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당신은 얼마나 관심 있는가. 필자는 늘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 공간 중 하나가 바로 언더그라운드이다. 그것이 국외이든 국내이든. 거꾸로 들리겠지만 어릴 때는 메인스트림만 듣고 자라왔다. 그것이 전부인 줄 알았으니까. 그렇게 이지리스닝에 익어온 귀는 처음에는 언더그라운드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 재미를 알아버렸다. 거꾸로 비슷비슷한 메인스트림과 달리 여기서는 나에게 더 넓은 세계를 가르쳐 준다. 세상에는 이런 음악도 있다고 들려주고, 나에게 정말 음악을 가르쳐주고 또 알려준다. 이 깊은 바다 속에 빠져서 기분 좋게 허우적거리고 있는 중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매력은 다양성이다. 엄청나게 많은 스타일의 음악이 공존하고 있으며, 나는 한입씩 맛 볼 수도 있고, 완전 달달한 것도 맛보고 바로 옆에서 완전 매운 것도 맛보는 그런 재미이다. 힙합이라는 음악이 얼마나 개방되어있는 음악인지 알 수 있고, 얼마나 다양해질 수 있는 음악인지도 느껴진다. 음악이 만들어지는 과정조차 신기하고 매력적인 것이 힙합 음악이다. 전혀 다른 엉뚱한 음악들이 힙합이라는 이름 아래 하나가 되고 하나의 소재로도 다양한 스타일이 나오는 법이다. 극단적이지만 예를 들어 같은 클래식 샘플이라고 해도 Jedi Mind Tricks의 음악과 Nas의 <I Can>은 완전 다르지 않은가. 또한 클래식과 일렉 음악이 공존할 수 있는 것이 힙합이다. Nujabes도, Far East Movement도 힙합이다. 물론 이렇게 광의적으로 말하다보면 한도 끝도 없지만. 이는 그만큼 힙합이 열려있다는 증거이다.
실험적인 음악이면 어떻고 인기가 많으면 어떤가. 10cm가 유명해졌다고 다시 외면하였나? 그런 태도는 격하게 반대한다. 과거 리스너들 중에서는 이 음악을 지나치게 고귀하게 여겨 이 음악을 듣지 않는 사람들을 배척하고자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 음악이 본인의 전유물인가? 음악이 세상 밖으로 나왔다는 것은 그 자체가 사람들에게 들리기 위해서이다. 당신의 아이돌은 당신만을 위해 음악을 만들지 않는다. 가리온의 앨범이 많이 팔리고 알려져야 가리온에게 좋은 것 아닌가? ‘넌 무식하게 그것도 모르냐’가 아니라 ‘이거 정말 좋아 한 번 들어봐’가 더 낫지 않을까.
Arrested development가 이번 섬머소닉에 참여한다는 얘기를 신이 나서 친구들에게 말한 적이 있다. 주위 몇 명이 이제 본인도 이야기에 끼고 싶어서 들었다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알지만) 갑자기 별로라고 단정해 버리는 것이었다. 어이가 없었다. 예전 재즈 칼럼니스트 남무성씨 글 중 어설프게 아는 것에 대한 경계가 있었는데, 비단 재즈뿐만이 아니다. 모든 음악이 그러한가보다. 힙합 역사 어느덧 30년이 지나간다. 상황이 이 쯤 되면 잠깐 나타났다 사라지기는커녕 재즈에 이어 학문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그만큼의 깊이와 분석을 바라는 건 아니지만 안다고 말하고 싶으면 정말 알아야 하지 않을까.
필자도 많이 아는 것도 아니고, 다 아는 것도 아니다. 단적인 예로 D.I.T.C.를 소재로 글을 쓰고 싶었는데 아는 바가 없어서 공부만 하다 끝났다. 아 노래 좋다 라고는 쓸 수 있어도 내가 Big L 외에 AG를 비롯한 다른 멤버들에 관해 쓸 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미국이라는 넓은 땅덩어리는 언더그라운드로 갈수록 로컬적인 성격도 진하고 그만큼 실험적인 성격도 진하다. 이 많은 것들을 어찌 소개해야할까 늘 고민만 하고 있다. 막상 펜을, 아니 키보드 앞에 손을 얹어놓기만 하고 운을 떼지를 못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 기쁨을 혼자 알기에는 너무 아깝다. 지금이야 유명해진 Cool Kids의 거친 질감, 한국에 왔던 Theophilus London의 독특한 매력, Evidence의 맛깔나는 랩핑, 그리고 Chali2na의 멋진 저음, 이런 것들을 다 들려주고 싶다는 것이다. 어디 이 뿐인가. 아직도 G-Funk를 하는 사람들, 추억의 이름 EPMD, 이런 것들이 사라지지 않고 끊임없이 회자되어 ‘아’ 외마디와 함께 다시 꺼내 들어보고 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필자는 크게 성공한 것이다.
웰컴 투 언더그라운드. 결코 이 곳은 복잡하거나 어렵고 난해한 곳이 아니다. 당신이 시원하다며 핥고 있던 빙산의 일각 밑에 있던 참 얼음이다. 온몸으로 끌어안아도 고목나무의 매미 모양이다. 언더그라운드 음악을 접하기를 망설이고 있던 분들에게 그냥 거침없이 들어보기를 권한다. 3~4분을 귀에다 주거나 그렇지 않는 것의 차이는 분명 작은 미동으로나마 영향을 주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게 무섭거나 두려울 것은 또 없지 않은가. 제 3자 입장에서 보았을 때 우리나라 언더그라운드는 미국과는 또 다른 오묘한 그 특징이 있지만, 어쨌든 필자는 당신이 언더그라운드의 음악을 듣는 것을 두 팔 벌려 환영하는 바이다.
와우.....퍼가요~♡ 더피 너이자식화이팅 ㅋㅋ
기대되내요. 언더그라운드. 언더그라운드가 토양을 이루어서 메인스트림도 발전하는거겠죠. 요즘은 그 간극이 더 줄어들었내요. DITC 는 투니컷님덕에(buckwild/Big l / lord finesse) 알게 되었는데.. 각 아티스트들에대해 좀더 접할 기회가 되겠내요.
어흑 참 좋은 글이고 '제 개인적인 취향'에서 더욱 매우 너무 고마운 글입니다.
(아 노파심에 밝히는 제 취향은 트렌드인 음악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언더그라운드 힙합 뮤직이라고 분류되는 음악을 2배 좋아하는 것입니다. 중요하지는 않지만요)
아닌게 아니라 '아... 나를 포함해서 주위 몇 사람만 알고 사람들이 많이 모르던 아티스트인데...너무 알려졌어'라는 마음으로 관심이 식는 경향. 저도 좀 그랬습니다만 점점 반성하는 쪽으로 생각을 바꿨습니다.
언더그라운드 정신! 이라는 것이 정확한 형태나 체감할 수 있는 형식으로 완벽하게 존재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역시 뭔가 '남다른 느낌, 헌신하는 느낌'을 주시는 좋은 아티스트님들이 계시죠.
뭔 말이 필요하겠습니다. 무한 Respect! 이 좋은 글도 Respect!
아름답습니다.
모든 말을 배제하고 주변 지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
'네가 믿는 실력자'들이 언더그라운드라는 공간에서는 너무 많아서 아마 너는 '아, 내가 알던 그놈은 이제실력자가 아닌건가 ' 라는 생각이 들고 말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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