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nie Trumpet & The Social Experient - [Surf]
1. Miracle
2. Slip Slide (Feat. B.o.B, BJ The Chicago Kid, Busta Rhymes & Janelle Monae)
3. Warm Enough (Feat. J. Cole, Noname Gypsy)
4. Nothing Came To me
5. Wanna Be Cool (Feat. Big Sean, Jeremih & KYLE)
6. Windows (Feat. BJ The Chicago Kid & Raury)
7. Caretaker (Feat. D.R.A.M.)
8. Just Wait
9. Familliar (Feat. King Louie & Quavo from Migos)
10. Smthnthtlwnt (Feat. Saba)
11. Go (Feat. Jesse Boykins III, Mike Golden & Joey Purp)
12. Questions (Feat. Jamila Woods)
13. Something Came To Me
14. Rememory (Feat. Erykah Badu)
15. Sunday Candy (Feat. Jamila Woods)
16. Pass The Vibes (Feat. Eric Butler)
도니 트럼펫 앤 소셜 익스페리먼트(Donnie Trumpet & The Social Experiment, 이하 소셜 익스페리먼트)는 리더이자 트럼펫, 퍼커션을 다루는 도니 트럼펫(Donnie Trumpet)을 비롯해 랩과 보컬을 맡은 챈스 더 래퍼(Chance The Rapper), 키보드와 프로듀싱을 담당하는 피터 코튼테일(Peter Cottontale), 드러머 그렉 랜드페어 주니어(Greg Landfair Jr.), 엔지니어와 프로듀서를 맡은 네이트 폭스(Nate Fox). 총 다섯 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소 낯선 밴드이다. 이름이 생소한 건 물론, 크게 유명세를 타지도 않아 [Surf]를 내기 전까지는 인터넷에서도 정보를 찾기 어려웠다. 심지어 사운드클라우드에 싱글을 공개할 때는 챈스 더 래퍼의 그룹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그러나 소셜 익스페리먼트의 중심은 챈스 더 래퍼가 아닌 도니 트럼펫에 쏠려 있다. 그룹의 탄생 자체가 도니 트럼펫의 자그마한 소망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그 소망은 간단하다. 친구들과 함께 구사하고 싶은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었다.
기획사는 아티스트에게 좋은 작업 환경을 마련해주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티스트의 창의력을 억제하기도 한다. 대중에게 팔리는 음악을 만들어 투자 대비 분명한 수익을 끌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아티스트의 오리지널리티는 기성품 같은 성격으로 변질 된다. 미국에는 적지 않은 아티스트가 이런 시스템에 반기를 들며 거대 회사와 계약하지 않고 의도적으로 인디펜던트를 유지한다. 소셜 익스페리먼트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멤버 챈스 더 래퍼가 [Acid Rap]을 낼 때 그러했던 것처럼 철저히 인디펜던트의 방식으로 앨범을 만들었다. 덕분에 [Surf]에 담긴 내용은 기존의 관습적인 내용과는 널찍이 거리를 두고 있는 편이다.
물론 그 내용이 대단한 건 아니다. “Slip Slide”에는 기성 음악의 틀과 형식에 물들지 않겠다는 포부가, “Wanna Be Cool”과 “Windows”, “Familiar” 에는 타자가 규정한 기준에 휘둘리지 않는 주체가가 되자는 내용이 담겨있다. 다른 곡에 담긴 내용도 세세한 차이점만 있을 뿐 전체적인 흐름에서 보면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소셜 익스페리먼트는 이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을 다각도로 구축하며 앨범에 힘을 싣는다. 각 곡을 구성하는 형식, 내용을 표현하는 방식, 이야기를 뱉어내는 매개, 그리고 그렇게 완성된 결과물을 시각화하는 작업까지 모두 다채롭고 흥미롭다.
