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iguel - Wildheart
Standard Version1. a beautiful exit2. DEAL3. the valley4. Coffee5. N.W.A. (Feat. Kurupt)6. waves7. what's normal anyway8. Hollywood Dreams9. ...goingtohell10. FLESH11. leaves12. face the sun (Feat. Lenny Kravitz)Deluxe Edition13. gfg14. destinado a morir15. Simple Things16. damned
많은 사람이 기존의 알앤비와는 다른 형태를 띠는 얼터너티브 알앤비를 논할 때, ‘피비알앤비(PBR&B)’라는 용어로 그것들을 통칭한다. 실제로 피비알앤비는 기존에 존재하는 알앤비의 문법과 조금 다른 문법을 지니는 걸 공통적인 특징으로 한다. 그 문법의 변화는 주로 알앤비 음악에서 자주 들을 수 없던 소스를 적극 차용하거나 다른 장르의 요소를 끌어오면서 일어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피비알앤비의 여러 형태 중 더 위켄드(The Weeknd)를 위시한 축축 처지는 템포에 에코가 잔뜩 들어간 드럼과 보컬이 얹어진 류의 음악이 피비알앤비의 전형으로 인식되고 있기도 하다. 애초에 기존의 알앤비와 다른 요소를 품고 있다는 것 그 자체가 피비알앤비의 특징이었음에도 이러한 전형이 생겨난 건 아이러니한 일이다. 그리고 피비알앤비가 이러한 상황에 봉착해 있는 만큼 미겔(Miguel)의 존재와 그의 신보 [Wildheart]는 더욱더 빛이 난다.
미겔은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시피 프랭크 오션(Frank Ocean), 더 위켄드와 함께 2012년에 앨범을 발표한 피비알앤비 아티스트다. 당시 프랭크 오션은 커밍아웃과 함께 [Channel Orange]라는 앨범으로 미니멀한 프로덕션 위에서 내면의 감정을 섬세하게 다루며 큰 인기를 얻었다. 반대로 더 위켄드는 세 장의 믹스테입을 모아 발표한 정규 앨범 [Trilogy]에서 ‘과잉의 매력’을 담고 있는 프로덕션에 자신의 감정 역시 격하게 담아낸 바 있다(이 둘의 차이만 봐도 피비알앤비는 절대 형태가 일정한 장르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미겔의 경우에는 RCA 레코즈(RCA Records)로 흡수된 이후 갈고닦은 기량을 바탕으로 두 번째 스튜디오 앨범 [Kaleidoscope Dream]을 발표했었다. [Kaleidoscope Dream]은 전자음악에서 자주 쓰이는 소스들과 일렉트릭 기타를 바탕으로 미겔 특유의 농염한 보컬이 얹어지며 능글맞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뽐내는 앨범이다. 또한, 미겔은 작품에서 단순히 이성과 나누는 정신적, 육체적 관계를 논할 뿐만 아니라 그 이야기들을 자신의 인생관이나 경험을 토대로 은유적으로 표현하기까지 한다. 앨범은 제목처럼 ‘만화경’ 같은 미겔의 시야에서 풀어낸 이야기들로 채워지며 좋은 성과를 거두게 된다.

그렇다면 약 3년 만에 미겔이 들고 온 세 번째 앨범 [Wildheart]는 어떨까? “Simple Things”에도 나오는 강하고 사랑이 많다는 뜻의 단어인 ‘Wildheart’가 제목인 만큼 작품은 그 어떤 알앤비 아티스트의 음악보다도 정열적이고 뜨겁다. 미겔은 이번 앨범에서 일렉트릭 기타를 전작보다도 더 정면에 내세우고 있다. 그럼으로써 전반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 그 이상의 프로덕션 전체를 지탱하는 뼈대로까지 활용하고 있다. 이는 삶에 대한 자신의 가치관을 담아낸 첫 트랙 “a beautiful exit”의 인트로에 등장하는 디스토션된 기타부터 일찌감치 강렬하게 느껴진다. 이어 등장하는 “DEAL”, “Coffee”, “waves”, “…goingtohell”에서도 일렉트릭 기타는 어떠한 악기보다도 트랙의 분위기를 주도하고, 압도적인 앨범의 분위기를 만드는 데에 큰 역할을 한다. 더불어 앨범의 마지막(스탠다드 버전 기준)을 장식하는 “face The sun”은 싱어송라이터 레니 크래비츠(Lenny Kravitz)의 기타 솔로가 후반부에 등장하며 미겔이 그려내는 태양을 맞이하는 순간의 낭만적인 사랑을 더욱 극적으로 표현해낸다. 이렇듯 이펙트가 잔뜩 걸린 일렉트릭 기타가 내는 소리는 사랑에 대한 미겔의 정열적인 태도를 더욱 뜨겁게 나타낸다.
