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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Daft Punk - Random Access Memories

title: [회원구입불가]soulitude2013.07.10 00:20추천수 11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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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ft Punk - Random Access Memories

01. Give Life Back To Music
02. The Game Of Love
03. Giorgio By Moroder 
04. Within
05. Instant Crush
06. Lose Yourself To Dance
07. Touch
08. Get Lucky
09. Beyond
10. Motherboard
11. Fragments Of Time
12. Doin’ It Right
13. Contact


“결국에는 음악은 가사지 싶어...”

나에게 음악적으로 많은 깨달음과 영감을 주셨던, 예전에 알고 지내던 한 형의 말이다. 역설적이지 않나? ‘음악이 결국에 가사’라는 게. ‘음악이 사운드지 무슨 가사야!’ 하며 가사의 소중함을 전혀 무시하고 음악을 들은 지 15년 이상은 된 것 같다. 근데 요 몇 년간 리뷰 쓸 일이 많아져서 앨범을 들을 때 ‘노랫말’에 관심을 가지고 들어봤더니 내가 지난 15년 동안 들은 음악들은 모두 반쪽만 들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가사라는 건 결국 그 앨범을 만든 아티스트가 표현하고픈 ‘말’이기 때문에 절대로 무시해서는 안 된다. 우리 모두 가사를 꼭 신경 써서 듣자. 특히 다프트 펑크(Daft Punk)의 화제의 이번 앨범 만큼은.

90년대 중후반 미국 음악 씬에는 유난히 ‘4인방’들을 많이 강조했는데, 전혀 다른 음악들을 하고 있는데 단지 시애틀 출신이라는 공통점 때문에 너바나(Nirvana) - 앨리스 인 체인스(Alice In Chains) - 펄 잼(Pearl Jam) - 사운드가든(Soundgarden)을 ‘그런지 얼터너티브 4인방’이라고 묶어버려서 무지한 대중들로 하여금 ‘아, 이 사람들 하는 음악을 그런지 얼터너티브라고 하는구나… 그런지.. 얼터너티브.. 외워야지.. 그런지...’ 이렇게 만들어 버리더니, 역시나 전혀 다른 음악들을 하는 프로디지(The Prodigy) - 케미칼 브라더스(The Chemical Brothers) - 다프트 펑크 - 언더월드(Underworld)를 ‘일렉트로니카 4인방’으로 무슨 ‘이 가격 – 이 구성 - 오늘이 - 마지막’ 홈쇼핑 세트 패키지도 아니고 한데 묶어 버려, 역시나 또 무지한 대중들로 하여금 ‘아.. 이런 게 일렉트로니카구나.. 외워야지.. 일렉트..로..니..카…’ 이렇게 만들어 버렸다. (미국 평론가들의 용어 붙이기는 가끔씩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다. 솔직히 일렉트로니카, EDM 이런 용어 죄다 미국 평론가들이 만든 용어다. 장르적 전통성을 봤을 때, 그냥 ‘댄스 뮤직’이 제일 적합한 표현이고, 아니면 각 서브 장르로 부르는 게 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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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프로디지 - 케미칼 브라더스 - 다프트 펑크 - 언더월드'

그렇지만 빅 비트 계열 음악에 좀 더 펑크(punk) 스피릿을 보여준 프로디지나 좀 더 학구적이었던 케미칼 브라더스, 그리고 퓨어한 테크노에 가까웠던 언더월드에 비해 다프트 펑크는 등장부터 초신선함의 극치였다. 이들의 데뷔 앨범 [Homework]는 그전까지 아무도 생각조차 못했던 ‘디스코 리바이벌’이란 걸 보여줬고, 거기에 이따금씩 노이즈 양념을 가미시켜 당시 음악 팬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안겨주었다. (아직도 PC 통신 하이텔 채팅방에서 ‘[Homework]야말로 21세기의 음악이다!’라며 열변을 토하던 어떤 회원님이 떠오른다.) 이후 소포모어 앨범 [Discovery]가 데뷔작을 뛰어넘으며 초초초대박을 기록했고 그 명성과 함께 아직까지도 댄스뮤직 씬의 ‘레전드인 동시에 아이콘’으로 군림하고 있다. 

이번 앨범에 그만 별 다섯 개 만점을 줘 버리는 우를 범했는데, ‘아니, 그럼 절대 명반인 [Discovery]는 어쩔 건데요?’라고 물어보면 개인적으로는 [Discovery]는 4개 반 정도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도대체 왜 그러냐고 따진다면 자신 있게 대답할 것이 [Discovery]는 듣고 안 울었지만 이번 앨범은 듣고 울어버렸기 때문이다. (꼭 운다는 게 물리적 눈물 흘림을 이야기하는 건 아니다.) 

