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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Jay-Z의 [MCHG], 더 맛있게 듣기

title: [회원구입불가]HiphopLE2013.07.16 07:58추천수 12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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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y-Z의 [MCHG], 더 맛있게 듣기

OST 작업을 비롯한 몇몇 음악 활동을 제외하면, 근 몇 년간 음악보다는 딸 블루 아이비(Blue Ivy Carter) 출산을 비롯해 부인 비욘세(Beyonce)와의 일화 및 사업과 관련된 뉴스에서 접하기가 더 쉬웠던 제이지(Jay-Z). 물론 칸예 웨스트(Kanye West)와 함께한 [Watch The Throne]으로 그의 목소리는 들을 수 있었지만 그것을 '제이지만의 색채'라고 평하기엔 아쉬운 점이 많았다. 그런 제이지가 약 4년 만에 정규 솔로 앨범을 들고 나왔다. 다소 갑작스레 발표된 감이 없잖아 있어 리스너 입장에서는 당황하기도 했지만, 어쨌거나 완성된 하나의 결과물을 들고 나왔고, 뉴스 헤드라인은 물론이요, 여기저기서 각종 평이 쏟아지고 있다. 아마도 제이지의 오랜 팬이라면 쉽게 느낄 수 있었을 텐데, [Magna Carta... Holy Grail]은 그의 전작들과 비교해 봤을 때 다소 복합적인 모양새를 띄고 있다. 좋게 말하면 살펴 봐야 할 흥미로운 요소들이 꽤나 많은 편이고, 나쁘게 말하면 명확하게 해석하기 어려운 부분이 존재한다는 얘기다. 음악에 대한 평을 바꿀만큼 중요한 정보들은 아닐 수 있지만 [MCHG]를 들으며 한 번쯤은 궁금해 봤을 법한, 알고 들으면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몇 가지 배경지식들을 정리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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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I.

 'Magna Carta… Holy Grail'이 무슨 뜻이야?

앨범 제목이 [Magna Carta… Holy Grail]이라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내가 뱉은 말은 'What the….'였다. [The Blueprint], [The Black Album], [American Gangster] 등, 그가 2000년 이후 내놓은 앨범의 제목은 모두 직관적이고 명쾌한 편이었다. 다시 말해 제목만 듣고도 앨범 분위기가 대략 어떤 느낌인지를 그려볼 수 있는 이름들이었는데, 이번 앨범은 그렇지가 않다.


Magna Carta?!
먼저 [Magna Carta… Holy Grail]의 의미를 정리하고 가 보자. 마그나 카르타(Magna Carta)는 1215년 영국에서 만들어진 한 문서의 이름으로, 우리나라에는 '대헌장(大憲章)'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당시 영국의 존(John Lackland) 왕은 전쟁 등으로 많은 영토를 잃은 상태에서 이를 복구하기 위해 일반 백성들을 비롯한 귀족들의 세금을 올리기 시작했고, 많은 이들의 반발을 무시하고 프랑스와 전쟁을 벌인다. 하지만 존 왕은 이 전쟁에서 또다시 패배했고 전쟁 자금 충당을 위해 한 번 더 조세를 올리려는 찰나, 참고있던 귀족, 성직자, 백성들이 폭발하고 만다. 퇴위를 해야 하는 상황까지 내몰린 왕은 '내쫓진 않을 테니, 대신 왕의 독단적인 권위를 분산시킬 수 있는 룰을 만들고 이를 문서로 남기자'라는 귀족들의 제안에 어쩔 수 없이 합의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완성된 '일종의 각서'가 바로 마그나 카르타다. 귀족들의 권리를 증진시키고, 이를 문서로 공식화시켰으며, 나아가 영국 의회의 초석이 되었기에 이 문서는 역사적으로 큰 의미를 가진 기록물로 남게 되었다.

Holy Grail?!
홀리 그레일(Holy Grail)은 문자 그대로 직역하면 '성배(聖杯)'라는 뜻을 담고 있는데, 종교계에서 상당히 고귀한 물건으로 통용되고 있으며, 주로 예수와 연관되기도 하지만 '목숨을 걸고서라도 찾아야 하는 목표'라는 의미로도 사용된다. 즉, 그만큼 가치가 있는 물건으로 여겨지며, 이 성배를 찾아 나서는 모험가들의 이야기 등은 서양 예술의 단골 소재가 된 지 오래다.


