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Mixtape Top 10 (Part II)
'1/3분기 믹스테입 Top 10'을 쓸 때는 뽑을만한 믹스테입의 수가 적어서 고민했다면, 이번에는 굉장히 많은 믹스테입이 나와서 이 중 무엇을 고를까 고민했다. 거의 모든 믹스테입을 빠지지 않고 듣는데 그 중 나의 아이폰에서 굉장히 오랫동안 살아남았던 것들만 골라보았다. 굵직한 것들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나름대로 신선한 이름도 보일 것이다. 기준은 온전히 내 취향이고, 순서는 무순이다. 여러분의 믹스테입 탑텐과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Ace Hood Body Bag Vol. 2
단순히 (내) 취향만으로 꼽는다면 2/3분기 최고의 믹스테입이 아닌가 싶다.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밀어붙이는 분위기와 특유의 랩이 잘 만나서 하나의 큰 느낌을 선사한다. 확실히 곡을 리드하는 능력이 성장하였고 훅도 벌스도 더 이상 단순하게 밀어붙이지만은 않는다. 물론 가사 내용의 유치함 혹은 단순함에 있어서는 조금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비유나 표현력 역시 예전보다 월등히 나아졌음을 느낀다. 무엇보다 서로 다른 프로듀서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분위기를 낸다는 점, 어느 하나가 우월하지 않고 밸런스가 잘 맞는다는 점은 큰 장점이다. 특히 더 멋있어진 훅 메이킹과 컬코 뱅즈(Kirko Bangz)와 케빈 커썸(Kevin Cossom)의 랩 역시 감상 포인트 중 하나.
Cyhi The Prynce Ivy League Club
싸하 더 프린스(Cyhi The Prynce, 이하 싸하)가 오랜만에 제대로 내놓은 작품이다. 스스로도 클럽 뱅어가 아님을 쿨하게 인정하는 싸하는 아예 '아이비 리그'라는 이름을 걸었다. 남부 특유의 비트와 프로듀서들이 자리하고 있음에도 그의 음악이 가볍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비단 이름이나 랩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하며 랩 자체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쓴 흔적이 보여서 좋게 들었다. 예전 'G.O.O.D. Friday 시리즈' 당시 화려하고 변화무쌍했던 랩도 좋았지만 지금의 깔끔하게 자리잡은 랩도 마음에 든다. 다만 타이틀 격인 "Slick"은 남부 특유의 훅이 살아있었지만 싸하와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아서 아쉬웠다. 최근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프로듀서진의 지원사격 역시 도움이 된 듯 하다.
Sammie Insomnia
새뮈(Sammie)는 혹자에게 생소한 이름일지도 모르겠다. 새뮈는 알앤비 싱어로서 어린 나이에 데뷔하여 꾸준히 음악의 길을 걷고 있는 보컬리스트이다. 2000년 발표한 첫 앨범 [From The Bottom To The Top]이 나름의 성공을 거두었으나, 2006년 두 번째 앨범이 흥행에 실패한 뒤로 조용하게 지냈다. 다소 결과물이 적은 아티스트이기에 이번 믹스테입이 반갑지만, 이러한 정보들을 부차하더라도 굉장히 알찬 구성과 탄탄한 가창력 덕분에 자주 듣게 된다. 목소리를 자유자재로 운용하면서 자신이 잘 소화할 수 있는 분위기가 어떤 것인지 잘 아는 아티스트이기에 더욱 편안하게 들을 수 있었다. 점점 추워지는 가을에 더욱 추천.
