수 있듯, 단순한 연인 간 사랑을 넘어선 보다 큰 규모의 연대를 이야기한다.

 

그대 나의 작은 심장에 귀 기울일 때에

입을 꼭 맞추어 내 숨을 가져가도 돼요

…(중략)…

내가 너의 작은 심장에 귀 기울일 때에

입을 꼭 맞추어 어제에 도착했습니다

연인의 다정한 모습을 연상시키는, 해당 가사를 보고 어떤 이는 이 장면이 마치 ‘심폐소생술’을 하는 장면 같다고 표현하였다. 약간의 비약이 있지만, 위의 시각으로 <난춘(亂春)>을 바라보면, <난춘(亂春)> 속 메시지가 단순히 연인 간 사랑을 넘어, 우리 주변에 어려움에 처한 이들에 대한 위로에 메시지를 전해주는 것으로 확대하여 <난춘(亂春)>을 이해할 수 있다.

 

저무는 아침에 속삭이는 숨, 영롱한 달빛에 괴롭히는 꿈

네 눈을 닮은 사랑, 그 안에 지는 계절, 파도보다 더 거칠게 내리치는

우리는 ‘봄’이라고 하면 따뜻한 새 출발의 계절로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이러한 봄의 이미지에 가려져 있는 많은 고통 받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파도보다 더 거칠게 내리치는” 고통을 겪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서 고요히 죽어간다면”이라는 황소윤의 가정과 함께 이 대목은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고통받는 이들을 잘 묘사한다. 그리고 이는 ‘난춘(暖春)’ -> ‘난춘(亂春)’으로의 변주에서 알 수 있듯, 단순히 계절감을 넘어, 의식하지 않으면 우리가 지나칠 수 있는 수많은 고통 받는 이들에 대한 연민과 위로의 시선으로 확대된다. ‘난춘(亂春)’을 의식하지 않으면 우리는 모두 봄을 ‘난춘(暖春)’으로 의식하는 것처럼, <난춘(亂春)> 우리 주위에서 고요히 죽어가는 이들을 조명하고 그들에게 위로와 연대의 가능성을 제공한다.

 

https://youtu.be/bOEu6CpJjyg?si=ttbna2tQR66Uo_1V

 

오 그대여 부서지지마, 바람새는 창틀에 넌 추워지지마

이리와 나를 꼭 안자, 오늘을 살아내고 우리 내일로 가자

고통받는 이들에 대한 새소년의 대답은 따뜻하지만, 너무나 간절하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이를 발견한 ‘나’는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렇기에 <난춘(暖春)>이 애처롭게 들리기도 한다. 그 사람의 고통은 그 사람 스스로 이겨내야 하는 것이고, 내가 그 사람을 구원해줄 수는 없는 것이다. 새소년의 ‘부서지지마’, ‘나를 꼭 안자, 오늘을 살아내고 우리 내일로 가자’라는 대답은 노래 자체가 품고 있는 분위기와 함께 우리에게 더 먹먹한 감동을 전해준다. '춥다'라는 형용사 표현을 '추워지지마'라는 명령형으로 쓴 표현도 흥미롭다. 원래 국어 문법 상 '대상의 감정이나 상태'를 나타내는 형용사는 '명령이나 청유'로 표현할 수 없다. 타인의 감정을 나 스스로 정할 수 없다는 지점에서, 타당한 문법 사항이다. 내가 '행복해라' 라고 이야기한다고, 그 사람이 행복해지는 것은 아닌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국립 국어원에서는 이러한 형용사 표현에 대한 재미있는 해석을 제시한다.

'간절한 소망이나 희망을 표현하는 것으로써, 형용사의 명령형이나 청유형 표현이 가능하다.'라는 해석이었는데, 이에 따르면 결국, '추워지지마'라는 표현은 그 대상이 '춥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표현인 셈으로, 노래에 애처로움을 더해준다.

 

 노래에 담겨 있는 사랑과 연대의 메시지뿐만 아니라, 음악적으로 <난춘(暖春)>은 뛰어나다. 노래가 시작되자마자, 울리는 일렉 기타 소리가 만들어내는 도입부는, '어지로운 봄'이라는 제목처럼, 봄날에 꽃잎이 어지럽게 흩날리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며, 듣는 이를 압도한다. 이후 풍성했던 악기 소리가 멎어들고, 중성적인 황소윤의 보컬이 음악 위에 얹어진다. 처음에 기타 소리만 남아있던 음은, 점차 기타 음 위에 드럼 소리가 더해진다. 도입부에 화려했던 악기 연주에서, 황소윤의 보컬이 얹어진 후에는 각 악기 소리가 서로 조화를 이루며, 노래를 구성하는 점이 특징이다.

<총평>

 <난춘(暖春)>은 아름다운 악기 소리뿐만 아니라, 노래 안에 담긴 따뜻한 위로와 메시지로 듣는 이에게 많은 감동을 준다.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힘든 상황에 놓여 있는 사람을 바라보는 사람에 입장에서 전개된 노래로써, 그 자체로 숭고하고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노래이지만, 정작 힘겨움을 겪고 있는 사람의 입장은 노래에서 빠져있다는 아쉬움이 든다. (이러한 아쉬운 점은 다음 글에서 이야기할 '그냥노창- 없는 계절'에서 비어있는 '힘겨움에 처한 사람'의 입장이 더해진다.) 하지만, 타인에 대한 간절한 사랑의 태도가 잘 드러나는 아름다운 곡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난춘(暖春)>이라는 제목처럼, 모두가 따뜻할 것이라 생각한 '봄'에 새로운 감각을 불어넣고, 그로부터 시작하여 우리 주위에 소외된 이들에 대한 따뜻한 연민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할 수 있는 노래라고 생각된다.

 

난춘.jpg

 

원글: https://blog.naver.com/kszysaa/223512125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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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 1 7.14 14:04

    리뷰 잘 읽었습니다 ㅎㅎ

  • title: CMIYGL코지보이글쓴이
    7.14 14:26
    @둘인원수저

    아닙니다 ㅎㅎ 긴 글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 1 7.14 14:30

    정말 오랜만에 댓글 써보네요! 노래를 들으면서 느꼈던 모호했던 느낌이 이거였군요... 숨을 불어넣는듯한 리뷰네요~~~

  • title: CMIYGL코지보이글쓴이
    7.14 14:31
    @환장

    아유.. 과찬이십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ㅠㅠ 응원 글 덕분에 힘이나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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