이처럼 본래의 뜻을 설명하는 것조차 그리 쉽지 않은 [Magna Carta… Holy Grail], 그렇다면 제이지는 도대체 어떤 의미에서 이 이름들을 가져다 쓴 것일까? 이에 대한 해석 역시 분분한데, '마그나 카르타(대헌장)라는 문서가 새로운 시대를 연 새로운 규칙을 의미하듯, 제이지도 이번 앨범을 통해 힙합씬에 새로운 시대를 열고 나아가 새로운 규칙을 세우겠다는 의미'가 가장 설득력이 있지 않나 싶다. (실제로 제이지는 앨범 발매 당시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트위터에 '#새로운 룰(#new rules)'이라는 말들을 남기기도 했다.) 뒤에 붙는 홀리 그레일(성배)은 이 앨범 자체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런 추론들을 가지고 앨범 제목 전체를 정의해 보면, '성배처럼 매우 가치 있는 이 앨범은, 마그나 카르타처럼 힙합씬에 새로운 규칙을 세울 것이다'라는 의미로 해석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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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II. 그럼 [Magna Carta… Holy Grail]의 앨범 커버는?

제이지의 솔로 앨범 커버 중에서 [The Blueprint 3]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자신의 얼굴이 나와있지 않은 커버가 바로 이 [MCHG]이다. 커버에 얼굴이 있느냐 여부에 큰 의미를 두려는 생각은 없으나, 그보다 [MCHG]의 커버 자체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직관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제이지는 지금의 커버를 공개하기 전에 'M, C, H, G' 이 네 알파벳을 적은 심플한 커버를 공개했고, 퀄리티가 떨어진다는 팬들의 불만이 폭주하자(이것이 주된 이유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새로운 커버를 공개했다.


조각상과 대헌장과 대성당과...?
커버에 그려진 두 개의 조각상은 16세기 예술가인 바티스타 로렌지(Battista di Domenico Lorezi)가 만든 "Alpheus and Arethusa"라는 작품으로, 그리스 신화의 알페이오스(강의 신)와 아레투사(숲의 요정)를 묘사한 것이라고 한다. 이 아트워크는 Chapter 1.에서 설명한 대헌장을 보관하고 있는 솔즈베리 대성당(Salisbury Cathedral)에서 실제 대헌장 바로 옆에 놓이는 형태로 최초로 공개되었고, 솔즈베리 대성당에 실제 마그나 카르타와 함께 7월까지 전시될 예정이라고 한다. 솔즈베리 대성당에서는 이커버에 대한 분석도 내놓고 있다.

"오래된 문서인 마그나 카르타처럼 클래식한 이미지를 지닌 이 커버 아트는, '(어떠한 기존의 사상에) 반대하는 사상들이 뭉칠 때, 비로소 아름다움이 탄생한다’는 믿음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한 남자와 한 여성이 가장 근본적인 레벨로 결합했을 때, 그들은 생명을 탄생시킵니다."

- 솔즈베리 대성당의 설명



소개 자체는 이해하기 어렵지 않지만 이 커버에 담긴 의미와 [Magna Carta… Holy Grail]의 관계에 대해서는 또 한 번 머리를 굴려야한다. 크게 두 가지 설이 있는데, 하나는 마그나 카르타가 가지고 있는 본래의 의미, 즉 '반대하는 사상들이 뭉쳐 새로운 규칙을 만든다'라는 비교적 정석적인 해석이 있는가하면, '커버에 있는 남자는 제이지 본인이고 여자는 비욘세를 뜻하며 그렇게 해서 나온 이번 앨범은 그 부부의 딸 블루 아이비 카터를 의미한다'라는 해석도 있다. (힙합엘이 스탭 KanchO는 앨범 커버에 나온 남녀의 '자세'를 근거로 후자의 해석을 강력히 지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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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III. 제이지 x 삼성 프로모션

이번 [MCHG]는 파격적인 프로모션으로도 화제가 되었다. 지난 6월, 제이지는 삼성과 한화 약 224억 원 규모의 계약을 맺었는데, 제이지의 레이블 락 네이션(Roc Nation)에 소속된 뮤지션들의 음악을 삼성의 스마트폰으로 홍보(스트리밍)한다는 것이 이 계약의 골자였다. 그리고 이 프로모션의 첫 번째 타자로 제이지가 나선 것. 결과는 어땠을까? 몇 가지 흥미로운 일들이 벌어졌다.