앞에서 가사 얘기 했는데 댄스 뮤직 아티스트가 가사 위주의 곡 전개를 한다는 것 자체도 일단 굉장히 신선하다. 그러다 보니 밑도 끝도 없이 갑자기 ‘발라드’가 나와버려서 처음 듣다 보면 ‘웬 삽질 트랙?’ 이렇게 느껴질 수도 있는 곡들이 중간중간에 있는데, 애당초 본 앨범이 춤을 추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기 보다는 상당한 ‘감수성’ 컨셉트로 만들어지다 보니 그렇게 된 거다. 앨범을 듣다 보면 시종일관 ‘무언가를 굉장히 간절하게 그리워하는’ 정서를 느낄 수 있는데, 앨범 사전 인터뷰들을 봐도 그렇고 천편일률적인 댄스뮤직 씬에 대한 회의감에서 일단 출발했다고 봄직하다. 몇 년 전부터 댄스뮤직 씬에서 암암리에 통용되던 말이 ‘디제이만 있고 뮤지션이 없다’라는 거였는데, 이 씬에 오랫동안 애정을 가지고 봐 왔으면 알겠지만, 정확히 2000년대 들어서면서 맹목적인 프로그레시브한 느낌의 비트들 (트랜스, 프로그레시브 하우스 등)이 기존의 하우스나 거라지(garage) 같은 소울풀한 비트들을 재치고 인기를 얻기 시작했고, 결국 2010년대 들어서면서 어떤 관점에서 보면 굉장히 경박한 막장의 극치처럼 느껴지는 ‘일렉트로 하우스’ (박명수의 ‘강북멋쟁이’나 싸이의 ‘젠틀맨’ 류)가 씬의 메인 급으로 등장을 해버리니.. 이 씬을 거의 시작부터 봐 왔던 다프트 펑크 입장에서는 “Within”에서의 가사처럼 “여러 문들이 있지만 다 똑같고, 그 속에서 내가 뭘 해야 되는지, 이젠 우리 이름도 까먹어버리는” 허탈감을 느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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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조르조 모로더(Giorgio Moroder) / 우: 나일 로저스(Nile Rogers)

결국 앨범 전체를 통해 그들이 그토록 그리워하고 아쉬워하고, 막 가슴 저미게 사무쳐 하는 그 대상은 (물론 연인일 수도 있겠으나) 그들이 가장 좋아하던, ‘옛 댄스뮤직’이라고 가정을 해봤을 때, 결국 그들은 완전히 미친 시도를 해버리는데, ‘시퀀싱을 하지 않은 댄스 뮤직’이라는 역사상 최고의 실험이 바로 그것이다. 그들이 누군가? 다프트 펑크. 다프트 펑크 하면? 디스코 리바이벌. 그런데 이들이 이번 앨범에서 시도한 것은 ‘디스코 리바이벌’에서 ‘리바이벌’ 자를 빼 버리고 그냥 ‘디스코’를 실제로 만들어버린 거다. 미친 거다 이건. 악기도 옛 신디사이저를 힘들게 구해 그대로 사용하지 않았다던가? 그뿐만 아니다. 아예 그냥 그때의 뮤지션을 직접 불러다가 같이 연주를 해 버렸다는 건데, 힙합으로 치면 우탱(Wu-Tang)을 너무나도 동경하는 한 힙합 꼬마가 더 이상 못 참고 새 앨범에 르자(RZA)를 그냥 불러 프로듀스를 맡겨버린 꼴이랄까? 디스코의 역사에서 대중들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심어준 두 뮤지션, 쉭(Chic)의 나일 로저스(Nile Rogers)와 ‘디스코의 대부’ 조르조 모로더(Giorgio Moroder)의 참여가 그것이다. 쉭의 앨범들에서 듣던 그 찰랑거리는 훵키한 기타 소리와 도나 서머(Donna Summer)의 노래들에서 들리던 그 좡좡좡-좌장거리는 전자 그루브를 샘플링이 아니라 ‘직접’ 들을 수 있도록 만든 이 시도는, 이건.. 이건.. 미친 거다. 

이 앨범의 가장 극적인 순간은 중간부에 위치한 “Touch”와 엔딩곡 “Contact”라고 할 수 있겠는데, 이 두 곡을 듣다 보면 ‘시공을 초월한 어떤 간절함(마치 워쇼스키 남매의 최근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의 테마와도 비슷한)이 있고, 그것을 실제로 죽음을 각오하고 붙잡으려 하는 마지막 시도, 그리고 찬란한 종말적 죽음’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Contact” 들어보신 분들 아시겠지만, 막판에 노이즈 피치를 점진적으로 거의 극한까지 끌어올리다가 순간 펑.. 하고 기계가 멈춰버리는 장면은, 마치 멀리 외계 행성에서 살던 두 로봇이 너무나 인간이 그리워서 지구로 날아오다가 우주선 장치에 이상이 생겨 곤두박질치게 되는데 그 죽음을 앞에 둔 상황에서, 끝까지 그 ‘간절함’을 붙잡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사투를 벌이다가 결국 죽음을 맞게 되는 듯한… 그 앨범 전체를 관통한 잔잔한 ‘그리움’을 울부짖으며 토해버리는 이 마지막 엔딩 장면은 이 앨범이 왜 그토록 명반인지를 입증하는 증거다. 

