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t In Peace, Gil Scott-Heron
그를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까. 시인? 뮤지션? 그렇다면 그의 장르는 뭐라고 해야할까? 소울? 재즈? 펑크? 아니면 혹자는 슬램의 원조라고도 표기하고 랩의 시초라고도 표기한다. 그의 방대한 결과물들을 이 한 장에 내가 감히 표현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사실 나도 기억이 잘 나지 않거나 미처 접해보지 못한 결과물들을 놓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글은 꼭 써야겠다. 그의 죽음이 조용히 넘어가는 것이 싫어서이다.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이니 큰 오해 없길 바라며, 지금부터 짧은 추모사를 쓰려고 한다.
그의 음악은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재가공되어 다시 등장한다. 어디 샘플링뿐이랴. 수많은 음악들의 영감의 원천이며, 음악을 위한 음악이기도 하다. 그의 음악은 스탕달의 것처럼 당대보다 후대에 알아주는 음악이고, 후대보다 역사가 인정해 줄 음악이다. 그의 거친 보컬은 기교를 탓하기에는 그 깊이가 뛰어나고 그의 랩은 조악하다고 하기에는 신선하다. 게다가 그것이 7,80년대의 결과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재즈에서 시작해 지금의 흑인음악으로 끝나는 그의 음악은 놀랍기만 하다. 그는 늘 신선한 사운드를 내세웠고, 대중에게 즐거움 이전에 충격을 주었다. 앞의 결과물들을 모두 들어볼 필요는 없다. 오히려 난해한 구석도 있고 쉽게 접하리라고 말 못하므로 굳이 추천하지는 않겠다. 오히려 그의 마지막 스튜디오 앨범 [I’m new here]을 추천한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당신에게 ‘뭔가’를 던져줄 것이다. 게다가 충분히 트렌디한 구석도 있다. 충격을 받지 못했다면, 둘 중 하나이다. 정말 무관심하거나, 이보다 더 난해한 음악을 즐기거나. 1949년생의 2010년의 결과물이라는 점을 감안해줬으면 좋겠다. 물론 음악 자체만으로 꿀린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Gil Scott-Heron - Me And The Devil
그의 삶 역시 투쟁이었다. 코카인으로 인한 전과, 후대에 에이즈 감염까지. 게다가 그의 스튜디오 앨범은 1970년부터 1982년까지 꾸준하다가 그 다음은 1994년, 2010년이다. 초반부 그의 음악 인생은 꾸준했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순탄치는 않았다. 하지만 그와 작업한 사람들은 다양하다. Dizzy Gillespie부터 Blackalicious까지. 게다가 그가 건드린 장르만 해도 다양하다. 아프리카의 음악부터 재즈, 힙합까지. 그는 흑인음악 전부를 아우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직접 참여하지 않았으면 어떤가. 지금도 그의 음악은 수많은 프로듀서들에 의해 샘플링되고 있다. 그는 6권의 책을 쓴 작가이기도 하다. 시인으로서, 작가로서의 면모까지 지는 그는 혁명적이다. 정치적인 이야기도 끊임없이 하였으며, 말 그대로 투쟁의 연속이었다.
가장 큰 점은 그의 보컬은 네오 소울에, 그의 랩은 힙합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비단 그것이 음악적으로 뿐만 아니라 그의 정신적으로도 영향을 준 것이다. 물론 그의 랩을 랩이라 하기에는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필자는 그의 랩을 랩이라고 자신할 수 있다. 우선 시를 읽은 것이고, 충분히 리듬감이 느껴지니까. 게다가 그의 메시지적 요소는 지금의 랩퍼들이 본받았으면 하는 점이다. 확실히 그러한 점들 때문인지 그는 Native Tongue 랩퍼들에게 귀감이 되었고, 그 뿐만 아니라 뉴욕과 LA에 있는 비트메이커들 모두에게 영감을 주었다. 최근 가장 큰 건 Kanye West의 작업이 아닌가 한다. 본인의 노래를 이용했던 Kanye West에 거꾸로 영감을 다시 받은 그는 자신의 앨범에 <Flashing Lights>를 샘플링하여 싣기도 하였다.
필자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그의 죽음을 함께 애도했으면 좋겠다. 혁명의 아이콘이 이렇게 쉽게 사라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음악적으로, 정치적으로, 온 몸으로 그리고 자신의 인생으로 투쟁했던 그의 ‘혁명’이 이렇게 조용히 묻히고 사라지지 않았으면 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리고 많은 뮤지션들이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그를 더 아껴줬으면 한다. Rest In Peace, 다시 한 번 고인이 편히 잠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마친다.
아..돌아가셨군여...저두 마지막 스튜디오 앨범 정말 좋게 들었었는데...
R.I.P
큰 어른이 가셨습니다. bluc님의 추모글에 경의를 표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런 분이었군요 사실 처음 들어봅니다. 글을 읽어보니 업적이나 영향이 대단하시네요.
그래도 어떤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신 건 아닌 것 같아서...다행입니다 RIP
이제서야 이글을 정독하게됬어요.. RIP ! 저는 그의 음악을 더 들어보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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