A) 신선하고 창의적인 마케팅 vs. 시장의 질서를 망가뜨리는 악질 마케팅
삼성은 앨범의 발매일보다 앞서 자사의 스마트폰을 통해 스트리밍되는 것을 조건으로 제이지의 신보 백만 장을 선구매했다.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마케팅 전략에 감탄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돈으로 처바른 악질 마케팅이라며 격하게 분노하는 이들도 있었다.


B) RIAA, 골드/플래티넘 인증 룰(rule)을 바꾸다
기존의 미국 레코드 협회(이하 RIAA)의 룰에 따르면, 싱글이나 앨범이 발매된 이후 30일이 지나고 나서의 기록을 가지고 골드/플래티넘 인증을 하는데, 그렇게 될 경우 이번 제이지의 앨범은 백만 장을 미리 팔고도 플래티넘 인증을 받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RIAA 측에서는 제이지x삼성의 신선한 마케팅에 충격을 받았고, 디지털 음반 산업의 진화에 맞춰서 골드/플래티넘 인증 방식을 바꾸겠다고 선언한다. 새로운 마케팅과 바뀌어진 룰, 그 결과 [MCHG]는 '발매되자마자 플래티넘 인증'이라는 영광을 누리게 된다.


C) 삼성이 가져간 이득?
어디까지나 필자의 추측이지만, 이번 제이지와의 프로모션은 삼성이 실질적으로 스마트폰과 앱 자체를 홍보하고 직접적 이득을 취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우리 삼성은 이렇게 신선한 마케팅을 선보이는 기업이다'라는 이미지를 어필하기 위해서 한 것이 아닐까 싶다. 어떤 이유였든 이 마케팅은 전 세계적으로 굉장한 이슈가 되었고 자연스럽게 성공한 마케팅으로 기록될 뻔했으나… 안타깝게도 발매 당일 앱이 멈춰버리는 최악의 오류로 인해 그 효과가 반감되어버리는 일이 일어났다. 심지어 제이지 본인도 스마트폰으로 발매를 기다리다가 앱이 멈춰버린 것을 보고 당황했다는 후문이 있을 정도...


D) 흥미롭네, 그래서 결론은?
일단 정규 앨범을 발매하면서 이런 거액의 계약과 마케팅을 시도한다는 자체는 '비즈니스맨 제이지'였기에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음악이 평가절하된다는 이유로, 또는 음악이 아닌 분야에서의 새로운 시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일반적인 아티스트라면 아마도 이런 제안을 거절했을 가능성이 크다. 또 하나 생각해 봐야 할 것은, RIAA는 미국의 여러 협회 중에서도 보수적인 성격이 강한 편인데, 그럼에도 단 한 번의 마케팅, 단 한 명의 아티스트 때문에 룰 자체를 변경해 버린 것은 정말 이례적인 일이라는 점이다.


이 프로모션을 통한 이해득실은 추후 천천히 계산해 봐야 알겠지만, 확실한 것은 역사를 돌이켜 봐도 이런 시도를 했던 아티스트는 극히 소수에 지나지 않으며, 현재 시점에서 제이지라는 아티스트는 이 프로모션에 여러모로 가장 잘 어울리는 캐릭터가 아니었나 싶다. 너무 복잡하게 돌려 말한 것 같다. 이렇게 요약해 볼란다. '이 모든 것은 제이지니까 가능했던 일'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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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IV. KANYE WEST wasn't there but TIMBALAND! 

A) 칸예가 없다
'칸예가 없다'라는 이 짧은 문장은 생각하기에 따라 다양한 의문을 내포한다. 바로 얼마 전 발매된 칸예의 [Yeezus]에는 제이지가 없고, 제이지의 [MCHG]에는 칸예가 없다. 2001년 제이지의 [The Blueprint] 시절부터 멘토와 멘티로, 랩퍼와 프로듀서로, 인간적으로도 형제 이상의 관계를 이어오며 거의 모든 작업물에 서로의 흔적을 남겨오던 이 둘이, 2013년 들어 보란듯이 그 흔적들을 지웠다. 더군다나 비교적 최근까지 [Watch The Throne] 무대를 통해 환상적인 호흡을 보여왔던 커플이었기에 그들의 관계에 대한 루머와 추측은 끊이지 않고 있다. 그것들 중 가장 일반적인 이야기는 바로 이들 사이의 불화다. [Watch The Throne] 작업 당시 심각한 논쟁을 벌인 적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고, 발매 직후 투어를 다니면서 '무대 자체의 퀄리티를 유독 중요시한 칸예'와 '퀄리티도 중요하지만 이해타산도 필요하다고 주장한 제이지' 사이의 마찰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어찌 보면 이 정도는 대화를 통해 충분히 안고 갈 수 있는 비교적 사소한 문제들일 수도 있겠지만, 아티스트로서 그리고 사업가로서 어떠한 일을 진행하는 데 있어 꽤나 껄끄러운 마찰로 번졌을 가능성이 크다. 다시 말해 음악적으로는 통해도 인간적으로는 서로 좀 지친 느낌이랄까. 하지만 제이지는 얼마 전 인터뷰를 통해 가볍게나마 [Watch The Throne 2] 계획을 언급했고, 칸예 웨스트 또한 저스틴 팀버레이크(Justin Timberlake)를 디스하던 중에도 제이지에 대한 존중을 잊지 않았다. 특별히 드러난 충돌은 없다는 이야기다. 어찌 됐건 만약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다면, 칸예와 제이지의 평소 성격과 음악 스타일로 비추어보건데, 듀엣 앨범이든 다른 앨범이든 '어떤 곡의 가사'를 통해 본인들 스스로가 그것을 적나라하게 공개하지 않을까 싶다.