소셜 익스페리먼트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주된 매개는 챈스 더 래퍼이다. 그러나 막상 앨범을 들어보면 챈스 더 래퍼의 목소리보다는 다른 래퍼, 보컬의 목소리가 더 자주 들린다. 우선 “Slip Slide”에는 버스타 라임즈(Busta Rhymes)와 비오비(B.o.B)가 훅을 제외한 가사를 소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Wanna Be Cool”에는 빅션(Big Sean)과 카일(KYLE)이 등장하고, “Familiar”에서는 킹 루이(King Louie)와 미고스(Migos)의 쿠아보(Quavo)가 2절과 3절을 소화하며, “Go”에서는 마이크 골든(Mike Golden)과 조이 펄프(Joey Purp)가 등장해 각각 보컬과 랩으로 곡을 가득 메운다. 심지어 “Caretaker”에는 드람(D.R.A.M.)의 목소리밖에 등장하지 않는다. 이 외에도 에리카 바두(Erykah Badu), 쟈넬 모네(Janelle Monae), 제이콜(J. Cole), BJ 더 시카고 키드(BJ The Chicago Kido), 라우리(Raury), 에린 알렌 케인(Eryn Allen Kane) 등 약 20명에 가까운 아티스트가 참여해 곡 구석구석에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컴필레이션 앨범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숫자이다. 그래서 사공이 가득 탄 배마냥 중심을 잃을 법도 하지만, [Surf]는 더욱 힘차게 바다를 향해 나아간다. 조금의 흔들림도 느껴지지 않는다. 소셜 익스페리먼트가 작품의 틀을 확실하게 형성해두고 각 아티스트를 적재적소에 배치, 확실한 목적 아래 활용했기 때문이다. 또한, 앨범 틈틈이 “Nothing Came to Me” 같은 연주곡이나 “Caretaker”, “Question”, “Smthnthtlwnt” 등 짧고도 임팩트 있는 트랙을 배치하며 호흡을 다잡거나, 도니 트럼펫의 분위기 있는 트럼펫 소리로 일관된 분위기를 형성하기도 한다.
♬ Donnie Trumpet & The Social Experiment - Sunday Candy
앨범 속에서 찬스 더 래퍼는 호스트와도 같은 역할을 소화한다. 랩은 물론, 틈틈히 특유의 느낌을 담아 후렴 부분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앨범 전체를 아우르는 모습을 보인다. 그의 역할이 가장 빛나는 건 역시 "Sunday Candy"의 뮤직비디오. 이 뮤직비디오는 뮤지컬의 형태에 원테이크 촬영 기법으로 촬영해 생동감 넘치면서도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챈스 더 래퍼는 그 중심에서 능청맞은 표정 연기와 느낌 있는 춤 솜씨로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신선한 표현 방식과 재능 넘치는 아티스트가 조우한 셈이다. 기존 힙합 뮤직비디오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방식이기도, 소셜 익스페리먼트가 추구하는 음악의 방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기도 하다. 그래서 [Surf]는 힙합의 문법에 재즈의 요소를 더했고, 참여진 또한 대부분 흑인 음악 아티스트이지만, 마냥 힙합이나 재즈 힙합이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아이튠즈에 힙합이 아닌 팝으로 올라간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Surf]는 짧은 호흡이 아닌 긴 호흡으로 들어야 하는 앨범이다. “Sunday Candy” 같은 곡은 따로 떼어 들어도 훌륭하지만, 수록곡 대부분은 흐름에 따라 가사를 음미하며 들어야 그 의미가 더 깊게 와 닿는다. 음악의 주제와 소셜 익스페리먼트의 연주, 챈스 더 래퍼의 랩과 보컬, 참여진의 목소리가 모두 유기적으로 엮여있기 때문이다. 참여 아티스트의 이름이 각 곡의 제목에 써있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그만큼 앨범은 탄탄한 짜임새를 자랑한다. 음악을, 앨범을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고자 하는 욕심이 없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 Donnie Trumpet & The Social Experiment - Nothing Came To Me
힙합 씬에는 인디펜던트로 남아있는 아티스트가 적지 않다. 그들 모두 각자의 영역을 확보하며 매력적인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도니 트럼펫 앤 소셜 익스페리먼트는 이 앨범을 통해 단연 인디펜던트 씬의 조류를 이끄는 그룹으로 거듭났다. 신인 인디펜던트 힙합 밴드가 무료로 공개한 앨범이면서도 이율배반적인 완성도를 갖춘 앨범 [Surf]. 유명 레이블의 지원 속에서도 천편일률적인 주제와 저조한 완성도로 중무장한 앨범이 홍수처럼 쏟아지는 음악 시장을 유영하는 그들의 행보를 앞으로도 기대해본다.
글 | Pepnorth
그정도로 앨범 전체의 완성도가 느껴짐..라이딩 할때 이 앨범 쭉 돌리면 정말 기분 좋습니다
진짜 선데이캔디는 명곡중 명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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