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시간이다. 레이저 수술 “Laser Surgery”
이봐, 이것부터 잘라내. 아니, 그거 말고 [Food & Liquor]이랑 [The Cool]부터 잘라내란 말야. 응. 그래 그거. 그리고 여기 ‘애틀란틱 레코드’ 이 부분도 없애고, 이게 우선이야. 그냥 이대로 두고 싶어? 쯧쯧, 이 환자 너무 오래 앓았구만. 무려 4년이야. 4년. 아니, 무슨 일이 있었길래 4년동안 병원 한번 가질 않은거지? 뭐 하긴 요즘엔 이런데 오면 여기저기 소문 다 나니까..”
좀 오글거리는 상황 설정이였지만, 아무튼 이것이 루페(Lupe)의 3집 [Lasers]에 대한 내 솔직한 감상이다.
시간낭비 하지 말자. 우리가 [Lasers]에 실망한 이유는 루페의 전작들 때문이다. 명반, 혹은 준명반 급 취급을 받는, 상업성과 음악성을 적절히 배합한 1, 2집. 그런 루페에게 기대한 3집은 그 1, 2집에 약간의 변화나 소량의 조미료가 쳐진 '루페스러운 음악'을 기대했을 거니까.
전작과 기나긴 텀이나 회사와의 진흙탕 싸움 때문에 실망하는 건 리스너가 가져야할 올바른 태도는 아닌 것 같다.(내 생각이다) 물론 나 역시 평소 루페에 관한 것이라면, 음악 뿐만 아니라 사적인 일들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은 사람 중 하나지만, 결과물에 그런 태도를 연결짓는 걸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 근데 공급자고 수요자고 간에 전부 인간이니까 어쩔 수 없는 거겠지.
문제는 그놈에 애틀란틱 레코드에 있다. [Lasers]에는 비오비(B.o.B)의 성공이 단적으로 투영되어 있다. 두 앨범에 삽입돼있는 알렉스 다 키드(Alex da Kid)의 비트를 살펴보면 무슨 말인지 '아하' 할 거다. 그외에도 <Paris, Tokyo>, <Hip Hop Saved My Life>, <Kick, Push>, <Daydreamin> 에서 느낄 수 있었던 '깊은 감칠 맛'이 사라졌다. 어떤 맥락에서는 이것을 '소울'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는데, [Lasers]에서는 이 '소울' 대신 귀에 착 감기는 멜로디와 락-코드를 아주 노골적으로 차용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랩과 프로덕션을 분리해서 분석해봤을 때 나오는 극히 부정적인 계산일 뿐이지, 막상 CD 꽂고 누워서 감상해보면 내 말처럼 심각한 상태는 아니니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 글은 리뷰가 아니므로 일일히 트랙 명을 언급하진 않겠지만 매력적인 가사와 스킬로 '주객전도'를 면할수 있었기에, 이 앨범은 여전히 ‘수작 리스트’에 오를만한 가치를 지녔다.
근데 루페 이 형도 장난이 아니다. 가는 곳마다 애틀란틱 레코드를 비난하지만 가만히 따져보면 정작 애틀란틱을 나오거나 나오겠다며 발버둥 친적이 없다. 계약금 문제? 앨범으로 돈 벌 생각도 없고 음악하면서 돈은 중요치 않다고 말한 사람이 바로 루페다. 몇 년 간 앨범이 나오진 않았지만 투어 몇 번만 돌아도 통장 잔고를 보며 흡족해 할 수 있는 A급 아티스트 중 하나가 바로 루페다. 그냥 다 때려치고 나오면 끝인데 계속 쿡쿡 찌르기만 한다. [Lasers] 발매 이후 루페의 거의 모든 인터뷰를 다 살펴본 사람으로서 느끼는 건데, 약간 짜고 치는 고스톱 냄새도.. 킁킁.
아무튼, 루페에 대한 애정에서 한발짝 물러나 조금 냉정하게 살펴보면 '이번 앨범이 이 모양인건, 회사 때문이다. 근데 좋게 들은 부분이 있으면 그건 내 덕이다'. 다시 말해, 영 맘에 내켜 하지 않는 제스처를 취하면서도 '나도 이런 거 잘할 수 있거든?' 이런 모양새랄까. 뮤지션으로서 이보다 부담없는 상황은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그냥 ‘루페 광팬’으로서 넋두리 아닌 넋두리였고 중요한 건 앞으로다. 이제 루페가 두번 다시는 하지 않을 것 같은 ‘이런 음반’도 내봤고 회사 쪽도 확실히 건드려놨다. 팬들도 적당히 자극시켜놨고 자본금(?)도 어느 정도 챙겼다. 올해 안에 [Lupe Fiasco's Food & Liquor II: The Great American Rap Album]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 상황을 종합해봐도 그렇고 앨범명을 봐도 그렇고 ‘회귀’를 준비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을 수 있다. 또 하나의 포인트는 타이틀 옆에 붙은 부제다. 베스트 앨범도 아닌데 ‘The Great Rap Album’ 이라니.
송지효를 제치고 지난 약 1년간 내 컴퓨터 바탕화면을 차지하고 있는 루페. 난 루페 빠돌이 맞다. 작년 낙산 페스티벌에 가지 못한 걸 천추의 한으로 삼고 있을 정도니까. 근데 계속 애정만 보내다가는 왠지 나 혼자 지칠 것 같아 비판 좀 해봤다. 어차피 다들 기다릴거잖아!..요. ‘The Coolest’!
제 아이디 처럼 저도 루페 광팬인데! 운영자님 만큼은 아닌듯 하지만...ㅋㅋ
그래도 전 지금도 정말 즐겨듣고 있어요 비트가 어쨋튼간에 루페니까 이정도하는거다
이런 생각?? 특히 말씀하신 것처럼 올 해 나올 앨범이 정말 기대됩니다
루페!!
저는 낙산간뒤로 루페를 그냥선호하는아티스트에서광빠돌이로 만들엇음....
진짜 몇천배됫엇을거에요 가셧다면...ㅠㅠ
전 낙산도 오로지 루페때문에 간거였어요. 원래 광팬이었지만 그 공연은 진짜 완전 미친 공연이었음 !
히맨님의 루페사랑은 여전하시군요. 넋두리 같은 이런 글이 참 감칠맛 있고 좋습니다. 적절한 배경음악도 두손 엄지를 번쩍 들게 하내요 ㅋㅋㅋ 오늘밤에 레이저를 한번 올려볼까 합니다.
제가 느끼는 루페 앨범에 대한 생각..완전히 공감합니다. 나쁘진 않은데 그렇다고 최고야 라고 하기는 좀 뭐한..여러가지 사정이 있다고는 하지만 아무튼 이번 앨범은 너무 여러가지 요소들이 작용한거같아요 다음 앨범 기대하겠습니다 잘읽었어요~
루페는 정말 똑똑한 래퍼죠
포지셔닝이 정말 좋은 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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