Childish Gambino Royalty
차일디시 감비노(Childish Gambino)는 개인적으로 꾸준히 지켜보고 있는 아티스트이다. 본명이 도널드 글로버(Donald Glover)인 이 사람은 배우이자 랩퍼이면서 작가이자 코미디언이다. 단순히 이것 저것 하는 것이 아니라 극작을 전공하여 미국 작가 조합상을 3년 연속으로 받은, 미드 ‘커뮤니티’에서 엄청난 존재감을 선보이는 이 사람은 정규 앨범 [Camp]에 이어 믹스테입을 발표하였다. 차일디시 감비노의 음악적 노선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은 듯 하지만, 고민이 많이 담긴 가사와 직접 프로듀싱하는 곡들은 재능의 기운이 느껴진다고 말하면 적당한 표현이 아닐까 싶다. 이번 믹스테입은 르자(RZA)와 고스트페이스 킬라(Ghostface Killah)를 포함하여 피쳐링진도 쟁쟁하지만 무엇보다 벡(Beck)의 참여가 굉장한 포인트. 힙합엘이에서 벡을 이야기하는 날이 올 지는 몰랐지만 여튼 벡의 어정쩡한 랩도 재미있고 독특한 프로듀싱도 재미있다.
Crooked I Psalm 82:V6
인트로부터 “God of the west coast”라고 말한다. 이제는 그래도 된다. LBC 출신의 유망주 10년차였던 크루킷 아이(Crooked I)는 슬로터하우스(Slaughterhouse) 믹스테입과 LP를 만드는 와중에도 자신의 믹스테입을 선보였다. 하드코어 랩퍼이면서 굉장한 테크니션인 그의 랩이 단순히 무지막지하게 귀를 누르는 것이 아니라 그 기술들이 쏙쏙 들어올 때, 듣는 이로 하여금 느껴지는 쾌감은 그가 랩을 단순히 잘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잘 들리는지에 대한 부분까지 고민해왔다는 것을 반증한다. 어느덧 메인스트림 랩퍼로서도 많이 알려진 그는 여전히 힙합을 고민하고 연구한다. 그리고 자신만의 영역을 훌륭하게 구축해냈다. 압박감 없이 타이트하고 쫄깃한 랩이 잘 들리는 것은 지금으로써는 오직 크루킷 아이만이 가능한 듯 보인다.
XV Popular Culture
굉장히 독자적인 노선을 걷고 있는 캔자스 출신의 랩퍼 XV는 많은 수의 믹스테입으로도 알려져 있다. 자신만이 만들 수 있는 영역을 갈망하는 듯한 이 랩퍼는 오랜만에 제대로 된 믹스테입을 만들어 선보였다. 그렇고 그런 것이 아닌 확실한 컨셉과 구성, 거기에 해당하는 이야기와 아트웤까지. 의외의(?) 피쳐링진인 재푼 존스(Xaphoon Jones), 슬림 더 맙스터(Slim The Mobster), 스쿨보이 큐(Schoolboy Q), 비오비(B.o.B.)가 포함된 앨범은 소소한 이야기와 특정 소재에 대한 이야기의 조화, 독특한 비유가 인상적이다. “The Kick”에서는 인셉션을 소재로, “Jedi Night”에서는 스타워즈를 소재로 삼는 등 깨알같으면서도 구체적인 가사가 감상 포인트이다.
Meek Mill Dreamchasers 2
믹밀(Meek Mill)의 믹스테입은 사실 믹스테입이라고 하기에는 대대적인 홍보와 함께 들인 공이 꽤 크다. 참여진 역시 쟁쟁하다. 명실상부 MMG(Maybach Music Group) 내 큰 입지를 차지하고 있고, 이제는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 중 한 명인 그에게 이 정도 지원사격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꽤 많은 트랙 수에도 불구하고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분위기, 한 가지 느낌으로 통일하기는커녕 다양각색의 느낌을 그 때마다 충실히 보여주는 믹밀은 이번 믹스테입을 통해 자신의 스펙트럼과 능력을 입증하는 듯 하다. 특유의 톤과 멋진 랩이 만들어낸 좋은 결과물.
