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무려 애플 뮤직(Apple Music)과의 연계를 통해 7월 23일 열 번째 스튜디오 앨범 [DONDA]의 발매를 알린 칸예 웨스트(Kanye West)는 다시 [JESUS IS KING] 시절과 같이 인제야 후반부 작업을 시작했다. 라스베이거스 비밀 리스닝 파티에서 선보인 버전과 벤츠 스타디움 라이브 스트리밍 버전이 전혀 다르다는 소문, 칸예 웨스트가 급하게 미국에 도착하느라 전혀 다른 하드 드라이브를 가져왔다는 소문 등 다양한 루머들이 나오고 있지만, 어쨌거나 변하지 않는 사실은 [DONDA]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발매 일정이 다시 미궁으로 빠져든 가운데, 전 세계의 장르 팬들은 이를 바득바득 갈고 있을 것이 뻔하다. 하지만 인생사 새옹지마, [DONDA]가 발표되기 전 다른 뮤지션들의 접하지 못한 프로젝트들을 감상하다 보면 뜻밖의 수확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를 향한 기대가 증명하듯 칸예 웨스트를 대체할 수 있는 음악가는 없지만, 장장 17년의 커리어에 영향을 받은 수많은 후배가 자신만의 세계를 펼쳐가고 있으니 말이다. 조금 과격하지만 칸예 웨스트를 찢어버리고 싶은 심정으로, 그의 음악을 이루는 많은 요소를 각 분야로 찢어 나눈 뒤 이에 해당되는 앨범들을 추천한다. 이 작품들과 함께라면, [DONDA]를 기다리는 시간은 그리 불행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칸예의 마음 - 티케이 마이드자, 나탈리 버그만
티케이 마이드자(Tkay Maidza)의 [Last Year Was Weird, Vol 3]은 지난 7월 9일 발표된 그녀의 최신작이자, 지난 2018년부터 이어온 ‘Last Year Was Weird’ 트릴로지를 마무리 짓는 프로젝트다. 본작은 칸예 웨스트의 영향이 묻어난 듯한 작법, 폭넓은 스펙트럼과 솔직함을 담고 있다. 인트로 트랙 “Eden”은 칸예 웨스트의 “Father Stretch My Hands, Pt. 1”을 떠오르게 하는 탁월한 샘플 운용, 은연중에 드러나는 신앙심과 자신감을 동시에 품고 있으며, “High Beams”와 같은 트랙에는 더 본격적으로 가스펠적 요소와 트랩을 섞어내는 당돌함이 돋보인다. [JESUS IS KING]의 거룩함보다는, [The Life of Pablo]에서 시도했던 반 종교 반 힙합스러운 매력에 더욱 가까운 앨범.
https://youtu.be/k2qPBf-CbBg
나탈리 버그만(Natalie Bergman)의 [Mercy]는 밴드 와일드 벨(Wild Belle)의 한 축이었던 그녀가 처음으로 발표한 솔로 프로젝트다. 칸예 웨스트는 지난 2019년부터 진행한 선데이 서비스(Sunday Service)에서 수많은 과거의 가스펠 곡들을 재생했던 바 있는데, [Mercy] 안에 담긴 곡들은 그사이에 끼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편안한 분위기와 거룩함을 품고 있다. 인생사 속 수많은 사건을 거친 뒤 종교에 깊게 빠져들기 시작한 칸예 웨스트처럼, 나탈리 버그만 역시 지난 2019년 그녀의 아버지를 교통사고로 잃으며 완전히 새로운 음악 세계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DONDA]가 전할 종교적 메시지를 체험하기 전, 고난을 겪고 다시 태어난 또 한 명의 음악가가 전하는 신앙심을 경험해 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https://youtu.be/W7zZQzQKZEo
칸예의 배짱 - 제네시스 오우수, 케니 메이슨
제네시스 오우수(Genesis Owusu)의 [Missing Molars]는 지난 3월 발표한 데뷔 스튜디오 앨범 [Smiling with No Teeth]의 디럭스 버전 격 프로젝트로, 총 20곡의 분량으로 마무리되었음에도 각 트랙이 서로 다른 호흡으로 숨을 쉬고 있어 전혀 지루하지 않은 수작이다. 제네시스 오우수는 데뷔 앨범을 통해 [To Pimp a Butterfly], [Food and Liquor]와 같은 콘셉추얼한 앨범을 만들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는데, 실제로 본작은 블랙 독(Black Dog)이라는 자아와 제네시스 오우수 본연의 자아를 동시에 내세우며 우울감, 인종, 평등에 관한 살아있는 메시지를 풀어낸다. 힙합, 펑크, 팝 등의 수많은 요소를 마치 모든 분야의 달인인 듯 섞어낸 음악적 센스는 칸예 웨스트가 커리어 내내 부려온 배짱에도 비견될 법하다.
https://youtu.be/25CBe5FAvtI
케니 메이슨(Kenny Mason)의 [Angelic Hoodrat: Supercut] 역시 뻔한 힙합 음악에서 벗어나려는 의도가 명쾌하게 통한 작품이다. 셀 수 없는 사운드의 영향과 함께 기묘한 한 그릇을 끓여낸 제네시스 오우수와 다른 부분은, 케니 메이슨은 90년대의 펑크/그런지 사운드와 힙합의 결합이라는 보다 명확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점. 지금까지 가장 성공한 싱글 “HIT”에서 선보인 비교적 트렌드를 따른 힙합 사운드와 명쾌한 랩만으로는 잘 느껴지지 않겠지만, 본작의 “Play Ball”이나 “Partments” 같은 트랙을 듣고 나면 케니 메이슨이 향하고 있는 길을 단번에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재밌는 점은, 영건 케니 메이슨의 충분하다 못해 넘치는 자신감과 확고한 음악적 색깔은 칸예 웨스트 특유의 옹고집을 떠오르게 하기도 한다. 물론 좋은 쪽으로만!