끝내자. 우리들은 모두 로봇이 되고 싶어하는 인간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다프트 펑크는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로봇이다.  



(오피셜 비디오는 아니지만, 이 곡에 이보다 더 완벽한 비디오는 없을 것 같습니다.)

<param name="movie" value="//www.youtube.com/v/FbCTG0-PkRA?version=3&amp;hl=ko_KR&amp;rel=0"/>
♪ Daft Punk - Contact


글│tunikut
편집│soulitu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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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8
  • 7.10 02:11
    Swagg
  • 7.10 02:16
    사랑합니다
  • 만점이네요 ㅋㅋ
    맨 초음 들었을때 뭐 이딴애가 다 있냐 거리면서 10초듣고 껐는데 엘이에 겟럭키 자막 뮤비 올라오고나서 들으니까 미쳤더군요...
  • 7.10 11:28
    어쩜 내가 느꼈던 형용할수 없는 감정들을
    이렇게 명확하게 써놓아 주셨을까..
  • 7.10 12:17
    저도 리뷰를 읽다가 왈칵 울어버렸네요. (실제로 울었다는 말은 아닙니다.)
  • 7.10 13:25
    눈물이 나오는 리뷰입니다 (꼭 운다는게 물리적 눈물흘림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 7.10 16:14
    내 이름은 지오바니 죠죠. 모두 나를 죠죠라고 부르지 훗ㅋ
  • 7.18 21:03
    @Madeous
    든띤드띠딘뜨리드든띠딘 든띤든띠딘뜨리드든띠딘
  • 7.11 02:59
    올해 최고의 앨범
  • 7.12 20:14
    아... 정말 너무 좋습니다. 원래 일렉류 음악 안좋아해서 Discovery도 별로였거든요. 근데 이번꺼는 진짜 진국입니다.
  • 7.12 23:07
    Doin’ It Right에서 Kavinsky를 느꼈습니다.
    기계음으로 이렇게 멋진음악을 만든 다펑이 훌륭합니다.
  • 7.13 01:17
    정말 잘쓰셨네요 잘읽고갑니다
  • 7.14 16:38
    로봇이 되고 싶은 인간 , 인간이되고 싶은 로봇이라니!!
    잘읽고갑니다
  • 7.16 12:51
    와~ 정말 좋은 리뷰 임다 헤헷 다프트펑크 이번 앨범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그 영접을 한다 라는 개념으로 그 동안 나왔던 디스코그래피를 들으면서 예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생각인데, " 아 이 형들은 뭐랄까 좀 감성적인 뭔가가 있다" 였고 로봇이 인간처럼 행동하고 느끼는 그런 같은 감정들을 느꼇는데 이번 앨범에서 폭발하는 것 같았습니다. 디스커버리에서 나온 앨범의 느낌은 "우리 별에서는 이런 음악을 하고 있는데 너도 한번 들어볼래? 신기할꺼야" 였고 지금은 "아 우리가 지구에 있어보니까 지구의 음악이 너무 좋아, 나도 인간이고 싶어' 이런 감정들까지 보입니다. 뮤직비디오를 보신분은 아시겟지만 두 로봇이 인간이 되고 싶어 인간으로 변장을 하지만 그 별에서는 저것은 뭐지? 하면서 무시하게되고 그러면서 이 두 로봇은 떠나게 되고 둘이 안타깝게도 자폭하는 그런 장면도 나오는데, 조금 씁쓸한 감정까지 오더라구요. 이 앨범이 나오는 타이밍에 메이져 레이져 앨범도 고 쯤 나오는 걸로 알고 있는데 같이 들어보니 뭔가 우리는 음악이란 도대체 뭘 의미하는걸까? 이런 것 까지 생각이 났었습니다 ㅠ 뭐 어쨋든 저도 엄청 들었고 지금도 들었고 ㅋ 올해 최고의 앨범이지 않나 싶어요 헤헷
  • 9.17 17:51
    @Youngswings

    말씀하신 영화 Eletroma(2006)

    http://www.youtube.com/watch?v=1WgIRXm19pY



    디스커버리 얘기에 바로 뒤이어 언급하셔서 헷갈리는 분이 있으실 듯 하여..


    덧붙여 디스커버리 앨범과 관련된 비디오는 Interstella 5555 (2003)

    http://www.youtube.com/watch?v=k8PrIzCX5mI

  • 9.21 23:53
    역시 대단합니다 -_-v
  • 11.8 11:31

    감성의 일렉트로니카!

  • 2.11 23:01
    아.... 그래서 .... 제가 가졌던 의문점을 딱 풀어주셨네... 감성 일렉트로니까!!그래서 중간에 왠 삽질트랙? 이라 느꼈던게 어쩌면 당연할수도 있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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