Lloyd Banks V6 : The Gift
혹자는 로이드 뱅스(Lloyd Banks)를 두고 망했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오히려 피프티 센트(50 Cent)의 발언이 궁색할 만큼 로이드 뱅스는 뉴욕의 고참 급 현역의 반열에 오르며 더욱 멋진 랩을 들려주고 있다. 오히려 자신의 정규 앨범 [Hunger For More 2]보다 좋은 컨셉과 흐름을 믹스테입에서 선보이기도 하며, 말 그대로 지역구 동급 랩퍼인 패불러스(Fabolous), 제이다키스(Jadakiss)와 함께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말 그대로 ‘그 시작은 미미하였으나 끝은 장대한’ 랩퍼의 현주소를 잘 파악할 수 있는 믹스테입이다. 피프티 센트는 아직 이 믹스테입을 못 들어봤거나, 로이드 뱅스의 물 오른 기량이 질투가 난 것일지도 모르겠다.
Driicky Graham Ya Gotta Start Somewhere
여기저기서 커다란 후원자를 등에 업고 완성도 높은 랩과 트랙으로 등장하는, 일명 완성형 신인이 계속 쏟아지는 가운데 오랜만에 풋풋함과 신선함이 느껴지는 아티스트를 만났다. 드리키 그래햄(Driicky Graham)은 정규앨범 한 장 없으며 싱글 “Snapbacks & Tattoos” 한 곡으로 인지도를 얻기 시작한 상황이다. 스스로가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대형 레이블과의 계약도 고사한 이 신인은 탄탄함보다는 기발함과 재기발랄함으로, 재치와 아이디어로 곡을 채워나간다. 그래서 이번 BET Hip Hop Awards에도 혈혈단신으로 후보에, 싸이퍼 멤버에 입성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단 한 장의 믹스테입으로 이 아티스트가 앞으로 어떻게 될 지 평가할 수는 없다. XV가 그랬듯 마이너한 랩퍼로 남아버릴 수도 있겠지만 일단 이 믹스테입은 추천한다. 루키가 가져야하는, '좋은 덕목'이 무엇일까 한 번쯤 생각해볼 수도 있고.
Jeremih Late Nights With Jeremih
제레마이(Jeremih)는 자신의 시작을 “Birthday Sex”로 알린 만큼 '베드타임 트랙'에 일가견이 있는 아티스트이다. 이번 믹스테입은 그의 전공을 여실히 살린 훌륭한 침대송이 가득 들어있다. 자신의 첫 믹스테입이기도 한 이번 결과물은 자신의 앨범에서 들려줬던 팝 사운드보다는 좀 더 끈적한 슬로 잼 트랙들 중심으로 만들었다. 믹스테입에서도 특유의 메인스트림 코드를 가지고 있다는 점, 그리고 랩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다른 남자 아티스트들과 비슷한 노선을 가졌다. 이는 약점인 동시에 정면으로 돌파해야 할 무기이기도 하다. ‘그래도 섹시함은 나야’라고 말하는 듯한 이번 믹스테입은 앞으로의 방향이 될지, 사이드 프로젝트가 될 지 지켜볼 일이다.
* 관련글: 2012년 Mixtape Top 10 (Part I)
글 | Bluc
좋은 글, 역시 엘이.
뱅스형은 진짜 믹스테잎에서 더 날라다니는듯..
뱅크스 활동좀 열심히 했으면 쩝...... ㅠ.ㅠ
sammie는 두번째앨범이 제일 잘된거 아닌가요? 컴윗미 잇ㅊ쿨 정말 기대되는 싱어였는데 ㅠㅠㅠ 현실은 키스미두더폰 그애
빅션 믹테도 참 좋았는데말이죠
Cyhi The Prynce 꺼 찾아서 듣고 있는데 좋네요.^^; 잘 읽었습니다.ㅋ
저는 내일 나오는 릭뚱형 믹테 완전 기대중요 ㅎ
제레미 믹스테잎 좋게 들었는데 ㅎ
몰랐던 믹스테잎도 보이네요 들어봐야겠습니다 ㅋ
V6는 저도 동의합니다. 오히려 별 기대를 안 하고 들어서 좋게 느꼈던 것 같기도한데 뱅스 안 망했어요. 근데 왜 활동을 안 함 ㅡㅡ;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