B) 팀버랜드가 돌아왔다
[MCHG]의 총 16곡 중 무려 11곡에 참여한 프로듀서 팀버랜드(Timbaland), 그의 컴백은 다양한 이슈를 낳았는데, 주로 90년대 말 ~ 2000년대 말, 전성기를 달렸던 이 '환상의 짝꿍'의 재결합을 반기는 팬들이 대다수였다. 그렇다면 지난 몇 년간 이들이 함께하지 않은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까? 이에 대해서는 사람들 사이에 떠도는 꽤 유치한 루머가 하나 있다. 얼마 전에 있었던 팀버랜드의 인터뷰에 따르면, 이 둘은 서로의 생일마다 선물을 보내고 챙겨주곤 했었는데, 팀버랜드가 언젠가 한 번 제이지의 생일을 깜박하고 그냥 넘겨버리는 바람에 그 이후로 서로 연락을 하지 않았고, 그것이 그 이후 몇 년 동안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 루머 외에 알려지지 않은 불화가 있었다는 얘기도 있다. 이런 사건들과 더불어 그동안 제이지가 앨범 등 정규 프로젝트를 진행하지 않았기에 팀버랜드와 이렇다 할 만한 교류가 없었고, 그래서 자연스레 서로 소원해진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 같은 사람들도 살다보면 수도 없이 겪는 일 아닌가. 어쨌든 시간은 흘러흘러 바로 올해 초, 팀버랜드가 제이지의 락 네이션과 계약을 하고 왠지 어딘가 어색한... 듯 보이지만 스튜디오에서 함께 찍은 행복해 보이는(?) 사진을 포스팅했다. 사실 팀버랜드와 제이지 사이에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렇게 궁금하진 않다. [MCHG]를 통해 '이들의 시너지가 여전히 유효한지'를 귀로 확인하는 작업만 해도 충분히 즐겁고 벅찬 일이 될 테니까.



이외에도 수록곡 "BBC" 마지막쯤에 등장하는 한국말('백만장자'가 틀린 단어라는 주장이 있지만, 착오가 있었다 하더라도 한국에서 흔히 통용되는 '백만장자'는 구체적인 액수보다는 '부자'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그다지 문제가 될 것은 없다고 본다), "Picasso Baby"나 "Tom Ford"에 등장하는 고유 명사(?)들에 대한 이야기, "Crown"에 참여한 16세 프로듀서 원다걸(WondaGurl) 등 화제가 되었고, 다뤄 볼 만한 소재들이 꽤 많은 편이다. (뉴스 참조)

이 글은 [MCHG]를 감상하는 데 있어 소소한 재미와 정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준비했다. 중간중간 개인적인 추측과 생각이 섞여있지만, 가급적 음악 자체에 대한 이야기나 평가는 배제 했으니 혹시 여러분이 미처 몰랐던 사실이 있다면 다시 한 번 숙지하고 들어보길 권한다. 그리고 나서 궁금한 것이 또 생긴다면 힙합엘이라는 곳을 찾아가보자... 듣는 입장에서 음악적 호불호는 갈릴 수 있지만 [Magna Carta… Holy Grail]은 적어도 지금까지 제이지의 커리어 중 가장 흥미로운 요소가 많이 담긴 앨범임은 확실하다.




글 | heman, Nate Dogg
편집 | soulitu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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