https://youtu.be/rX8bK7pn3ZI
칸예의 혓바닥 - IDK, 슬로우타이
IDK의 [USEE4YOURSELF]는 IDK가 몇 년 전부터 커리어의 역작으로 구상해온 프로젝트로, 실제로 전작 [Is He Real?]의 각 트랙 끝 글자를 순서대로 ‘U S E E 4 Y O U R S E L F .’로 맞추기까지 하며 신경을 써온 야심작이다. 역사를 뒤바꿀 랩 스킬을 보유한 뮤지션은 아닌 만큼 보통 칸예 웨스트의 랩 스타일을 닮았다고 느끼게 하는 뮤지션은 잘 등장하지 않지만, IDK는 칸예 웨스트 특유의 스타일에서 한 단계 더 개량한 듯한 랩 스타일을 보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단순한 곡 모음집이 아니라 각각의 앨범을 하나의 유기체로 살아 숨 쉬게 하는 재능 역시 닮은 부분이 있다. 두 뮤지션은 지난 2019년 실제로 만남을 성사시키기도 했으니, 칸예 웨스트가 직접 눈독을 들인 칸예 웨스트의 음악적 제자를 체크해보는 건 어떨까.
https://youtu.be/QuyLQaEUBq4
슬로우타이(slowthai)의 [TYRON]은 칸예 웨스트가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를 빚어내게 만든 ‘MTV 시상식 무대 난입 사건’과 비슷한 배경을 끼고 만들어진 프로젝트다. 슬로우타이는 지난 2020년 중순 개최된 NME 어워즈(NME Awards)에서 호스트 캐서린 라이언(Katherine Ryan)에게 선을 넘는 농담을 던졌고, 이에 야유를 날린 관중에게 직접 유리잔을 던지며 다가가는 기행을 선보였다. 칸예 웨스트와 비슷하게 온 세상의 욕을 들어먹었을 것은 당연한 일. 이후 두 번째 스튜디오 앨범인 [TYRON](정확히는 두 번째 디스크)에서, 슬로우타이는 본격적으로 자신의 내면과 정신적인 고통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내며 커리어 사상 가장 호소력 있는 랩을 뱉는다.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가 그랬던 것처럼, 나락의 직전에서 극적으로 끌어올려지는 음악성은 어떻게 발현되는가를 확인할 수 있는 보기 드문 작품.
https://youtu.be/W0g31CBix68
칸예의 눈 - 케이시, 보리
케이시(KayCyy, KayCyy Pluto)의 [Ups & Downs]는 올해 가장 주목해야 할 수도 있는 신예의 음악적 재능을 확인해볼 수 있는 그의 최신작이다. 칸예 웨스트는 지금껏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신예를 앨범에 기용해왔는데, 지난 [ye]에서 070 셰이크(070 Shake)가 그의 선택을 받았다면 [DONDA]에서는 케이시가 그 영광의 자리를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현재로서는 "God's Test"라는 가제의 레퍼런스 트랙 등이 인터넷을 떠돌고 있다). 전혀 경험한 적 없던 새로운 음악이라고 주장할 순 없지만, [Ups & Downs]에서 케이시는 신예 뮤지션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유연한 보컬 운용과 플로우를 뽐낸다. 신예들의 목소리를 하나의 악기처럼 사용하는 걸 즐기는 칸예 웨스트이기에, 본작을 감상하며 얇지만 단단한 케이시의 멜로딕 랩이 어느 부분에 적재적소로 들어갈지를 기대해보는 것도 좋겠다.
https://www.youtube.com/watch?v=vBZs8R0R8SU
보리(Vory)의 [Vory]는 지난 2020년 6월 믹 밀(Meek Mill)이 이끄는 드림 체이서즈 레코즈(Dream Chasers Records)에 합류한 후 처음으로 공개한 셀프 타이틀 EP로, 다가오는 [DONDA]의 많은 트랙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그의 재능을 미리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보리는 최근 비츠 바이 드레(Beats By Dre)의 광고에 쓰인 [DONDA] 수록곡 “No Child Left Behind”에도 목소리를 보탠 뮤지션으로, 브라이슨 틸러(Bryson Tiller)의 “Don’t”, 더 카터스(The Carters)의 “Friends” 등을 공동 작곡한 재능 있는 송라이터이기도 하다. [Vory]에서 선보이는 보리의 가창은 흔한 랩 싱잉처럼 들리면서도, 허스키하고 선 굵은 보컬로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풍긴다. 어쩌면 가스펠과 힙합의 중도를 찾고자 하는 것으로 보이는 [DONDA]에 꼭 필요했던 재능일 수도 있다는 말씀.
https://youtu.be/c2jfyze_KjE
Editor
snobbi
얀디 꼴 나겠죠..
everybody wanted yahndi, but Jesus Christ did the laundry
처음부터 안믿었다 이말이야
칸발롬 오체분시ㄷㄷㄷ
오 곡들 너무 좋네요...
찢어버리고 싶은 ㅋㅋㅋㅋㅋㅋㅋ
좋은거많ㄴ당
맨위에 티케이 마이드자 진짜 좋네요
배우고 갑니다 ㅋㅋ
오 들을거 많아짐 개이덕
케니메이슨은 진짜 좋게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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