[Wildheart] 안에는 일렉트릭 기타가 주가 되는 트랙 외에도 전자음악 소스가 적극 활용된 “the valley”, “FLESH”, “gfg”, “destinado a morir”와 같은 트랙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탄탄한 프로덕션을 구성할 수 있었던 건 기존에 미겔과 꾸준히 함께해온 프로듀서들이 여전히 함께 했기 때문이다. 열거하자면, 태양의 “Love You To Death”를 만든 프로듀서로도 알려진 해피 페레즈(Happy Perez), 나스(Nas)의 “Made You Look”, 에이미 와인하우스(Amy Winehouse)의 앨범에 참여한 프로듀서로 유명한 살람 레미(Salaam Remi), 프로듀서 듀오 팝 앤 오크(Pop & Oak), 재즈민 설리반(Jazmine Sullivan)과 즈네이 아이코(Jhené Aiko)와 작업한 경력이 있는 피스티커프스(Fisticuffs)가 바로 [Wildheart]에서도 미겔과 함께한 오랜 조력자들이다. 이들은 미겔과 오랫동안 음악적 교류를 한 만큼 미겔이 구축하고자 했던 이번 앨범의 사운드스케이프를 잘 이해하고, 실제로 그것을 잘 구현해냈다.
♬ Miguel - Coffee
앨범에 참여한 프로듀서 목록에는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의 “Be My Baby”를 만든 노르웨이 출신의 DJ 겸 프로듀서인 캐시미어 캣(Cashmere Cat)과 칸예 웨스트(Kanye West)가 만든 프로듀서 레이블 베리 굿 비츠(Very GOOD Beats) 소속의 베니 카세트(Benny Cassette)도 있다. 이중 베니 카세트는 “N.W.A.”에 참여하는데, “N.W.A.”는 앨범에서 가장 독특하게 이성과의 육체적 관계를 풀어낸 트랙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트랙에서 미겔은 갱스터라는 키워드를 끌어와 섹스를 묘사하고 있다. 이외에도 포르노 산업이 발달한 지역인 산 페르난도 밸리(San Fernando Valley)를 활용한 “the valley”나 파도의 흐름에 몸을 맡기는 서핑과 커피라는 요소를 각각 활용한 “Waves”와 “Coffee”는 은유적인 표현이 곁들여지면서 섹스 그 자체가 멋들어지게 묘사된 곡들이다.
물론, 은유적인 표현을 빌리기보다 직격탄 같은 표현들로만 가득 차 있는 “FLESH” 같은 트랙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공법은 섹스를 묘사하는 트랙보다는 미겔이 가진 이성관이나 상대방에 대한 절실함 등이 묻어나는 트랙에서 빛을 발한다. 앞서도 언급된 “…goingtohell”, “face the sun”, “Simple Things”와 같은 트랙이 그 예시다. 그는 태양을 맞이할 때쯤에 상대방이 자신의 하나뿐인 연인이 되길 바라고, 사랑할 수 있다면 지옥에라도 가겠다고 한다. 또, 어떤 대단한 물질적인 요소를 바라는 게 아닌 그저 함께 누워 담배를 피우며 웃고, 평범하게 삶을 함께하고 싶다고 한다. 이러한 그의 상대방에 대한 태도는 자칫하면 다소 오글(?)거릴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순애보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며 좋은 인상을 남긴다. 이는 미겔 특유의 밝고 힘 있는 보컬이 만들어낸 ‘한 끗 차이’라고 할 수 있다.
♬ Miguel - Simple Things
앞서 작품의 장점이 될만한 요소들을 이야기했지만, 전체적인 흐름에서 어긋나는 요소를 품고 있는 트랙도 있다. 정열적인 사랑을 논하는 트랙들 사이에서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what’s normal anyway”와 “leaves”가 그렇다. 두 곡은 단일곡으로서 지니는 의미는 단단할지라도 어쨌든 앨범 전반의 분위기를 다소 흐릿하게 만든 감이 없지 않아 있다(다소 평이한 프로덕션도 이에 한몫한다). 그래서 디럭스 버전에 수록된, 사랑에 관해 이야기하는 "destinado a morir", "Simple Things" 위치를 바꿨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한다. 어쨌든 [Wildheart]는 뜨겁디뜨거운 사랑을 이야기하는 데에 초점이 맞추어진 작품 아닌가.
사랑을 이야기할 때, 간혹 사람들은 정신적 사랑과 육체적 사랑을 나누어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 둘은 절대 완전히 별개의 것으로 분리하여 바라볼 수 없는 상호적인 요소들이다. 정신적인 사랑에 섹스라는 행위가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물론, 섹스에 정신적인 요소가 미치는 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그렇기에 미겔이 [Wildheart]에 담은 이야기들은 결론적으로 한 가지를 이야기한다고 할 수 있다. 바로 ‘사랑하는 사람과의 정열적인 사랑’이다. 미겔은 그것을 부스트된 일렉트릭 기타 소리로, 또 자신의 농염한 목소리와 마음을 다해 쓴 가사와 같은 요소를 통해 온몸으로 표현해낸다. 어쩌면 그 모든 게 한데 모여 뒤섞여 있는 바람에 과잉된 느낌을 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앨범을 ‘가슴을 끓어오르게 하는 작품’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많은 사람이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해본 경험이 한 번쯤은 있기 마련일 테니 말이다. 또, 그런 경험이 없더라도 누구든 한 번쯤은 이런 사랑을 꿈꾸지 않을까.
글│Melo
리뷰를 보며 알고 들으니까 노래가 더 좋게 들리네요~
정~~말 잘듣고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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